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⑦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

"정치인, 정치꾼 아닌 정치가로 거듭나야"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계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 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새누리당 유준상(71) 상임고문이다.

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은 1982년 11대 총선에서 만 39세의 젊은 나이로 당선된 이후 전남 보성·고흥에서만 내리 4선 의원을 지냈다. 1985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동교동계에 투신한 이후에는 신민당 부총무,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등을 역임하며 김 전 대통령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1995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권유한 전남지사 출마 제의를 뿌리친 그는 이듬해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때 김 전 대통령과 결별한 유 고문은 4년여간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공부와 경험을 쌓은 후 한나라당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제도권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정치권에 있을 때보다 요즘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정보보안 전문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21세기 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 롤러경기연맹 회장 등을 역임하며 IT, 정책연구,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하루 30~40km씩 달려 15일간 총 633km 거리의 국토종주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웬만한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이 그의 왕성한 활동의 비결이다. 또 배움에는 끝이 없다며 4개 국어(일본어,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도 공부 중이다.

이외에도 정계원로로서 때로는 정치권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 유 고문을 지난 3월27일 직접 만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꽉 막힌 정치권이 나아갈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유 고문과의 일문일답.

- '정치권에 정치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요즘 여야 정치권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 1년의 정치권을 되돌아보면 정치는 없었고, 정쟁만 있었습니다. 야당은 대선이 끝난 직후 문재인 후보가 패배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 대선 댓글 개입 사건으로 정쟁만 부추겼습니다. 물론 여당도 야당과의 타협, 협상이 부족했지요. 그러나 1차적 책임은 대선 직후 정권 흔들기에 주력한 야당에 있다고 봅니다.

- 현재의 정치 난맥상이 야당 때문이라는 말씀이신지요?
▲ 대선후보가 패배를 인정하면 거기서 대선은 마무리 짓고 여야가 함께 국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나 야당이 처음부터 정권 흔들기에만 공을 들여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습니다. 결국 국민들은 민주당을 외면했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바닥까지 떨어졌지요.

- 독자 신당 창당을 통한 새정치 실현에서 최근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방향을 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도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 안철수 의원의 정치행보를 보면 승부사 기질이 다분해 보입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선 YS(김영삼 전 대통령) 기질도 엿보입니다. 결국 혼자선 안 되니깐 무공천을 내세워 민주당과 합당을 했는데, 영리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안 의원의 선택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선거를 지켜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신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나아가 통합야당도 잘 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안 의원) 주변 사람들이 자꾸 떠나는데, 들리는 말에 따르면 안 의원이 주변의 얘기를 듣기는 하지만 결정은 독단적으로 하는 면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떠나가는 것이겠지요. 안 의원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민심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으로서 민심을 잘 따라간다면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라 봅니다. 그러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민심도 헤아리지 못한다면 실패한 정치인이 되겠지요.

"정치권 난맥상 1차 책임은 야당"
"승부사 안철수, YS 기질도 엿보여"

- 6·4지방선거가 통합야당(새정치민주연합) 출현으로 여야 1대1구도로 선거가 치러지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여야가 사활을 걸고 지방선거에 임할 태세인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결론적으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됩니다. 이유는 첫째,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일관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둘째,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도 새정치민주연합을 앞서고 있습니다. 셋째, 새누리당은 선거 준비가 잘 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렇지 못합니다. 넷째, 집권여당의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앞서거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됩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신다면?
▲ 서울은 야권통합 효과를 가장 많이 본 박원순 시장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경선 흥행이 제대로 된다면 끝까지 가봐야 합니다. 인천, 충북도 반반으로 예상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위가 점쳐지는 곳은 호남, 강원, 충남 정도뿐입니다. 결국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0곳 이상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야당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박한 평가라는 말이 나올 것 같습니다.
▲ 야권통합 전 민주당은 계파갈등으로 시름했고,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를 외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 통합을 선택했습니다. 화학적 결합이 아닌 물리적 결합을 이룬 것이지요. 이러한 이합집산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기 어렵습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서는 '박심 논란' 등 청와대가 후보 선정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 청와대의 개입은 아니라고 봅니다. 집권여당은 박근혜정부 성패와 직결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한 당 차원의 전술전략 측면으로 보입니다. 또 후보들도 이른바 '윗선'의 지시에 그대로 따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나름의 계산에 따라 손익 여부를 판단한 끝에 움직이고 있다고 봅니다.
 

- 국정원과 검찰이 유우성씨 간첩혐의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선거에도 주요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엘리트들이 속해 있는 양대 기관(국정원·검찰)이 기능적 측면에서만 사건을 다루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합니다. 검찰의 특별감찰과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볼썽사나운 사건인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정확하게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정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 금융권, 통신사 등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달아 터져 나오며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으로서 한 말씀 하신다면?
▲ 기업들이 정보보안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미 기업은 네트워크에 다양한 보안솔루션을 설치했지만 개인정보는 계속 유출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보는 새고 있고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보안이 필요하지 않는 기업, 기관은 없지만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지요. 기업, 기관 책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 책임자들의 인식 전환 외에 다른 해법은 없을까요?
▲ 정보보안에도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한다면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정보를 빼내는 사람들을 찾아내 신고하는 사람에게 상당한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둔다면 정보유출 사고가 대폭 감소할 것입니다. 인적 측면에서는 정보 보안 책임자(CISO)가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하며 책임을 할당해야 합니다. 중요성이 증대되는 만큼 보안인력의 연봉 등 근로환경 개선도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6·4지방선거, 새누리당 압승할 듯"
"야당 이합집산…국민신뢰 못 받아"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한 평가를  하신다면?
▲ 박근혜정부의 지난 1년은 합격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교·안보·대북 관계에서 성공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정치에서 야당과의 소통이 미흡한 점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또 각 부처의 책임자들이 권한만 가진 채 책임은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인사에서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 실제로 장관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며 기계적으로 일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 공무원사회는 복지부동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 장관들을 보면 대부분 눈치만 살피고 있습니다. 정무적 판단이 부족한 사람들도 보이구요. 하루를 일하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신 있게 말하고 안 된다면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장관들의 창조적 리더십이 부족한데, 청와대에서도 장관들이 자발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치권 후배들에게도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 국회의원은 정말 소중한 자리입니다. 3선, 5선, 7선… 다선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번을 하더라도 족적을 남기도록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어 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또 국회의원은 사무실에 있을 것이 아니라 현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국민을 위한 정책은 현장에 있기 때문에 현장에 많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정치꾼이 아니라 정치가라는 평을 듣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본인의 정치사에 대해선 어떻게 자평하십니까?
▲ 과거 김대중 총재(김대중 전 대통령)가 전남지사로 나가라고 했을 때 따랐다면 아마 저의 정치사는 많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지자체장보다 국회의원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행정경험을 쌓을 기회도 놓치고 공천에도 탈락했습니다. 이후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공부하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는데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으시다면?
▲ 통일담론이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통일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전 세계 5위권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시일 내 통일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통일이 된다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발로 뛰거나 인라인을 타고 달려간 후 평양시장에 출마할 예정입니다(웃음).

 

대담=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유준상 상임고문 프로필>

▲ 새누리당 상임고문
▲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9·10대)
▲ K-BoB 시큐리티 포럼 이사장
▲ 21세기 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 (사)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 국제롤러경기연맹 CIC 위원, 올림픽특별위원(롤러스포츠)
▲ (사)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
▲ 인천 아시안게임 자문위원
▲ 한국정보보호학회 고문
▲ <남도일보> 회장
▲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 4선 국회의원(11·12·13·14대, 국회 경제과학위원장, 초대 정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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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