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하다…’ 전범기업과 공조하는 LG화학,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LG화학이 미국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원고 명단에 일본기업인 도레이인더스트리가 함께 등재됐다. 업계에선 전범기업으로 분류되는 도레이인더스트리와 LG화학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을 견제하려고 전범기업과 공조하는 LG화학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도레이첨단소재

LG화학이 미국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에 도레이인더스트리(이하 도레이)가 공동 특허권자로 원고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LG화학은 도레이와 함께 이번 소송을 진행한다.

도레이 참전

지난 30일 LG화학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기구(ITC)와 델라웨어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 전지사업 미국법인을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으로 제소했고, 소송 공동원고로 도레이가 함께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총 5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5건은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관련 3건, 양극재 관련 2건으로 이중 SRS 3건을 도레이와 함께 진행한다.

LG화학은 “도레이는 LG화학과 SRS 특허 지분의 ‘일부’를 공유하는 ‘공동특허권자’로 미국 특허소송서 ‘당사자 적격’ 제소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공동특허권자 모두가 원고로 참여해야 한다”며 “도레이는 형식적 제소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참여한 것으로 소송 관련한 의사결정 등 일체의 진행은 LG화학서 담당한다”고 밝혔다. 


또 “양사 합의로 인해 계약상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도레이가 LG화학의 SRS 관련 원천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해 사업적 활용을 위해 특허 실시권 등을 요청해 공동 특허권 관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 유감을 표명하며 반박했다. 도레이는 이미 과거에 특허소송서 졌음에도 일본 업체와 연합해 자국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특허소송에 대해 합의서 위반을 포함해 강력하고 엄중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특히 지난 2004년 당사와 분리막 분쟁서 최종 패소한 도레이(당시 토넨)와 함께 이번 소송 원고로 참여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LG화학 측은 또 다시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 억지라고 반박했다.

계속되는 배터리 전쟁…도레이 참전 이유는?
일본 재벌 ‘미쓰이’ 자회사…대표적 전범기업

LG화학 관계자는 “양사 간 합의로 인해 계약상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순 없지만 도레이가 자사의 SRS 관련 원천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해 공동 특허권 관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며 “우리 기술을 일본 기업이 인정해 수출한 사례라고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소송에 도레이가 참전하면서 외국 기업이 중간서 이득을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도레이가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 간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도레이 그룹은 중일전쟁 당시 군용 물자를 공급해 침략전쟁을 지원하고 계열 탄광에 3만명 이상의 한국인을 강제 동원한 대표적인 일본 전범기업으로 분류되는 미쓰이 물산이 세운 섬유 기업이다.

LG화학은 이와 관련해 “도레이가 원고로 들어온 것은 형식적인 ‘당사자 적격’ 제소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부터 배터리 사업 관련 법적 대결을 벌여왔다. 4월 LG화학이 먼저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ITC와 델라웨어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 후 5월에 국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6월 SK이노베이션은 국내 법원에 명예훼손 등으로 LG화학을 고소했고 이달 초 ITC와 델라웨어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청구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2014년 합의를 파기했다’고 반발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특허로 소송을 벌였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LG화학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뒤 소송서 연이어 패하자 합의를 제안했고 SK이노베이션은 대승적 차원서 합의해준 바 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이에 대해 “한국 특허와 미국 특허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두 회사의 특허전은 해결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달 16일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만났으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후 경찰이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양사의 대화 채널은 가동을 멈춘 상태다.

업계에선 양사의 소송전이 ITC 판결이 나와야 멈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의미다. ITC가 공지한 일정에 따르면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지난 4월 제기한 소송 완료 시점은 2020년 10월5일이다. 

소송은 서류와 전문가 의견 청취를 통해 진행된다. 이 과정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 등이 내놓은 기술 개발 서류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대리인은 기술 개발 서류를 서로 교환한 다음 기술 침해 여부를 놓고 논박하는 과정도 거친다.

중·일 어부지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전기차 배터리를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의 계속되는 갈등에 중국과 일본 등 배터리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분쟁이 끝까지 가서 한쪽이라도 해외 시장 판로가 막히면 웃는 쪽은 일본이나 중국, 유럽의 배터리 동맹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서 도레이가 소송전에 참전하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과연 양사가 어떻게 합의점을 도출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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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