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짜 뉴스 근절법? 위험한 건 ‘권력의 진실 독점’

가짜 뉴스가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너무도 분명하다. 허위 정보들이 선거판 전체를 흔들고,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며,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는 현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또는 특정 단체 등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의혹 제기 형식으로 도배되면서 이들이 받는 고통과 피해는 도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가짜 뉴스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의해 통과됐다.

개정안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법 또는 허위 조작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법원에서 불법·허위 조작 정보로 판결된 정보를 2회 이상 유통한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최대 10억원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가짜 뉴스 근절이라는 명분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와 언론 자유의 근간을 뒤흔드는 방향으로 설계돼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도 공존한다.

이 법이 향하는 방향은 ‘가짜 뉴스와의 전쟁’이 아닌 ‘권력이 정한 진실’의 세계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짜 뉴스 근절법의 문제는 허위 정보의 정의가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점이다. ‘객관적 사실에 반하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정보’라는 식의 규정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권력자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예컨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보도나 실책을 지적하는 분석 기사가 집권 세력에게 불편하다면, 그 기사 역시 얼마든지 ‘오해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문제 삼을 수 있다. 애매모호한 기준은 검열의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또 권력기관이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 자체도 위험할 수 있다. 가짜 뉴스 판정위원회든, 관할 부처든, 어느 곳이든 결국 정부 조직 혹은 권력과 연결된 기관이 판단의 중심을 맡는다. 이는 실질적으로 ‘권력이 진실의 최종 판단자’가 되는 구조며, 민주사회가 가장 경계해야 할 권력 집중이다.

언론·학계·법원이 공동으로 논쟁하면서 진실에 접근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의 모습인데 정부가 “이건 가짜, 저건 진짜”라고 도장을 찍는 순간, 비판적 언론의 숨통은 자연스럽게 조여진다.

제재의 수단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것도 문제다. 가짜 뉴스로 판정되는 순간 무거운 과태료, 형사 처벌, 플랫폼 노출 제한 등의 처벌이 이어질 수 있게 설계돼있다.

이처럼 강한 규제는 단순히 악의적 허위 정보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며, 훨씬 넓은 범위에서 언론의 자기검열을 유발하기 쉽다. “혹시라도 정부와 다른 해석을 제시하면 가짜 뉴스로 몰려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두려움은 언론을 침묵하게 만든다.

민주주의는 ‘잘못된 정보가 존재할 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사라질 때’ 더 급격히 붕괴된다.


게다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허위 여부가 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복잡한 사회 문제는 객관적 진실이 하나만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전망, 정책 효과, 공공 선택의 결과 등은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공식 발표와 다른 분석이나 전망이 ‘허위 정보’가 되는 순간, 사실상 ‘권력의 세계관’이 국민에게 강제되는 셈이다.

실제로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유언비어 유포죄’를 통해 정권에 대한 비판을 필터링하던 방식과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법안은 정치권력과 언론 사이의 권력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언론사와 기자는 언제든지 ‘허위’ 낙인이 찍힐 가능성에 노출된다. 반면 정부나 정치인은 면책특권·발언권을 이용해 사실상 아무 제약 없이 주장을 펼친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보호받고, 언론의 비판은 규제되는’ 비대칭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는 가짜 뉴스 근절이 아니라, 비판 권력의 무력화에 가깝다.

아이러니한 것은 가짜 뉴스 근절법이 정작 가짜 뉴스 문제는 원천적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가짜 뉴스의 상당수는 해외 서버에서 만들어지거나, 폐쇄형 SNS·커뮤니티에서 확산된다. 법적 규제를 피해 가는 방법이 얼마든지 존재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한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토대며, 권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이를 견제하는 유일한 장치다. 가짜 뉴스라는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순간, 사회 전체의 감시와 토론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가 자칫 악용될 위험도 있지만, 권력의 검열은 반드시 악용된다는 사실은 세계 역사를 통해 여실히 증명돼왔다.

가짜 뉴스가 문제임은 명확하나 이보다 훨씬 위험한 것은 ‘국가가 진실을 정한다’는 세계관이다. 가짜 뉴스를 막겠다는 명분 아래, 그 수단이 언론의 자유와 시민의 표현권을 훼손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좀먹는 다른 형태의 억압에 불과하다.

가짜 뉴스를 줄이려면 언론 자율규제 강화를 지원하고,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높이며, 투명한 공공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 반면 권력이 직접 나서서 진실을 선별하고 판단하려 한다면, 그것은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통제하려는 시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짜 뉴스 근절법이 아니라, 가짜 뉴스를 빌미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에 대한 경계심이다. 진실은 권력의 보호 없이도 스스로 서 있을 수 있지만, 자유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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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