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⑦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

"정치인, 정치꾼 아닌 정치가로 거듭나야"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계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 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새누리당 유준상(71) 상임고문이다.

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은 1982년 11대 총선에서 만 39세의 젊은 나이로 당선된 이후 전남 보성·고흥에서만 내리 4선 의원을 지냈다. 1985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동교동계에 투신한 이후에는 신민당 부총무,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등을 역임하며 김 전 대통령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1995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권유한 전남지사 출마 제의를 뿌리친 그는 이듬해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때 김 전 대통령과 결별한 유 고문은 4년여간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공부와 경험을 쌓은 후 한나라당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제도권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정치권에 있을 때보다 요즘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정보보안 전문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21세기 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 롤러경기연맹 회장 등을 역임하며 IT, 정책연구,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하루 30~40km씩 달려 15일간 총 633km 거리의 국토종주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웬만한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이 그의 왕성한 활동의 비결이다. 또 배움에는 끝이 없다며 4개 국어(일본어,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도 공부 중이다.

이외에도 정계원로로서 때로는 정치권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 유 고문을 지난 3월27일 직접 만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꽉 막힌 정치권이 나아갈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유 고문과의 일문일답.


- '정치권에 정치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요즘 여야 정치권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 1년의 정치권을 되돌아보면 정치는 없었고, 정쟁만 있었습니다. 야당은 대선이 끝난 직후 문재인 후보가 패배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 대선 댓글 개입 사건으로 정쟁만 부추겼습니다. 물론 여당도 야당과의 타협, 협상이 부족했지요. 그러나 1차적 책임은 대선 직후 정권 흔들기에 주력한 야당에 있다고 봅니다.

- 현재의 정치 난맥상이 야당 때문이라는 말씀이신지요?
▲ 대선후보가 패배를 인정하면 거기서 대선은 마무리 짓고 여야가 함께 국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나 야당이 처음부터 정권 흔들기에만 공을 들여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습니다. 결국 국민들은 민주당을 외면했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바닥까지 떨어졌지요.

- 독자 신당 창당을 통한 새정치 실현에서 최근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방향을 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도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 안철수 의원의 정치행보를 보면 승부사 기질이 다분해 보입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선 YS(김영삼 전 대통령) 기질도 엿보입니다. 결국 혼자선 안 되니깐 무공천을 내세워 민주당과 합당을 했는데, 영리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안 의원의 선택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선거를 지켜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신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나아가 통합야당도 잘 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안 의원) 주변 사람들이 자꾸 떠나는데, 들리는 말에 따르면 안 의원이 주변의 얘기를 듣기는 하지만 결정은 독단적으로 하는 면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떠나가는 것이겠지요. 안 의원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민심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으로서 민심을 잘 따라간다면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라 봅니다. 그러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민심도 헤아리지 못한다면 실패한 정치인이 되겠지요.

"정치권 난맥상 1차 책임은 야당"
"승부사 안철수, YS 기질도 엿보여"

- 6·4지방선거가 통합야당(새정치민주연합) 출현으로 여야 1대1구도로 선거가 치러지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여야가 사활을 걸고 지방선거에 임할 태세인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결론적으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됩니다. 이유는 첫째,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일관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둘째,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도 새정치민주연합을 앞서고 있습니다. 셋째, 새누리당은 선거 준비가 잘 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렇지 못합니다. 넷째, 집권여당의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앞서거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됩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신다면?
▲ 서울은 야권통합 효과를 가장 많이 본 박원순 시장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경선 흥행이 제대로 된다면 끝까지 가봐야 합니다. 인천, 충북도 반반으로 예상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위가 점쳐지는 곳은 호남, 강원, 충남 정도뿐입니다. 결국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0곳 이상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야당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박한 평가라는 말이 나올 것 같습니다.
▲ 야권통합 전 민주당은 계파갈등으로 시름했고,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를 외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 통합을 선택했습니다. 화학적 결합이 아닌 물리적 결합을 이룬 것이지요. 이러한 이합집산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기 어렵습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서는 '박심 논란' 등 청와대가 후보 선정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 청와대의 개입은 아니라고 봅니다. 집권여당은 박근혜정부 성패와 직결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한 당 차원의 전술전략 측면으로 보입니다. 또 후보들도 이른바 '윗선'의 지시에 그대로 따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나름의 계산에 따라 손익 여부를 판단한 끝에 움직이고 있다고 봅니다.
 

- 국정원과 검찰이 유우성씨 간첩혐의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선거에도 주요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엘리트들이 속해 있는 양대 기관(국정원·검찰)이 기능적 측면에서만 사건을 다루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합니다. 검찰의 특별감찰과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볼썽사나운 사건인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정확하게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정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 금융권, 통신사 등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달아 터져 나오며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으로서 한 말씀 하신다면?
▲ 기업들이 정보보안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미 기업은 네트워크에 다양한 보안솔루션을 설치했지만 개인정보는 계속 유출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보는 새고 있고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보안이 필요하지 않는 기업, 기관은 없지만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지요. 기업, 기관 책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 책임자들의 인식 전환 외에 다른 해법은 없을까요?
▲ 정보보안에도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한다면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정보를 빼내는 사람들을 찾아내 신고하는 사람에게 상당한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둔다면 정보유출 사고가 대폭 감소할 것입니다. 인적 측면에서는 정보 보안 책임자(CISO)가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하며 책임을 할당해야 합니다. 중요성이 증대되는 만큼 보안인력의 연봉 등 근로환경 개선도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6·4지방선거, 새누리당 압승할 듯"
"야당 이합집산…국민신뢰 못 받아"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한 평가를  하신다면?
▲ 박근혜정부의 지난 1년은 합격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교·안보·대북 관계에서 성공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정치에서 야당과의 소통이 미흡한 점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또 각 부처의 책임자들이 권한만 가진 채 책임은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인사에서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 실제로 장관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며 기계적으로 일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 공무원사회는 복지부동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 장관들을 보면 대부분 눈치만 살피고 있습니다. 정무적 판단이 부족한 사람들도 보이구요. 하루를 일하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신 있게 말하고 안 된다면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장관들의 창조적 리더십이 부족한데, 청와대에서도 장관들이 자발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치권 후배들에게도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 국회의원은 정말 소중한 자리입니다. 3선, 5선, 7선… 다선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번을 하더라도 족적을 남기도록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어 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또 국회의원은 사무실에 있을 것이 아니라 현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국민을 위한 정책은 현장에 있기 때문에 현장에 많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정치꾼이 아니라 정치가라는 평을 듣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본인의 정치사에 대해선 어떻게 자평하십니까?
▲ 과거 김대중 총재(김대중 전 대통령)가 전남지사로 나가라고 했을 때 따랐다면 아마 저의 정치사는 많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지자체장보다 국회의원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행정경험을 쌓을 기회도 놓치고 공천에도 탈락했습니다. 이후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공부하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는데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으시다면?
▲ 통일담론이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통일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전 세계 5위권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시일 내 통일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통일이 된다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발로 뛰거나 인라인을 타고 달려간 후 평양시장에 출마할 예정입니다(웃음).

 

대담=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유준상 상임고문 프로필>

▲ 새누리당 상임고문
▲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9·10대)
▲ K-BoB 시큐리티 포럼 이사장
▲ 21세기 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 (사)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 국제롤러경기연맹 CIC 위원, 올림픽특별위원(롤러스포츠)
▲ (사)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
▲ 인천 아시안게임 자문위원
▲ 한국정보보호학회 고문
▲ <남도일보> 회장
▲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 4선 국회의원(11·12·13·14대, 국회 경제과학위원장, 초대 정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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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