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오에 도전장 던진 정의당 김제남 의원

은평구 ‘녹색정치’ 진원지 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20대 총선이 약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전·현직 국회의원들 하나둘 출마 계획을 세우며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가운데 정의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로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그 선두에는 최근 은평구 출마를 선언한 김제남 의원이 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최근 은평구 선거사무소를 개소해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은평구는 잘 알려진 바대로 ‘친이계 좌장’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5차례나 당선된 지역, 그러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전 싸워 백 번 이긴다’는 <손자병법>의 내용처럼 지난 3년 동안 이 의원에 대해 누구보다 ‘지피지기’한 사람이 김 의원이다.

‘녹색정치’라는 명확한 색깔의 슬로건을 내걸며, 정의당 의원 중 가장 먼저 총선 준비에 나선 김 의원의 입을 통해 다윗의 ‘백전백승’ 전략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최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는데 주변 반응이 어떠했나?
▲김제남이 출사표를 던지고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나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은 은평의 변화·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처음 보는 주민들은 호기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보였다. 느끼기에 반가운 기대감이 많은 것 같다.

- ‘은평구’ 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이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15년을 살았다. 요즘 시어머니께서 헬스장이나 복지관에 가시면 “며느님 사무실 냈던데 축하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어떤 분은 의정보고서를 읽으시고 “군인의 딸로 태어났다는데 아버님이 언제 어떻게 복무하셨나?” “어떤 분이시냐?” 등의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 남편이 동네에서 ‘아빠맘두부’라는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데, 알아봐 주시는 분도 많이 계신다. 은평은 내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 19대 국회에서는 비례대표로 활동하셨다. 이번에 지역구로 나오시게 됐는데 차이점이 있는지?
▲차이는 크게 없다고 본다. 다만 은평은 내 삶의 현장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 훨씬 더 구체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예를 들면 제가 낸 법안 중 ‘소상공인 보호지원법’이 있는데, 이는 전국 600만 이상의 소상공인을 위한 법안이다.

하지만 이 법이 있다고 바로 소상공인들이 보호되고 지원되는 건 아니다. 결국 구체적인 실효성·이행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삶의 현장에 대입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은평에서 하나의 모델이 된다면 은평에서 대한민국까지 연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 본다.


- 현재 은평지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현안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많은 현안이 있는데, 우선 지역에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친 결과 은평뉴타운에 사시는 분 빼고는 대체적으로 주택이 노후되고, 주거환경이 열악해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힘들다는 분이 많았다. 그 외에 교통과 상권문제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더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여있고 정체된 은평에 새바람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들어와 변화를 주는 게 아니라 오래 산 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돼서 변화시켜가는 것이 핵심이다. 상권·생활권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삶의 터전 은평구 출마, 차별화 전략 승부
강한 진보 선언 “새정치로는 국민 불만족”

-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5선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대결이 예상된다. 남다른 출사표가 필요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강해져야 되지 않겠는가? 내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강하면서 유연하다는 것인데 상대가 누구여도 미래를 위한 가치관과 비전, 구체적 정책능력이 나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지지해주는 시민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에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오 의원을 상대하는 것이 나를 더 강하고 담대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될 것 같아서 오히려 좋다.
 

- 초·재선의원으로서 다선의원을 잡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전략이 있는가?
▲차별화 전략인데 그 핵심은 ‘녹색정치’다. 녹색정치는 새로운 변화를 뜻하는데, 이 변화로 훨씬 다수의 행복과 복지가 실현되고 공익이 넓혀질 것이다. ‘참 살고 싶은 미래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경쟁력은 녹색정치를 밀어주는 은평주민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경쟁력이고 차이입니다.

- 녹색정치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를 의미하는가?
▲녹색정치는 이전의 패러다임과 미래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의 패러다임은 성장 위주이지 않았는가. 오염물질 배출과 압축성장에 치우치면서 그로 인한 패해도 많았다. 지금 ‘메르스’와 작년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또한 ‘불평등’과 ‘양극화’는 성장만 강조해온 결과로 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반면 녹색정치는 지금 우리가 살아야 하고 다음 세대가 살아야할 지속가능한 삶을 의미한다.

- 기존 정치인들과 본인의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실사구시적이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주민으로부터 목소리를 경청하고 내 눈으로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낸다. 다른 사람의 민원처럼 듣는 게 아니고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하겠다고 뜻을 세우면 꼭 해내고 마는 성미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이미지를 띄우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 ‘저 사람이라면 믿을 만해’라는 신뢰감 있는 정치를 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 국민모임 등과 함께 새로운 창당 소식이 있다. 앞으로 당 차원의 목표가 있다면?
▲창당으로 바라보기보다 새로운 결합과 연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부의 양극화와 메르스 공포 등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즉 국민들은 이런 것들로부터 탈피하는 새로운 진보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데, 제1야당이라고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이런 진보열망을 충족시켜드리기 위해 진정한 진보의 편에 서있는 사람들끼리 뭉치자고 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뜻을 현실로 반영할 수 있는 ‘강한 진보의 재편’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중심에 정의당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 마지막으로 은평구 주민과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요즘 시장에 가거나 거리를 나가면 한산하다. 속상하고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렇지만 힘겹다고 해서 가게 문을 닫고 삶을 내팽겨 칠 수 없듯 정치를 포기해선 절대 안 된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정치를 포기하는 것은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고 기득권에게 유리한 것일 뿐이다.

요즘 서민들 살기가 너무도 팍팍하고 힘들다. 우리 사회가 점점 약자가 살기 힘든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표로 표현을 해주시든 반상회 나가서 말씀하시든 저를 통해 말씀해주시든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 작지만 강한 정당인 정의당이 그리고 저 김제남이 주민과 국민의 편에 서겠다. 잘 지켜봐주시고, 손잡아주시고, 질타해주실 때는 해주시기 바란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으니 꼭 끌어주시길 당부 드린다.

 

<chm@ilyosisa.co.kr>



[김제남은 누구?]

▲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 녹색연합 사무처장
▲ 제19대 국회의원
▲ 제19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위원
▲ 정의당 원내대변인
▲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