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선무효소송' 박훈 변호사

"선진국이었으면 벌써 대통령 탄핵됐을 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박훈 변호사는 또 한 번 아무도 맡지 않으려하는 어려운 소송의 변호를 맡았다. 18대 대선무효 소송이 그것이다. 그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위험한 소송의 변호를 맡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벌써 절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난 대선이 무효라며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대학 입시시험에 출제된 수학문제 오류를 지적한 뒤 부당하게 해고된 김명호 전 교수의 석궁테러사건을 다룬 영화)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박훈 변호사는 이들의 변호를 맡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해당 사건의 재판을 벌써 2년5개월째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직접 찾아가 항의를 하는 등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대법원은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이유조차 설명해주지 않았다.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아예 싸워보지도 못할 줄은 몰랐다.

그들이 아직까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훈 변호사를 통해 그 속사정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대선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대선이 무효라는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
▲ 쟁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전자개표기 사용이나 개표부정 여부다. 이와 관련해 너무나 수상한 정황들이 많지만 선관위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군 사이버사령부, 국정원, 경찰청 등 국가 기관들이 선거에 개입해서 당락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국정원과 국방부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이미 일부 유죄 판결이 난 사실이기 때문에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다.

- 지난 대선의 당사자인 새정치연합이나 문재인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해 승복을 했는데?
▲ 국가의 수장을 뽑는 선거인 대선은 후보자나 특정 정당만이 당사자가 아니고 국민 모두가 당사자다. 오히려 정당이나 후보자의 경우는 대선 무효 주장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있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 대법원이 벌써 2년 넘게 해당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이외에도 불합리한 일들은 없었나?
▲ 재판이 열려야 불합리한 일들을 발견하고 그러는데 재판을 아예 열지 않으니 지적할 게 없다. 어찌 됐든 소를 제기하고 2년 넘게 한 번도 재판이 열리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 재판을 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하던가?
▲ 아예 답변을 안 한다. 우리가 대법원을 숱하게 찾아가고 항의하고 따져 물었지만 한 번도 답변을 들어본 적이 없다. 철저하게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 


- 원고 측이 제기한 모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지 않나?
▲ 박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선거법에 따르면 제3자가 저지른 선거 과정상의 위법행위로 인해 유권자들이 자유로운 판단을 할 수 없게 돼 투표의 자유와 이념이 현저하게 침해됐다면 선거 무효 선언을 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이번 소송에서 박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쟁점이 되지 않는다. 개표 부정이나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으로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대선 무효가 선언될 수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 주인공, 다시 화제 중심에
"재판만 진행되면 승소 100% 자신 있다"

- 벌써 대선이 끝난 지도 3년 가까이 지났다. 법정 공방이 길어지면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와 관련한 재판을 6개월 내에 끝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벌써 임기의 절반이 지나도록 재판을 진행시키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법원이 무슨 논리로 시간을 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일단 끝까지 재판을 진행할 것이다. 하지만 법원에서 이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음으로 소송을 각하시키겠다고 하면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
 

- 대선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도 전자개표기가 사용됐다. 다른 선거에서도 개표부정이 있었다고 보나?
▲ 다른 선거에서도 개표부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6대 대선에서도 이른바 ‘김대업 사건’으로 대선무효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3자가 저지른 선거 과정상의 위법행위도 대선 무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지난 16대 대선도 무효여야 되지 않나?
▲ 지난 16대 대선과 지난 대선은 큰 차이가 있다. 당시 김대업씨의 폭로는 어떤 한 개인의 일탈행위고 지난 대선은 국가 기관이 총동원된 부정선거라는 것이다. 한 개인의 폭로와는 성격이 아예 다른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 정도야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국가기관, 특히나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 만약 진짜 대선 무효 판결이 난다면 엄청난 사회 혼란이 예상된다.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탄핵됐었지만 무슨 사회 혼란이 있었나? 누군가 대신 국정을 운영하면 그만이다. 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그에 따른 비용은 어쩔 수 없는 거다.

- 박 변호사께서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유독 남들이 맡지 않으려는 어려운 사건만 맡는 이유가 있나?
▲ 제가 맡고 싶어서 맡는 것이 아니라 그런 분들이 많이 찾아온다. 다른 변호사들은 안 맡으려고 하는 사건들이니까.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번 사건이 터무니없는 사건도 아니고 맡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맡는 거다.


-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민감한 재판을 맡게 되셨는데 법조계에서 외압이나 불이익은 없었나?
▲ 아직까지 그런 것은 없었다.

- 재판이 진행된다면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 재판만 진행된다면 저는 100% 승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한 사건 아닌가? 이런 일은 문명국가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에서 벌어졌다고 생각해봐라. 이미 대통령은 탄핵되고 끝났을 사건이다. 저는 대법원이 이 사건을 기각 시킨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를 댈 것인지 그게 더 궁금하다. 만약 이번 사건을 기각 시킨다면 앞으로 선거에 정보기관들이 마음대로 개입하라는 말이 된다. 저는 재판만 진행되면 100% 승소할 자신이 있다. 


<mi737@ilyosisa.co.kr>


[박훈 변호사 프로필]


▲ 광주 금호고·고려대 법학과 졸
▲ 제40회 사법시험 합격(연수원 30기)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
▲ 전국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소장(2004~2008)
▲ 박훈 법률사무소
▲ 19대 총선 창원을(성산구) 무소속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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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