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문’ 당권장악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09 10:54:35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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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 범문 신문…친문 권력화 조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친 문재인)이 분화하고 있다. 진문(진짜 친문)·뼈문(뼈 속 깊이 친문)·범문(범 친문)·신문(새로운 친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이하 전대)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기에 진문 의원으로 구성된 부엉이 모임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당내 기류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친문을 뿌리로 한 여러 하위 계파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분류하는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을 종합하면 뼈문은 18대 대선 이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지근거리서 활동했던 최측근 그룹을 의미한다.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과 친문 중진인 이해찬·최재성 의원, 2012년 대선 캠프서 활동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2012년부터
문파 분류

진문은 지난 19대 대선을 전후로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그룹이다. 주로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정부서 근무했던 인사들과 19대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뼈문과 진문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아 양쪽 모두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인사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전해철 의원이 진문의 좌장격으로 분류되면서 동시에 뼈문의 일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범문은 주로 초선 의원들로 문 대통령이 영입한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은 6·13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친문을 자처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전대를 앞두고 뼈문·진문·범문을 아우르는 모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부엉이’ 모임이다. 부엉이라는 이름은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부엉이바위를 연상케 하는가 하면, 부엉이처럼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달(Moon)인 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의미라고 한다. 

부산 지역에선 문 대통령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별명이 부엉이였다는 말도 들려온다.

이러한 정치권의 해석은 과하지 않다. 

부엉이 모임의 일원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부엉이의 뜻에 대해 “봉하마을의 부엉이바위를 잊지 말자,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하셨던 철학과 정신을 기억하자, 이런 의미”라며 “어두운 저녁에 활동을 하는 새가 부엉이다. 문재인정부가 힘들고 어려울 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로 부엉이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엉이 모임의 회원 수는 40여명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그보다 적은 25∼30여명이라고 한다. 황희 의원이 주로 연락 등을 담당하며 간사 역할을 해왔다. 모임의 시작점을 두고는 말이 많지만 18대 대선서 문 대통령이 낙선한 이후 결성된 ‘담쟁이’ 모임이 지금의 부엉이 모임으로 진화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중론이다.

부엉이 모임은 출범 이후 세를 확장해왔다. 1차 부엉이 모임은 뼈문·진문의 모임이었다. 박범계·강병원·고용진·권칠승·황희 의원 등 노무현정부 청와대서 일했던 인사 약 15명 규모였다. 이후 20대 총선, 19대 대선, 6·13지방선거 등에서 민주당이 승승장구하면서 모임 참여자도 늘었다. 


안희정계와 이번 재보궐 당선인까지 합쳐져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다.

25∼30여명
전해철 좌장

부엉이 모임의 일원인 박범계 의원은 “부엉이 모임은 1차 구성원들이 있었고 2차 구성원으로 지금은 확대돼있다”며 “1차 구성원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우리 당이 위기일 때, 문 대통령이 우리 당에 계실 때 분열의 난맥상 있는 시기에 빛나는 역할을 해준 의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시로 모여 식사를 가졌다. 6·13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세 차례 정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비는 따로 없이 선수가 높은 선배가 식사를 산다고 한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마포 인근서 신입회원 환영식을 열었다.

이에 정치권에선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마포 쪽으로 이동해 모임을 가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부엉이 모임이 존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문 일각에선 상대적 박탈감도 호소한다. 친문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체가 있는 모임을 가졌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앞서 ‘청우회’ ‘참정회’ 등 노무현정부 출신 고위 인사들의 친목 모임이 있었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모임이 공식적 채널을 통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의 담쟁이 문정권 부엉이로
친노서 시작…묘한 당내 기류

부엉이 모임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당내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모임에 속하지 않던 인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이들이 친문 후보 단일화, 친문 줄 세우기 등을 모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이 모임에는 이해찬, 박범계, 전해철 등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이 속해 있다. 단일화 모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박범계 의원은 이미 전대 출마를 공식 발표했는데 민주당 당권주자 중 첫 스타트 주자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을 홀로 뛰게 하지 않겠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당원과 대표가 혼연일체가 돼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을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박 의원 외에도 이해찬, 전해철, 최재성 의원 등 뼈문·진문으로 분류되는 당권주자들이 전대 출마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부엉이 모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비문계의 대표 주자인 5선 이종걸 의원은 부엉이 모임과 관련해 “우물가에서 물을 퍼야지 숭늉을 찾으면 안 된다. 우물가에 온 우리에게 국민이 지시하고 지지해주는,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 그것부터 하고 난 다음 집에 가서 숭늉도 끓여 먹고 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온 몸을 던져 여태까지 정치적 역량을 총 결집 시키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야당서도 부엉이 모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친문 부엉이 모임이란 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전대를 앞둔 세 결집이라고 하고 참가자가 수십명 이른다고 한다”며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집권당 핵심 의원들이 이런 모임에만 관심이 있는 것에 매우 안타깝고 무책임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친박 보고
배운 것 없나?

민주당과 개혁입법연대를 추진하는 정의당도 부엉이 모임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석 대변인은 지난 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들(부엉이 모임)의 활동 목적은 문 대통령을 밤에도 지키는 부엉이가 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대통령의 친위조직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 전대가 코앞이고 지방선거 압승과 함께 지지율이 고공행진 하는 중에 당 내외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파 모임이 결성된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도 “집권당(민주당)은 대통령 권력에 치중하고 대통령 권력만을 위한 당 체제가 되기를 원하느냐”며 “수평적 당청 관계가 되지 못하고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면 우리처럼 위험해지고 망해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서 벌어졌던 공천 파동을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걸어 소위 진박을 자처했다. 

이어 친박 실세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방으로 내려가 선별적으로 후보와 만찬을 가져 ‘진박 감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민심은 진박 감별을 탐탁찮게 바라봤다. 결국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둬 여소야대 정국을 불러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다.

이렇듯 민주당 안팎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뼈문·진문 인사들이 수습에 나섰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범계 의원은 “언론에 이 모임의 존재 가치에 대한 기사가 아니라 전대와 관련해서 (이 모임이) 처음으로 보도됐다.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눈이 중요하다. 적어도 전대 전까지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선·대선 치르며 세 불려
해산 발표, 정가는 ‘글쎄∼’

당권주자 중 한 명이자 부엉이 모임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은 팟캐스트서 “(부엉이 모임은) 조직적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닌 친목모임이다. 몇 년간 해왔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가 (전대를 앞두고)모여서 뭘 하고 있지 않으냐고 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친노·친문 모임이라고 (비판)해서 조직적으로 (활동)하지 못했고 이심전심으로 해온 모임”이라며 “지난 대선까지는 나름 역할을 하려 했지만, 이후에는 조직적으로 할 이유를 못 느껴 친목모임처럼 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 안팎서 부엉이 모임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해당 모임은 일단 해산하기로 했다. 회원인 전재수 의원은 지난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모임 해산을 결정했다. 밥 먹는 모임이기 때문에 해산도 상당히 쉽다”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이라도 민감하고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이면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며 “더구나 전대를 앞두고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황희 의원도 자신의 SNS에 “뭔가 의도되고 목적이 있는 모임이 아닌 관계로 이렇게까지 오해를 무릅쓰고 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그동안 대선 경선에 고생했던 의원들 간 밥 먹는 자리였는데 그마저도 그만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모임 해산?
누가 믿나

그러나 해당 모임이 완전한 의미의 해산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회원들도 “전대 후 연구모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어떤 형태로든 모임이 지속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비판이 쏟아지자 해산했다고 하지만 누가 믿겠는가. 일시적으로 모임을 중단하는 눈가림식 정치적 해산에 불과하다”며 “‘부엉이’ 모임은 계파 정치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하성 국민연금 인사 개입?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 최고 책임자인 운용본부장(CIO) 후보를 추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서 “장 실장으로부터 국민연금 CIO 지원을 먼저 권유받았고, 인사수석실도 ‘지원서를 작성하기 전 어려움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 기자를 통해 “장 실장이 국민연금 CIO 후보를 추천해 지원했다는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장 실장은 추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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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