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텃세’ LG화학의 두 얼굴

밥그릇 뺏길라 ‘안절부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LG화학이 ‘배터리 기술 및 인력유출’을 놓고 경쟁사와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업계 1위 기업의 전형적인 텃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영업이익마저 반 토막 났다. 일각에선 배터리 분야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걱정해 후발주자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기술 및 인력유출’을 놓고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 초 ESS 공장 화재로 영업이익마저 반 토막 나면서 당분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계속되는 악재
결국 소송전으로

최근 LG화학은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곧바로 신학철 부회장이 사과문을 내놓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악화된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2015년부터 4년간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과 벤젠 등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조작한 측정대행업체 4곳과 이들 업체에 측정을 의뢰한 사업장 235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조사를 벌여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1·2·3공장 등 6곳이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한 정황을 확인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들 업체를 기소의견으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4년간 조작하거나 가짜로 발급한 대기측정기록부는 1만3096건이다. 이 중 8843건은 실제 측정조차 하지 않았고 4253건은 측정값을 축소했다.

환경부는 대기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받기 위한 목적 등으로 측정치를 조작한 것으로 봤다. 현행법상 먼지와 황산화물의 측정치가 배출 허용 기준치의 30%를 초과하면 배출량에 비례해 부과금을 내야 한다. 

환경오염 조작 이어 배터리 소송전까지
매출 감소에 압박?…후발주자 발목 잡기

대기오염물질 조작 사실이 적발되면서 LG화학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곧장 신 부회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놓은 것도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신 부회장은 “이번 사태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위해성, 건강영향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대기오염물질 수치조작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이 벌어졌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인력유출을 통한 영업기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에 따르면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을 보내 인력유출에 따른 기밀침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이에 응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LG화학이 소송을 통해 ‘발목 잡기’에 나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년 전에 시장에 진출한 선발주자 LG화학이 후발주자가 성장세를 보이자 미리 기선제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직원의 채용방식에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의 기밀유출도 LG 측의 억측이라고 말했다.

SK 측은 필요한 법적인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나가겠다는 자신감까지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번 미국 법정 제소 건은 LG화학의 과한 문제제기며 국익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기선제압
발목 잡기?

이번 갈등의 주된 이유는 인력유출과 핵심기술 유출이다. LG화학은 자신들의 주장을 방증하기 위해 올해 초 국내서 열린 대법원 승소 사례를 예로 들었다. 올해 초에도 SK이노베이션 전직자 5명을 대상으로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열었는데, 법원이 ‘영업비밀 유출 우려’와 ‘기술 역량 격차’를 모두 인정해 최종 승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5명 전직자에 대한 법원 판결은 영업비밀 침해와는 거리가 있고 ‘전직자들이 당시 경쟁사와 맺은 2년간 전직금지 약정 위반에 대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양사는 국내 배터리 시장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 내에서는 LG화학이 좀 더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품질과 안정성 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한 선두주자라는 것.
 

▲ LG화학 배터리

지난달 24일 LG화학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시장서)경쟁사와의 가격 차이가 크다고 느끼는 상황이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주받고 있다”며 “단순 저가 공세가 아닌 제품 성능과 유연성, 안정성 등을 내세워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이번 법정 소송전은 예고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LG화학이 저가 공세를 언급한 것도 결국은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또 일각에서는 LG화학이 창사 이래 최초로 외부 출신의 최고경영자(CEO)인 신 부회장을 선임하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 투자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입지가 축소되는 것에 압박감을 느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내부서 역풍
직원 반응 냉담

실제로 LG화학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2.6%서 올 1분기 10.6%로 감소했다.


특히 신 부회장 선임 이후 남경 전기차 1배터리 공장 및 소형 배터리 공장 증설에 1조2000억원 투자가 결정되고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및 1조7800억원 상당의 그린본드 발행 등을 통해 사업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SK이노베이션과의 세계 시장 점유율 격차는 같은 기간 11.6%포인트서 8.7%포인트로 줄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동안 중국업체들이 성장하면서 사실상 중국시장 진입이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 등 여러가지 악재서 시선을 떼놓기 위함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ESS 화재 4건은 모두 LG화학의 배터리서 발생했다. 이에 LG화학은 태양광 연계 배터리 충전 상한 감소 공문을 보내고, 올 1분기 ESS 관련 비용으로 1200억원을 지출했다.
 

▲ LG화학 공장

배터리 소송전에 대한 LG화학 내부 직원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의견을 올릴 수 있는 모바일 앱 ‘블라인드’에는 연일 두 회사 간 소송전과 관련된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LG화학의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LG 측이 소장을 통해 ‘SK의 영업비밀 침해로 최대 59조원으로 추정되는 독일 폭스바겐사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서 패했다’고 주장한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LG 직원들은 회사편을 들기는커녕 처우 개선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분위기다. 

사내 분위기도 냉담…경쟁사 응원하기도
고래싸움에 새우등…관련 업체들에 불똥


LG화학의 일부 직원들은 회사 측의 ‘핵심인력 빼가기’ 주장에 대해 “윗분들은 왜 이직하는지 진짜 모르느냐”며 “성과급도 부족하고 처우가 너무 안 좋은데 누가 열심히 하겠느냐”면서 소송 취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급여를 떠나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나 기업문화가 문제라는 의견도 섞여 있다. 

오히려 이번 소송으로 인해 SK이노베이션서 LG 출신 경력직 채용을 중단할까봐 우려하는 게시글까지 등장하고 있다.  

LG화학 등 LG그룹 내부 블라인드 게시판의 분위기는 더욱 냉담하다. 역으로 SK이노베이션을 응원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업계 1위 LG화학서 2년간 SK로 76명이 옮겼으나 반대로 이직한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라는 반박 내용에 관해 LG그룹 직원들은 “LG가 안 되는 이유를 SK가 알고 있다”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는 게 당연한 이치” “배터리 쪽이 얼마나 안 좋으면 현직자들이 SK이노를 응원하겠는가” “소송비용으로 성과급을 달라” “SK가 승소해도 사람 귀한 줄 모를 것” “직원을 미래가치로 보지 않고 소모품 취급한다” 등의 글을 쏟아냈다.

또한 LG그룹 직원들은 SK 측이 모든 구성원에 대한 철저한 보호 방침을 수립하고 대응한다는 방침을 수립하자, LG와는 반대되는 행보라며 부러워하는 눈치다. 이번 소송 관련 역풍이 LG그룹 내부서부터 불고 있는 셈이다. 

고래싸움에…
관련 기업 타격

업계 관계자는 “현재 두 업체의 인력·기술 빼앗기 논란에 2차전지 관련 중소기업 및 고객사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며 “양쪽 입장을 모두 들어봐야겠지만 LG화학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으니 경쟁사에 대한 견제가 도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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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