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자택 강도 사건’ 70년된 정당방위법⋯이대로 괜찮나

형법 제정 이후 변화 거의 없어
“인정 기준 재점검해야” 지적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자택에 침입한 흉기 소지 강도를 제압하고도, 집주인이 되레 피의자가 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가해자의 위협에 맞선 대응이었다 해도 그 과정이 과잉방위로 평가되면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나나(본명 임진아)와 모친이 자택에 침입한 강도를 제압하는 과정에서의 상해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구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특수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 A씨는 검찰에 송치됐다. 반면 그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나나 모녀가 취한 물리력 행사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침해가 있었고,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들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봤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5일 오전 6시께,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에 있는 나나의 자택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모녀를 위협하며 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당시 미리 준비해둔 사다리를 타고 베란다로 올라간 뒤, 잠겨있지 않았던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집 안에서 모친을 먼저 발견한 그는 목을 조르는 등 상해를 가했고, 비명을 듣고 잠에서 깬 나나와도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모녀가 A씨 팔을 붙잡아 넘어뜨리는 등 제압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나나의 모친이 부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은 뒤 의식을 회복했다. 나나 역시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았고, A씨도 몸싸움 도중 턱 부위 열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리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당방위 판단 과정’에 대한 질의에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언급할 수 없지만 임의적으로 판단된 것은 없다”며 “형법 제21조와 판례 등 법에 근거해 결정된 사항이며, 연예인 이슈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적인 사건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나나 모녀를 쌍방으로 고소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제가 아는 선에서는 없다”며 “정당방위 판단은 고소 여부와 별개로 살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피의자가 입은 상해에 대해서도 나나 측의 책임 소지가 있는지 검토한 뒤, 정당방위로 결론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당방위 인정 기준과 피해자 보호 제도의 빈틈을 재점검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예인 사건’ 정도로 소비하고 넘어가 버리면, 일상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가 피의자 신세가 되는 시민들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사법기관이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데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도 이런 문제의식에 힘을 싣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논문에서도 지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2014년까지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고작 14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법원 역시 정당방위 인정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정당방위에 대한 법 조문은 비교적 단순하다. 형법 제21조 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방위 성립에는 ▲부당한 침해의 존재(부당성) ▲위협이 계속되고 있었는지(현재성) ▲상대방의 수단·공격 정도에 비해 방어가 과도하지 않았는지(상당성) 등이 요건으로 고려된다.

다만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피해자가 전기충격기 등 공격적 성격의 호신용품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문제가 된다. 방어를 위해 썼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원에선 이를 순수한 방어 목적이 아닌 공격 성격이 섞인 행위나 ‘싸움’의 일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다.

또 다른 핵심 요건인 ‘현재성’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자기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부득이한 행위가 아니고, 그 침해행위에서 벗어난 후 분을 풀려는 목적에서 나온 공격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흉기를 든 상대가 자택에 침입해 덤벼드는 상황에서도 흉기나 호신용품 등을 사용해 상대를 크게 다치게 하거나, 상대가 이미 제압됐음에도 가해 행위를 계속했다면 과잉방위조차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정당방위 여부를 일일이 따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로 피해자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일명 ‘도둑 뇌사 사건’은 정당방위 논란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 2014년, 강원도 원주시 한 단독주택에 살던 20대 최모씨는 새벽에 귀가하던 중 거실 서랍을 뒤지던 50대 절도범을 발견해 몸싸움을 벌였다. 그는 상대를 넘어뜨린 뒤 주먹과 발, 그리고 바지 벨트 등 주변 물건을 동원해 범인의 등을 수차례 가격했다.

절도범은 이후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가 결국 숨졌다. 법원은 최씨의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되레 피해자가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 자체가 현행 제도의 허점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한 사람이 모든 상황을 따져가며 대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당방위 인정 요건을 현실에 맞게 넓혀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형법 21조가 지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여년간 문장을 다듬는 수준 변화만 있었을 뿐,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의견에 무게를 더한다.

그렇다고 개정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정당방위의 요건 중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현재 또는 임박한 미래의 부당한 침해’로 바꾸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대가 칼을 들고 다가오는 상황처럼 공격이 실제로 개시되기 직전에도 시민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위 개시 시점의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였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제21대 국회 당시 일명 ‘정당방위보장법’으로 불리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공격자 제압 과정에서 방어 행위가 다소 과해졌더라도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대해선 형을 감경·면제하도록 해 맞서 싸웠다가 오히려 처벌받는 상황을 줄이는 데 초첨을 맞췄다.

정당방위보장법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으며, 조 의원의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서 ‘범위 확장에 따른 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해당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정당방위를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할 경우 오히려 폭력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3자가 ‘정의구현’을 명분으로 형사 절차를 건너뛰고 가해자를 폭행한 뒤, 장차 발생할 위협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며 ‘정당방위’를 내세우는 식의 사적 제재가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문제에 대해 김병수 부산대 법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2014년 ‘형사정책연구’에 투고한 논문 ‘정당방위의 확대와 대처 방안’에서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우리나라는 정당방위 인정 사례가 극히 적고, 법원에선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법 질서 수호의 원리보다 자기보호의 원리를 우선해 정당방위의 성립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이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좁게 본다면, 시민들이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가 어렵고, 억울한 피해자로 인해 국민 권리가 침해된다”면서도 “다만 정당방위를 빙자한 폭력은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나는 이날부터 공식 활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소속사 써브라임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최근 사건으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겪었으나 팬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응원과 격려 덕분에 다시 활동을 재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정돼있던 광고 촬영 및 기타 스케줄은 변동 없이 진행될 예정이며 앨범, 화보집 등도 계획대로 이어가고 있다”며 “변함없는 응원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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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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