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사법개혁 아이콘' 정의당 서기호 의원

"황제노역, 국민뿐 아니라 판사 눈높이에도 맞지 않아"

[일요시사=정치팀] '법 앞에 만인 평등'은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원칙이다.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무너지고, 불신의 싹만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수준은 어떨까. 범죄 혐의자의 지위고하에 따라 천차만별의 수사와 판결이 여전하고, 언론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한마디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일당 5억원 황제노역 판결, 검찰·국정원의 간첩혐의 증거조작 수사 등을 보면 공정해야 할 법의 잣대가 기울어진 채 적용되고 있다.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현 사법부에 대한 조롱이자 슬픈 현실의 반영이다.

"60년간 안 바뀐 노역제도, 시대 변한만큼 개선해야"

이런 상황에서 판사 출신의 서기호 의원은 최근 법조계 현장을 분주하게 누비며 산적한 현안들과 조율이 필요한 법조계 갈등을 직접 듣고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또 다른 황제노역 방지를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일요시사>는 19대 국회 '사법개혁의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의당 서기호 의원을 만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부 행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서 의원과의 일문일답.

- 허재호 전 회장의 '황제노역 논란'에 대해 판사 출신의 국회의원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 국민의 눈높이뿐만 아니라 판사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판결이다. 제가 사법연수원에서 배울 때(1998년) 벌금 2000만원 미만은 노역 1일에 2만원, 그 이상 벌금은 벌금액의 1000분의 1로 노역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배웠다.


실제로 법에는 판사의 재량을 무한하게 허용하지만 이렇게 하면 허재호씨 사례처럼 사회적 정의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어 연수원에서 나름의 기준을 잡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상식을 가진 국민도, 판사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 또 다른 황제노역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지난 1일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내용과 취지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 허재호 황제노역 판결이 나오게 된 결정적 이유는 현행법상 노역 일당 환산액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역 일당의 상한선을 정하고, 최장 노역기간인 3년 초과부분에 대해선 벌금 납부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 상한선으로 일단 100만원을 정했는데, 이 기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유연성을 가지고 조율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노역일수를 초과한 벌금에 대해선 반드시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

- 노역제도는 벌금 납부 능력이 없는 이들이 몸으로 때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인데, 노역 3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벌금을 내게 한다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
▲ 노역제도는 지난 1953년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법이다. 당시에는 고액벌금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의 벌금 탕감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 사정이 많이 바뀌었고, 양극화가 심해졌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죄질이 중한 고액 벌금자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대가 변한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판문제'가 불거지자 대법원은 해법으로 '지역법관'을 점차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법관 인사의 구조적 특성상 여전히 지방에서 오래 일하는 판사는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향판과 지역법관의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 지역법관은 2004년에 도입됐고, 그 이전에 일정한 지역에서만 근무했던 재판관을 향판이라고 한다. 즉 지역법관의 폐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판의 폐지가 본질이다. 법원 행정처가 의도적으로 향판의 부작용을 희석시키고 있다.

또 이 사건은 학연, 지연으로 얽힌 지역 토호와의 유착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출신지역에서 법관으로 오래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특검 도입 필요"
"국정원 불법수사 눈감은 검찰, 역할 포기한 것"


- 국정원·검찰의 서울시 공무원(유우성씨) 간첩혐의 증거조작 사건이 사회·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 탈북자들에 대한 국정원 합동심문센터 수사과정의 문제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이미 있어왔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유우성씨가 서울시 공무원이었다는 점이다. 만약 유씨가 1심에서 간첩으로 판결이 났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책임론으로도 이어졌을 것이다.

최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간첩 조작사건이 아니라 간첩혐의 사건"이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법무부 장관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깨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확인, 검찰 수사 등에서 드러난 바대로 이 사건은 간첩 증거조작 사건이다.

- 검찰 수사에서도 이미 확인된 만큼 누군가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검찰은 단순한 문서위조로 몰아가고 있다.
▲ 간첩 증거조작이라는 본질을 숨기려는 의도다.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검찰에게 돌아오는 비난의 화살을 최소화하려는 것인데, 국가보안법상 무고 및 날조 혐의를 적용할 경우 이들에게는 똑같이 국가보안법 위반이 적용된다. 이것은 국정원·검찰뿐 아니라 청와대도 원치 않는 결과이기 때문에 모해증거위조와 인멸,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기소된 인사는 국정원 직원 1명과 협력자 1명 등 2명뿐이다.
▲ 윗선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안됐다. 지금까지 나온 언론보도만 보더라도 국정원의 증거조작은 실무진 위로 보고서가 올라갔다. 또 협력자와 돈이 오간 것도 윗선의 결제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 사건이 박근혜정부의 첫 간첩 사건이라는 점에서 남재준 국정원장도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몰랐다'고만 하는데 공식 경로가 아니라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 입수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법정에서는 외교라인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입수한 문건이라고 7차례 이상 주장을 했다. 검찰이 재판부를 속인 것이다. 검찰이 자기 식구인 검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검사의 도입이 필요하다.

- 유우성씨 사건에 대해 덧붙일 말이 있다면.
▲ 검찰과 국정원의 관계를 이번 기회에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검찰 공안부 검사들은 국정원의 불법적인 수사에 대해서 눈감아 왔다. 수사 협조자라는 이유로 국정원의 위법행위를 눈감아 왔는데, 이는 공익의 대변자인 검사가 자기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19대 국회가 어느덧 절반가량 지났다. 그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소감과 향후 활동계획이 궁금하다.
▲ 국회의원이 된 이후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고 합리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판사 출신의 전문성을 살려 사법제도 개혁에 앞장서기 위해 노력했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전문성을 살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사법제도 개선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개선방안을 만들어 갈 것이다.

지난 3월 법정녹음 의무화를 집중적으로 요구했는데, 법원 행정처도 받아들이는 등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나아가 신청이 있을 경우 영상녹화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조만간 발의 할 예정이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서기호 의원 프로필>

▲ 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
▲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
▲ 제주지방법원 판사
▲ 전국 가톨릭 대학생 협의회 회장
▲ 서울대학교 공법학과 졸업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