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⑥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

"통합신당, 지방선거 넘어 총·대선도 해볼 만하다"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계 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 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민주당 이부영(71) 상임고문이다.  

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서슬 퍼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재야 3인방(김근태·이부영·장기표) 중 한 명이다. 정권의 가시 같은 존재였던 만큼 수차례 '투쟁→투옥'을 반복하다 1990년에야 꼬마 민주당(구 민주당)에 합류하며 제도권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이 고문은 서울 강동갑에서 14·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그 사이에도 많은 정치적 역경을 겪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국민회의를 창당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등과 함께 통합민주당에 남았고, 1997년 대선과정에서는 통합민주당과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중 하나)이 합당해 한나라당이 되자 이에 동참했다.
한나라당에서는 구 민주당 출신 인사 중 유일하게 지도부(원내총부, 부총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특유의 개혁성향과 잦은 소신 발언은 한나라당 지도부 및 보수성향 의원들과 맞지 않았다. 결국 2003년 7월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열린우리당에 합류해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상임고문으로 당에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자문을 하거나 동북아평화연대 활동에 관여해 연해주, 시베리아의 고려인들을 지원하고 교류하는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이 고문의 사무실을 찾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꽉 막힌 정치권이 나아갈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이 고문과의 일문일답.

-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지난 2일 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그동안 민주당은 별로 잘못한 것도 없이 지지도가 낮았습니다. 최근 두 번의 총·대선에서 패배하며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기도 했지요. 보수언론 중심의 현재 언론지형에서 민주당의 목소리와 행동은 부각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통합으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프레임에 민주당이 함께 하게 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되고 국민의 기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그간 민주당이 잘해왔다는 말씀인가요?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외면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북한과 평화·공존하기 위해 교류를 하자는 햇볕정책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김정일 사후 3대 세습이 됐고, 어려운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체제 유지를 위해 핵개발에 나섰습니다. 최근에는 장성택 처형과 같은 현대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야만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지요. 결국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아주 나빠졌습니다. 민주당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 북한의 행동에 민주당이 억울하게 돌을 맞은 경향이 있습니다.

- 새누리당에서는 민주당-새정치연합 통합에 대해 과민반응이라 할 정도로 강도 높은 비판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습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 보십니까?
▲ 오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분열돼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다 차질이 생겨서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차기 총·대선까지 생각하니 히스테리가 발동한 것이지요. 선거를 앞둔 정치적 변동기에 손해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의미 없는 말들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들이 냉정한 판단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 가까이는 6·4지방선거, 멀리는 차기 총·대선에서 통합신당이 유리해졌다고 보시는 건가요?
▲ 통합신당의 출현으로 힘이 커진 야권의 대선공약 이행, 지난 대선에서의 공공기관 불법개입에 대한 추궁은 이제 국민들에게 굉장히 무겁게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구도 자체도 여권과 1대1 맞상대를 펼치게끔 짜져 지방선거뿐 아니라 차기 총·대선에서도 해볼 만한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 정치권에서는 126석의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이 이제 창당을 준비 중인 2석의 새정치연합과 통합하며 지분을 5대5로 나누기로 한 것은 너무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 정치는 숫자놀음이 아닙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큰 명분이나 흐름을 봐야 합니다. 숫자로만 따지면 '126+2=128' 이지만 정치에서는 차후에 200 이상의 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미래를 본 것이지요. 발밑에 떨어진 불만 보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은 죽은 정치입니다. 차기 총선에서 야권이 정말로 200석을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의 야당 무시, 국민 무시 정치는 더 이상 없게 될 것입니다.

"기초선거 무공천 명분 아니어도 통합논의 있었을 것"
"여권 과민반응은 선거 패배 우려한 히스테리 불과"

- 통합으로 인한 야권의 장밋빛 전망을 얘기하셨지만,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고 견고해 보입니다.
▲ 집권 1년 정도는 국민들이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지고 봐주는 면이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저지른 것이 거의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1년 정도는 허니문 기간이라 봐준 것이지요. 그 다음에도 잘못하면 국민들도 손을 보자고 나설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손을 보기 시작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가 될 것입니다.

-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작동하기에는 시기상 취임 1년4개월째 열리는 것이어서 이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조금 이른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은 이미 속으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 수차례의 정상회담을 한 것과 한복패션을 뽐낸 것 외에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내수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개인 신용정보는 줄줄 새서 국민 불안이 가중됐습니다. 또 노동문제는 정부가 사측의 편만 들면서 노측을 완전히 무시해 국민들이 마음을 붙이고 살기 힘든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통합신당의 외형상 명분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동 이행입니다. 통합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명분이 작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난 대선의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을 지키라는 야권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거나, 상향식 공천이라는 엉뚱한 카드를 꺼냈습니다. 억지 춘향식 상향식 공천 카드를 꺼내들기는 했지만 내용적으로 이것이 상향식 공천인지도 의문입니다. 특히 기초선거 무공천 명분이 아니었어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정강·정책의 유사성으로 충분히 통합논의가 내부적으로 있었을 것입니다.

- 양당의 유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남북문제, 중산층 이하 계층을 겨냥하는 경제정책 등 공통점이 많습니다. 오히려 갈라져 있는 것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젊은 지지자가 많은 새정치연합과 중장년층 지지자가 많은 민주당은 세대 통합적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안 의원은 영남 출신(부산)이고 민주당은 호남 출신이 주류를 이루를 이루고 있는데 지역통합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 이 고문께서 참여하고 계신 범야권 원로들의 모임인 국민동행은 통합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지요?
▲최근 몇 차례 회합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잘됐다, 우리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국민동행은 차기 총·대선까지 내다보고 야권이 될 수 있으면 갈라지지 않고 선거를 치르기를 바랐는데, 대단히 흡족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국민동행은 정당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 예를 들면 헌법 개정, 선거법 개정 등의 문제에 대해 여야를 넘나들며 논의를 촉발시키는 등의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도 여야의 입장차가 커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 박 대통령이 처음 약속을 할 때는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20만원 이상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선 후 별다른 해명도 없이 갑자기 말을 바꿨습니다. 박 대통령의 당선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분들이 어르신들인데 그런 분들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은 것이지요. 최근 분위기를 보면 어르신들도 당초 약속을 지키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에서 기초연금 문제는 꽃놀이패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은 의혹만 남긴 채 이대로 묻혀가는 모양새입니다.
▲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무죄 판결은 이 사건이 어느 쪽으로 귀결이 될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이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결정만이 남았는데 지방선거 이전에 판결을 내릴지 아니면 이후에 내릴지 눈여겨봐야 합니다.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국민들은 이미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정도가 '당락을 바꿀 정도인가?' 라는 것에 대한 국민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 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이 사안은 처음부터 민주당이 부정선거로 끌고 가기 어려웠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대선 패배를 곧바로 시인했기 때문입니다. 문 의원이 성급했습니다. 대선 투표 전 이미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은 포착이 됐는데, 문 의원은 사건이 어떻게 귀결되는지를 보고 판단을 내렸어야 하지만 경솔하게 너무 일찍 승복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사과해야 합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지금 아닌 미래를 봐야"
"박 대통령은 운 좋은 케이스…준비된 대통령 아냐"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리시겠습니까.
▲ 박 대통령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이명박정권의 연장이지만 차별화 위장에 성공했고,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직접적 도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통·인사·공약 이행 등을 보면 결코 능력 있는 대통령, 준비된 대통령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남은 임기는 어려움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정치권 후배들에게도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시지요.
▲ 동아시아의 세력 판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안보와 경제의 엄청난 불균형 속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는 후배 정치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너도나도 권력의 향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변하고 있는 동아시아 세력 판도 등 국제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대담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 프로필>

▲민주당 상임고문
▲열린우리당 의장
▲한나라당 부총재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민주당 부총재
▲3선 국회의원(14·15·16대)
▲민주민중운동협의회 공동대표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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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