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6.11 15:16
정치에서 통합은 말보다 어렵다. 선거 때는 누구나 통합을 외친다. 국민을 하나로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상대 진영까지 포용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정권이 출범한 뒤 진짜 통합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통합의 수준을 결정한다. 통합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당시 가장 상징적인 인사 가운데 한 명이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었다. 그는 이명박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대표적인 보수 원로였다. 그런 그가 민주당 선거 캠프에 합류했고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는 단순한 인사 영입이 아니라 진영을 넘어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처럼 받아들여졌다.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해석했다. 실제로 이석연 위원장은 정권 출범 이후 정부를 무조건 비판하지도 않았고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았다. 필요한 부분은 지원했고 우려되는 부분은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보수 인사라는 이유로 정부를 공격하지 않았고 정부 사람이라는 이유로 침묵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국민통합위원장이라는 직책에 충실하려 노력했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는 전기와 인터넷 이후 가장 큰 산업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반도체 산업을 넘어 제조업과 의료, 물류, 농업까지 모든 산업의 운영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은 AI를 챗GPT나 로봇 같은 디지털 기술로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발언을 듣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떠올랐다. 경기도 파주에서 30여년 동안 장어 양식을 하며 장어요리 전문점(갈릴리농원)을 운영해온 유용열 회장의 한마디였다. “일본에서는 이제 자연산 장어보다 양식 장어가 더 비쌉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자연산은 귀하고 양식은 대체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자연산 활어라는 말에는 프리미엄이 붙고 양식이라는 단어에는 어딘가 인공적이고 덜 건강할 것 같은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 오래된 공식이 조금씩 뒤집히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장어처럼 품질관리가 중요한 어종의 경우, 첨단 양식 장어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자연산은 수질과 기후, 질병, 환경오염 등 수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반면 첨단 양식장은 수온과 산소량, 먹이 상태, 질병 발생
정치에는 오랫동안 하나의 성공 공식이 있다. 더 큰 기회가 오면 지금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청와대를 나와 국회의원이 되고, 국회의원을 거쳐 단체장이 되고, 다시 더 큰 선거에 도전하는 사람이 정치적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권력은 선거를 통해 확대된다고 믿었고 정치인의 가치는 얼마나 큰 선거에 나가느냐로 측정됐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남는 사람보다 떠나는 사람이 주목받았다. 청와대 역시 오랫동안 그런 공간이었다. 정권이 출범하면 인재들이 모였고 선거가 다가오면 다시 밖으로 나갔다. 지방선거와 총선은 청와대 인사들이 정치적 체급을 키우는 대표적인 무대였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결국 정치인의 목표는 선거를 통한 독자적 권력 확보였다. 청와대는 목적지가 아니라 더 큰 정치로 가기 위한 경유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권력의 무게중심이 선거 현장에서 국정 운영의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와 외교, 안보와 산업정책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국가를 설계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선거가 권력이었다면 지금은 국정 운영과 전략 설계가 권력이 되고 있다. 정치의 공식 자체가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왕조의 흥망은 단순히 군사력의 크기로 결정되지 않았다. 어떤 나라는 뛰어난 경제력으로 번영했고, 어떤 나라는 강한 기병과 전투력으로 천하를 호령했으며, 어떤 나라는 통합의 힘으로 광대한 영토를 다스렸다. 승자는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가장 적절하게 갖춘 나라였다. 시대정신을 읽고 변화에 적응한 나라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지금의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당의 당 대표 역시 각기 다른 강점과 약점을 가진 지도자들 가운데 누가 시대정신과 당원들의 요구를 가장 잘 담아내느냐에 따라 선택받는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는 중국 역사 속 왕조들의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필자는 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민석, 송영길, 정청래의 리더십을 중국 역사 속 금(金)·송(宋)·청(淸) 세 왕조에 대입하고, 국정 운영의 중심에 있는 이재명 대통령을 명(明)나라에 비유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전당대회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런 비유가 단순한 상상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민석(金民錫)의 이름에는 금나라의 ‘금(金)’이, 송영길(宋永吉)의 이름에는 송나라의 ‘송(宋)’이,
6·3 지방선거가 끝난 후 승자는 승리를 자축하고 패자는 패인을 분석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는 새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임기 준비에 들어갔고 정치권은 벌써 다음 선거와 차기 권력구도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논공행상이다. 며칠 전 필자는 한 지역 당선인 환영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행사장에는 선거 기간 동안 함께 뛰었던 지지자들과 선거 관계자들이 대거 모여 있었다. 모두가 당선인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누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어떤 사람은 “이제 지역 발전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또 다른 사람은 특정 기관이나 위원회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득 1년 전 대통령선거 당시 썼던 칼럼이 떠올랐다. 당시 필자는 “대선 일등공신은 새 정부가 탄생하면 스스로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대 그리스 왕족이나 귀족 가문에서 아이를 키우던 산파와 유모와 몽학선생 이야기를 꺼내며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했어도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파는 출산을 돕고 떠났고 유모는 아이가 자라면 떠났으며 몽학선생 역시 성인이 될
1년 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이틀 만에 첫 국가기념일 행사로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전유공자 배우자 지원 강화, 빈틈없는 보훈의료체계 구축, 군 경력 보상 현실화, 군 장병과 경찰·소방공무원 복무 여건 개선도 약속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이제 제71회 현충일을 맞아 우리는 국가가 그 약속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충일은 기억의 날이고 책임의 날이다. 정치권은 이날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개 숙이는 장면이 아니라 그 이후의 실천이다. 국립현충원에서의 묵념이 하루의 의전으로 끝난다면 보훈은 형식이 된다. 국가가 진정으로 희생을 기억한다면 그 기억은 예산이 되고 제도가 되고 일상의 예우가 돼야 한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추념사는 분명한 방향을 담고 있었다. 독립운동가, 참전용사,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함께 언급했고 군 장병, 경찰관, 소방관을 ‘제복 입은 민주시민’이라고 불렀다. 보훈을 보수의 언어로만 두지 않고 민주주의의 언어와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안보와 민주, 희생과 헌신, 예우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재명정부 2기 내각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차기 총리 인선을 둘러싼 하마평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일부에서는 통합 차원의 외부 인사 기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늦어도 오는 7월까지는 2기 내각 체제를 완성할 것으로 본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정 관계를 정비하고 국정 2년 차 운영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리 인선은 앞으로 4년간 국정 운영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선택하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다. 누구를? 어떻게! 2기 내각은 성과 정부의 출발점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부터는 선거보다 국정 성과가 중요해지는 시기다. 국민은 이제 공약보다 결과를 요구한다. 정부 역시 정치적 승부보다 정책적 성과를 통해 평가받게 된다. 특히 집권 2년 차는 어느 정부든 국정 운영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 당일이었던 지난 3일 오후 6시가 되자 우리 국민은 어김없이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시선을 집중했다. 과거에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사실상 당선자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개표 결과가 출구조사와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출구조사를 보고 당선 소감을 준비했고 정당들은 승패 분석에 들어갔다. 그만큼 출구조사는 선거 결과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권위 있는 지표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인상을 남겼다. 출구조사에서 앞선 것으로 발표된 후보가 실제 개표에서는 패배한 지역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초접전 지역이었다. 통계적으로는 오차범위 안에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당선자를 맞혔느냐 틀렸느냐가 더 중요하다. 출구조사가 발표된 순간과 실제 개표 결과가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출구조사의 권위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경남도지사 선거였다. 방송 3사 출구조사는 김경수 후보 54.3%, 박완수 후보 45.7%로 발표하며 김 후보의 우세를 예측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8.6%포인트에 달했다. 단순한 접전이 아니라 비교적 뚜렷한 우세로 해석될
오늘은 6·3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전국의 유권자는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그리고 재보궐 지역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투표소로 향한다. 언론은 어느 정당이 몇 곳의 광역단체장을 차지할지, 어느 지역에서 막판 이변이 나올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이번 선거에서 주목하는 숫자는 따로 있다. 바로 전국 무투표 당선자 504명이다. 이미 투표가 시작되기 전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후보가 500명을 넘는다는 사실은 이번 지방선거가 안고 있는 민주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 후보자는 513명이다. 이 중 504명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자체장까지 무투표 당선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오늘 전국 수많은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 유권자는 다른 선거에는 투표할 수 있어도 무투표로 결정된 선거에 대해서는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숫자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30년 넘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무투표 당선자 급증 현상은 지방자치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
6·3 지방선거를 불과 4일 앞둔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내부가 뜻밖의 인물 한 명의 발언으로 술렁였다. 민주당 대표 출신 송영길 인천 연수갑 후보가 전북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김관영도 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뛰어난 사람”이라며 “누가 돼도 민주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무소속 김관영 후보를 상대로 사실상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반발했지만, 정치권은 이를 단순 실언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 이후 민주당 권력지형 변화와 연결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 이원택 후보 선대위는 즉각 논평을 내고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비판했고 조승래 사무총장도 “당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도 지난 1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당 지도부는 당연히 우리 당 후보들 당선을 위해 뛰어야 한다”며 “만약 송 후보가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나중에 김관영 지사를 지지하는 전북 표를 흡수할 생각으로 그런 발언을 했다면 굉장히 큰 과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풍부한 송영길 전 대표가
대한민국에는 세 가지 큰 선거가 있다. 대통령선거는 단 한 명의 국가 지도자를 뽑고, 국회의원 선거는 300명의 입법 권력을 구성하며, 지방선거는 전국 7000여명의 지방 권력을 결정한다. 숫자로만 보면 지방선거가 가장 거대하다. 그러나 국민 관심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인다. 가장 많은 권력을 뽑는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가고, 단 한 명을 뽑는 대통령선거가 가장 큰 정치 이벤트가 된다. 하지만 실제 국가 운영 관점에서 보면 지방선거야말로 대한민국의 생활 권력을 결정하는 선거에 가깝다. 국민이 매일 체감하는 행정 대부분은 결국 지방정부 손을 거쳐 움직이기 때문이다. 권력 지형 한 방향으로 지금 정치권이 이번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대통령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했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6·3 지방선거에서도 압승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대통령 권력, 입법 권력, 지방 권력까지 한 정당이 장악하는 구조로 들어간다. 정치권 일각에서 “더불어민주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단순한 선거 승리가 아니라 권력 지형 전체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드문 정치 현상이다. 세 개의 권력을 동시에 가진
6·3 지방선거는 단순히 시장과 도지사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광역단체장 16곳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이다. 둘을 합치면 모두 30개 승부처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이면서 동시에 미니총선이고 지방 권력 재편이면서 중앙 정치 재편이다. 결국 6월3일 밤 국민은 지방정부의 주인을 뽑는 동시에 다음 정국의 주도권까지 결정하게 된다. 국회의원 재보선 14곳을 먼저 보면 구도가 분명하다. 직전 의석 기준으로 민주당 지역이 13곳이고 국민의힘 지역은 대구 달성군 1곳뿐이다. 민주당은 방어전이고 국민의힘은 탈환전이다. 재선거는 경기 평택을과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2곳이고 나머지 12곳은 보궐선거다. 숫자로만 보면 민주당이 유리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부산 북갑과 평택을, 하남갑과 울산 남갑, 공주·부여·청양이 핵심 승부처다. 부산 북갑은 이번 재보선의 상징 지역이 됐다. 직전 의석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하정우 민주당 후보와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맞붙는 전국구 선거가 됐다. 특히 한동훈 후보 출마 이후 이 지역은 단순한 부산 선거가 아니라 보수 재편의 실험장이 됐다. 보수 표가 박민식과 한동훈으로 갈라
이번 6·3 서울시장 선거는 처음 예상과 달리 막판으로 갈수록 팽팽한 접전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 초반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변화와 세대교체 이미지를 앞세워 앞서는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특유의 인지도와 조직력, 그리고 행정 경험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보수층 결집이 강해지면서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빠르게 회복됐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선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서울 민심도 초반과 달리 상당히 팽팽해진 분위기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는 흥미로운 심리 구조 하나가 숨어 있다. 유권자가 두 후보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원오 후보는 구청장 출신이 서울시장으로 상향 도전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그를 자연스럽게 “서울시장 후보 기준”으로 평가한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이미 서울시장을 지냈고 오래전부터 대선주자급으로 거론돼 왔다. 유권자는 서울시장 선거인데도 오세훈을 무의식적으로 ‘대선후보 기준’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생긴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기대 기준 효과’라고 명명해 봤다. 사람은 절대평가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각자에게 서로 다른 기대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히 여당과 야당의 대결만 있는 선거가 아니다. 오히려 더 위험한 변수는 여야 내부에서 터져 나온 무소속 돌풍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전북도지사 선거에 나선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가 있다. 공통점은 둘 다 원래 자기 당의 핵심급 인물이었지만 결국 당과 충돌한 뒤 무소속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더 충격적인 것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인 지난 27일 발표된 조사에서 김 후보는 오차범위 밖 1위, 한 후보는 오차범위 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에서 무소속 승리는 단순한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 특히 거대 양당 체제에서는 더 그렇다. 무소속 후보가 거대 정당 후보를 이기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단순히 인지도가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 당 조직보다 개인 정치력이 더 강하다는 뜻에 가깝다. 다시 말해 당의 공천 시스템과 지도부 리더십 자체가 흔들렸다는 의미다. 그래서 여야 지도부가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상대 당 승리가 아니라 자기 당에서 떨어져 나온 무소속 후보의 승리다. 민주당은 전북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김 후보 돌풍이 심상치 않기
부산 북갑 선거판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처음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가 앞섰고,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비슷한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D-6 현재 한동훈 후보가 중심으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후보 상승세인 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동탄의 이준석 데자뷰 아니나”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금 한동훈의 상황은 2년 전 이준석과 꽤 닮아 있다. 이준석 역시 국민의힘 대표까지 지냈지만 결국 당내 권력투쟁 속에서 밀려났고, 연고도 거의 없던 동탄으로 내려가 3자 구도 승부를 택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은 “결국 거대 양당 벽을 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이준석은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했고, 마지막 순간 뒤집기에 성공했다. 출구조사까지 뒤집으며 당선된 장면은 아직도 정치권에 충격으로 남아 있다. 한동훈도 비슷하다. 그는 윤석열정부 초반 핵심 상징이었고, 국민의힘 대표까지 올랐다. 그러나 결국 당내 갈등 속에서 밀려났고 지금은 무소속으로 부산 북갑에 나와 있다. 공교롭게도 이준석이 ‘박근혜 키즈’였다면, 한동훈은 ‘윤석열 키즈’라는 평가를 받는다. 둘 다 보수 진영이 만든 스타였지만
신라의 왕족은 김(金)씨였고, 고려의 왕족은 왕(王)씨였으며, 조선의 왕족은 이(李)씨였다. 지금 대한민국 인구를 보면 김씨는 천만명에 가깝고, 이씨 역시 수백만명을 넘는다. 그런데 고려를 약 500년 가까이 지배했던 왕씨는 극소수만 남아 있다. 같은 왕조의 성씨였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단순히 세월이 지나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권력을 넘겨주는 방식의 차이, 그리고 마지막 순간 국가를 바라보는 철학의 차이가 숨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왕조가 망하면 자연스럽게 왕족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라는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왕 경순왕은 고려 왕건에게 나라를 넘기는 과정에서 끝까지 피해를 줄이려 했다. 그는 이미 신라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했고, 백성과 왕족의 생존을 우선했다. 왕건 역시 신라 왕실을 고려 귀족 체제 안으로 흡수했다. 그 결과 신라 김씨는 살아남았고 오히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거대한 성씨 집단으로 성장하게 됐다. 실제로 신라 멸망 이후 대규모 신라 왕족 학살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신라 귀족 상당수는 고려 체제 안으로 편입됐고, 경주 김씨는 오히려 전국적 대성씨로 성장했다.
대한민국 정치는 늘 ‘권력을 잡는 기술’에는 강했지만 ‘넘기는 철학’에는 약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국민 통합보다 보복 프레임이 먼저 등장했고, 정권교체는 국가 시스템의 연속이 아니라 전쟁의 승패처럼 소비됐다. 상대를 제거해야만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믿는 정치 문화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정권은 바뀌어도 국가는 이어져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잃어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천 년 전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역사는 경순왕을 흔히 ‘나라를 바친 왕’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장면이 보인다. 그는 무너지는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지만, 동시에 백성과 문화, 국가 시스템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린 통치자였다. 만약 그가 끝까지 항전했다면 신라는 내전과 지방 호족의 학살, 문화재 파괴, 민생 붕괴 속으로 빠져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경순왕은 왕좌를 포기했지만, 민족의 시간을 끊어버리지는 않았다. 역사는 늘 승자의 언어 마지막 왕은 왜 늘 패배자로 기록되는가= 역사는 늘 승자의 언어로 쓰인다. 새로운 왕조는 자신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전 시대를 무질서하거나 타락한 체제로 규정한다
성(姓)씨는 단순한 이름표가 아니다. 출생의 혈통을 나타내고, 같은 집안 사람들을 구분하는 가장 오래된 사회적 장치다. 이름이 개인을 나타낸다면 성씨는 그 사람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혈통 속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성씨는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역사와 권력, 공동체의 기억이 응축된 상징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중국식 성씨제도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고려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정착됐다. 이후 조선시대를 거치며 성씨 체계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특히 양반 중심 족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성씨는 단순한 혈연 표시를 넘어 사회적 신분 체계와도 연결되기 시작했다. 2025년 통계청과 대법원 가족관계등록 자료 등을 종합하면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286개 성과 5000개가 넘는 본관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김씨라도 경주김씨·김해김씨·광산김씨가 다르고, 같은 이씨라도 전주이씨·경주이씨·연안이씨가 다른 식이다. 성은 같지만, 뿌리가 다른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한국사를 돌아보면 고구려는 고씨 왕조였고, 백제는 부여씨 중심 왕조였으며, 신라는 김씨 왕조였고, 고려는 왕씨 왕조였고, 조선은 이씨 왕조였다. 실제로 왕조의 중심 권력은 특정 성씨가 장악했다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놓고 왕릉 위치를 하나씩 찍어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신라 왕릉은 경주에 몰려 있고, 고려 왕릉은 개성 주변에 집중돼있으며, 조선 왕릉은 서울과 경기권에 퍼져 있다. 고구려와 백제는 수도를 옮길 때마다 왕릉 중심지도 함께 이동했다. 왕릉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다. “그 시대 권력이 어디에서 움직였는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국가 지도다. 왕릉은 그 시대의 수도와 정치 중심, 종교관, 군사 전략, 풍수 체계까지 모두 담겨있다. 그래서 왕릉 분포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책보다 더 선명하게 역사 흐름이 보일 때가 있다. 왕이 어디에 묻혔는가는 결국 “그 나라가 어디를 중심으로 돌아갔는가”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신라 왕릉은 거의 대부분 경주에 집중돼있다. 신라는 1000년 가까이 수도를 크게 옮기지 않은 왕조다. 그래서 왕릉 역시 경주 시내와 주변 평야에 거대한 봉분 형태로 남아 있다. 지금도 경주 도심을 걷다 보면 초록색 둥근 언덕 같은 무덤들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도시 자체가 거대한 왕릉 박물관처럼 느껴질 정도다. 대표적으로 대릉원과 천마총, 황남대총 같은 왕릉군은 지금도 신라 권력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다음달 5일 후반기 국회의장·부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최 합의문을 발표했다. 6·3 지방선거가 불과 2주 앞이라 선거 유세에만 몰두할 시기인데, 국회는 이미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체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양당의 분위기는 꽤 다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도 동시에 후반기 국회 조직과 입법 과제, 상임위 운영까지 준비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아직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일정조차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상태다. 겉으로는 둘 다 지방선거를 치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쪽은 이미 선거 이후를 준비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아직 선거 국면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청래 대표 체제로 사실상 선거와 국회를 분업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전국을 돌며 선거전에 집중하고 있고, 연임된 한병도 원내대표는 후반기 국회 조직 구상과 입법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선거는 선거대로 치르되 국회는 국회대로 굴러가게 만드는 구조다. 여유 있고 안정적인 집권여당의 모습이다. 실제 최근 한 원내대표의 움직임을 보면 선거 유세보다 국회 운영과 입법 등 정책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