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보 통합 선언' 국민모임 김세균 대표

"진보의 마지막 기회, 죽어도 다 같이 죽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영입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모임이 돌연 창당 작업을 중단하고 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등과 함께 통합진보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불과 10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분열돼 있던 진보세력들의 결집은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국민모임과 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가 지난 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르면 오는 9월까지 새로운 통합진보신당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던 진보인사들은 통합진보신당을 통해 종북과는 철저히 선을 긋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창당하려는 통합진보신당은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노동존중의 대안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이미 진보연대와 관련해서는 통합진보당의 실패전례가 있고, 일각에선 국민모임이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창당동력을 잃고 사실상 정의당에 흡수된 것 아니냐며 통합진보신당의 의미를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내년 총선을 불과 10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통합진보신당은 정치권에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통합진보신당 참여를 선언한 국민모임의 김세균 대표를 만나봤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국민모임이 창당선언을 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창당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지도 못했는데 통합신당 참여 선언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 국민모임은 처음부터 기존의 진보정당과 무당파 사회 각계 진보인사 및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탈당파 인사들까지 포괄하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였다.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아니고 우리는 오래 전부터 연대를 준비해왔다. 통합신당은 이번에 참여한 4자연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4자연대는 더 많은 세력을 집결시키기 위한 밑거름 역할을 할 것이다.

- 이번 연대 논의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 국민모임 신당 추진위를 구성한 직후부터 진보정당과 단체들에게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의를 했고, 4자협의는 사실 그때부터 진행됐다. 지난 4·29보궐선거를 앞두고는 통합을 위한 전 단계로써 4자선거연대를 하자고 협의가 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선거연대가 무산됐다. 보궐선거 이후 다시 4자연대를 재추진해서 지난 4일 공동선언을 하게 된 것이다.

- 국민모임이 사실상 창당작업에 실패한 후 정의당에 흡수되는 것은 아닌가? 연대과정에서 공평한 지분 분배가 어려워 보이는데?
▲ 지분 문제는 아직 논의를 안 했다. 지분 문제는 논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4·29보궐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우리가 원래 구상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모임이 지난 선거에 참여했던 것은 연대과정에서 우리들의 지분을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선거 승리로 진보 결집의 추동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지분 문제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실망스런 선거 결과로 연대과정에서 우리들의 발언권이 축소된 측면은 있지만 중요한 점은 아니다.

- 이번 연대에 참여하는 4개 정당이 모두 정치철학과 가치노선, 정책 등에서 차이가 있을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진보정당 연대와 관련해 이미 통합진보당의 실패사례도 있다.
▲ 물론 각자 정책이나 가치노선에 차이가 있지만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지 못할 정도로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우리는 크게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자는 가치노선을 추구하는 세력의 연합이고, 비 통합진보당 노선으로 북한의 세습, 북핵 문제에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자는 입장이다. 두 가지 기본적인 노선을 바탕으로 나머지 시각 차이는 오히려 당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정동영 결별설은 사실 아냐"
"내년 총선서 최소 20석 목표"

- 통합신당은 향후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게 되나? 통합신당의 당명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게 되나?
▲ 지도부 구성이라든지, 정강정책, 당명 등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 다만 제 생각에는 가능하면 6월 말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대략적인 논의를 끝내고 통합추진기구를 공식적으로 발족시키려고 한다. 또 그것을 기초로 해서 오는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는 신당을 창당한다는 목표다. 창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이벤트를 열어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진보세력의 분열 때문에 정치에 참여하지 못했던 진보인사들을 모두 참여시켜서 거대 진보정당을 만들려고 한다.

- 국민모임 창당 당시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정당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새정치연합과는 연대하지 않고 계속 각을 세우는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
▲ 야권을 교체한다는 기본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 새정치연합이 얼마나 혁신하느냐에 달렸다. 새정치연합이 혁신에 실패한다면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 새정치연합이 계속 새누리당 2중대 수준의 중도 보수화의 길을 걷는다면 우리는 연대할 수 없다. 

-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진보진영의 이합집산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도 많은데.
▲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모두가 이번이 진보세력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이번에 실패한다면 더 이상 진보정치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대단한 각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이번에 연대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분열하지는 않을 것이다.

- 정동영 전 장관도 연대에 참여하게 되는 것인가? 일각에선 정 전 장관이 이미 국민모임과 결별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 정 전 장관이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우리는 충분히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낙선하더라도 2등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거 결과가 우리 예상보다 훨씬 실망스러웠다. 우리에게도 정 전 장관 개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일단 정 전 장관은 선거 이후 중국에 있는 친척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 전 장관이 국민모임과 결별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고 정 전 장관은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통합신당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 푹 쉬고 돌아와서 자세한 얘기를 하자고 했다.

- 마지막으로 통합신당의 최종 목표를 말해 달라.
▲ 내년 총선에서 최소 20석을 확보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욕심을 부린다면 30~40석까지도 목표로 할 수 있다.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면 제1야당도 위기감을 가지고 강력한 혁신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본다. 혁신된 제1야당과 우리가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로 이어지는 정치적 지형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mi737@ilyosisa.co.kr>

 

[김세균 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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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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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