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발’ 386 용퇴론

박수칠 때 떠나? 남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차기 대권후보로 꼽혔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전격 발표했다. 임 전 실장은 현 정부의 핵심 실세로 86그룹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의 갑작스런 선언으로 ‘86그룹 용퇴론’이 불거지면서 여의도엔 최근 ‘세대교체론’의 바람이 불고 있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돌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86그룹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의 선언이 여권의 세대교체론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돌연…
불출마

임 전 실장은 “예나 지금이나 저의 가슴에는 항상 같은 꿈이 자리 잡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 번영. 제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을 이제는 민간 영역서 펼쳐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 캠페인부터 비서실장까지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한 2년 남짓한 시간이 제 인생 최고의 기쁨이고 보람이었다”며 “50 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게 두렵기도 하다.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꾸며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뛰어가겠다”고 적었다.

임 전 실장은 2000년 김대중정부 시절 ‘젊은피 수혈론’으로 국회에 입성해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될 때 ‘2인자’ 자리인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지난 1월에 대통령비서실장직서 물러난 뒤, 내년 총선서 종로 출마를 위해 은평구서 종로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을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인으로 자리잡은 그가 내년 총선서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종로에 출마해, 차기 대권 후보군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은 진정성 있는 정계 은퇴가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조국 정국’ 이후 86그룹 운동권은 ‘정치 기득권’이라는 비판이 크게 일고 있는 상황서 임 전 실장이 느끼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 전 장관 사태 파동 이후에 우리 세대에 대해 이런저런 질타가 쏟아졌지 않나. 국회의원 탐욕을 갖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느니, 진짜 하고 싶었던 통일운동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마음 정리를 해온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종로를 맡고 있는 같은 당 정세균 의원(6선)과의 지역구 조율 실패도 불출마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 의원은 7선 도전을 위해 지역구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가 됐다” 세대교체 방아쇠
임의 큰 그림? 아름다운 선택?

정 의원이 종로를 내줄 의사가 없다는 게 명백해진 상황서 임 전 실장이 다른 지역구로 옮기는 것도 모양새가 빠지니 잠시 물러나 있겠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남북 정상회담의 주역을 맡았던 경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경력이 있다. 이를 살려 2022년 지방선거서 서울시장 출마 또는 차기 통일부장관 입각 등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그린 후 불출마를 선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임 전 비서실장의 갈등설도 불출마 원인으로 꼽힌다. 양 원장은 최근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서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인사들이 청와대 출신 경력을 총선서 정치적인 경쟁력으로만 활용하는 데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임 전 실장의 의도와 상관 없이 총선을 준비하는 청와대 인사들에겐 ‘청와대 출신이라고 해서 지역구를 정리하거나 챙겨주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분명하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86그룹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학생운동으로 민주주의 쟁취에 앞장서면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정계에 입문, 현재 정치권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잡아 어엿한 중진 의원들로 성장했다.

민주당 86그룹 중 재선 및 중진의원은 이인영 원내대표를 포함해 박홍근·송영길·안민석·김태년·우상호·우원식·윤호중·조정식·최재성 등이 포함돼있다. 큰 물갈이 폭과 참신한 인적쇄신은 선거서 당의 승리를 이끄는 주요 변수로 꼽히는 만큼 이들은 매 선거철마다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돼왔지만 당 지도부가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임 전 실장이 ‘자기 희생’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당내에서 인적쇄신의 정당성은 이미 확보된 셈이다.

“적극적으로
놓아야 된다”

쇄신론에 불을 지폈던 민주당 이철희 의원 역시 임 전 실장의 불출마에 대해 ‘아름다운 선택’이라며 당내 86그룹 정치인들을 향해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개개인이 역량 있는 사람들은 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의 세대, 그룹으로서는 저는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이 국회를 너무 독점하기보다는 젊은 세대에게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더 적극적으로는 386이라고 하는 86그룹이 퇴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30세대 청년 정치인의 유입이 끊겨 있어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국회에 세대교체론을 과감히 요구한 셈이다. 또, 평등과 공정을 외치는 청년들이 많아진 만큼 후배 정치인들에게 시대의 문제를 풀 역할을 물려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86그룹 용퇴론을 성찰과 반성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서 “지난 30년간 386그룹이 정치권의 주역으로 있으면서 혁신에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불출마만이 좋은 선택은 아니다”라며 맹목적인 중진, 86그룹 퇴진설에 우려를 표했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반면 쇄신론의 대상으로 꼽힌 의원들의 불만도 거세다. 86그룹 의원들이 기득권화 및 세대교체 대상으로 분류된 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당내 어느 정도 형성돼있다. 대표적인 86그룹의 핵심축인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모든 사람이 다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86그룹 용퇴론 확산에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86그룹이)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힘을 모아줘야 한다”며 “이런 시기에 근거 없이 386, 586을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민주개혁 세력을 분열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쾌감
표출도

또 다른 86그룹 민주당 우 전 원내대표 역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우 의원은 TBS 라디오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파동 이후에 우리 세대에 대해서 이런 저런 질타가 쏟아졌는데,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돼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86그룹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윗세대 선배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 주역이 돼 일해본 경험이 없다. 어느 세대는 안 된다며 선거를 앞두고 한바탕 제사상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청산 대상으로 지목받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강하게 표출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86그룹은 국회의원을 직업 삼아 하는 게 아니라 정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뜻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단지 오래 했다는 이유로 나가라고 하면 당내서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구만 챙기는 다선 의원을 정리하기 위해 특정 세대를 겨냥한 쇄신 요구를 띄울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50대인 86그룹이 은퇴할 나이가 아니라는 점에서 50년대생인 중진의원들이 용퇴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86그룹의 용퇴가 아니라 중진 용퇴 쪽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이해찬 대표를 따로 만나 ‘중진 용퇴론’에 대한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임 전 실장과 종로 지역구를 두고 다퉜던 정 의원에 대한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국회의장까지 하고도 그 자리를 더 하겠다고 버티는 게 후배 입장에선 참 민망하다. 자유한국당에선 김세연 의원(3선)이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여당은 뭐 하고 있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참에 정치 풍토가 잡혔으면 좋겠다. 정말 양보해서 4선까지 한 사람은 5선에 도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런 가운데 비례대표로 20대 국회 입성한 이용득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 의원은 은퇴 선언문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 정치환경에서는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며 “직접 경험해보니 우리 정치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 정국’ 민낯 보인 86그룹
물갈이 폭보단 ‘판갈이' 중요


민주당 의원 128명 중 3선 이상 중진은 38명,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이 대표는 현재 당내서 최소 25명의 의원이 불출마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민주당 현역 의원 중 공개적으로 21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의원은 이해찬 대표, 이철희·표창원·이용득 의원과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문희상 국회의장 7명이다.

7선의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때 “튼튼하게 당을 닦아 재집권할 기반을 마련하는 게 저의 마지막 역사적 소임”이라며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했다. 민주당 출신이지만 국회의장은 당적을 가질 수 없어 현재 무소속 신분인 문희상 국회의장(6선)도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원혜영(5선)·백재현(3선) 의원 등도 불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백원우 부원장 역시 이미 총선 불출마 의사를 이미 밝혔다.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내달 10일부터 21대 국회의원 예비 후보 등록신청 시작인 내달 17일을 전후로 불출마 선언 러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물갈이 폭보다는 젊은 세대에게 문을 열어주는, 제대로 된 ‘판갈이’를 마련하는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6그룹은 2000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피 수혈론’의 결단으로 정계에 대거 진출했다. 반면 2019년 현재는 청년 정치인들이 정계 입성을 위해 올라야 할 현실 정치의 벽은 너무 높다. 이는 정치 입문에 혜택을 받았던 86그룹이 청년 정치인 세대를 키우는 작업에 소홀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조국 정국을 겪으면서 청년세대는 86그룹의 기만과 위선의 민낯을 보게 됐다. 진짜 쇄신을 위해서는 ‘공정’과 ‘평등’을 외치는 청년들 사이서 86그룹의 용퇴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 터져 나오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청년 정치인
키우는 작업

민주당 지도부는 인재영입 과정서 ‘청년세대에 대한 기회 부여’ 등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86그룹의 기득권화에 담긴 본질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아울러 당내 평가 과정을 통한 중진의원들의 명예로운 퇴진의 방식을 강구하고, 본인의 결단에 따른 질서 있는 세대교체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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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