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자택 강도 사건’ 70년된 정당방위법⋯이대로 괜찮나

형법 제정 이후 변화 거의 없어
“인정 기준 재점검해야” 지적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자택에 침입한 흉기 소지 강도를 제압하고도, 집주인이 되레 피의자가 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가해자의 위협에 맞선 대응이었다 해도 그 과정이 과잉방위로 평가되면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나나(본명 임진아)와 모친이 자택에 침입한 강도를 제압하는 과정에서의 상해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구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특수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 A씨는 검찰에 송치됐다. 반면 그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나나 모녀가 취한 물리력 행사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침해가 있었고,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들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봤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5일 오전 6시께,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에 있는 나나의 자택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모녀를 위협하며 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당시 미리 준비해둔 사다리를 타고 베란다로 올라간 뒤, 잠겨있지 않았던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집 안에서 모친을 먼저 발견한 그는 목을 조르는 등 상해를 가했고, 비명을 듣고 잠에서 깬 나나와도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모녀가 A씨 팔을 붙잡아 넘어뜨리는 등 제압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나나의 모친이 부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은 뒤 의식을 회복했다. 나나 역시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았고, A씨도 몸싸움 도중 턱 부위 열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리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당방위 판단 과정’에 대한 질의에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언급할 수 없지만 임의적으로 판단된 것은 없다”며 “형법 제21조와 판례 등 법에 근거해 결정된 사항이며, 연예인 이슈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적인 사건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나나 모녀를 쌍방으로 고소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제가 아는 선에서는 없다”며 “정당방위 판단은 고소 여부와 별개로 살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피의자가 입은 상해에 대해서도 나나 측의 책임 소지가 있는지 검토한 뒤, 정당방위로 결론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당방위 인정 기준과 피해자 보호 제도의 빈틈을 재점검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예인 사건’ 정도로 소비하고 넘어가 버리면, 일상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가 피의자 신세가 되는 시민들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사법기관이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데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도 이런 문제의식에 힘을 싣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논문에서도 지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2014년까지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고작 14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법원 역시 정당방위 인정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정당방위에 대한 법 조문은 비교적 단순하다. 형법 제21조 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방위 성립에는 ▲부당한 침해의 존재(부당성) ▲위협이 계속되고 있었는지(현재성) ▲상대방의 수단·공격 정도에 비해 방어가 과도하지 않았는지(상당성) 등이 요건으로 고려된다.

다만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피해자가 전기충격기 등 공격적 성격의 호신용품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문제가 된다. 방어를 위해 썼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원에선 이를 순수한 방어 목적이 아닌 공격 성격이 섞인 행위나 ‘싸움’의 일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다.

또 다른 핵심 요건인 ‘현재성’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자기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부득이한 행위가 아니고, 그 침해행위에서 벗어난 후 분을 풀려는 목적에서 나온 공격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흉기를 든 상대가 자택에 침입해 덤벼드는 상황에서도 흉기나 호신용품 등을 사용해 상대를 크게 다치게 하거나, 상대가 이미 제압됐음에도 가해 행위를 계속했다면 과잉방위조차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정당방위 여부를 일일이 따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로 피해자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일명 ‘도둑 뇌사 사건’은 정당방위 논란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 2014년, 강원도 원주시 한 단독주택에 살던 20대 최모씨는 새벽에 귀가하던 중 거실 서랍을 뒤지던 50대 절도범을 발견해 몸싸움을 벌였다. 그는 상대를 넘어뜨린 뒤 주먹과 발, 그리고 바지 벨트 등 주변 물건을 동원해 범인의 등을 수차례 가격했다.

절도범은 이후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가 결국 숨졌다. 법원은 최씨의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되레 피해자가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 자체가 현행 제도의 허점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한 사람이 모든 상황을 따져가며 대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당방위 인정 요건을 현실에 맞게 넓혀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형법 21조가 지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여년간 문장을 다듬는 수준 변화만 있었을 뿐,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의견에 무게를 더한다.

그렇다고 개정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정당방위의 요건 중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현재 또는 임박한 미래의 부당한 침해’로 바꾸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대가 칼을 들고 다가오는 상황처럼 공격이 실제로 개시되기 직전에도 시민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위 개시 시점의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였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제21대 국회 당시 일명 ‘정당방위보장법’으로 불리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공격자 제압 과정에서 방어 행위가 다소 과해졌더라도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대해선 형을 감경·면제하도록 해 맞서 싸웠다가 오히려 처벌받는 상황을 줄이는 데 초첨을 맞췄다.

정당방위보장법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으며, 조 의원의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서 ‘범위 확장에 따른 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해당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정당방위를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할 경우 오히려 폭력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3자가 ‘정의구현’을 명분으로 형사 절차를 건너뛰고 가해자를 폭행한 뒤, 장차 발생할 위협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며 ‘정당방위’를 내세우는 식의 사적 제재가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문제에 대해 김병수 부산대 법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2014년 ‘형사정책연구’에 투고한 논문 ‘정당방위의 확대와 대처 방안’에서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우리나라는 정당방위 인정 사례가 극히 적고, 법원에선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법 질서 수호의 원리보다 자기보호의 원리를 우선해 정당방위의 성립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이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좁게 본다면, 시민들이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가 어렵고, 억울한 피해자로 인해 국민 권리가 침해된다”면서도 “다만 정당방위를 빙자한 폭력은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나는 이날부터 공식 활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소속사 써브라임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최근 사건으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겪었으나 팬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응원과 격려 덕분에 다시 활동을 재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정돼있던 광고 촬영 및 기타 스케줄은 변동 없이 진행될 예정이며 앨범, 화보집 등도 계획대로 이어가고 있다”며 “변함없는 응원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kj4579@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