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참을 수 없는 어설픔 ‘아내를 죽였다’

▲ 사진제공=kth

장르 영화를 평가할 때 장르서 기대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런 측면서 스릴러 장르는 인물의 심리나 감정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발생하기 힘든 사건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을 카메라의 구도, 색채, 구성 등을 통해 함축적인 단서를 던지고 이를 적절히 거둬들이는 게 스릴러 장르의 줄기다.

뛰어난 영화 감독들은 장르에 필요한 감성을 적절히 녹여냄과 동시에 자기만의 색깔을 부여한다. 불친절한 설명 같지만 후반부에 던졌던 단서를 모조리 담아내며, 예측 밖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 가운데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신작 <아내를 죽였다>는 장르물로서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것은 물론 너무 허술한 만듦새로 인한 비현실성, 웃음이 나오는 액션 등 장르의 매력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

줄거리_자고 일어나니 아내가 죽었다

설 경기 침체로 인해 직장을 잃은 정호(이시언 분)는 아내 정미영(왕지혜 분)에게 실직 사실을 숨긴 채 아침마다 출근한다. 우연히 알게 된 도박 때문에 빚은 점점 늘어나고, 아내와 별거한다.

술만 먹으면 ‘블랙 아웃’이 되는 정호는 전날 친구 박진수(이주진 분)와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갑자기 두드리는 문소리에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정호에게 경찰 최대연(안내상 분)은 그런 정호에게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린다. 혹시 남편이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정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그는 불쾌감을 느낀다. 대연에게 화를 내던 정호의 셔츠는 붉은 피로 물들어져 있고, 이불 속에서 칼도 나왔다.


기억도 나지 않는 가운데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린 정호는 수갑을 채우려는 대연의 머리를 후려치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으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는 정호. 진짜 아내를 죽인 것일까, 아니면 누명을 쓴 것일까.

주제 의식_술은 적당히, 도박은 위험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굳이 찾는다면, 정호가 술을 그렇게까지 심하게 먹지 않고 필름만 끊기지 않았으면 10분이면 끝날 이야기인데, 필름이 끊겨서 97분이나 됐다. 또 정호가 도박에 빠지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었으며, 절정을 지나 결말에 드러난 장면은 ‘도박은 위험하다’는 누구나 아는 내용을 다시 알린 것에 불과하다.
 

▲ 사진제공=kth

연출_피로감을 주는 속도감, 실소가 나올 법한 미흡함

스릴러는 속도감과 긴박감이 생명이다. 이 두 가지를 쭉 밀고 가야 스릴러 장르의 매력이 드러난다. 하지만 <아내를 죽였다>는 속도도 느리고, 긴박하지도 않다. 오히려 실소만 나온다. 아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긴박한 순간에 놓인 정호의 행보를 뒤따라가는 이 영화는 너무 천천히 단서들을 하나씩 제공한다. 스릴러 영화의 경우 작은 단서 하나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등 불친절하게 설명하고 후에 모든 것을 깔끔하게 주워 담을 때 빛이 난다.

대표적으로 조던 필 감독의 <겟아웃>이 이런 부분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내를 죽였다>는 소위 ‘떡밥’을 던지는 게 없이 일일이 다 설명한다. 하나씩 다 짚고 넘어가니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게 더디다. 중간에 졸음이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누명을 쓴 것인지, 진짜로 죽인 것인지 주인공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 조금도 긴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왠지 적당히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예측만 된다. 긴장감을 줄 만한 추격신이나 폭력이 등장하는 액션신은 ‘애들 장난’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긴장감은커녕 살짝 촌스럽기까지 하다. 알맹이는 없이 스릴러의 이미지가 가져다 쓰는 겉멋에만 치중한 기분이 든다.


만듦새는 전반적으로 허술하다. 처음 등장하는 살인 장면은 왜 등장했는지 의구심이 들며, 왜 지구대 경위인 최대연이 경찰의 기본수칙인 ‘2인1조’를 벗어나 혼자서 수사를 하는지, 강력 범죄자는 왜 누군가는 팔을 자르면서 누군가에게는 돈을 갚을 수 있는 일주일의 기회를 주는지, 정호는 왜 사채업자의 돈 가방을 들고 도망가는지 등 영화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내용이 너무 많다.

경찰이 방금까지 수사를 하고 갔는데, 굉장히 짧은 시간에 이들의 위치를 확인하려다 곤경에 빠지는 정호의 행동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으며, 팔을 자르고 눈을 파는 것으로 알려진 악당은 어떻게 경찰에 붙잡혔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 속엔 이런 대목들이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마지막 실제 범인들마저 구렁이 담 넘어가듯 흐지부지 넘어가는 등 관객이 궁금해할 포인트마저도 대충 짜 맞춘다. 이런 영화에 몰입하기란 쉽지 않다.
 

▲ 사진제공=kth

연기_시트콤인지 스릴러인지

배우들의 연기는 총체적 난국이다. 이시언과 안내상이 시트콤이나 주말 드라마, 예능 등에서 활약해온 터라 그런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감독이 디렉팅을 그렇게 원한 것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웃는 장면, 우는 장면, 화를 내는 장면 등 영화 전반에 시트콤서나 볼 법한 과잉 연기가 여러 인물을 통해 비슷한 패턴으로 나온다. 타 작품서 꽤나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들임에도 이번 영화에선 충격에 가깝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암투 속에서 긴장감이 유발돼야 하는데 과장스럽기만 한 표정은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 심리 묘사가 굉장히 중요한 장르임에도 잘 표현되지 않는다. 또 악역을 맡은 김하라 역시 과한 감성으로 일관한다.

캐릭터도 불분명하다. 아내를 사랑하는지, 불화가 있는지, 애매하게 보이는 정호는 후에 아내를 엄청 사랑하는 남편으로 그려진다. 최대연은 속물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범인을 잡기 위해 진심을 쏟다가, 막판 얼토당토않게 다시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박진수의 경우 외형은 친구의 뒤통수를 칠 것만 같은 이미지인 데다 실제로 경찰에게 친구가 누명을 쓰게끔 하는 정보를 전하지만, 말미에는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친구로 나온다. 캐릭터가 종잡을 수 없다 보니 관객으로서 감정을 이입하기에 쉽지 않다.

이시언이 첫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아쉽게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 장르적 재미를 살리지 못한 것을 떠나 대다수의 장면이 어설프다. 관객이나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봉: 12월1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7분

제작사: 단테미디어랩


배급사: kth

별점: ★★★☆☆☆☆☆☆☆

한줄평: 스릴러를 시트콤처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