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큰 그림 그리는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 직격인터뷰

당정청 국회까지 섭렵 “듣는 DNA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당정청 국회까지 다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23년간 훈련이 됐다.” 30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관으로 50대에는 문재인정부 첫 춘추관장으로 일했던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제21대 총선서 용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보수세’ 강하기로 정평이 자자한 용산이지만 용기를 내서 정면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권혁기 전 춘추관장 ⓒ문병희 기자

용산구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추고 있어 대한민국의 발전과 직결되는 지역구다. 그만큼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16년째 용산을 지켜온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의 불출마 선언으로 용산에는 새로운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 예정이다. <일요시사>는 용산 출마 의사를 밝힌 권혁기 전 춘추관장을 지난달 29일 만났다. 아래는 권 전 춘추관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총선에 출사표 냈다.

▲지난 23년간 당과 청와대, 국회서 근무해왔다. ‘행정 위에 정치가 있다’는 것을 문재인정부 들어서 다시 배우게 됐다. 한국의 정치 환경에는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진행될 수 없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어떤 공약을 이행하려고 할 때, 시작부터 거센 정치적 공세를 받게 되는 환경을 보면서 행정은 결국 정치의 하위기구라는 걸 느꼈다. 결국 민심을 모으는 과정이 정치기 때문에 정치가 더 중요해졌고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출마하게 됐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무엇을 했나.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80년대에 총학생회장을 하고 시민사회운동이나 정치권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기업에 들어갔다. 94년도에 공채 시험을 보고 BYC라는 메리야스 패션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영업 본부서 시장과 마케팅을 배웠다. 물건도 세일하고 대리점 장사가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획하는 마케팅도 3년간 배웠다. 시장서 상인들을 만날 때 이 얘기를 하면 좋아해주신다.


-정계 입문 계기는.

▲BYC가 대기업은 아니지만 재무구조가 튼튼한 중소기업이다. 세일즈를 잘해서 상금도 많이 탔다. 그러다 20대 후반의 봉급쟁이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직장서 잘 살고 있는 것이 과연 내 책임을 다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92년도 대선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 후보가 낙선했고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가 됐다. 청년 학생운동을 하면서 수평적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었던 유권자 중의 한 명으로서 연청(민주연합청년동지회)에 노크하고 입문하게 됐다. 97년도에 고 김홍일 전 의원, 정세균 총리님과 연청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를 도우면서 수평적 정권교체에 도움 드리는 일을 했다.

대선이라는 그런 큰 의제가 있으니 열심히 뛰기는 했지만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실제로 회사 생활이 재밌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수평적 교체가 이뤄진 후에 연청 선배들로부터 최초로 정권을 잡았는데 잡아놓고 왜 돌아가냐는 만류가 있었고 이때 정치권에 남게 됐다.

-정세균 총리와 인연이 깊다.

▲연청서 인연이 됐다. 정세균 총리가 2007년도에 열린우리당 마지막 의장을 했다. 그때 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갔다가 해양수산부서 장관정책보좌관을 2년6개월 정도 하고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으로 복귀했다. 정세균 총리가 당 대표를 하실 때 당 대변인실 실장을 했다. 또 국회의장 하실 때는 제가 부대변인을 하게 됐다. 의장님하고 정치적 연이 굉장히 깊다.

-왜 용산을 선택했나.


▲용산은 제가 태어난 고향으로 서빙고 태생이다. 용산은 정치적으로 자유한국당에 조금 더 유리한 지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대통령을 모셨던 비서관으로서 어려운 곳에서 용기를 내어 출마를 하는 게 명분도 있고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용산의 매력은 무엇인가.

▲예산만 통과되면 여지없이 나오는 보도가 ‘쪽지 예산’에 관한 것이다. 자기 지역구 챙기기, 지역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기사다. 그런 성격의 쪽지 예산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용산에 필요한 예산은 용산 주민만을 위한 예산이 아니다. 서울 시민을 포함해 전 국민을 위한 예산이 될 수 있다.

‘보수세’ 강한 용산서 용기 내 출마
“국민 위해 뛴다” 23년 이력이 무기

예를 들어 곧 반환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한미군기지를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국가 공원으로 만든다면, 필요한 예산을 쪽지 예산으로 넣었다고 해서 용산 이기주의라고 하고 공격 받지는 않을 것이다. 또 용산역과 서울역을 현대화하고 물류 기지 역할로 만드는 예산을 의정활동을 통해 따겠다고 하면, 그게 용산 주민만을 위한 예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실 거다. 용산은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필요한 정책과 입법 예산이 곧 전 국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곳이다.

-지역구 현안엔 무엇이 있나.

▲용산의 가장 큰 현안은 주한미군기지 반환 협상인데 사실 지난 10여년간 지지부진했다. 동두천 미군기지는 반환 결정이 났는데 몇 미군기지는 아직 반환 결정이 나지 않아서 정부가 더 속도를 내겠다고 표명한 상황이다. 용산은 서울 도심을 향하는 관문이다. 미군기지 이전에는 일본 군대가 주둔했고 조선 말기에 청나라 군대가 주둔을 하면서 약 몇백년간 외국 군대가 지배했던 땅이다.
 

▲ 21대 총선서 용산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문병희 기자

그러다 보니 서울의 교통에 안 좋은 악영향도 준다. 민족적 자긍심은 말할 나위도 없다. 미군기지가 속히 반환되는 게 필요하다. 협상의 걸림돌 중 환경오염 부담금 이야기가 있는데 미군기지를 주변으로 한 교통난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더 훨씬 심각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역과 서울역의 지하화를 통해서 지상을 온전하게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안을 밝혔다.

2022년에 코레일이 그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게 됐다. 용산역서 서울역까지 지하화가 되면 약 8만평의 부지가 나온다. 철도로 길이 나뉘는 것이 해소될 뿐 아니라 8만평 부지가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현안 해결을 위한 방안은.

▲현실적인 협상으로 조속히 반환을 받아내 국민들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국가대표 공원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행정의 힘만으로는 되지는 않는다. 미군기지를 공원화하는 일에는 국방부, 국토부, 문화관광부 등에 책임 권한이 산재돼있다. 이건 구청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서울시청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결국은 전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종합 발전 플랜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치적 조정이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되는 것이다.

-요즘 일과는 어떤가.


▲용산서 출퇴근하시는 분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첫 번째 일과다. 아침 7시부터 출근 요지서 시민들을 만난다. 처음 이틀 정도는 명함만 드렸는데 명함을 받는 확률이 떨어졌다. 이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후보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와 소통을 해야 한다. 이력만 봐달라고 홍보하는 거 자체가 잘못됐구나 싶었다. 그래서 3일 차부터 큰 소리로 유권자들이 오시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 권혁기입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하고 절을 하면 다들 쳐다보신다. 그 후 저희 팀원들이 명함을 드리면 받으신다. 교감을 했기 때문이다. 정치인 명함을 막 뿌린 데 보면 명함이 많이 떨어져있는데, 인사한 다음 1500장 정도 명함을 드렸을 경우 정말 두세 장도 안 떨어져 있다. 오전에는 오피니언 리더들 또는 정책적인 제안을 해주시는 분들과 면담을 한다.

오후에는 주민들이 많이 왕래하시는 주요 장소서 인사하고 상가별로 방문한다. 대형 상가 메인 스트리트는 거의 다 돌았다. 요즘은 골목상권을 다니고 있다. 한참 걸어가야 슈퍼 하나 나오는 곳이다. 용산에 있는 모든 골목상권까지 다 인사드리는 게 계획이다. 골목상권 안까지 들어가서 인사드리면 여기까지 왔냐며 호감 표시가 적극적여서 훨씬 더 보람된다.

-실제 지역 주민분들을 만나봐도 보수세가 강한가.

▲그렇게 알고 1년간 바닥을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한국당이 말하는 정권 심판론은 아직까지 느끼지 못했다. 들으시라고 일부러 민주당 후보라고 외친다. 보수층이 밀집돼있는 동네서도 인사하고 대화도 나눈다. 정권 심판론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원래 총선은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는 느껴진다.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용산의 유권자들은 정치문화에 변화를 바라고 계신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금 더 역동적이고 조금 더 진화된 정치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문들을 참 많이 하셨다.
 

-용산서 진영 행정부장관이 4선을 했다.


▲진영 의원님이 4선을 하셨고 성장현 구청장님도 3선째다. 두 분이 용산을 잘 이끌어오셨는데 진 장관의 불출마 선언이 유권자들께서 그런 주문을 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 같다. 용산 정치의 한 세대가 정리가 되니 다음 세대로 정치문화가 넘어가서 발전적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야 할 것 없이 젊고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후보를 원한다는 말씀도 참 많이 하신다. 유권자분들은 싱싱하게 열심히 뛰어다닐 수 있는 사람, 추진력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많이 말씀하셨다. 그래서 여야를 떠나 그런 변화에 대한 요구에 부합하는 후보가 훨씬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용산 출마설이 유력하게 나온다.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다가 이낙연 전 총리의 대결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는 당내 기류 때문에 용산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수 진영의 대선 1위인데 첫 단추부터 잘못된 정치행보라 생각한다. 용산 또는 알파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이 전 총리와의 대결을 피하는 지역구를 찾는 것인데, 대선주자로서 좋느냐는 질문은 한국당 내부서부터 나와야 할 것 같다.

만약에 그 카드로 용산을 선택한다면 저는 정면승부할 것이다. 용산은 정치적인 변화나 역동적인 추진력을 주민들이 많이 요구하고 있다. 황 대표의 선택은 용산 주민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으로 온다면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하는 심정으로 멋지게 평가받아보겠다.

“두세 번 듣고 한 번 말하고
바로 행동하는 정치인 될 것”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일단 당에서 훈련이 됐고 정부 경험도 있다. 청와대서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두 분에 걸쳐 행정관과 춘추관장 경력을 가졌다. 당정청 국회까지 다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을 한다. 23년간 훈련이 됐고 당에서는 주로 전략기획국장을 맡거나 대변인실 실장 업무를 했다.

문정부에서는 10개월 동안 춘추관장을 하면서 당의 정책 또는 청와대 입장을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했다. 언론인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이견을 좁혀가는 일을 하다 보니 협의하는 DNA가 생겨났고 듣는 DNA도 생겨났다. 23년간의 훈련된 과정 속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정책과 입법과정에 담을 수 있는 소통능력이 제일 큰 장점이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소통은 무엇이라 보나.

▲유권자가 원하는 건 인사만 하고 휙 가지 말고 앉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이다. 정치인이 말하는 소통은 나의 입장과 나의 비전을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소통은 국민들 이야기를 잘 들어달라는 것이다. 4시간 반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다 보면 실제로 그 안에 답이 다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지금 굉장히 높다.

-언론과 지속적인 스킨십을 해왔다. 언론의 문제는 무엇이라 보나.

▲미국도 보수지가 있고 진보지가 있다. 진보 독자가 있고 보수 독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게 언론의 논조인데 이는 언론의 고유 권한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언론사의 논조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다만 오보에 대해서는 언론이 조금 더 용기를 낸 개혁이 필요하다. 오보가 발생하면 시민들의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바로 잡는 과정이 너무 길어, 바로 잡힌다고 한들 이미 피해자의 피해는 굉장히 크다.
 

▲ 인터뷰 갖는 권혁기 전 춘추관장 ⓒ문병희 기자

또 기존의 언론뿐만 아니라 요즘 더 문제가 되는 게 유튜브 방송이다. 언론사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유튜브 방송도 많이 생겼다. 근데 언론사처럼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피해를 보는 국민 입장서 오보를 신속하게 바로잡는 과정, 그리고 오보에 따른 피해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서 제도화가 시급하다.

-최근 민주당에 외부영입된 인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인재검증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인재를 영입할 때는 일단 보안도 중요하고 여야가 선두 다툼을 벌이는 것도 있다. 철저한 검증도 중요한데 표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건 신상자료를 제공받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생활 영역은 정말 검증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검증 한계의 한 사건이었다. 말 그대로 누가 고의성이 있거나 누락하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도 아닌 것 같다.

-청와대 프리미엄 누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을 모시고 같이 국정운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 프리미엄이 맞다. 그런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이라는 점은 예비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에게 어필되니 프리미엄이라고 인정하는 게 맞다. 다만 공천과 경선 과정서 청와대 특혜가 있느냐는 별개다. 당이 청와대 출신에 대한 특혜는 없다고 했는데 이는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누군가가 공천서 특혜를 받으면 이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공정의 가치가 굉장히 높은 사회기 때문이다. 아마 누군가가 특혜를 받으면 언론이 그걸 가만히 놔둘리도 없다. 청와대 출신이 갖고 있는 메리트는 인정하지만 공천과 경선 과정서 특혜는 없을 것이며, 있어서도 안 된다. 다 각자의 지역구 상황에 따른 본인의 경쟁력으로 각자도생하는 거다. 또 많은 청와대 출신들이 출마한다고 하지만, 모두 다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다.

-당에서 용산 전략공천 움직임이 있다.

▲당 지도부가 언급했던 경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저를 비롯해 네 명의 예비후보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조금 어려운 지역이지만 용산에 가장 적합한 후보를 뽑을 수 있는 분들은 오랫동안 정치를 하신 당원과 우리 지지자들이다. 그분들에게 맡기는 것이 최고의 검증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길이다. 용산을 경선지역으로 돌려서 당원과 용산 주민들이 직접 민주당 후보를 뽑게 한다면, 그 카드는 분명히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잘 듣는 정치인이다. 캐치프레이즈가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고 바로 행동하겠다’는 거다. 어눌한 언변을 갖고 계셔서 설명할 때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이야기까지도 잘 들어드리는 정치,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내서 행동으로 옮기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sangmi@ilyosisa.co.kr>


[권혁기는?]

▲용산구 서빙고동 출생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실 춘추관장
▲국회 대변인실 부대변인
▲민주당 전략기획국 국장
▲해양수산부 장관 정책보좌관
▲청와대 국내언론비서실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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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