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간첩증거조작사건 공동변호인 김용민 변호사

"증거 하나라도 내 놓고 간첩이라고 하라!"

[일요시사=정치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의 여파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국정원의 협력자인 김모씨는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위조문서를 작성했다"고 실토한 후 자살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여전히 증거조작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이번 사건의 공동변호를 맡고 있는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용민 변호사를 만나 사건의 실체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국정원 협력자인 김모씨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자살 기도와 관련해 수상한 점이 있다고 들었다.
▲ 추측일 뿐이지만 사건을 좀 빨리 마무리하려고 꾸민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검찰에서 진술을 하고 나와서 갑자기 자살시도를 했다. 유서에 남긴 내용도 이미 진술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또 이 사람이 하필이면 목을 찔렀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목이 다쳐서 말을 못하겠다.

이런 쪽으로 흘러가려고 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에 보도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유서에) 한글을 너무 깔끔하게 잘 썼다. 조선족이고, 중국에서 계속 살았던 분인데 우리나라 사람보다 맞춤법을 더 잘 맞춘 것 같다. 그게 좀 이상하다. 그래서 그런 점들을 보면 이 사람이 실제 유서를 자기가 썼는지, 아니면 국정원과 짜고 자살소동을 벌인 것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의 병원비를 누가 냈는지도 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입출경기록 등은 중국에 확인하면 금방 들통 날 증거들인데 국정원이 왜 이런 기록들을 조작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 그렇다. 쉽게 들통 날 일인데 기존의 사례를 보면 중국이 확인을 잘 안해줬다. 특히 남북관계와 관련된 일의 경우 중국에서는 거의 개입을 안했다. 그래서 우리가 사실조회를 신청할지도 몰랐겠지만 사실조회를 신청하더라도 답이 안 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한 가지 추측은 사실조회 신청을 하더라도 자기네 라인을 통해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사실조회 회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그런 일종의 자신감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행히도 사실조회가 사실대로 나왔던 거다.

- 국정원이 다른 사건에서도 증거조작을 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지?
▲ 배제할 수 없지 않나? 당장 내란음모사건에 대해서도 녹취록이 자의적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언론에서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 국정원 협력자 김씨가 유서에서 '유우성은 간첩이 맞다'고 적었다.
▲ 간첩이 맞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면 증인으로 나왔어야 한다. 검찰이나 국정원에서는 증인신청을 한 번도 안했고, 간첩이 맞다는 근거도 아무것도 제시 못하고 있다.

- 지난 2006년 어머니 장례식 때문에 북한을 밀입국한 사실은 유우성씨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2006년 이후 유씨의 대외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공안당국은 유씨가 각종 탈북자모임에서 활동한 이유가 탈북자정보를 모아 북한에 넘기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는데.
▲ 갑자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유씨를 계속 후원해주던 신부님이나 이런 분들이 계셔서 기존에도 탈북자모임 같은 것들은 했었다. 그 다음에 생활이 안정화되는 단계에서 학교를 들어갔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당연히 동아리활동을 하지 않나? 다른 엄청난 일을 한 게 아니라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뭐 그 정도 수준이었다.

- 모임을 통해 탈북자 정보를 모은 것은 사실인가?
▲ 전혀 아니다. 결정적으로 유씨가 서울시 공무원이 되기 전에 탈북자지원재단이라는 곳에서 일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이 들어온 적이 있다. 탈북자지원재단은 우리나라 모든 탈북자들의 정보를 갖고 있는 곳이다. 만약 유씨가 간첩이고 북한에 탈북자 정보를 넘겨야 되는 임무를 받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기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 안 갔다. 그리고 서울시청에 들어가게 된 거다.

"국정원 증거조작, 들키지 않을 자신감 때문?"
"국정원 다른 사건도 조작했을 가능성 있어"

- 공안당국이 여동생과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탈북자 명단을 주고받지 않았느냐며 추궁하자 유씨는 처음에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공안당국이 PC방에서 유씨가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화상 통화하는 모습이 담긴 CCTV를 보여주자 메신저 프로그램을 쓴 사실을 실토했다.
▲ 그건 저도 지금 기록이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부분은 1심에서 전혀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록을 봐야 알 것 같다.
 

- 지난 2012년 여동생을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데려오기 직전에 유씨가 자신이 쓰던 노트북을 포맷하고 휴대전화를 바꾼 점도 의심의 근거가 됐다.
▲ 그것도 좀 말이 안 되는 거다. 유씨가 노트북을 포맷한 것은 그냥 컴퓨터 쓰다 보면 버벅거리면 일반인들도 포맷하지 않나? 또 휴대폰은 바꿀 때가 됐으니까 바꾼 거다. 그게 날짜가 좀 비슷하게 맞았던 거지 의심할 만한 정황은 아니었다.

-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
▲ 국정원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으로 유씨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유씨에 대해 통신사실조회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런데 증거가 아무것도 안 나왔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 이 문제를 놓고 최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공동기자회견을 했는데 생중계 기자회견 직전 현수막에 국정원 '간첩' 조작사건을 국정원 '증거' 조작사건으로 고치는 해프닝이 있었다. 야권에서도 증거 조작은 맞지만 유씨에 대한 의심은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그건 뭐 정치적 부담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희 입장에서는 국정원이나 검찰에서 유씨의 간첩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한 개라도 내놨으면 좋겠다. 뭐 증거다운 증거가 하나도 없이 항소심에 와서는 남의 나라 공문서까지 위조해서 내놓고서는 간첩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심각한 문제다.

- 합동신문센터에서 동생 유가려씨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것인지?
▲ 머리를 계속 때리고, 벽에다 막 찧고 했다고 한다. 발로 차기도 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국정원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국정원이 인정한 사실만 놓고 보면 다른 탈북자 앞에서 망신주기, 반말하기, 조사하다 일으켜 세우기, 밤늦게까지 조사하기, 진술서 계속 쓰게 하기 등과 진술번복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협박을 한 사실도 인정했다.

우리나라엔 그런 법이 없는데 거짓말로 협박을 한 것이다. 가려씨가 심문과정에서 너무 힘들어서 자살기도까지 할 정도였다. 달력 같은 것도 안 줘서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르고 언제 나갈 수 있는지도 안 알려줬다. '내가 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대답을 안 하면 여기서 죽어도 못 나가는구나' 이런 공포심을 느꼈다고 한다.

- 이 사건을 쭉 살펴보면 처음부터 표적수사였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
▲ 저희도 증거가 없어서 확실하게 말은 못하지만 정황상 그런 것 같다는 추측은 하고 있다.

-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들에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 왜곡되어 보도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유씨가 서울시에서 근무할 때 기초생활수급자를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유씨가 탈북자를 관리한 것처럼 보도했다. 또 최초 제보자라고 했던 분의 경우는 신분노출을 우려해서 철저하게 비공개 재판을 했는데 이분이 갑자기 언론에 가서 인터뷰를 했다.

그분이 얘기했던 것들이 1심 법정에서 진술했던 것들이랑 대동소이 했는데, 1심에서는 아예 증거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와서 마치 뭔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사실상 왜곡보도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유씨 신상과 관련해 여러 가지 왜곡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김용민 변호사 프로필>

▲ 사법연수원 35기 수료
▲ 현대증권 사내변호사
▲ 법무법인 영진
▲ 서울남부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
▲ 대신증권 사내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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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