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며 검찰의 ‘진술 회유’ 의혹을 제기하자, 박 검사가 “짜깁기”라고 반박하면서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전용기·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2023년 6월19일 서 변호사와 박 검사 사이 통화 녹음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에서 박 검사는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화영)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고”라며 “공익 제보자니, 보석으로 나가는 거라든지, 추가 영장을 안 한다든지 이런 게 다 가능해지는 건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게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를 검찰이 애초부터 ‘이재명 주범, 이화영 종범’이라는 구도를 염두에 두고 그에 맞는 진술을 유도하려 한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서 변호사는 “검찰은 어떤 진술이 필요하다는 설계를 끝내 놓은 상태였고, 그에 맞는 진술을 만들기 위해 압박과 회유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녹취 파일엔 이재명 대통령을 엮기 위한 다양한 조건이 박 검사 목소리로 녹음됐다”며 “법사위에서 명백히 위증을 했다. 국회는 박 검사를 위증죄로 고발하고 탄핵소추 절차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검사는 녹취 공개 직후 페이스북에 장문의 반박문을 올렸다. 그는 “모자이크 타일 조각 하나로 전체 그림을 논하는 것이 넌센스인 것과 마찬가지로, 한마디 말만 떼어내어 그것이 ‘회유’니 ‘거래’니 하는 것은 그 자체가 허위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박 검사는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가 서 변호사의 ‘이화영 종범 의율’ 요구를 자신이 거절하며 설명한 대화 일부를 발췌·편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미 주요 수사 대상이었고, 이 전 부지사 측의 종범 의율 및 선처 요청은 법리상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부지사의 관련 진술은 이후 번복돼 재판과 이재명 기소의 직접 근거로 쓰이지 않았다”며 전체 녹취 공개를 요구했다.
당시 수원지검 수사 지휘라인에 있었던 전직 검사들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냈다.
홍승욱 전 수원지검장, 김영일 전 수원지검 2차장, 김영남 전 수원지검 6부장 등은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이화영의 자백 취지 진술 이후 서민석 변호사 측에서 일반 뇌물로 변경하고 종범으로 기소해줄 것, 재판 중 보석 등을 요청한 바 있다”며 “수사팀은 법리상 불가하다고 통보했을 뿐 이를 제안한 적이 없고, 허위 진술을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공개된 일부 발췌본만으로는 실체 판단이 어렵다며 전체 녹취 전문을 공개해 맥락을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가 먼저 ‘종범 의율’이나 선처 가능성을 꺼냈는지, 문제의 발언이 협상 제안이었는지 거절 과정의 설명이었는지를 가리려면 전체 녹취와 전후 맥락이 함께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조사 청문회 과정에서 원본 파일과 전문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된 녹취에는 박상용 검사의 녹취만 발췌돼있다. 발언의 맢뒤 맥락을 의도적으로 잘라 놓고 나서 검찰이 진술을 압박한 정황이라고 선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해 놓은 결론에 논리와 증거를 꿰맞추는 것은 국정조사가 아니라 국정 조작이고 대국민 선동”이라며 “민주당은 조작되지 않은 전체 녹취를 공개해서 박상용 검사의 발언에 반박해 보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쌍방울 그룹이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방북 비용 300만달러와 경기도의 대북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북한에 대신 지급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부지사는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7년8개월이 확정됐고, 공범으로 지목된 이 대통령은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대통령 당선 이후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포함해 이른바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의혹 사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박 검사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향후 청문회에서는 녹취 원본과 수사 경위, 이 전 부지사 진술의 실제 활용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해서 이 의혹을 증폭시킨 것은 박상용 검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핵심적인 부분을 조금씩 공개할 것이고, 결국에는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