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문’ 당권장악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09 10:54:35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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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 범문 신문…친문 권력화 조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친 문재인)이 분화하고 있다. 진문(진짜 친문)·뼈문(뼈 속 깊이 친문)·범문(범 친문)·신문(새로운 친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이하 전대)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기에 진문 의원으로 구성된 부엉이 모임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당내 기류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친문을 뿌리로 한 여러 하위 계파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분류하는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을 종합하면 뼈문은 18대 대선 이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지근거리서 활동했던 최측근 그룹을 의미한다.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과 친문 중진인 이해찬·최재성 의원, 2012년 대선 캠프서 활동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2012년부터
문파 분류

진문은 지난 19대 대선을 전후로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그룹이다. 주로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정부서 근무했던 인사들과 19대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뼈문과 진문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아 양쪽 모두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인사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전해철 의원이 진문의 좌장격으로 분류되면서 동시에 뼈문의 일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범문은 주로 초선 의원들로 문 대통령이 영입한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은 6·13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친문을 자처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전대를 앞두고 뼈문·진문·범문을 아우르는 모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부엉이’ 모임이다. 부엉이라는 이름은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부엉이바위를 연상케 하는가 하면, 부엉이처럼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달(Moon)인 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의미라고 한다. 

부산 지역에선 문 대통령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별명이 부엉이였다는 말도 들려온다.

이러한 정치권의 해석은 과하지 않다. 

부엉이 모임의 일원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부엉이의 뜻에 대해 “봉하마을의 부엉이바위를 잊지 말자,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하셨던 철학과 정신을 기억하자, 이런 의미”라며 “어두운 저녁에 활동을 하는 새가 부엉이다. 문재인정부가 힘들고 어려울 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로 부엉이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엉이 모임의 회원 수는 40여명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그보다 적은 25∼30여명이라고 한다. 황희 의원이 주로 연락 등을 담당하며 간사 역할을 해왔다. 모임의 시작점을 두고는 말이 많지만 18대 대선서 문 대통령이 낙선한 이후 결성된 ‘담쟁이’ 모임이 지금의 부엉이 모임으로 진화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중론이다.

부엉이 모임은 출범 이후 세를 확장해왔다. 1차 부엉이 모임은 뼈문·진문의 모임이었다. 박범계·강병원·고용진·권칠승·황희 의원 등 노무현정부 청와대서 일했던 인사 약 15명 규모였다. 이후 20대 총선, 19대 대선, 6·13지방선거 등에서 민주당이 승승장구하면서 모임 참여자도 늘었다. 

안희정계와 이번 재보궐 당선인까지 합쳐져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다.

25∼30여명
전해철 좌장

부엉이 모임의 일원인 박범계 의원은 “부엉이 모임은 1차 구성원들이 있었고 2차 구성원으로 지금은 확대돼있다”며 “1차 구성원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우리 당이 위기일 때, 문 대통령이 우리 당에 계실 때 분열의 난맥상 있는 시기에 빛나는 역할을 해준 의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시로 모여 식사를 가졌다. 6·13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세 차례 정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비는 따로 없이 선수가 높은 선배가 식사를 산다고 한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마포 인근서 신입회원 환영식을 열었다.

이에 정치권에선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마포 쪽으로 이동해 모임을 가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부엉이 모임이 존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문 일각에선 상대적 박탈감도 호소한다. 친문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체가 있는 모임을 가졌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앞서 ‘청우회’ ‘참정회’ 등 노무현정부 출신 고위 인사들의 친목 모임이 있었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모임이 공식적 채널을 통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의 담쟁이 문정권 부엉이로
친노서 시작…묘한 당내 기류

부엉이 모임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당내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모임에 속하지 않던 인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이들이 친문 후보 단일화, 친문 줄 세우기 등을 모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이 모임에는 이해찬, 박범계, 전해철 등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이 속해 있다. 단일화 모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박범계 의원은 이미 전대 출마를 공식 발표했는데 민주당 당권주자 중 첫 스타트 주자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을 홀로 뛰게 하지 않겠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당원과 대표가 혼연일체가 돼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을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박 의원 외에도 이해찬, 전해철, 최재성 의원 등 뼈문·진문으로 분류되는 당권주자들이 전대 출마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부엉이 모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비문계의 대표 주자인 5선 이종걸 의원은 부엉이 모임과 관련해 “우물가에서 물을 퍼야지 숭늉을 찾으면 안 된다. 우물가에 온 우리에게 국민이 지시하고 지지해주는,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 그것부터 하고 난 다음 집에 가서 숭늉도 끓여 먹고 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온 몸을 던져 여태까지 정치적 역량을 총 결집 시키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야당서도 부엉이 모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친문 부엉이 모임이란 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전대를 앞둔 세 결집이라고 하고 참가자가 수십명 이른다고 한다”며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집권당 핵심 의원들이 이런 모임에만 관심이 있는 것에 매우 안타깝고 무책임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친박 보고
배운 것 없나?

민주당과 개혁입법연대를 추진하는 정의당도 부엉이 모임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석 대변인은 지난 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들(부엉이 모임)의 활동 목적은 문 대통령을 밤에도 지키는 부엉이가 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대통령의 친위조직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 전대가 코앞이고 지방선거 압승과 함께 지지율이 고공행진 하는 중에 당 내외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파 모임이 결성된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도 “집권당(민주당)은 대통령 권력에 치중하고 대통령 권력만을 위한 당 체제가 되기를 원하느냐”며 “수평적 당청 관계가 되지 못하고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면 우리처럼 위험해지고 망해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서 벌어졌던 공천 파동을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걸어 소위 진박을 자처했다. 

이어 친박 실세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방으로 내려가 선별적으로 후보와 만찬을 가져 ‘진박 감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민심은 진박 감별을 탐탁찮게 바라봤다. 결국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둬 여소야대 정국을 불러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다.

이렇듯 민주당 안팎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뼈문·진문 인사들이 수습에 나섰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범계 의원은 “언론에 이 모임의 존재 가치에 대한 기사가 아니라 전대와 관련해서 (이 모임이) 처음으로 보도됐다.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눈이 중요하다. 적어도 전대 전까지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선·대선 치르며 세 불려
해산 발표, 정가는 ‘글쎄∼’

당권주자 중 한 명이자 부엉이 모임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은 팟캐스트서 “(부엉이 모임은) 조직적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닌 친목모임이다. 몇 년간 해왔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가 (전대를 앞두고)모여서 뭘 하고 있지 않으냐고 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친노·친문 모임이라고 (비판)해서 조직적으로 (활동)하지 못했고 이심전심으로 해온 모임”이라며 “지난 대선까지는 나름 역할을 하려 했지만, 이후에는 조직적으로 할 이유를 못 느껴 친목모임처럼 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 안팎서 부엉이 모임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해당 모임은 일단 해산하기로 했다. 회원인 전재수 의원은 지난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모임 해산을 결정했다. 밥 먹는 모임이기 때문에 해산도 상당히 쉽다”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이라도 민감하고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이면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며 “더구나 전대를 앞두고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황희 의원도 자신의 SNS에 “뭔가 의도되고 목적이 있는 모임이 아닌 관계로 이렇게까지 오해를 무릅쓰고 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그동안 대선 경선에 고생했던 의원들 간 밥 먹는 자리였는데 그마저도 그만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모임 해산?
누가 믿나

그러나 해당 모임이 완전한 의미의 해산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회원들도 “전대 후 연구모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어떤 형태로든 모임이 지속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비판이 쏟아지자 해산했다고 하지만 누가 믿겠는가. 일시적으로 모임을 중단하는 눈가림식 정치적 해산에 불과하다”며 “‘부엉이’ 모임은 계파 정치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하성 국민연금 인사 개입?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 최고 책임자인 운용본부장(CIO) 후보를 추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서 “장 실장으로부터 국민연금 CIO 지원을 먼저 권유받았고, 인사수석실도 ‘지원서를 작성하기 전 어려움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 기자를 통해 “장 실장이 국민연금 CIO 후보를 추천해 지원했다는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장 실장은 추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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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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