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⑥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

"통합신당, 지방선거 넘어 총·대선도 해볼 만하다"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계 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 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민주당 이부영(71) 상임고문이다.  

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서슬 퍼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재야 3인방(김근태·이부영·장기표) 중 한 명이다. 정권의 가시 같은 존재였던 만큼 수차례 '투쟁→투옥'을 반복하다 1990년에야 꼬마 민주당(구 민주당)에 합류하며 제도권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이 고문은 서울 강동갑에서 14·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그 사이에도 많은 정치적 역경을 겪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국민회의를 창당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등과 함께 통합민주당에 남았고, 1997년 대선과정에서는 통합민주당과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중 하나)이 합당해 한나라당이 되자 이에 동참했다.
한나라당에서는 구 민주당 출신 인사 중 유일하게 지도부(원내총부, 부총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특유의 개혁성향과 잦은 소신 발언은 한나라당 지도부 및 보수성향 의원들과 맞지 않았다. 결국 2003년 7월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열린우리당에 합류해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상임고문으로 당에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자문을 하거나 동북아평화연대 활동에 관여해 연해주, 시베리아의 고려인들을 지원하고 교류하는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이 고문의 사무실을 찾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꽉 막힌 정치권이 나아갈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이 고문과의 일문일답.

-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지난 2일 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그동안 민주당은 별로 잘못한 것도 없이 지지도가 낮았습니다. 최근 두 번의 총·대선에서 패배하며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기도 했지요. 보수언론 중심의 현재 언론지형에서 민주당의 목소리와 행동은 부각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통합으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프레임에 민주당이 함께 하게 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되고 국민의 기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그간 민주당이 잘해왔다는 말씀인가요?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외면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북한과 평화·공존하기 위해 교류를 하자는 햇볕정책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김정일 사후 3대 세습이 됐고, 어려운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체제 유지를 위해 핵개발에 나섰습니다. 최근에는 장성택 처형과 같은 현대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야만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지요. 결국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아주 나빠졌습니다. 민주당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 북한의 행동에 민주당이 억울하게 돌을 맞은 경향이 있습니다.

- 새누리당에서는 민주당-새정치연합 통합에 대해 과민반응이라 할 정도로 강도 높은 비판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습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 보십니까?
▲ 오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분열돼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다 차질이 생겨서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차기 총·대선까지 생각하니 히스테리가 발동한 것이지요. 선거를 앞둔 정치적 변동기에 손해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의미 없는 말들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들이 냉정한 판단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 가까이는 6·4지방선거, 멀리는 차기 총·대선에서 통합신당이 유리해졌다고 보시는 건가요?
▲ 통합신당의 출현으로 힘이 커진 야권의 대선공약 이행, 지난 대선에서의 공공기관 불법개입에 대한 추궁은 이제 국민들에게 굉장히 무겁게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구도 자체도 여권과 1대1 맞상대를 펼치게끔 짜져 지방선거뿐 아니라 차기 총·대선에서도 해볼 만한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 정치권에서는 126석의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이 이제 창당을 준비 중인 2석의 새정치연합과 통합하며 지분을 5대5로 나누기로 한 것은 너무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 정치는 숫자놀음이 아닙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큰 명분이나 흐름을 봐야 합니다. 숫자로만 따지면 '126+2=128' 이지만 정치에서는 차후에 200 이상의 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미래를 본 것이지요. 발밑에 떨어진 불만 보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은 죽은 정치입니다. 차기 총선에서 야권이 정말로 200석을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의 야당 무시, 국민 무시 정치는 더 이상 없게 될 것입니다.

"기초선거 무공천 명분 아니어도 통합논의 있었을 것"
"여권 과민반응은 선거 패배 우려한 히스테리 불과"

- 통합으로 인한 야권의 장밋빛 전망을 얘기하셨지만,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고 견고해 보입니다.
▲ 집권 1년 정도는 국민들이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지고 봐주는 면이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저지른 것이 거의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1년 정도는 허니문 기간이라 봐준 것이지요. 그 다음에도 잘못하면 국민들도 손을 보자고 나설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손을 보기 시작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가 될 것입니다.

-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작동하기에는 시기상 취임 1년4개월째 열리는 것이어서 이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조금 이른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은 이미 속으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 수차례의 정상회담을 한 것과 한복패션을 뽐낸 것 외에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내수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개인 신용정보는 줄줄 새서 국민 불안이 가중됐습니다. 또 노동문제는 정부가 사측의 편만 들면서 노측을 완전히 무시해 국민들이 마음을 붙이고 살기 힘든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통합신당의 외형상 명분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동 이행입니다. 통합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명분이 작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난 대선의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을 지키라는 야권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거나, 상향식 공천이라는 엉뚱한 카드를 꺼냈습니다. 억지 춘향식 상향식 공천 카드를 꺼내들기는 했지만 내용적으로 이것이 상향식 공천인지도 의문입니다. 특히 기초선거 무공천 명분이 아니었어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정강·정책의 유사성으로 충분히 통합논의가 내부적으로 있었을 것입니다.

- 양당의 유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남북문제, 중산층 이하 계층을 겨냥하는 경제정책 등 공통점이 많습니다. 오히려 갈라져 있는 것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젊은 지지자가 많은 새정치연합과 중장년층 지지자가 많은 민주당은 세대 통합적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안 의원은 영남 출신(부산)이고 민주당은 호남 출신이 주류를 이루를 이루고 있는데 지역통합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 이 고문께서 참여하고 계신 범야권 원로들의 모임인 국민동행은 통합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지요?
▲최근 몇 차례 회합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잘됐다, 우리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국민동행은 차기 총·대선까지 내다보고 야권이 될 수 있으면 갈라지지 않고 선거를 치르기를 바랐는데, 대단히 흡족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국민동행은 정당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 예를 들면 헌법 개정, 선거법 개정 등의 문제에 대해 여야를 넘나들며 논의를 촉발시키는 등의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도 여야의 입장차가 커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 박 대통령이 처음 약속을 할 때는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20만원 이상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선 후 별다른 해명도 없이 갑자기 말을 바꿨습니다. 박 대통령의 당선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분들이 어르신들인데 그런 분들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은 것이지요. 최근 분위기를 보면 어르신들도 당초 약속을 지키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에서 기초연금 문제는 꽃놀이패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은 의혹만 남긴 채 이대로 묻혀가는 모양새입니다.
▲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무죄 판결은 이 사건이 어느 쪽으로 귀결이 될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이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결정만이 남았는데 지방선거 이전에 판결을 내릴지 아니면 이후에 내릴지 눈여겨봐야 합니다.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국민들은 이미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정도가 '당락을 바꿀 정도인가?' 라는 것에 대한 국민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 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이 사안은 처음부터 민주당이 부정선거로 끌고 가기 어려웠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대선 패배를 곧바로 시인했기 때문입니다. 문 의원이 성급했습니다. 대선 투표 전 이미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은 포착이 됐는데, 문 의원은 사건이 어떻게 귀결되는지를 보고 판단을 내렸어야 하지만 경솔하게 너무 일찍 승복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사과해야 합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지금 아닌 미래를 봐야"
"박 대통령은 운 좋은 케이스…준비된 대통령 아냐"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리시겠습니까.
▲ 박 대통령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이명박정권의 연장이지만 차별화 위장에 성공했고,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직접적 도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통·인사·공약 이행 등을 보면 결코 능력 있는 대통령, 준비된 대통령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남은 임기는 어려움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정치권 후배들에게도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시지요.
▲ 동아시아의 세력 판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안보와 경제의 엄청난 불균형 속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는 후배 정치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너도나도 권력의 향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변하고 있는 동아시아 세력 판도 등 국제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대담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민주당 이부영 상임고문 프로필>

▲민주당 상임고문
▲열린우리당 의장
▲한나라당 부총재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민주당 부총재
▲3선 국회의원(14·15·16대)
▲민주민중운동협의회 공동대표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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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