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자유한국당의 영화 <기생충> 활용법

‘좌파’라 무시할 땐 언제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석권하면서 영화계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 하지만 봉 감독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좌파 감독’으로 탄압 받았던 대표적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전신 새누리당)은 과거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 총선 정국서 봉 감독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아카데미서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외국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아울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도 199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 이후 64년 만으로 역대 두 번째다.

기생

이례적인 쾌거에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선 이에 발맞춰 여러 공약을 앞세우며 ‘기생충 마케팅’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화예술 분야에 주력할 것임을 약속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문재인정부와 함께 약속한 ‘예술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기본가치로 세우는 문화국가에 대한 비전’을 이뤄가는 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은 ‘문화 예술 1등 국가’를 실현하겠다며 문화예술인 지원, 국민 문화생활 장려, 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공약을 발표한 상태다.

특히 문화예술 창작지원과 관련해 문화예술 전문기관이 관리하는 실업보험제도인, 한국형 엥떼르미땅(예술인 고용보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내 총선을 준비하는 후보들도 축하와 함께 여러 공약들을 발표했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 들어설 대구시 신청사 옆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곽상도 의원은 “대구 남구 출신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을 축하한다”며 “남구에 영화관 등 문화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봉준호 영화의 거리, 봉준호 카페의 거리, 봉준호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등 영화 <기생충> 조형물을 설치하겠다는 목소리가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 사이서 흘러나왔다.

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세계 주류 영화계에 우뚝 선 한국 영화가 한류의 새로운 동력이 돼 세계 곳곳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길 기대한다”며 “자유한국당은 앞으로도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의 갑작스런 태세 전환을 두고 ‘숟가락 올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스카 수상 전까지만 해도 한국당 내에서는 <기생충>을 두고 무시하는 목소리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은 “뒤늦게 <기생충>이란 영화를 봤다. 좌파 감독이라서 그런지 한국 좌파들의 본질을 꿰뚫어봤다”고 했다. 심지어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4+1 협의체’를 비판하면서 “민주당과 그에 기생하는 군소정당은 정치를 봉준호 감독한테 배웠는지는 몰라도 ‘정치판의 기생충’임은 틀림이 없다”며 봉 감독과 영화를 평가절하한 바 있다.

<기생충>이 지난해 칸영화제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도 정계서 한국당만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 문화예술체육계서 국제적인 상을 수상했을 때 정치권서 의례적으로 관련 논평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패싱’이었다.

블랙리스트 올랐던 ‘봉’의 기적
이제 와서 은근슬쩍 ‘숟가락 얹기’


이를 두고 과거 정부서 벌어진 ‘블랙리스트’ 과오를 감추기 위해 한국당이 언급을 피해왔지만, 봉 감독의 이번 쾌거는 국민적인 관심이 지대해 이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봉 감독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고초를 겪었던 대표적 인물이다. 이명박정부는 봉 감독을 진보정당의 당원이라는 이유로 강성 좌파로 분류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후 봉 감독은 '좌파 감독'으로 낙인 찍혔고 그의 영화 <설국열차> <괴물> <살인의 추억> 등도 ‘좌파 영화’로 분류됐다.

이는 지난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발간한 자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위원회가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괴물>은 ‘반미 정서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해 국민의식을 좌경화한 영화’로 <살인의 추억>은 “공무원·경찰을 부패 무능한 비리 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입하는 영화”로, <설국열차>는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기는 영화”로 평가받았다.
 

▲ 기생충 포스터

봉 감독은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를 ‘트라우마’로 회상했다. 그는 프랑스 AFP통신과 인터뷰서 자신의 블랙리스트 경험을 두고 “대단히 악몽 같은 기간이었다. 한국 예술가들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봉 감독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에 외신도 주목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지속됐더라면 <기생충>은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이번 수상을 ‘한국 민주주의 승리’로 해석하는 칼럼을 실었다. 칼럼서 미국 변호사 네이선 박은 블랙리스트 존재 사실을 언급하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담은 <기생충>은 예술에 자유로운 사회가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서도 한국당의 행보를 두고 ‘무임승차’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 중·남구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이재용 예비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자신들이 집권했던 시기 블랙리스트로 낙인을 찍었던 영화인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과 사과,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국민들의 감동에 무임승차하려는 몰염치한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봉 감독을 좌파인사로 분류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핍박했던 게 한국당 집권기 때 일인데 이제 와 생가터 복원이니, 동상 건립이니 떠드는 모습을 보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다른 당은 몰라도 한국당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한국의 보수는 절망적”이라며 “봉 감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이제 와서 봉 감독의 쾌거에 숟가락을 올려놓으려 하다니, 얼굴도 참 두텁다”고 비판했다.

뻘쭘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유권자들이 한국당의 허황되고 염치없는 공약에 대해 경계할 것을 꼬집었다. 박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한국당은 봉 감독에게 한 일은 까맣게 까먹고, 허황된 공약을 수준 낮은 선거 마케팅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는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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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