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갈지자 행보 왜?

꼼수도 모자라 툭하면 거짓말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이동통신 사업자 간 출혈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법을 앞세워 유통질서를 바로잡고자 했던 정부의 복안은 허울만 남았고 암암리에 행해지는 이통3사의 불법영업을 단속하는 건 더욱 힘들어졌다. 그 사이 이통3사는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불법영업을 자행하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최근 LG유플러스를 둘러싼 각종 잡음 역시 따지고 보면 이통시장의 출혈경쟁이 부른 예고된 악재로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이동통신업계 빅3 사업자이자 LG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전화,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으며 경쟁사에 비해 LTE 가입자 비중이 높아 ‘가입자1인당매출’(ARPU)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LG유플러스는 대내외적으로 각종 악재에 휘말리며 곤경에 처한 상황이다. 이 같은 악재는 한발 더 나아가 거짓 논란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과징금 폭탄

LG유플러스를 향한 따가운 눈총은 국정감사를 거치며 한층 명확해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LG유플러스가 취한 불법영업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국감에서는 다단계 판매를 악용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3사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불법영업행위를 지속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LG유플러스는 과대포장 된 성공사례를 부각시키며 70대 노인층까지 다단계 가입을 유도한 정황이 포착돼 몰매를 맞았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의원에 따르면 LG유플러스 다단계 대리점 중 가장 규모가 큰 ‘아이에프씨아이’는 가입자를 유치해도 저가요금제일 경우 다단계 판매원에게 판매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아이에프씨아이 대리점에서 70세가 넘은 판매원이 월 수천만원의 고소득을 올렸다고 홍보하는 등 노년층을 다단계 판매원으로 가입 유도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아이에프씨아이는 2014년 매출액 568억원, 판매원수 11만명에 이르는 다단계 영업 조직이다.

유 의원은 “이용자에게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요하다시피 한 LG유플러스의 꼼수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지금까지 LG유플러스는 방통위 시정명령을 무시한 채 불법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단통법은 별도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고가 요금제 등 특정요금제 사용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전병헌 새정연 의원이 공론화했던 주한미군 특혜 의혹 역시 LG유플러스를 불편하게 만들긴 마찬가지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주한미군을 상대로 국내 이용자보다 2배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주한미군 전용 수납시스템(UBS)을 운영하는 등 사실상 이중 고객장부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곤혹을 치렀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주한미군은 대통령령에 의해 영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세금탈루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그리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사안을 전기통신사업법과 단통법 위반 행위로 보고 LG유플러스를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올해 9월부터 LG유플러스 본사 및 동두천 지역 유통점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해 위법성을 검토했다”며 “조만간 이번 사안을 두고 시정조치 안건을 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앞의 두 건은 나은 편이다. 협력업체에서 자행되는 노조원에 대한 차별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일부 서비스센터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일감을 몰아준다는 의혹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불법 다단계, 미군 특혜, 부당노동행위…
계속된 악재에 휘청…대처는 ‘나몰라’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 임금협상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파업 당시 대체인력으로 고용한 인원을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남겨둬 논란이 된 바 있다. 조합 탈퇴와 도급기사 전환을 조건으로 경제적 지원을 제안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는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실제로 지난달 1일 은수미 새정연 의원이 공개한 협력업체 임금현황을 보면 일부 LG유플러스 노조 소속 A/S 기사들의 월 급여가 최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혹의 중심에 원청인 LG유플러스가 자리한 건 당연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콜센터가 접수한 민원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로 직접 할당하고 이를 A/S 기사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별 문제 없는 선택적 할당이지만 일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A/S 기사의 조합 가입 유무가 반영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비조합원에게 일감을 몰아줬다고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경우 선별적 업무할당이 이뤄지면서 노조 가입 유무가 업무할당 차이로 이어졌고 불합리한 처우 문제로 연결되는 상황”이라며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노조원들의 생존권을 압박하는 처사는 가장 대표적인 부당노동행위”라고 언급했다.

노리는 정치권

한편 LG유플러스는 이통3사 가운데 올해 들어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 받고 있다. 지난 3월 중고폰 선보상제 관련 단통법 위반으로 이통3사 중 가장 많은 15억9800만원의 과징금이 내려졌다.

지난 9월에는 다단계 판매를 방조한 혐의로 방통위로부터 23억7000만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이와 함께 7곳의 다단계 대리점에 최대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위반행위를 즉시 중지하라는 시정명령도 내려졌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20% 요금할인 가입 거부 및 회피로 과징금 21억2000만원도 부과 받았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SK브로드밴드 노조 사찰, 왜?

SK브로드밴드가 노조 사찰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을 두고 노조는 불법으로 도청장치를 설치해 노조 활동을 감시하고 조합원을 사찰한 것으로 보고 즉각 반발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충주제천서비스센터지회 조합원들은 지난달 27일 오전 센터 내 기사 대기실 책상 아래에서 USB메모리 형태의 소형녹음기를 발견했다. 녹음기에는 기사들이 휴게실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었다.

기사들의 즉각적인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CCTV를 확인한 결과 한 해당 지역 센터장이 대기실 안에 녹음기를 설치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센터장은 경찰에 녹음기 설치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충주·제천센터는 별의별 꼬투리로 부당징계를 남발하고 있다”며 “센터장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회사 실적을 악화시킨 이후 ‘조합원들이 비협조적’이라며 조합원들만 따로 불러 책임을 전가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충주·음성지부 역시 “사측은 부당징계를 남발하고 조합원들을 감시하기 위하여 불법 도청까지 자행했다”며 “불법 도청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통해 정당한 노조 활동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녹음기를 설치한 센터장은 “센터 경영이 힘든 상태인데 조합원들이 업무거부를 해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에 대해 듣고 회사 정상화 방안을 고민하고자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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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