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모를’ LG화학의 두 얼굴

전 직장 동료 대상 소송 남발...총질 비난 받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CEO 회동은 갈등 봉합의 기대를 낳았지만 결렬됐다. 다음 날 경찰은 SK이노베이션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고소한 바 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전직 LG화학 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LG화학이 이들을 겨냥한 셈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과 특허를 둘러싼 치열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LG화학 전직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 자사 배터리 기술을 유출했다는 것. 배터리 사업은 사업 특성상 인재풀이 한정적이다. 경력직 채용이 곧 ‘인재 유출’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업계 간 인력 유치 경쟁은 그만큼 뜨겁다.

정면충돌
언제까지?

올해 1월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LG화학은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성과급을 마련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그러나 상당수 LG화학 직원들이 이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팩·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금지를 요청했다. 동시에 LG화학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델라웨어주는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이 있는 곳이다.

LG화학은 자사 전지사업본부 핵심인력 76명을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가로챘다고 봤다. 특히 해당 인력 다수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 핵심 인력을 대거 빼가면서 자동차 배터리 핵심기술까지 빼앗아 갔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은 전직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 입사지원 서류에 ‘배터리 양산 기술’ ‘핵심 공정 기술’ 등 주요 영업 비밀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추가 채용이 LG화학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회동 하루 뒤 압색…화해 분위기 ‘찬물’
전 직원들 겨냥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은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국내 이슈를 외국서 제기해 국익 훼손 우려 등의 관점서 먼저 유감을 표한다”며 “배터리 사업은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으로 국내외로부터 경력 직원을 채용한다. 경력직 이동은 당연히 처우 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당사자 의사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사 갈등은 결국 맞소송으로 번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서울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10억원을 우선 청구했다. 이후 소송 과정서 구체적으로 손해를 조사, 손해배상액을 추가 청구하기로 했다.
 

▲ LG서산 배터리공장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 LG화학을 상대로 특허권과 관련해 승소한 바 있다. LG화학은 당시 리튬이온 분리막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과 서울중앙지법은 모두 LG화학의 패소를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LG화학과 미국 법인 LG화학 미시간, LG전자를 국제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로 제소했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이번 제소는 LG화학이 지난 4월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건과는 무관하다”며 “핵심 기술 및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LG전자는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해 특정 자동차 회사에 판매하고 있어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전쟁
누워 침뱉기

LG화학은 즉각 반발했다. LG화학은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의 특허 건수는 1만6685건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으로 14배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이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받아쳤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으로 이들 간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력사 간 갈등이 하루 빨리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추석 이후 양사 CEO는 회동을 갖기로 해 이목을 끌었다.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설명하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컸지만 이들의 만남에 거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모처서 회동을 가졌다. 회동 결과를 두고 이목이 쏠렸다.

결과는 ‘결렬’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부회장과 김 사장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추후 회동 일자 역시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CEO 회동 바로 다음 날 경찰은 SK이노베이션을 압수수색했다. 화해 모드를 연출한 지 하루 만에 불이 붙은 셈이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을 두고 여러 곳에서 우려를 표했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CEO 회동 바로 이튿날 이뤄진 점을 두고 시기가 묘하다는 관측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 종로구 서린동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을 압수수색했다.

LG 화학은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산업 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했다. 압수수색은 이틀째 이어졌다. 경찰은 다음날인 18일, 충남 서산 배터리공장도 압수수색했다. 전날 압수수색 불가로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다시 발부받은 뒤 이날 실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흙탕 싸움
화해는 없나

경찰의 이날 압수수색으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 회동 여부는 불투명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압수수색에 대해 “이번 수사를 통해 경쟁사의 위법한 불공정행위가 명백히 밝혀지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가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일부 LG화학의 인력을 채용한 게 사실이고,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워낙 지원자가 많았을 뿐 특정 인력을 겨냥해서 채용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전직 LG화학 직원들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LG화학이 자사 전직 직원을 사실상 정조준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직 직원을 소송전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LG화학의 ‘길들이기’라고 지적한다. LG화학에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과 이직을 준비 중인 직원들을 비롯해 이미 이직한 직원에게까지 압박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개인까지 소송전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화학은 과거 이직한 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LG화학은 2017년 12월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긴 전기차 배터리 담당 핵심 직원 5명을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LG화학은 이들의 SK이노베이션 이직을 기술유출로 봤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 격차 등을 모두 인정, 이례적으로 ‘2년 전직금지 결정’을 내렸다.

LG화학이 주장하고 있는 경쟁사의 인력 빼가기 등은 비단 SK이노베이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해외 배터리 업체가 국내 인력에게 보내는 러브콜과 그에 따른 기술유출 우려는 놀랄만한 수준이다. 배터리 인력 스카우트서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유럽 등지서도 숙련된 국내 인력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빼가는 중국·스웨덴 그냥 두고
국내 기업 SK이노베이션만 시비

중국 헝다신에너지차는 전기차 배터리가 포함된 신에너지차 분야서 8000여명 규모의 글로벌 채용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헝다신에너지차는 중국 최고 부호 쉬자인 헝다 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올해 초 설립한 회사다. 채용 인력에 대한 처우는 업계 최고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배터리 업체 비야디(BYD)는 지난 2017년 국내 배터리 인력을 모집하기 위한 공고를 낸 바 있다. 비야디가 내세운 건 연봉 외에 추가로 성과급과 연말 보너스, 관용차, 자동차 구입 보조금, 1인용 숙소 지원 등으로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국내 배터리 기업 인재들을 기존 연봉의 3배 수준을 제안하면서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는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30여명 이상의 한국인과 일본인 기술자들이 일하고 있다”며 LG화학 인력을 스카우트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 제기 당시 LG화학 직원들은 익명 앱 블라인드서 ‘이직은 자의로 간 것’ ‘돈이 다가 아니다. 대우와 기업문화 차이가 크다’ 등의 냉소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다툼이 계속되면서 인력 유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배터리 업체들이 제시하는 급여나 처우 등은 국내 업체가 사실상 따라오기 어렵다. 인력 유출 방지를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시기에 국내 동종 업계 간 갈등은 오히려 인재 이탈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돈 때문 아냐’
‘이직은 자의’

LG화학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과 SK이노베이션의 기술유출 범죄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피해를 입은 건 자사”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배터리 업체의 인재 유출 등과 관련해선 “해외 배터리 기업서도 기술유출이 발생하면 당연히 법적으로 대응한다”며 “해외기업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SK이노베이션에만 대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CEO 회동 불발, 두 회장이 나설까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간 회동이 불발되면서 회장 간 회동에 관심이 모인다. CEO 회동 하루 만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됐고, 추후 회동마저 안갯속이다.

양측의 대립이 계속된다면 벼랑 끝 상황까지 이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해석도 있다. 구광모 LG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회동이 언급되는 까닭이다.

두 그룹 회장이 직접 만난다면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합의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회장 회동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LG그룹과 SK그룹 계열사이지만 양사 CEO가 적지 않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배터리 전쟁 전면서 다투고 있기도 하다.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설 여지가 그 만큼 줄어든다는 해석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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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