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한국영화 3파전’ 국대 연기 고수들이 붙었다

<시동> VS <천문> VS <백두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겨울왕국2>가 국내 영화관을 휩쓸고 가자 한국 블록버스터 3편이 국내 영화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7~8월 여름과 더불어 국내 영화계 최고 대목으로 불리는 이 시기에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컬쳐웍스, NEW는 수백억원대 제작비 규모의 영화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채비를 마쳤다. 아무리 대목이라고 해도 제품이 형편없으면 손이 가지 않는 법. 세 배급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영화 <시동>, <천문: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 <백두산>을 비교 분석했다.
 

▲ 사진제공=NEW

지난 18일 가장 먼저 개봉했던 <시동>은 드라마 장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약 90억원의 총제작비가 투입됐으며, 손익분기점은 260만명이다. <글로리데이>를 연출한 최정열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배우 박정민을 중심으로 염정아, 정해인, 그리고 마동석이 핵심 인물로 나온다.

영화는 학교 가기 싫어서 자퇴하고 어영부영 하루를 살아가는 ‘택일’(박정민 분)과 그의 절친 ‘상필’(정해인 분)이 고장난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서 시작된다. ‘공부 좀 해달라’는 배구선수 출신 엄마 ‘정혜’(염정아 분)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모르는 사람들과 시비나 붙고 다니는 철없는 택일은 정혜와의 말다툼 끝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군산의 한 중국집서 배달원이 된다. 그곳서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밝고 유쾌한 배경서 음울한 분위기를 넘나드는 이 영화는 세상의 고정관념 속에서 자유를 찾아 방황하는 10대의 얼굴과 희망을 그려낸다.

까칠한 성격 탓에 손해 보는 일을 사서 하면서도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과 정을 붙이면서 사회에 적응해가는 택일의 이야기다. 극을 이끄는 박정민의 양아치 연기는 일품이다. <동주> <사바하> 등 언제나 뛰어난 연기를 펼쳐온 그는 <시동>서 슬랩스틱 코미디마저도 준수하게 선보이며, 다소 과할 수 있는 상상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촘촘한 구성과 유머
갑작스러운 결말


<악인전> <성난황소> 등 비슷한 영화에만 출연해 ‘위기론’이 불거졌던 마동석은 거석이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의 큰 웃음 중 열에 아홉은 단발머리에 헤어밴드를 한 마동석이 만들어낸다. 정해인과 염정아, 김민재, 윤경효, 최성은 등 등장하는 배우들 모두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웹툰을 기반으로 촘촘한 스토리에 현실성을 벗어난 상상력으로 만화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하는 이 영화는 중후반부까지도 밀도 있게 ‘빌드업’한다. 각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고 개연성 높은 전개가 이어지며, 적재적소서 숨통 같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정성스럽고 탄탄하게 이야기를 쌓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결말서 강렬한 갈등 없이 마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야기가 끝나 버린다. 재밌게 보고 있다가 갑자기 ‘휙’하고 끝내버린 느낌이라 허무하다. 아쉬운 대목이 있기는 하나 정의롭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위로하는 메시지는 힐링을 선사하는 데 충분하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지난 19일 개봉했던 <백두산>은 남과 북을 집어삼킬 백두산의 폭발을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다. 재난 영화는 <부산행> <터널> <판도라> <엑시트> 등 대다수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할 정도로 국내서 인기가 많다.

배우 이병헌과 하정우라는 걸출한 투톱에 마동석, 전혜진, 배수지 등이 출연하며 올 겨울 대표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백두산 폭발이라는 스케일 답게 260억원의 투입됐으며, <신과 함께>를 통해 CG 영역서 엄청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합세했다. <천하장사 마돈나>를 연출한 이해준 감독과 <감시자들> <신과 함께> 시리즈 등에서 촬영을 맡은 김병서 감독이 공동작업했다.

<백두산>은 백두산이 폭발하면서 북한은 잿더미가 되고 한국도 화산 폭발 여파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빌딩과 도로가 붕괴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출발한다. 3차례 폭발이 더 있을 예정이며 4차 폭발 여파는 한반도 전역을 뒤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라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는 절체절명의 순간, 정부는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 분)의 이론에 따른 작전을 계획한다. 미국에 넘길 예정이었던 북한의 핵폭탄을 탈취해 백두산 갱도에 넣은 뒤 폭발시켜 화산 폭발의 압력을 낮춘다는 게 작전의 요지다.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을 위시한 대원들은 북한에 잠입, 이중간첩 행위가 발각돼 감옥에 있는 북한 일급자원 리준평(이병헌 분)과 접촉해 백두산 폭발을 막으려 한다.


엄청난 스케일
잇따른 클리셰

이 영화의 구성은 1998년 개봉한 <아마겟돈>과 궤를 같이 한다. 닥쳐올 재난을 막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남과 북,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더해지며 ‘스파이물’의 느낌도 전달한다. 이병헌은 웃겼다가 냉정했다가를 반복하는 과정서 후반부 감정을 건드리는 연기는 물론 액션마저도 훌륭히 해낸다.

하정우는 어리바리한 얼굴로 등장해 이병헌과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백두산 폭발이라는 소재를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구현해낸 이 작품의 CG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시동> <천문>이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백두산>은 ‘보는 것’에 만족감을 준다.

화려한 볼거리를 배경으로 핵심적인 캐릭터의 갈등구조는 잘 살려냈지만,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재난 영화의 클리셰가 반복되는 탓에 긴박감이 떨어진다. ‘방해꾼이 된 무능한 정부’와 같은 진부한 설정들로 인해 영화의 매력이 반감되며 남한과 북한, 미국과 중국의 역학 관계가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후반부는 지나치게 짐작 가능하며 신파까지 곁들어지는 등 재난영화의 공식만 밟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점이 있기는 하나 킬링타임용 영화로는 손색없다는 판단이다. 스케일이 큰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 될 전망이다. 
 

▲ 사진제공=롯데컬쳐웍스

가장 늦게 개봉하는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을 소재로 삼았다. 이미 미디어서 숱하게 잡은 조선 초기 이야기에 무수한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다. 15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380만명이 손익분기점이다. <덕혜옹주>로 559만 관객을 동원한 허진호 감독의 두 번째 팩션 사극이다.

관노 출신인 ‘장영실’(최민식 분)에게 종3품 대호군까지 하사한 세종(한석규 분)의 브로맨스에 집중했다. 장영실이 감독한 가마가 부서지자 그 죄를 물어 궁에서 내치고 모든 기록물마저 지워버리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배경을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영화는 명나라 사신이 영실이 만든 천문 기구를 문제 삼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찮은 계급이 왕의 사랑을 받는 것을 못마땅해 했던 신하들은 때맞춰 왕을 압박한다. 이야기는 20년을 거슬러 올라 세종과 영실의 인연을 보여준다. 당시 세종이 살피던 서역의 책 속 그림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던 건 관노 영실뿐이었다. 조선만의 것을 꿈꾸던 세종에게 영실은 ‘우리 식대로 하면 된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고독한 임금과 어린 천재는 같은 마음으로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연기력은 일품
‘역사왜곡’ 우려도…

<천문>의 가장 큰 장점은 최민식과 한석규의 연기력이다. 두 배우를 향한 호평이야 워낙 자자하다. 최민식은 장영실을 아이처럼 순수하고 귀엽게 표현하며,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서 ‘욕하는 세종’을 연기했던 한석규가 이번에는 섹시한 세종을 구현한다. 두 사람의 연기 조합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을 선사하는데 기여한다.

로맨스물에 일가견이 있는 허진호 감독은 두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만드는 데 공들인다. 두 사람 외에도 신구와 김홍파를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또 장영실이 발명한 물시계, 혼천의 등 각종 발명품이 영화 속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등 새로운 볼거리도 제공한다.

영화는 그토록 서로를 위했던 세종과 장영실이 왜 헤어졌으며, 왜 세종은 임금을 내쳤을지, 평생을 단단히 만들어온 가마를 영실은 왜 허술히 만들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답을 제시한다. 역사적 사실이 비교적 분명한 가운데 너무 많은 상상력이 가미된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장영실을 내쫓는 과정이 두 사람의 불화 때문이 아닌 명나라로 인해 발생했다는 상상은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덕혜옹주>에 이은 허진호 감독의 깊이 있는 사극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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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