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⑧새정치민주연합 김상현 상임고문

"정치후배들이여! 국민·역사 편에서 대의를 지켜라"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계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 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현(80) 상임고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현 상임고문은 현대정치사의 산증인이다.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 4·19혁명, 3선개헌, 유신, 10·26사태, 12·12사태,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정치 주요사건들의 현장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김 고문이 겪은 시련과 성취는 그 자체가 역사인 까닭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운영했던 웅변학원에 취직한 것을 계기로 DJ와 인연을 맺고, 그를 따라 정계에 입문한 김 고문은 1965년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1966년 3월에는 국회 한일협정 대일청구권자금 사용안에 반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4시간30분간 진행하며 "5·16은 4·19의 반동"이라는 유명한 연설로 단순에 스타 정치인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1972년 유신과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2004년 재심에서 무죄)으로 수차례 고문, 투옥을 당했고 무려 17년간 공민권을 박탈당하며 오랜 정치야인으로 지냈다.

야인으로 지냈던 시절인 1983년에는 당시 미국에 있던 DJ를 대신해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를 결성하고, DJ를 대신해 공동의장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돼 원내에 복귀한 그는 동교동계에 속했으나 DJ노선을 비판하기도 했고, 상도동계와도 친분을 유지하는 등 독특한 정치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그는 "대의, 타협, 절충이라는 정치의 기본을 지키고자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 대가로 DJ와 동교동계 인사들의 배척을 받기도 했다. 결국 15·16대 국회의원에도 당선되며 6선 의원이 됐지만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당내 요직은 한 번도 맡지 못했다.

현대정치사 산증인이 말하는 진짜 정치
"정치적 선택, 눈앞 이익보다 대의 좇아야"

김 고문의 아호가 '인생 전반기에는 고생이 많지만 후반기에는 수확을 많이 한다'는 후농(後農)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호와 그의 삶은 맞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적 기로에서 눈앞의 이익보다 대의를 좆았기 때문"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격동의 시기 야당 정치인으로 YS·DJ 등과 함께 민주화와 정치 발전에 큰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만큼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지난 삶과 정치에 대해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대립·갈등으로 점철된 작금의 정치 상황에서 서슬퍼런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에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당당히 맞섰고, 불이익이 뻔히 예상되지만 이를 감수한 채 늘 대의를 택했던 김 고문의 정치가로서의 삶은 교훈과 함께 묘한 울림을 준다.

다음은 지난 2일 서울 소재의 한 호텔에서 김 고문을 직접 만나 그의 삶과 2014년 정치권의 현실에 대해 나눈 대화 전문이다.

-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 합니다 김 고문님. 정치권의 최근 상황을 간략히 총평해주시지요.
▲ 통합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발족에 창당 발기인으로도 참여했는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공천을 하기로 했고, 야당은 지방조직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무공천 약속'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냉정한 심판을 내려야 합니다.

-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통합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야권이 단일화, 통합하는 것은 국민의 여망입니다. 국민의 여망에 잘 따른 옳은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여권에서는 야권이 그간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온 만큼 이번에도 지방선거를 대비한 이합집산이 아니냐는 비판을 합니다만.
▲ 야권통합으로 위협을 느낀 여권의 모략, 선동으로 적절치 않은 비판입니다. 야권 입장에서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반응입니다.

-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 실현'을 고리로 통합야당이 만들어졌는데, 최근 이대로는 지방선거에서 전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며 내부에서는 '공천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당장 기초선거 출마자들은 탈당을 한 후 출마를 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조직이 깨지게 돼 엄청난 불이익이 예상됩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공천을 하기 때문에 불리해진 야권 출마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라고 봅니다. 그러나 일단 새정치민주연합은 약속을 했기에 이번에는 다소 불리하더라도 멀리 보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야권이 지방선거에서도 패한다면 중앙권력, 의회권력에 이어 지방권력도 여권이 쥐게 되는데, 다음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가까이는 7월 재·보궐선거, 그리고 차기 총선에서는 국민들이 약속을 지킨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원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약속을 지켜나가다 보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알아 줄 것입니다.

- 박근혜정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규제완화'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 기본적으로 규제를 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규제가 있어야 할 곳은 유지하면서, 풀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풀어야 합니다. 선별적으로 규제가 필요한 부분과 필요 없는 부분을 잘 분별해서 정리해 나간다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됩니다. 지금 정부도 이러한 분별을 잘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국정원·검찰이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씨의 간첩혐의 증거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사회·정치적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 미진한 검찰 수사를 바꿀 방법은 특검뿐입니다. 특검으로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 드러난 국정원의 행태를 보면 과거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등의 활동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고문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 그렇습니다. 21세기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과거지향적 행태지요. 거듭 말하지만 특검을 통해 책임소재를 확실히 따져야 합니다.

"국익 앞에선 여야 구분 없이 똘똘 뭉쳐야"
"상대방 입장 배려·포용하는 정치 펼쳐라"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해선 어떤 중간평가를 내리시겠습니까.
▲ 대체로 외교·안보면에서는 잘했고, 국내정치에서 보여준 독선적이고 소통하지 못하는 비민주적 모습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으로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개인적 평가도 궁금합니다.
▲ 역대 정권들은 모두가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공도 있고 과도 있는 것이지요. 이런 부분은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제가 언론을 통해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40여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던 본인의 정치사에 대해선 어떻게 자평하십니까?
▲ 격변의 시대에 정치를 했고, 역사와 국민의 편에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큰 후회도 없습니다. 당내에서 요직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이는 저의 정치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지요.

- 독재정권의 회유, DJ와의 결별, YS와 결합 등 정치적 선택의 기로가 많았습니다.
▲ 당장 눈앞의 이익을 탐했다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고, 지금 저의 삶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로에서 늘 국민과 대의를 좇았고, 때문에 불이익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 후배 정치인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 정치는 국민, 역사의 편에서 대의를 지켜나가는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정치는 타협과 협상이 필요하지만 원칙은 그 대상이 아닙니다. 또한 국익을 위해선 여야 구분 없이 뭉쳐야 합니다.

일례로 최근 박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에 야당이 원자력방호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야당도 국익을 위해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 눈여겨보는 후배 정치인이 있으신지요?
▲ 안철수 공동대표의 행보를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는 김부겸, 전남지사 선거에 나서는 이낙연 등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 끝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 정치인은 상대방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상대방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더욱 곤란합니다. 여야가 자기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항상 반대당의 입장과 고민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배려·포용하는 정치를 하기 바랍니다.

 

대담=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김상현 상임고문 프로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대한산악연맹 회장
▲민주당 부총재
▲6선 의원(6·7·8·14·15·16대)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 대행

 

<기사 속 기사>
'한국 정치 아리랑', 김상현을 통해 본 대한민국 현대사

최근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으로 가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 외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상현 상임고문은 지난 2011년 9월 자서전 격인 <한국 정치 아리랑>을 펴냈다. <만다라>로 유명한 김성동 작가가 김 고문의 삶을 현대정치사와 연계해 기술한 것이다.

"나의 삶을 잘 녹여냈다"는 김 고문의 말처럼 이 책에는 인터뷰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예를 들면 '박정희·김형욱·전두환' 등을 만나서 대담한 것에서는 김 고문의 정치신념과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화려했던 그의 말솜씨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됐을 때 김 고문이 조문을 하려 했던 시도는 정치적 상대방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이외에도 정치적인 전략·전술의 구사와 앞날을 보는 혜안도 참고할 만하다. 김 고문과 비슷한 시기 정치를 했던 남재희 전 장관은 이 책을 읽고 "김 고문은 재주가 비상하다"며 "현대 한국정치사에서 대성공을 거둔 DJ에 거의 버금가는 실력을 보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야권의 한 의원은 "자신의 개인적 이익과 집단의 이기심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힘없는 서민들과 약자의 편에 서서 민중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고 싶은 정치 지망생이라면 김 고문의 정치력을 배워야 한다"며 "'김상현의 길'을 통해 서민의 정치, 대의의 정치, 민중의 정치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