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정몽준 웃는 이유

금수저서 투사로 ‘이미지 세탁’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부정부패로 얼룩진 국제축구연맹(FIFA)의 내부 비리가 만천하게 공개되면서 철권통치를 자행하던 블래터 회장이 물러났다. 그 사이 FIFA 차기 회장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정몽준은 전임 회장의 덫에 걸려 원치 않게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생각지 못한 전개가 시작되고 있다. 최악으로 내몰린 줄 알았던 정몽준에게 새로운 기회가 부여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지난 8일 FIFA는 5년 전 부회장의 지위를 이용해 한국의 월드컵 유치활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에게 자격정지 6년을 내렸다. 이로써 오는 26일 이전에 회장 후보에 등록하려던 정몽준의 계획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차기 FIFA 대권을 노리던 정몽준의 꿈이 깨진 순간이다.

연이은 악재

비록 FIFA 징계와 관련해 스포츠중재재판소 제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천명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1994년 부회장직을 시작으로 FIFA와 인연을 맺은 정몽준은 2011년 부회장직에 낙선하기까지 17년 간 FIFA에서 제프 블래터의 반대 세력으로 활동했다. 그 사이 줄기차게 FIFA 개혁을 요구하면서 ‘반블래터’ 세력의 주축으로 손꼽혔다.

정몽준에 대한 징계가 발표되자 국내에서는 정몽준과 대립각을 세웠던 블라터 회장의 정치적 음모가 개입됐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실제로 블래터 전 회장의 측근이 다수 포진한 FIFA윤리위원회는 ‘블래터의 살인청부업자’라 불릴 만큼 그의 반대파들을 축출하는데 앞장서온 게 사실이다.


문제는 정몽준을 둘러싼 악재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정몽준은 안팎으로 내홍에 휩싸인 상황이다. 특히 정몽준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내부에서 그의 행보에 대한 반감이 확산된 분위기다.

회사가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 삭감으로 ‘먹튀 폐업’을 유도하는 등 그룹 내 구조적 문제는 등한시하면서 비리 등 부패 문제가 불거진 국제축구연맹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2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스위스 원정투쟁단을 구성해 정몽준 대주주가 국제축구연맹 회장 후보로 나설 자격이 없음을 폭로할 것”이라며 “10월18일 출국해 국제노동기구(ILO)와 대형선주사 엠에스시(MSC)가 위치한 제네바와 국제축구연맹 본부가 위치한 취리히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자격정지 6년 결정으로 이 계획은 취소됐지만 정몽준의 입장에서는 꽤나 골치 아픈 사안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실적 부진을 거듭하는 상황도 정몽준에게 악재이긴 마찬가지다. 안살림은 내팽개친 채 잿밥에만 골몰한다는 비아냥이 쏟아진 것도 이 무렵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최근 4년간 매출총이익이 2011년 6조9385억원, 2012년 4조6532억원, 2013년 3조2551억원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다 지난해 717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그 사이 자산총액은 31조9994억원으로 감소했고 결국 올해 초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서는 대규모 적자의 영향으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급기야 지난 8월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떨어뜨렸다. 예상 범위를 웃도는 손실을 기록했고 향후 수익구조 개선의 불확실성이 증대된다는 것이 하향 이유였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경영 목표로 매출 24조3259억원, 수주 229억5000만달러를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그리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블래터 음모’ 멀어지는 FIFA 대권
국내 여론 반등…생각지 못한 반전


게다가 노조와의 임급협상이 지연될수록 정몽준에 대한 성토는 커지고 있다. 노조의 올해 임협 요구안은 ▲임금인상 요구액 12만7560원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고정 성과금 250% 이상 보장 ▲노후연금 현실화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통상임금 1심 판결결과 적용 ▲임금·직급체계 및 근무형태 개선 노사 공동위원회 구성과 내년 6월1일부터 시행 ▲성과연봉제 폐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처우개선 등이다. 아직까지 회사와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계에서도 정몽준은 차츰 설자리를 잃어가는 양상이었다. 한 때 월드컵 개최 1등공신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대선에 참가할 만큼 정몽준은 정치권에서 거물로 통했다. 울산과 서울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고 한나라당 대표도 겸임했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도전장을 던질 수 있었던 것도 그이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아들의 부적절한 언행 등이 논란으로 번지면서 결국 고배를 마셨고 이후 정계에서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잃어간다.

이처럼 정몽준을 둘러싼 복합적인 악재는 FIFA 회장 입성이 사실상 힘들어진 이 시점에서 정몽준을 진퇴양난으로 몰고 갔다.

그런데 최근 의외의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정몽준이 FIFA로부터 자격정지를 받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의 관심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정몽준에게 긍정적인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동정론도 상당수 껴있지만 최악의 순간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의에 항거하는 투사의 이미지마저 덧칠해졌다.

그동안 정몽준은 ‘금수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를 향한 금수저라는 인식은 커다란 장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과거 교통카드 논란에서부터 아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이르기까지 서민의 입장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비아냥이 계속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엔 공교롭게도 그의 출신마저 긍정적인 면모로 비치고 있다. 일단 돈이 연루된 비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게 핵심이다.

실제로 정몽준은 지금껏 금전적인 문제로 별다른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였던 만큼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사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노출된 기나긴 시간 동안 금전적인 비리로 잡음을 만들지 않았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FIFA 내부에서 개혁세력으로 꼽힌 것도 어쩌면 그의 행적과 연관된다. 여기에 때마침 FIFA 내부 비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위력이 더해진 셈이다.

이렇게 되자 최근 정몽준의 대중적인 입지는 다시 올라가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주 주간집계와 동일한 21.5%로 1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0.4%p 상승한 19.9%로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정몽준의 이름이 여전히 순위권에서 등락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몽준 에 대한 선호도는 약 3.0% 수준. 한창 정계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부 거물급 정치인들과 엇비슷하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등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다.

탈출구 열리나

성공한 사업가이자 정치인, 그리고 월드컵의 기적을 이끌어낸 장본인. 정몽준을 지칭하는 대표적인 수사어구다. 한 마디로 거칠 것 없이 잘 나가던 사람이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최근 몇 해는 정몽준에게 악재의 연속이었다. 정계에서 차츰 멀어졌고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의 수익은 곤두박질쳤다. 물론 결정타는 FIFA의 거대한 장벽이었다. 그러나 미묘하게 변해버린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또 다른 반전을 예고한다. 작금의 상황에서 정몽준은 어쩌면 희미하게나마 미소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