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문’ 당권장악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09 10:54:35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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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 범문 신문…친문 권력화 조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친 문재인)이 분화하고 있다. 진문(진짜 친문)·뼈문(뼈 속 깊이 친문)·범문(범 친문)·신문(새로운 친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이하 전대)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기에 진문 의원으로 구성된 부엉이 모임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당내 기류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친문을 뿌리로 한 여러 하위 계파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분류하는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을 종합하면 뼈문은 18대 대선 이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지근거리서 활동했던 최측근 그룹을 의미한다.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과 친문 중진인 이해찬·최재성 의원, 2012년 대선 캠프서 활동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2012년부터
문파 분류

진문은 지난 19대 대선을 전후로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그룹이다. 주로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정부서 근무했던 인사들과 19대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뼈문과 진문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아 양쪽 모두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인사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전해철 의원이 진문의 좌장격으로 분류되면서 동시에 뼈문의 일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범문은 주로 초선 의원들로 문 대통령이 영입한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은 6·13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친문을 자처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전대를 앞두고 뼈문·진문·범문을 아우르는 모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부엉이’ 모임이다. 부엉이라는 이름은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부엉이바위를 연상케 하는가 하면, 부엉이처럼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달(Moon)인 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의미라고 한다. 

부산 지역에선 문 대통령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별명이 부엉이였다는 말도 들려온다.

이러한 정치권의 해석은 과하지 않다. 

부엉이 모임의 일원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부엉이의 뜻에 대해 “봉하마을의 부엉이바위를 잊지 말자,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하셨던 철학과 정신을 기억하자, 이런 의미”라며 “어두운 저녁에 활동을 하는 새가 부엉이다. 문재인정부가 힘들고 어려울 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로 부엉이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엉이 모임의 회원 수는 40여명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그보다 적은 25∼30여명이라고 한다. 황희 의원이 주로 연락 등을 담당하며 간사 역할을 해왔다. 모임의 시작점을 두고는 말이 많지만 18대 대선서 문 대통령이 낙선한 이후 결성된 ‘담쟁이’ 모임이 지금의 부엉이 모임으로 진화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중론이다.

부엉이 모임은 출범 이후 세를 확장해왔다. 1차 부엉이 모임은 뼈문·진문의 모임이었다. 박범계·강병원·고용진·권칠승·황희 의원 등 노무현정부 청와대서 일했던 인사 약 15명 규모였다. 이후 20대 총선, 19대 대선, 6·13지방선거 등에서 민주당이 승승장구하면서 모임 참여자도 늘었다. 


안희정계와 이번 재보궐 당선인까지 합쳐져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다.

25∼30여명
전해철 좌장

부엉이 모임의 일원인 박범계 의원은 “부엉이 모임은 1차 구성원들이 있었고 2차 구성원으로 지금은 확대돼있다”며 “1차 구성원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우리 당이 위기일 때, 문 대통령이 우리 당에 계실 때 분열의 난맥상 있는 시기에 빛나는 역할을 해준 의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시로 모여 식사를 가졌다. 6·13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세 차례 정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비는 따로 없이 선수가 높은 선배가 식사를 산다고 한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마포 인근서 신입회원 환영식을 열었다.

이에 정치권에선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마포 쪽으로 이동해 모임을 가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부엉이 모임이 존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문 일각에선 상대적 박탈감도 호소한다. 친문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체가 있는 모임을 가졌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앞서 ‘청우회’ ‘참정회’ 등 노무현정부 출신 고위 인사들의 친목 모임이 있었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모임이 공식적 채널을 통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의 담쟁이 문정권 부엉이로
친노서 시작…묘한 당내 기류

부엉이 모임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당내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모임에 속하지 않던 인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이들이 친문 후보 단일화, 친문 줄 세우기 등을 모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이 모임에는 이해찬, 박범계, 전해철 등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이 속해 있다. 단일화 모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박범계 의원은 이미 전대 출마를 공식 발표했는데 민주당 당권주자 중 첫 스타트 주자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을 홀로 뛰게 하지 않겠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당원과 대표가 혼연일체가 돼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을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박 의원 외에도 이해찬, 전해철, 최재성 의원 등 뼈문·진문으로 분류되는 당권주자들이 전대 출마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부엉이 모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비문계의 대표 주자인 5선 이종걸 의원은 부엉이 모임과 관련해 “우물가에서 물을 퍼야지 숭늉을 찾으면 안 된다. 우물가에 온 우리에게 국민이 지시하고 지지해주는,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 그것부터 하고 난 다음 집에 가서 숭늉도 끓여 먹고 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온 몸을 던져 여태까지 정치적 역량을 총 결집 시키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야당서도 부엉이 모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친문 부엉이 모임이란 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전대를 앞둔 세 결집이라고 하고 참가자가 수십명 이른다고 한다”며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집권당 핵심 의원들이 이런 모임에만 관심이 있는 것에 매우 안타깝고 무책임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친박 보고
배운 것 없나?

민주당과 개혁입법연대를 추진하는 정의당도 부엉이 모임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석 대변인은 지난 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들(부엉이 모임)의 활동 목적은 문 대통령을 밤에도 지키는 부엉이가 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대통령의 친위조직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 전대가 코앞이고 지방선거 압승과 함께 지지율이 고공행진 하는 중에 당 내외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파 모임이 결성된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도 “집권당(민주당)은 대통령 권력에 치중하고 대통령 권력만을 위한 당 체제가 되기를 원하느냐”며 “수평적 당청 관계가 되지 못하고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면 우리처럼 위험해지고 망해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서 벌어졌던 공천 파동을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걸어 소위 진박을 자처했다. 

이어 친박 실세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방으로 내려가 선별적으로 후보와 만찬을 가져 ‘진박 감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민심은 진박 감별을 탐탁찮게 바라봤다. 결국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둬 여소야대 정국을 불러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다.

이렇듯 민주당 안팎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뼈문·진문 인사들이 수습에 나섰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범계 의원은 “언론에 이 모임의 존재 가치에 대한 기사가 아니라 전대와 관련해서 (이 모임이) 처음으로 보도됐다.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눈이 중요하다. 적어도 전대 전까지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선·대선 치르며 세 불려
해산 발표, 정가는 ‘글쎄∼’

당권주자 중 한 명이자 부엉이 모임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은 팟캐스트서 “(부엉이 모임은) 조직적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닌 친목모임이다. 몇 년간 해왔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가 (전대를 앞두고)모여서 뭘 하고 있지 않으냐고 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친노·친문 모임이라고 (비판)해서 조직적으로 (활동)하지 못했고 이심전심으로 해온 모임”이라며 “지난 대선까지는 나름 역할을 하려 했지만, 이후에는 조직적으로 할 이유를 못 느껴 친목모임처럼 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 안팎서 부엉이 모임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해당 모임은 일단 해산하기로 했다. 회원인 전재수 의원은 지난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모임 해산을 결정했다. 밥 먹는 모임이기 때문에 해산도 상당히 쉽다”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이라도 민감하고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이면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며 “더구나 전대를 앞두고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황희 의원도 자신의 SNS에 “뭔가 의도되고 목적이 있는 모임이 아닌 관계로 이렇게까지 오해를 무릅쓰고 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그동안 대선 경선에 고생했던 의원들 간 밥 먹는 자리였는데 그마저도 그만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모임 해산?
누가 믿나

그러나 해당 모임이 완전한 의미의 해산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회원들도 “전대 후 연구모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어떤 형태로든 모임이 지속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비판이 쏟아지자 해산했다고 하지만 누가 믿겠는가. 일시적으로 모임을 중단하는 눈가림식 정치적 해산에 불과하다”며 “‘부엉이’ 모임은 계파 정치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하성 국민연금 인사 개입?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 최고 책임자인 운용본부장(CIO) 후보를 추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서 “장 실장으로부터 국민연금 CIO 지원을 먼저 권유받았고, 인사수석실도 ‘지원서를 작성하기 전 어려움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 기자를 통해 “장 실장이 국민연금 CIO 후보를 추천해 지원했다는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장 실장은 추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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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