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잠재운 한샘 브랜드 파워

쩔쩔 매는‘가구 공룡’ 훨훨나는 ‘가구 지존’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메기 한 마리를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은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고 생기를 잃지 않는다. 이른바 ‘메기효과’는 오늘날 기업 경영 전반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다. 이케아의 국내 가구시장 진출 이후 시작된 업계의 발 빠른 행보는 메기효과를 순기능을 극명히 보여준다. 2016년에 또 한 번 도약을 꿈꾸는 한샘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70년 부엌가구 전문 회사로 출발한 한샘은 입식 부엌의 개념조차 낯설었던 국내에 현대식 부엌문화를 소개한 선구자였다. 제2의 거실로 변모한 부엌의 위상과 함께 한샘은 가구업계 일등기업으로 발돋움하기에 이른다. 싱크대로 통칭되던 부엌가구에 아름답고 편리한 ‘인텔리전트 키친’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까지 한샘의 역할은 지대했다.

고공행진 중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한샘에게 2014년 12월 커다란 태풍이 몰려왔다. 연간 매출이 40조원에 육박하는 ‘가구공룡’ 이케아가 마침내 경기 광명시에 첫 매장을 열고 국내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케아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100만번째 손님을 맞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달 남짓에 불과했다. 가구업계가 이케아 공포에 휩싸인 건 당연했다. 중소업체들은 물론이고 대형업체마저 살아남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한샘 역시 걱정어린 시선을 감내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케아의 공세는 좀처럼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난 12월16일 열린 1주년 간담회에서 이케아는 2020년까지 국내에 총 6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금액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고양에 들어서는 신규 매장의 경우 부지면적 5만1000㎡, 총넓이 16만4000㎡규모로 2017년 하반기 오픈을 앞두고 있다.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점차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만큼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시장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좋은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의 홈퍼니싱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케아의 공격적 투자가 계속되지만 정작 공멸을 논하던 국내 가구업계의 반응은 일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당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가구업계의 위기를 우려하던 목소리는 희미해졌고 오히려 한샘을 비롯한 국내 가구업체들은 자생력을 갖출 만큼 강해졌다.

실제로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퍼시스, 에이스침대 등 가구업계 빅5가 2015년 3분기까지 거둬들인 매출은 2조302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원가 절감, 매장규모 확대 등 체질 개선에 힘쓴 까닭이다. 특히 가구업계의 맏형이자 대항마로 여겨졌던 한샘은 국내 가구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그사이 실적은 눈부실 만큼 뛰어올랐다.

한샘은 2015년 3분기에 매출액 4093억1800만원, 영업이익 323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29.1%, 25.2% 증가한 수치다. 누적실적은 더욱 좋다. 2015년 3분기까지 누적된 실적은 매출액 1조1796억원, 영업이익 986억9700만원으로 2014년 한해 실적과 거의 맞먹는다.
 

순조로웠던 2015년은 한샘에 대한 올해 기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일단 이케아와 차별화된 한국적인 특수성을 십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게 긍정적이다. 심혈을 기울인 매장의 대형화, 고급화 전략이 효과를 본 셈이다. 2015년 8월 국내 최대 홈인테리어 명품관을 내걸고 오픈한 한샘플래그샵 대구범어점에서 이 같은 특징은 한층 명확해진다.

우려와 달리…실적 승승장구 거듭
올해도 장밋빛 가득 “굳건한 맏형”

연면적 9200m²의 단층 형태인 대구범어점은 원의 형태를 띈 매장 구성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쇼핑 중간에 언제든지 중앙 통로로 나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단점을 보완했다. 각 쇼룸끼리 연결돼 있어 인테리어 전반의 흐름대로 쇼핑할 수 있는 장점을 부각시켰다. 직선을 강조한 이케아 매장의 동선이 주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제품 전반에 걸쳐 이케아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혼합형 부엌, 한국식 조리기구 보관함 등 복합형 생활용품을 제안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약 20%를 점유하는 생활용품의 경우 수년 내 30∼40%까지 높일 계획이다. 핵심 거점지역에 플래그샵을 20개까지 확대한다는 포부가 원활히 이뤄지면 외곽에 위치한 이케아와의 차별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의 성장세는 그간 한샘이 강조해온 유통망 강화 등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 이케아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설명했다.

한샘을 이끌어갈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샘은 그간 소유와 경영을 나눠왔다.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회사의 밑그림을 챙기고 전문경영인인 최양하 회장이 경영 전반을 이끌어왔다.

지난 12월21일 발표된 한샘 내부 인사에서는 강승수 기획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임원 14명을 비롯한 428명이 승진 인사에 포함됐다. 성격은 명확했다. 회사 실적에 기여한 사업부 책임자들을 치하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미래의 한샘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봐도 무방한 사안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불과 2년 만에 경영지원실 부사장에서 또 한 번 승진한 이영식 신임 사장이다. 1996년 한샘에 입사한 이 사장은 2003년 이사로 승진하면서 임원 대열에 합류했고 5년 만인 2014년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미 회사 전반의 활동에서 꾸준히 두각을 나타낸  데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던 그의 발자취는 사장이라는 직책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전임이었던 강 신임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던 일들을 최전선에서 도맡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국내 종합 홈인테리어 1위 기업을 지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강 부회장은 한샘의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능력을 입증해왔다.

강 부회장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주력했던 사업에서도 이 사장이 전면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까지 부엌가구의 비중이 높은 한샘이 최근 사업영역을 가구 일반으로 확대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그에게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자면 짊어진 짐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진 셈이다.

이영식호 주목

한샘 관계자는 “올해 회사 실적에 기여한 사업부의 책임자와 직원들에 대해 보상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미래 한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한샘에 대한 세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케아 실적은?


1년 전 한국에 상륙한 이케아의 실적은 어떨까.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지난 12월16일 열린 경영성과를 발표에서 “경기도 광명시에 개장한 1호점이 지금까지 30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누적 방문객 수는 670만명, 등록 회원 고객은 60만6000명”이라고 말했다.

이케아는 2017년 하반기 개점하는 경기 고양점을 비롯해 서울 강동과 그 외 수도권에도 매장을 1개씩 추가로 낼 계획이다. 대전·충청권과 부산·경남권에 매장을 포함하면 2020년까지 총 5개 매장이 운영된다. 슈미트갈 대표는 그때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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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