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⑨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정치권이 변해야 기업·사회도 변합니다"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계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김영진(68) 전 농림부 장관이다.

김영진 전 장관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우체국 사환에서 시작해 5선 국회의원, 농림부 장관 등을 지낸 입지전적인 정치인이다.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 농민운동을 하다 두 차례 옥고를 치르는 시련을 겪은 김 전 장관은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이우정, 박영숙, 임채정 등 재야인사들과 함께 평화민주당에 입당해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6대 국회까지 내리 4선을 지낸 뒤에는 참여정부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완공을 눈앞에 둔 새만금사업 중단을 결정한 사법부의 판단에 항의해 장관직을 맡은 지 5개월도 채 안돼 스스로 사퇴했지만, 야인으로 대법원까지 가는 지난한 법정투쟁을 벌여 결국 새만금사업을 정상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18대 총선에서 당선(광주 서구을)되며 5년 만에 원내에 5선 의원으로 복귀한 그는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장을 맡아 재임 중 5·18을 유네스코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19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의 희생자로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 그는 현재 원내에 있을 때 못지않게 다방면의 분야에서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 정치가 없다'는 말이 회자되는 요즘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정치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지난 8일 김 전 장관을 만나 그의 삶과 정치권의 현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김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19대 총선 공천에서 낙천한 이후 당시 낙천한 현역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셨습니다. 주변에선 무소속 출마를 권유한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도 후회가 없으신지요?
▲ 19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통합진보당은 김선동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 곡성군, 이정희 대표가 출마하기로 한 서울 관악을, 그리고 제 지역구였던 광주 서구을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그 요청을 받아들였고, 자연스레 민주당 간판으로 19대 총선에 나설 수 없게 됐습니다.

당시 지역 종교계, 시민단체 등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유네스코기록물로 등재한 제가 이대로 물러나서는 안 된다며 무소속 출마를 권유했지만, 신익희·조병옥·장면·김대중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이어온 저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 당시 민주당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당 최다선 중진의원 3인 중 유일하게 당에 남았는데, 보상 같은 것은 있었는지요?
▲ 그런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당에서도 (보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새로운 정치를 일구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난 3월16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한 새정치민주연합 창당발기인대회에 고문으로 참여했습니다.

- 당이 김 전 장관님께 해준 것 없이 희생만 강요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운하지는 않으십니까?
▲ 지난 총선을 앞두고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모셨던 최측근 한광옥, 한화갑, 김경재 전 의원 등도 모두 당을 나갔습니다. 저까지 나가게 되면 60여년을 이어온 당의 정통성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쪼개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을 때도 저는 옳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해 민주당에 남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난 총선에서도 탈당을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 결국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끝으로 다시 정치적으로 야인이 됐습니다.
▲ 20년간의 국회의원 생활을 마감하고 원외로 첫발을 내딛을 때 저도 사람인지라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섭섭함도 있었고 때로는 개탄스럽기도 했지요.

그러다 여태까지 제가 국민들께 받았던 사랑에 비해 나눔은 부족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역 노숙인들을 위한 센터인 (사)해돋는마을에 전화를 걸어 돕고 싶다고 했고, 현재는 해돋는마을의 이사장으로 노숙인, 독거노인 등 어려운 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정치권에 있을 때보다 더 삶의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가신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어려운 분들의 아픔과 고난을 보며 안에 있을 때(국회의원 재직)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TV를 보면 살인, 성폭행 등 끔찍한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며 사회가 각박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사랑의 온도가 아직 높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만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해 사랑의 온기가 아랫목을 넘어 윗목까지 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갑'들이 '을'의 고통을 눈여겨보고 더불어 사는 모습을 갖춰 나가야합니다.
 

- 지난 2003년 7월 참여정부 초대 농림부 장관을 맡은 지 5개월도 채 안돼 법원의 새만금사업 중단 판결에 항의해 장관직을 사퇴하셨습니다. 당시 상황과 심경이 궁금합니다.
▲ 저는 시골 우체국 사환 출신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제가 학비를 벌어 강진농업고등학교를 마쳤습니다. 면소재지에서도 손꼽히는 빈농의 4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농촌, 농업, 농민의 현실과 삶을 절감하고 자랐지요.

그래서 30대 초반에 농민운동에 뛰어들었고, 어쩌다보니 4선 의원을 거쳐 농림부 장관에 부름을 받았을 때 가슴이 벅찼고, 사명감과 소명의식도 나름 대단했었습니다. 그러나 노태우정부에서 시작해 15년간 이미 공정이 90% 이상 진척된 새만금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지금도 그때의 정치적 결단을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 당시 서·남해안에 새로운 간척사업을 진행한다고 했다면 저도 반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무리단계에서 카운트다운만 남은 거대 국책사업을 30대 젊은 법관이 현장검증도 없이 중단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는 대통령에게 '이건 아닙니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주무장관으로 제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직을 사퇴했습니다. 그리고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5년간 대법원까지 판결을 끌고 간 끝에 결국 승소해 새만금은 살아났습니다.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갑'이 먼저 '을'과 더불어 살도록 노력해야"
"글로벌시대, 한·중·일 협력 강화 시급한 현안"

- 한·일 기독의원연맹의 창설자 겸 상임대표로 현재도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는 과격한 우경화 행보를 보이며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 한·중·일 협력 강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현안입니다. 전 세계인구 70억명 중 아시아에 절반인 35억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 규모를 감안하면 글로벌 사회에서 아시아의 발언권과 목소리는 높아야 하지만 현실은 미국과 EU(유럽연합)가 결탁해 지구촌의 지분과 이익을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청산을 둘러싼 담이 높고 패인 골이 깊기 때문인데, 한·중·일이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아시아는 지구촌에서 계속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일본의 우경화 행보를 덮고 무조건 보듬어야 한다는 말씀이신지요?
▲ 일본의 우경화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잘못됐고, 분노할 일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많은 국민들은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치적으로 닫힌 한·일관계를 풀기는 어렵지만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으로는 얼마든지 가까워질 여지가 있고 이 부분들에서 교류가 활발히 이뤄진다면 일본도 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한·일 관계도 치유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색된 한·일관계, 문화·종교·사회적으로 풀어야"
"4·19혁명, 2년 내 유네스코기록유산 등재할 것"

- 지난 2011년 5·18민주화운동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등재 추진위원장을 맡아 우여곡절 끝에 유네스코 등재를 성사시킨데 이어 지난해 10월부터는 4·19혁명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진척이 됐는지요?
▲ 한국 근현대사에서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은 3대 민족·민주·평화 운동입니다. 5·18은 이미 등재가 됐고, 다음 차례로 4·19혁명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 4·19혁명 유네스코 등재 및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이사장을 맡아 등재를 위한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최종 등재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여야의 극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작금의 정치권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정치권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무척 부끄럽습니다.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돼 이합집산하고, 다툼이 심화된 현재의 정치권은 달라져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수와 진보세력이 현실을 잘 진단하고 열린 보수와 겸손한 개혁으로 처방전을 내렸으면 합니다. 국회가 변화면 재계도 변하고, 사화, 문화 등 여러 분야도 달라질 것입니다.

-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한 조언도 한마디 해주시지요.
▲ 박근혜정부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을 승계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관련한 심적 부담은 많이 안고 출범했습니다. 때문에 과거 정권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떨쳐버리려는 노력과 분산된 국론을 모으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합니다.

탕평인사가 아닌 특정인사만 기용하며 인사에도 지속적으로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도 개선해야 합니다. 이제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만큼 아직 시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심기일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 성공한 대통령이 됐으면 합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 밖(원외)에 나와 보니 실사구시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진작 국민들이 뭘 보고 분노하고, 아파하고, 아쉬워하는지 살폈어야 했는데 부족한 면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밖에서 쓴 영약을 먹고 있는 셈이지요. 앞으로 20대 총선을 준비할 예정인데, 원내 교두보를 확보해 지금 하고 있는 각종 봉사활동, 해외동포 법적 지위 향상 등의 활동을 더 확산시키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담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김영진 전 장관 프로필>


▲ 5선 국회의원, 제53대 농림부 장관
▲ 광주대학교 석좌교수
▲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 상임대표
▲ (사)국제사랑재단 대표회장
▲ (사)해돋는마을 이사장
▲ (사)5·18광주 UN/유네스크 등재 및 아카이브센터 이사장
▲ (사)4·19혁명 UN/유네스코 등재 및 기념사업추진위 이사장
▲ UN/유네스코 아·태 교육의원연맹 의장
▲ 한·일 기독의원연맹 창설자 상임대표
▲ 세계기독의원연맹 창설초대회장
▲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부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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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