<직격인터뷰> 신현빈 “한 컷을 위해서라도, 머리 자를 수 있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11년 SBS 연기대상, 방송국은 배우 신현빈에게 노래를 시켰다. 당시 데뷔 1년차의 신인이고, 배우임에도 여유 있게 무대를 장악한 그의 매력에는 잠재력이 가득했다. 영화 <방가방가>로 백상 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SBS <무사 백동수>로 SBS 연기대상 뉴스타상도 수상했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던 시기에 일궈낸 결과다.
 

▲ ▲ 배우 신현빈 ⓒ메가박스 플러스엠

기세 좋게 나아갈 것 같았던 신현빈은 기대만큼 뻗어나가지는 못했다. 약 4년 이상 공백을 갖다 영화 <공조>의 림철영(현빈 분)의 부인으로 나와 ‘현빈 아내’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는 영화 <변산>, 드라마 <자백> 등 굵직한 배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그런 신현빈이 신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에 출연했다. 다양한 군상이 돈 가방을 놓고 짐승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호평이 자자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작품의 매력만큼 조명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신현빈은 극 중에서 사기당한 뒤 술집으로 출근을 하고,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여인 ‘미란’을 연기한다.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던 중에 우연히 연희(전도연 분)를 만나 한 줄기 희망을 맛보는 여인이다. 약한 내면을 지닌 듯 보이지만, 새로운 삶을 위해 무자비한 일도 처리해내는 강단도 있다. 섹시와 퇴폐가 공존하면서도 때로는 동정심을 유발하며, 독한 것 같으면서도 순진한 미란을 표현한 신현빈을 최근 만났다.

뛰어난 외모는 물론 어떤 고된 역할을 맡아도 안정된 연기를 펼치는 신현빈. 배우로서의 여정을 들어봤다.

“작품의 양도 타이밍”


미술학도였다. 한국예술종합대학 미술이론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미술쪽 재능이 풍부했다. 학교생활을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재능이 없나?’라는 생각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배우로서의 꿈을 꾸게 된다. 미술학도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과정은 의외로 심플했다. ‘재능’에 대한 의심이었다.

“미술하다가 배우가 되신 분들이 많아요. 감우성 선배나 전수진씨가 그렇죠. 전공이 다른 배우들도 많잖아요. 학교 가서 ‘재능이 없다’는 생각을 빨리 한 것 같아요. 학교를 갔는데 ‘쟤는 타고 났구나’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물론 ‘쟤는 어떻게 들어왔지?’라는 생각이 드는 친구들도 있긴 했는데, 어쨌든 저는 미술을 그리 좋아하는 학생이 아니었어요. 학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제가 미술을 좋아하고 재능도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것도 없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족에게 미술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가족은 ‘졸업만 해라’라고 주문한다. 그 때부터 즐겁게 학교만 다닌다.

“평범한 대학생활을 했어요. 지나고 나면 못할테니까요. 그 몇 년이 인생을 좌지우지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처음 본 영화 <방가방가>서 덜컥 캐스팅이 된 거예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방가방가>와 <무사 백동수>로 꽤나 입지를 굳힌 신예 배우였다. 다양한 작품서 더 활약할 기회가 많아 보였는데, 그 이후로 활약은 저조했다. 영화 <어떤 살인>과 TV조선 드라마 <발효가족>,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등에 참여했지만, 대중이 기억할 정도의 각인을 남기지는 못했다.

“사실 꾸준히 작품은 했어요. 단막극에도 나왔고요. 작품이 얼만큼 드러나냐 아니냐의 차이 같아요. 바빠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공조> 이후로 많이 늘어난 거 같아요. 2017년 1월에 개봉한 이후로 여러 작품으로 이어졌죠.”
 

▲ ⓒ메가박스 플러스엠

한 신을 위해 단발을 만들다


<어떤 살인>에서는 힘겨운 일을 당하는 청각장애인 역에 도전한다. 신예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비록 작품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커다란 경험치가 된다. 이후에도 신현빈은 분량이나 배역을 막론하고 다양한 역할에 도전한다. <공조>가 히트를 치면서 회자됐고,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던 그는 이준익 감독 <변산>으로 재조명받더니 드라마 <자백>서 주인공 자리를 꿰찬다.

아울러 <지푸라기>서도 이야기를 시작하고 끌고 가는, 소위 ‘문을 여는 역’을 맡는다.

“많이 부담스러웠죠. 인물도 많은데, 너무 튀어도 안되잖아요.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집중했어요. 태영(정우성 분)은 블랙코미디, 중만(배성우 분)은 드라마잖아요. 저희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분위기가 있고요. 복잡하거나 지루하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유지돼야 이야기가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호평이 많은 걸 보니 연기를 못하진 않았나 봐요.”

이번 작품서도 신현빈의 역할은 다소 불우하다. 섹시하고 농염한 <변산>이나 걸크러쉬 느낌의 <자백>과는 다르다. 폭력에 노출돼 있고, 환경으로부터 오는 괴로움이 지속된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노출신도 있다.

“미란은 평범하게 살다가 그런 환경에 처해버린 여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결혼생활은 꽤나 좋았을 것이라고 전사를 그렸어요. 결혼 사진도 행복해 보여요. 상황이 이 여자를 바꿔 놓은 거죠.”

희망이 없어보이는 상황서 미란은 술집 여사장인 연희(전도연 분)를 만난다. 마치 미란의 히어로처럼 미란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완벽히 처리해준다. 사리사욕 없이 미란을 돕는다. 연희가 동경을 넘어 존경의 대상이 된 미란은 긴 머리를 잘라낸다. 연희는 처음부터 단발이었는데, 연희를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머리 길이로 표현한 것.
 

▲ ▲ⓒ메가박스 플러스엠

단 한 신, 몇 컷에 잠깐 등장한다. 누군가는 깜빡 놓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이 장면을 위해 신현빈은 다음 작품이 줄지어 촬영이 예정됐음에도, 과감하게 머리를 싹둑 잘라낸다.

“미란의 머리가 달라지는 장면부터 영화는 급속도를 내요. 강렬하게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고, 미란에게도 꼭 필요한 지점이었어요. 감독님이 머리를 자르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냥 그 말대로 한 거예요. 요즘에는 머리를 붙이는 것도 감쪽같이 잘 되기 때문에 그렇게 문제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무런 걱정 없이 자른 건 아니지만, 충분히 해결되지 않을까 싶었죠.”

<지푸라기>서 신현빈은 국내 최고의 연기력을 인정받는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기회였다.

“도연 선배는 든든했고, 제가 편할 수 있도록 늘 배려해 주셨어요. 자극되는 순간도 많았어요. 상대 배우로 연기하면서 전도연 선배의 에너지도 분명 느꼈죠. 미란이 연희에게 갖는 마음, 의지하고 믿는 그런 마음과 제가 전도연 선배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실제로 맞닿아있던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미란이 연희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촬영할 때다 전도연 선배는 제 연기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분인데, 제가 그 상황이나 감정에 집중하는 게 보이셨나 봐요. 제가 편하게 시간을 갖고 잘할 수 있게 따로 (스태프들에게)얘기도 해주셨어요. 그런데 그런 걸 내색하지 않으셨죠. 대놓고 얘기하면 제가 오히려 더 신경 쓸까 봐 그러신 것 같아요. 연기를 가르쳐주거나 알려줘서 내가 뭔가 배웠다기보다 선배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배워가게 됐어요.”

이제는 의사로…

신현빈의 다음 행선지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연이은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신원호 표 드라마에 합류했다. 작은 내용이나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조차 꺼려 했다. ‘방송으로 봐달라’는 말만 되뇌었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제가 의사라는 거예요. 대다수가 의사거든요. 어찌 됐든 그간 제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는 있어요. 그렇다고 기대가 크지는 않아요. 원하는대로 다 되지는 않더라고요. 막연하게 새로운 인물을 많이 해보고 싶다 정도만 있어요. 앞으로도 되도록 저를 이해시키는 대본과 시나리오를 선택할 생각이에요. 제가 재밌어야 남들에게도 표현할 수 있잖아요. 마음처럼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보려고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