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파문

황교안-윤병세-남재준 '셋중 하난 날아간다'

[일요시사=사회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또다시 정쟁의 한가운데 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댓글을 통한 선거 개입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국정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구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문서는 모두 중국 정부가 직접 발행해 온 문서여서 현 정부는 외교적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서의 입수 경위를 놓고 법무부 등 관련 기관의 해명은 서로 엇갈리는 상황. 국정원발 '북풍'은 2년 사이 메가톤급 '역풍'으로 돌변, 박근혜정부의 도덕성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진상조사에 착수하면서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은 이번 증거조작 의혹의 '몸통'으로 거론되면서 또다시 정쟁의 격류에 휘말렸다.

공무원 간첩사건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이른바 '북풍'을 겨냥, 화교 출신 공무원을 간첩으로 지목한 공안사건이다.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에 근무했던 유모(34)씨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에 따라 탈북자 리스트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지난 1월13일 긴급 체포된 뒤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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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씨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항소했고, 재판 과정에서 유씨가 북한에 드나들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중국 허룽시 공안국이 발급했다는 출입경기록 등이 재판부에 제출됐다.

그런데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문서에서 위조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4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검찰이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출입경기록 등은 중국 정부에 확인한 결과 모두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 국정원과 검찰, 외교부까지 동원돼 사건의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고, 지난 19일 검찰은 진상조사팀을 구성했다.


검찰은 먼저 중국 당국이 실제로 문서를 발급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더불어 국정원이 어떤 경로로 문서를 입수해 검찰로 넘겼는지, 전달 전후로 위조는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사실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진상조사의 핵심은 유씨가 북한을 출입한 기록이 기재된 출입경기록과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공식기관 명의로 된 사실확인서, 유씨가 북한을 드나든 경위가 설명된 중국 당국의 회신문 등 3가지 문서의 진위 여부다.
이중 출입경기록은 "북한에 가지 않았다"는 유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검찰이 공을 들인 문서로 전해진다. 그러나 재판의 핵심 증거인 출입경기록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급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한 내막을 조금 더 살펴보자.

문서입수 경위 놓고 해명 서로 엇갈려
국정원-법무부-외교부 진실게임 비화

민변은 중국 지린성 옌벤조선족자치주 공안국 명의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발급받았으며, 검찰은 허룽시 공안국 명의로 출입경기록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민변은 허룽시 공안국이 출입경기록을 발급하는 공식기관이 아니라는 점과 지린성이 허룽시보다 상급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자료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민변이 입수한 자료에는 '출경-입경-입경-입경' 순으로 유씨의 출입국이 기재된 반면 검찰 쪽 자료에는 '출경-입경-출경-입경' 순으로 유씨의 행적이 적혀 있다. 얼핏 보면 검찰 쪽 설명이 사실과 부합해보이지만 민변은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사무소)을 통해 당시 출입경기록 발급 시스템상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했고, 세 번째가 '입경'으로 기록된 문서가 진본이라는 정황설명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때문에 검찰이 증거로 내세운 세 번째 기록(출경)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다는 의혹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증거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검찰은 "중국 정부가 출입경기록을 발급했다"는 사실확인서를 재판부에 냈다. 지난 17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사실확인서에 출입경기록이 첨부된 상태로 문서를 전달받았으며 중국 선양주재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문건(회신문 포함)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장관의 말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대검찰청의 요청에 따라 한국총영사관으로부터 입수한 문서는 사실확인서 단 1건이었다"고 밝혔다. 즉 황 장관이 언급한 출입경기록 등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황 장관은 다음날인 19일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입경기록과 회신문을 받아 검증하는 과정에서 중국으로 문서를 보내 답변을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황 장관은 '그 수사기관이 어디냐'는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국정원"이라고 뒤늦게 배후를 밝혔다. 정리하면 증거로 제출된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넘긴 조직은 중국 정부가 아닌 국정원이었다는 것이다.

과거 국정원 직원과 함께 해외에서 탈북자 호송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부장(국정원 직원)이나 영사관을 오고가는 삼촌(국정원 직원)들이 기록을 일부 손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 파견된 국정원 직원이 이번 '문서 작업'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그러나 의혹의 중심에 있는 국정원은 아직까지 어떤 반박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국정원은 "3가지 문건 모두 정식 외교루트(총영사관)를 거쳐 획득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3가지 문서 모두 발급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민변이 공식기관을 통해 발급받은 문서와 국정원이 입수한 문서는 공증처 도장 양식이 다르고, 맞춤법도 다르며, 심지어는 본인이 아니면 발급할 수 없는 출입경기록을 포함하고 있다. 단 한·중 각 기관이 정상적인 수사공조를 거쳤다면 중국 측은 수사협조를 했을 터.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주중대사관이 직접 발급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국정원의 문서 입수 경위도 논란의 대상이다.

외교문제로 가나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진실이 완벽히 규명되기까지는 여러 난제가 예상된다. 특히 유씨를 기소한 검찰은 '셀프조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만약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검찰에 불어 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때문에 일종의 '출구 전략'을 구상 중이란 전언이 검찰 안팎에 들린다.

가장 설득력 있는 건 황 장관의 사퇴다. 이미 국회 본회의에 해임안이 상정될 정도로 미운털이 박힌 황 장관의 용퇴는 역풍을 최소화하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남재준 국정원장의 동반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의 시각이다.

청와대가 직접 사건을 챙길 경우는 윤 장관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 정부가 먼저 책임자의 형사 처분까지 들먹이며 강경한 태도를 취한 만큼 외교적 결단이 수반되지 않겠냐는 것. '양치기' 국정원이 지핀 불씨가 이곳저곳에 잿밥을 뿌리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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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