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유업계 복마전

‘어렵다면서…’ 뭉칫돈 빼돌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갑질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 유업계가 또 한 번 광풍에 휩싸였다. 우유 소비 감소와 실적 악화 등 산재한 악재를 처리하기도 벅찬 마당에 이번에는 도덕성마저 의심받는 양상이다. 모럴헤저드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과 함께 유업계 전체가 심각한 이미지 훼손에 직면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분유 재고량은 올 9월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40% 증가한 26만2659톤에 이른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3월(2만2309톤)에 비해 재고량은 줄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1인당 우유 소비량이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린 까닭이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를 대표하는 수위권 업체 내부에서는 여전히 뱃속 채우기가 자행되고 있다. 협력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거나 경영진이 두 집 살림을 하는 등 사례는 조금씩 다르지만 논란이 되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윳값이?

지난 6일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조재빈 부장검사)는 이동영(62) 서울우유 전 상임이사와 김정석(56) 매일유업 전 부회장 등 2개 업체 임직원 12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횡령·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에게 뇌물 4억1000만원을 건네고 회삿돈 2억4700만원을 빼돌린 혐의(뇌물공여 및 업무상 횡령 등)로 우유용기 제조·납품업체 H사의 최모(62)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우유업계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한 것은 1999년 서울우유 납품비리 사건이래 16년 만이다.


서울우유의 사실상 최고경영자인 이 전 상임이사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납품 계약 유지를 돕는 대가로 최 대표에게서 현금과 수표 8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상임이사는 지난달 초 검찰이 자신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하자 사직했다. 2011년부터 4년간 H사로부터 2200만원을 받은 송모(46) 경영전략팀장과 최 대표에게 현금과 수표를 받은 본부장 및 팀장급 직원 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매일유업 창업주의 차남이자 김정완 회장 동생인 김정석 전 부회장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김 전 부회장은 매일유업의 납품 중개·운송·광고업체 등 별도법인의 대주주나 경영주로 활동하면서 2008년부터 회사 수익금 48억원 상당을 빼돌려 32억원을 생활비·유흥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납품업체로부터 납품 대금의 3% 수수료로 내도록 하고 이를 유령계좌를 통해 가져가는 일종의 ‘통행세’를 거둔 셈이다. 

대표 유업체 수십억 비리 수사
오너일가·최고임원 뒷돈 챙겨

횡령을 공모한 이 회사의 노모(53) 전 부장도 불구속 기소됐다. H사의 최 대표로부터 납품 단가 유지 및 물량 확대 청탁과 함께 3000만원 상당의 승용차 등 1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은 팀장과 과장 2명은 구속됐다. 1000만원을 받은 직원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재발방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개인 비리쯤으로 치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검찰 수사에 따라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에서 드러난 납품 비리 의혹과 비슷한 사례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을 비롯해 다수가 연루된 사안을 내부에서 전혀 몰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계속된다.

실제로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의 횡령 비리를 오너 일가나 다른 경영진이 알면서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추가로 비리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업계에 만연한 임직원 비리가 유제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H사는 납품단가를 산정할 때 로비 비용을 포함했을 가능성이 크고 매일유업 김 전 부회장은 유통과정에 개입해 제품 가격 형성에 직·간접으로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문경영인과 오너 일가까지 장기간 금품을 수수할 만큼 우유 업계에는 ‘갑을관계’에 따른 비리가 만연했다”며 “비리는 유제품 가격 상승 등 국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므로 지속적으로 적발해 엄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수위권 업체의 경영진이 비슷한 시기에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자 유업계는 자칫 유제품 매출 하락으로 연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출산율 저하와 불황으로 인한 소비 위축, 대체 음료 등으로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마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주에게 주문도 하지 않은 제품을 떠넘기며 판매를 강요한 이른바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심각한 이미지 손상 및 매출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힘들어 죽겠다더니…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 소비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할인 판매 등 특단의 조치에 나섰지만 대다수 유업체는 수익성 저하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우윳값 비싸다는 눈총을 받는 요즘 분위기에서 이번 사태가 악영향을 줄까봐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상공인 보호법’ 뿔난 소상공인 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남양유업방지법이 정작 소상공인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 9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상공인 보호 대책이 빠진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남양유업방지법)을 규탄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기업과 소상공인간의 상생경영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현행 남양유업방지법에 대리점사업자 단체결성권과 단체협상권 보장과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 보장, 대리점지역본부에 대한 책임과 본사 연대책임 규정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영채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법안내에 소상공인 대리점주 스스로를 보호할 최소한의 권리를 제외했다는 것은 소상공인과의 상생경영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남양유업방지법이 진정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법이 될 수 있도록 재개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남양유업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남양유업 사태 이후 대리점 거래 관계에서 불거진 '갑을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이 법안은 물량 밀어내기·대리점거래 계약서 작성 의무화·일방적 영업비용 전가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하고자 마련됐다. 기업이 해당법을 위반해 대리점에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의 3배 이내에서 배상을 책임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포함돼 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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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