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한국영화 3파전’ 국대 연기 고수들이 붙었다

<시동> VS <천문> VS <백두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겨울왕국2>가 국내 영화관을 휩쓸고 가자 한국 블록버스터 3편이 국내 영화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7~8월 여름과 더불어 국내 영화계 최고 대목으로 불리는 이 시기에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컬쳐웍스, NEW는 수백억원대 제작비 규모의 영화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채비를 마쳤다. 아무리 대목이라고 해도 제품이 형편없으면 손이 가지 않는 법. 세 배급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영화 <시동>, <천문: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 <백두산>을 비교 분석했다.
 

▲ 사진제공=NEW

지난 18일 가장 먼저 개봉했던 <시동>은 드라마 장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약 90억원의 총제작비가 투입됐으며, 손익분기점은 260만명이다. <글로리데이>를 연출한 최정열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배우 박정민을 중심으로 염정아, 정해인, 그리고 마동석이 핵심 인물로 나온다.

영화는 학교 가기 싫어서 자퇴하고 어영부영 하루를 살아가는 ‘택일’(박정민 분)과 그의 절친 ‘상필’(정해인 분)이 고장난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서 시작된다. ‘공부 좀 해달라’는 배구선수 출신 엄마 ‘정혜’(염정아 분)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모르는 사람들과 시비나 붙고 다니는 철없는 택일은 정혜와의 말다툼 끝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군산의 한 중국집서 배달원이 된다. 그곳서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밝고 유쾌한 배경서 음울한 분위기를 넘나드는 이 영화는 세상의 고정관념 속에서 자유를 찾아 방황하는 10대의 얼굴과 희망을 그려낸다.

까칠한 성격 탓에 손해 보는 일을 사서 하면서도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과 정을 붙이면서 사회에 적응해가는 택일의 이야기다. 극을 이끄는 박정민의 양아치 연기는 일품이다. <동주> <사바하> 등 언제나 뛰어난 연기를 펼쳐온 그는 <시동>서 슬랩스틱 코미디마저도 준수하게 선보이며, 다소 과할 수 있는 상상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촘촘한 구성과 유머
갑작스러운 결말


<악인전> <성난황소> 등 비슷한 영화에만 출연해 ‘위기론’이 불거졌던 마동석은 거석이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의 큰 웃음 중 열에 아홉은 단발머리에 헤어밴드를 한 마동석이 만들어낸다. 정해인과 염정아, 김민재, 윤경효, 최성은 등 등장하는 배우들 모두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웹툰을 기반으로 촘촘한 스토리에 현실성을 벗어난 상상력으로 만화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하는 이 영화는 중후반부까지도 밀도 있게 ‘빌드업’한다. 각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고 개연성 높은 전개가 이어지며, 적재적소서 숨통 같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정성스럽고 탄탄하게 이야기를 쌓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결말서 강렬한 갈등 없이 마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야기가 끝나 버린다. 재밌게 보고 있다가 갑자기 ‘휙’하고 끝내버린 느낌이라 허무하다. 아쉬운 대목이 있기는 하나 정의롭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위로하는 메시지는 힐링을 선사하는 데 충분하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지난 19일 개봉했던 <백두산>은 남과 북을 집어삼킬 백두산의 폭발을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다. 재난 영화는 <부산행> <터널> <판도라> <엑시트> 등 대다수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할 정도로 국내서 인기가 많다.

배우 이병헌과 하정우라는 걸출한 투톱에 마동석, 전혜진, 배수지 등이 출연하며 올 겨울 대표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백두산 폭발이라는 스케일 답게 260억원의 투입됐으며, <신과 함께>를 통해 CG 영역서 엄청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합세했다. <천하장사 마돈나>를 연출한 이해준 감독과 <감시자들> <신과 함께> 시리즈 등에서 촬영을 맡은 김병서 감독이 공동작업했다.

<백두산>은 백두산이 폭발하면서 북한은 잿더미가 되고 한국도 화산 폭발 여파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빌딩과 도로가 붕괴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출발한다. 3차례 폭발이 더 있을 예정이며 4차 폭발 여파는 한반도 전역을 뒤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라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는 절체절명의 순간, 정부는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 분)의 이론에 따른 작전을 계획한다. 미국에 넘길 예정이었던 북한의 핵폭탄을 탈취해 백두산 갱도에 넣은 뒤 폭발시켜 화산 폭발의 압력을 낮춘다는 게 작전의 요지다.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을 위시한 대원들은 북한에 잠입, 이중간첩 행위가 발각돼 감옥에 있는 북한 일급자원 리준평(이병헌 분)과 접촉해 백두산 폭발을 막으려 한다.


엄청난 스케일
잇따른 클리셰

이 영화의 구성은 1998년 개봉한 <아마겟돈>과 궤를 같이 한다. 닥쳐올 재난을 막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남과 북,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더해지며 ‘스파이물’의 느낌도 전달한다. 이병헌은 웃겼다가 냉정했다가를 반복하는 과정서 후반부 감정을 건드리는 연기는 물론 액션마저도 훌륭히 해낸다.

하정우는 어리바리한 얼굴로 등장해 이병헌과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백두산 폭발이라는 소재를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구현해낸 이 작품의 CG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시동> <천문>이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백두산>은 ‘보는 것’에 만족감을 준다.

화려한 볼거리를 배경으로 핵심적인 캐릭터의 갈등구조는 잘 살려냈지만,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재난 영화의 클리셰가 반복되는 탓에 긴박감이 떨어진다. ‘방해꾼이 된 무능한 정부’와 같은 진부한 설정들로 인해 영화의 매력이 반감되며 남한과 북한, 미국과 중국의 역학 관계가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후반부는 지나치게 짐작 가능하며 신파까지 곁들어지는 등 재난영화의 공식만 밟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점이 있기는 하나 킬링타임용 영화로는 손색없다는 판단이다. 스케일이 큰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 될 전망이다. 
 

▲ 사진제공=롯데컬쳐웍스

가장 늦게 개봉하는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을 소재로 삼았다. 이미 미디어서 숱하게 잡은 조선 초기 이야기에 무수한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다. 15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380만명이 손익분기점이다. <덕혜옹주>로 559만 관객을 동원한 허진호 감독의 두 번째 팩션 사극이다.

관노 출신인 ‘장영실’(최민식 분)에게 종3품 대호군까지 하사한 세종(한석규 분)의 브로맨스에 집중했다. 장영실이 감독한 가마가 부서지자 그 죄를 물어 궁에서 내치고 모든 기록물마저 지워버리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배경을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영화는 명나라 사신이 영실이 만든 천문 기구를 문제 삼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찮은 계급이 왕의 사랑을 받는 것을 못마땅해 했던 신하들은 때맞춰 왕을 압박한다. 이야기는 20년을 거슬러 올라 세종과 영실의 인연을 보여준다. 당시 세종이 살피던 서역의 책 속 그림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던 건 관노 영실뿐이었다. 조선만의 것을 꿈꾸던 세종에게 영실은 ‘우리 식대로 하면 된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고독한 임금과 어린 천재는 같은 마음으로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연기력은 일품
‘역사왜곡’ 우려도…

<천문>의 가장 큰 장점은 최민식과 한석규의 연기력이다. 두 배우를 향한 호평이야 워낙 자자하다. 최민식은 장영실을 아이처럼 순수하고 귀엽게 표현하며,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서 ‘욕하는 세종’을 연기했던 한석규가 이번에는 섹시한 세종을 구현한다. 두 사람의 연기 조합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을 선사하는데 기여한다.

로맨스물에 일가견이 있는 허진호 감독은 두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만드는 데 공들인다. 두 사람 외에도 신구와 김홍파를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또 장영실이 발명한 물시계, 혼천의 등 각종 발명품이 영화 속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등 새로운 볼거리도 제공한다.

영화는 그토록 서로를 위했던 세종과 장영실이 왜 헤어졌으며, 왜 세종은 임금을 내쳤을지, 평생을 단단히 만들어온 가마를 영실은 왜 허술히 만들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답을 제시한다. 역사적 사실이 비교적 분명한 가운데 너무 많은 상상력이 가미된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장영실을 내쫓는 과정이 두 사람의 불화 때문이 아닌 명나라로 인해 발생했다는 상상은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덕혜옹주>에 이은 허진호 감독의 깊이 있는 사극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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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