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계파 청산' 선언한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으로 협력의 정치하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신당설이 끊이질 않고 있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사무총장 인선 강행에 대한 항의로 한동안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심야 회동 이후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양상이지만 당내에선 '잠복기가 더 무섭다'는 뼈있는 말이 나왔다.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 인터뷰 내내 이종걸 원내대표가 가장 강조했던 말이다. 3수 끝에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자리에 오른 이 원내대표는 취임 후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나름 눈부신 성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바로 고질적인 당내 계파갈등을 청산하는 일이다. 계파갈등은 선거 때마다 새정치연합의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이 원내대표가 강조한 것이 구동존이 정신이다. 각 계파 간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정권교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과연 이 원내대표는 당내 계파갈등을 청산하고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이 원내대표를 만나봤다. 다음은 이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로 취임한 후 두 달가량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어내셨는지요?
▲ 우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거듭된 합의파기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동안 표류해왔던 공무원연금 개혁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세월호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고, 정부의 과도한 행정입법에 대한 제어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3수 끝에 원내대표에 선출된 만큼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지금 국민들은 민생파탄, 양극화, 불확실한 미래 등으로 불행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된 만큼 제가 그동안 준비해왔던 처방들을 하나하나 실행해나가고자 합니다. 제 임기 중에 일자리 문제 등 중요한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새정치연합이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민심이 우리 당에서 떠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민심을 다시 붙잡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볼 생각입니다. 서민중심, 경제정당의 면모를 강화하고 당내에서 민주적인 소통과 단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권교체 위해 분열 아닌 협력해야"
"개헌은 해야 하지만 속도조절 필요"


- 원내대표경선에 출마하면서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는 정당의 미래는 없다’며 ‘당을 살려내 총선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 우리 당에는 지금 이기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여당과의 협상에서 우리 당 130명 의원들을 믿고 서민정당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크고 작은 성과들이 승리의 경험으로 쌓여서 총선 승리의 초석이 될 것으로 봅니다. 또 뚜렷한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굳건한 의지를 가질 때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메르스 사태로 정부와 여당의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태가 정리되면 정부에 어떤 방식의 개혁을 요구할 생각이십니까?
▲ 우선 메르스 사태가 정리되면 국정조사에 준하는 진상조사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잘못된 초동대응으로 국민들이 입은 피해가 막심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공공의료체계를 재점검하고, 특히 국가의 통제망까지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재벌 대형병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감염병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방역당국이 금과옥조로 따르는 매뉴얼은 지난 참여정부 당시 사스 대응 매뉴얼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사스와 메르스는 감염 프로세스 자체가 다른데 너무나 허술한 대응입니다. 정부가 감염병 방역에 대한 아무런 대비가 안 되어 있다는 뜻이라 심각합니다.
 

- 최근 이 원내대표께서는 새정치연합의 보편적 복지 정책기조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복지 정책기조를 과거로 회귀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 보편적 복지의 원칙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라는 것은 보편적 인권이라는 점에서 복지를 말하는 것이지 모두가 다 똑같이 수혜를 받는 획일적인 복지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지에 대한 고민은 재정에 대한 고민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실제 복지행정 실행과정에서는 우선순위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복지에 대해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정책기조를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일 뿐 복지 정책기조를 과거로 회귀시키려 하는 것은 아닙니다.

- 국회법 사태로 한때 의사일정이 모두 중단됐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여당과 협상을 할 때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번번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고 ‘인질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 국회선진화법 이후에 국회 운영의 근본적인 프로세스가 바뀌었습니다. 선진화법 이전에는 다수당의 강압적인 운영과 소수당의 극단적 대응이 일상적인 국회의 풍경이었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시 당 대표가 주도해 만든 것입니다.

이 법을 통해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협상에서 각자의 의견과 요구를 주고받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지 비판받을 일이 아닙니다.


- 신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김한길, 문희상 의원이 수사를 받게 됐는데 이번 수사 역시 야당 탄압의 목적이 있다고 보십니까? 일각에선 그들을 옹호하기 보단 읍참마속의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 박근혜정부 들어 검찰은 정치검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친박실세는 서면조사로 끝내고, 리스트에 이름도 오르지 않는 야당 전 대표는 소환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수사행태가 아닙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 실세들은 면죄부를 받고 성 전 회장의 측근들만 구속됐습니다. 전형적인 유권무죄, 무권유죄입니다. 우리는 이런 부실수사, 편파수사를 야당탄압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 박근혜정부가 곧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 박근혜정부에 대해 평가한다면?
▲ 많은 기대 속에 출범한 정부인데, 실망한 국민들이 많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0% 이상의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평가가 곧 저의 평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야권이 수년째 선거마다 연전연패하고 있어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데 혁신위의 활동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혁신위 활동이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습니다.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혁신위에 대해 벌써부터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야박하다고 봅니다. 김상곤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께서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계신 만큼 좀 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완종 수사, 야당 탄압 분명한 사실"
"메르스 이후 재벌 대형병원 조사해야"

- 전임 우윤근 원내대표의 경우 개헌 문제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는데 이 원내대표께서 취임한 후엔 개헌 문제가 별로 이슈가 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개헌문제는 현재 정치권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기 때문에 열어놓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밀어붙여서는 안 됩니다. 개헌문제의 키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쥐고 있고 아직 논의가 성숙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로 개헌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좀 더 두터운 논의가 필요합니다.

-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이후 한때 당무를 거부하셨습니다. 일각에선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는 최 의원의 임명을 이 원내대표가 반대한 것은 사실상 ‘문재인 흔들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제가 당무를 거부했던 것은 사무총장을 비롯한 단순한 인선 문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재보선 참패 이후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 제대로 모색되고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습니다. 저는 문 대표와 제가 다르지만 구동존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무총장의 인선을 계기로 서로 차이를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다른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 됐던 것입니다. 그게 맞다면 빨리 방향 선회도 하고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 지난 2일 문 대표와의 회동 이후 당무에 복귀하기로 하셨습니다. 문 대표의 사무총장 인선 강행으로 불거졌던 갈등이 모두 봉합되었다고 봐도 됩니까?
▲ 이번 회동에서 일부 당직인선에 대해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 문 대표가 공감했습니다. 앞으로 당직인선을 포함해 모든 당무에 대해 깊은 소통을 통해 같이 공감하는 정치를 하기로 한 만큼 큰 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 흔히 문재인 당대표는 친노로, 이 원내대표께선 비노로 분류됩니다. 때문에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계파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 저도 친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 나왔을 때 문 대표는 부산 선거대책위원장이셨고 저는 노 전 대통령의 수행실장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현역의원들 중에서 제일 먼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했던 사람입니다.

저는 문 대표가 잘 되어야만 우리 당이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원내대표로서 당대표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쓴 소리를 하는 것이지 계파대리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말이 안 됩니다. 저는 문 대표의 비판적 지지세력입니다.

- 마지막으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당 안팎에서 최소 4개 그룹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의 분당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당 안팎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입니까?
▲ 분열은 필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당 창당은 선언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당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야권이 하나로 단결해서 현 집권세력을 심판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뜻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이종걸 원내대표 프로필]



▲ 제30회 사법시험 합격
▲ 나라종합법률사무소 공동대표 변호사
▲ 제16~19대 국회의원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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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