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D-100 하루 전인 22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재명형(스타일) 인재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도 “현직이라도 기준 미달이면 과감히 교체하겠다”고 했다. 표현은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다.
새 얼굴, 대대적 쇄신, 인적 물갈이. 정권교체 직후의 지방선거가 또다시 ‘교체의 정치’로 흐를 가능성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정권이 바뀐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늘 시험대가 된다. 대통령선거가 국가의 방향을 정하는 선택이라면, 지방선거는 지역의 삶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묻는 평가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정권교체 직후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전처럼 치러져 왔다.
지역 행정의 성과보다 정권의 바람이 더 크게 작동하는 구조가 반복됐다.
이를 유권자의 감정이나 정치적 미성숙으로 돌리는 것은 피상적인 것으로 진짜 문제는 구조다. 대통령과 중앙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정치 체제에서 지방선거는 쉽게 중앙 권력의 그림자로 흡수된다. 그 순간 지방자치는 독립된 평가의 장이 아니라 정권 지형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변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지역까지 한꺼번에 갈아엎는 정치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책임 정치라기보다 감정 정치에 가깝다.
지방자치의 본래 목적은 중앙과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지역은 조건이 다르고, 정책의 우선순위도 다르며, 행정의 방식도 달라야 한다. 지방선거는 ‘누가 대통령이나 당 대표와 같은 편인가’를 묻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이 지역을 더 잘 운영해 왔는가’를 따지는 선거여야 한다.
중앙의 색깔이 아니라 지역의 성과가 기준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정권 교체기마다 지방 권력이 대규모로 교체되는 패턴이 고착돼 왔다. 2022년 지방선거 역시 정권교체 직후의 정치 지형이 그대로 반영됐다. 그 결과가 옳았는지 그르렀는지를 따지기 전에, 같은 방식이 반복된다는 사실이 더 문제다.
지방선거가 정권의 후속 이벤트로 소비되는 한, 풀뿌리 민주주의는 구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익숙한 사자성어인 ‘운칠기삼(運七技三)’을 내려놔야 한다. 선거를 사적인 관계로 생긴 운과 새로운 인물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운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6·3 지방선거의 기준을 운칠기삼이 아닌 안칠변삼(安七變三, 안정 70과 변화 30)으로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비율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균형감각이다. 안정은 현상 유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축적된 경험과 행정의 연속성을 존중하자는 원칙이다. 지방 행정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도시 계획과 교통, 복지와 안전, 산업 육성은 최소 한 주기를 넘어야 결과가 보인다.
정책을 완주해 본 경험은 단순한 경력이 아니라 검증된 역량이다.
특별한 비위나 명백한 실패가 없다면 기존 단체장은 다시 평가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성과를 냉정히 따지고, 책임을 엄격히 묻되, 무조건적 교체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모든 교체가 혁신은 아니다. 때로는 축적을 끊는 것이 더 큰 비용을 남긴다.
동시에 변화 30은 필수다. 안정만 강조하면 지방정치는 관성에 빠진다. 새로운 의제에 둔감해지고, 행정 조직은 활력을 잃는다. 그러나 변화는 무작위 교체가 아니라 계획된 진입이어야 한다. 전체를 뒤흔드는 파괴적 교체가 아니라, 구조 위에 새로운 인재를 얹는 방식이어야 한다. 안정 위의 변화만이 지속 가능한 개혁을 만든다.
이 원칙은 정당의 공천 설계에도 적용돼야 한다. 공천은 지방선거의 출발점이며, 지방자치의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장치다. 그동안 여당은 국정 동력을 이유로, 야당은 세력 재편을 이유로 대규모 교체를 시도해 왔다. 결과적으로 공천은 행정 평가의 기준이 아니라 진영 확장의 도구가 되기 쉬웠다.
이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구조의 한계다.
안칠변삼 공천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기준이다. 기존 70, 신규 30은 기계적 할당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중대한 실패가 있다면 과감히 교체하되, 그렇지 않다면 성과를 존중해야 한다. 일괄 교체도, 무조건적 유임도 아닌 선택적 평가만이 지방자치를 성숙하게 만드는 길이다.
유권자 역시 이 기준을 가져야 한다. 지지 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던지는 선택은 지방선거를 중앙의 연장전으로 만든다. 지방선거는 편을 드는 선거가 아니라 일을 평가하는 선거다. 지역의 삶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 투표가 반복될수록 지방정치는 중앙 권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정권교체 이후 처음 맞는 전국 단위의 지역 평가다. 이번에도 ‘바람’이 기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성과’가 기준이 될 것인가. 이 선택은 지방자치의 향후 4년을 넘어 민주주의의 체질을 결정한다.
필자는 중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에게 “독서는 고전 70, 신서 30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고전이 뿌리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새로운 지식이 방향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세월이 지나도 이 비율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방자치도 다르지 않다. 축적된 경험 위에 새로운 인재가 더해질 때, 지역은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정권은 5년이지만 지방은 일상이다. 정권의 열기 속에서 지역까지 흔들어버리는 선택은 민주주의를 얕게 만든다. 6·3은 인물 교체의 날이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날이어야 한다. 운과 바람이 아니라 성과와 균형으로 판단하는 선거, 그리고 운칠기삼이 아닌 안칠변삼, 그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오래 버티게 하는 설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