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남산의 부장들> <그때 그 사람들> 전격 비교

화려함 속에 뒷걸음 ‘역사 해석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1979년 10월26일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날이다. 무려 18년 동안 집권했던 대통령을 부하가 시해한 사건으로 인한 충격은 당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워낙 강렬했던 터라 이 하루를 다룬 재연물은 수없이 많았다. <그때 그 사람들>이 10‧26을 다룬 대표작으로 꼽히는 가운데 <남산의 부장들>이 최근 개봉했다. 과연 <남산의 부장들>은 <그때 그 사람들>보다 무엇이 나아졌을까. 15년 간격이 있는 두 작품을 비교 분석했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

무려 18년 넘게 집권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이 부하가 당긴 방아쇠로 인해 사망했다. 1979년 10월26일,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울린 총성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뒤흔들어놨다. 이 극적인 사건은 지난 2005년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과 2020년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로 영화화됐다. 두 작품은 10‧26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전혀 다른 장르와 거리감, 관점을 갖고 있다.

코미디와 누아르

<그때 그 사람들>은 블랙코미디 장르다. 다소 과장된 표정과 억양을 사용한다. 김 부장(김재규) 역을 맡은 백윤식은 비교적 가벼운 톤의 언행을 일삼는다. 다소 툭툭 내뱉으며, 고뇌보다는 직관적인 행동으로 일관한다. 근엄한 표정을 지어도 가볍다. 목소리 톤도 자주 올라가며, 때론 갈라지기도 한다. 의전과장인 주 과장(박선호) 역의 한석규는 가벼운 욕설을 내뱉을 뿐 아니라 다소 저급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러닝타임 내내 껌을 씹는다.

차실장(차지철) 역의 정원중은 몸짓이 과하며 대통령 각하(박정희) 역의 송재호는 극단적으로 나약하다. 카리스마는 전혀 없고 여색에 젖은 할아버지로만 표현된다. 전반적으로 연극적인 톤을 가진 인물들 중 그나마 현실감을 부여하는 인물은 민 대령(박흥주‧김응수 분) 뿐이다. 

블랙코미디 장르답게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 육군본부 앞에서 암구호를 외치는 병사에게 “나 참모총장이야”를 부르짖는 정승화 참모총장(정종진)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사건이 이어지는 과정서 철두철미함보다는 오버스러운 언행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10월26일 오전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약 24시간을 그려낸 <그때 그 사람들>은 이날을 매우 가볍게 바라본다.


반대로 <남산의 부장들>은 차갑다. 거리를 두고 있기는 하나 이야기 전개는 숨막힌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권력의 이면을 어둡게 표현한다. 카메라는 김규평(김재규) 역의 이병헌, 곽상천(차지철) 역의 이희준, 박통(박정희) 역의 이성민 등의 근육 움직임마저 잡아내려는 듯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목소리는 늘 진하게 깔려있다. 가볍게 행동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대다수 인물들이 다음 스텝을 내다보고, 살얼음 걷듯 조심조심 움직인다. 

웃음기도 쫙 뺐다. 누아르나 스릴러에서조차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유머러스한 장면을 넣기 마련인데, <남산의 부장들>은 웃음기를 거세했다. 웃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림은 세련됐다. 당시 시대상을 그리는 의상이나 건물 등의 고증도 뛰어난 편이고 미장센 역시 훌륭하다. 무거운 톤의 색감을 통해 <남산의 부장들>은 10‧26을 데드라인으로 이전 40일 기간을 중량감 있게 담아낸다.

냉소와 연민

<그때 그 사람들>은 인물들과 철저히 거리감을 둔다. 관객이 인물에게 공감하는 것을 일정 부분 차단한다. 인물의 고뇌가 드러나지 않는다. 임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만을 느끼도록 선을 긋는다. 

그래서인지 특정 인물에게 감정이 이입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중심인물인 김 부장의 끝이 좋지 않음에도 불편함이나 미안함은 남지 않는다. 이는 김 부장과 한편인 주 과장이나 민 대령, 반대편서 죽음을 맞이한 대통령 각하나 차 실장에게도 마찬가지다.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임팩트 있고 극적인 장면을 우스꽝스럽고 심드렁하게 표현한다. 바늘이 연상되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 윤여정의 내레이션은 인물에 대한 차가운 톤을 배가시킨다.

예술의 자유를 누린 <그때 그 사람들>
정치적 중립성만 유지 <남산의 부장들>

<남산의 부장들>은 인물들이 카메라와 가깝다. 관객들이 김규평에게 감정을 이입하도록 만들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있는 김규평은 틈만 나면 사나운 말을 내뱉는 후배 곽상천으로부터 멸시를 받는다. 일을 제법 잘 처리함에도 박통에게 미운털이 박힌 듯 중심 권력서 제외되는 부분 등 김규평에게 동정심을 갖도록 구성했다.


감정이 절정에 치달은 말미, 총성을 울린 뒤 정신을 놓은 듯 불안이 가득한 김규평의 얼굴을 통해 안타까움을 느끼도록 한다.

박통이나 박용각(김형욱·곽도원 분) 등 다른 인물들에게도 감정이 느껴진다. 충성을 다한 대통령으로부터 버림받은 후 복수에 이를 갈고 있는 박용각의 얼굴이나, 미국의 압박에 두려움을 느껴 사자후를 쏟아내는 박통의 분노 등 영화 전반에 감정이 진하게 묻어있다. 
 

▲ 영화 &lt;그때 그 사람들&gt;

두 작품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10‧26과 김재규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때 그 사람들>에서는 김재규를 생각이 단순한 인물로 묘사했고, 10·26도 별생각 없이 저지른 우발적 사고로 판단한다. 주 과장이나 민 대령, 정 참모 총장, 대통령 각하, 차 실장 등 대다수의 인물이 어리석게 보인다. 

이러한 김 부장의 기질은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남산이 아닌, 육군본부로의 ‘U턴’에 대해서도 꽤 명료하게 설명한다. 정 참모총장과 육본에 있으면 권력이 국민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쐈다는 김재규의 주장을 뒤로하고, 이날의 총성을 다음 단계에 대한 고려 없이 벌인 감정적 행위로 바라본다.

결과적으로 김재규의 행위는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을 통해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놨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영화에 깔려있다. 이날 하루를 그저 ‘지리멸렬한 난장판’ 정도로 해석한다. 

바보와 열사

아울러 영화 뒷부분에 대통령의 죽음에 눈물을 쏟는 당시 국민들의 실제 영상을 통해 ‘국민들의 어리석음으로 이런 바보들이 정치놀음을 했다’는 조소도 느껴지게 한다. <그때 그 사람들>이 시대를 앞서간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설득력 있고 용감하기 때문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이 부분서 <그때 그 사람들>에 못 미친다. 당시 상황을 나열하는 데 집중한 <남산의 부장들>이 10.26에 대한 해석을 포기했다. 15년이 지났음에도 진일보한 해석이 전혀 없는데, 그렇다면 이 영화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바가 전달되지 않는다. 1979년 10월26일이라는 커다란 역사를 선택한 우 감독은 역사물서 가장 중요한 ‘연출가의 해석’을 거부함으로 <그때 그 사람들>을 넘지 못하는 길을 스스로 택했다.

극중 김규평은 업무 처리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오랜 친구를 완벽히 매장할 정도로 결단력과 대담함도 지니고 있다. 미국서 유일하게 지지하는 한국 관료로도 표현된다. 차가운 기질이지만 필요한 순간 인간관계서 뛰어난 스킨십도 갖고 있다. 

그런 김규평이 거사를 치루기 위해 내리는 결단은 급작스럽다. 부마항쟁을 벌이는 시위대를 죽이라는 말에 총구를 겨누기엔 러닝타임 동안 인물이 보여준 조심성이 너무 강했다. 어찌어찌 거사를 치룬 후 정신을 놓은 표정을 짓고, 벗겨진 신발로 인해 피 묻은 양말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는 장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2시간여 동안 쌓아올린 김규평의 기질이 영화 막판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영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거사를 일으켰다는 김재규의 주장을 충분히 수용할 뿐 아니라 일각서 내세우는 ‘김재규 열사’론에 치우쳐 있지만, 이날의 핵심인 ‘U턴의 이유’를 관객에게 설득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설왕설래하는 부분서 한 발짝 발을 뺀 대목은, 미장센이나 고증,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력까지 드러나는 <남산의 부장들>이 ‘걸작’의 반열로는 올라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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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