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사람 빠진 ‘AI 고속도로’

시정연설 28번 등장
인공지능의 양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에서 “AI 고속도로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말했다. 연설 속 ‘인공지능’은 28번 등장했지만 ‘노동자’ ‘존엄’ ‘불안’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래를 설계했지만, 그 미래까지 걸어가야 할 ‘사람의 속도’는 없었다. 기술이 앞서 달리고 있는 시대, 인간의 속도는 어디쯤에 서 있는가.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가 마주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다.

늦으면
도태된다

기술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 기술의 시간은 직선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뻗어나가며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시간은 원을 그리며 돌아온다. 상처를 받으면 멈추고, 실패하면 다시 시작할 용기를 모아야 한다. 로봇은 고장 나면 재부팅하면 되지만, 인간은 다시 걷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24시간 돌아가지만, 사람은 잠들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이 두 시간이 겹치지 못하면 사회는 균열된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바로 그 틈새다.

AI는 코드를 짜며, 로봇은 서빙하고, 챗봇은 감정을 흉내 낸다. 플랫폼은 우리의 소비, 이동, 감정까지 설계한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의 불안, 외로움, 존엄은 코드로 환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책의 언어는 ‘혁신’과 ‘속도’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늦으면 도태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길을 뛰어야 할 청년들은 카페에서 취업 준비를 위해 또 하나의 오늘을 버티고, 50대 가장은 재교육과 구조조정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스마트폰을 인증하다가 실패한 노인은 은행 창구에서 돌아선다. 기술은 내일을 말하지만, 사람은 오늘을 버틴다. 그 간극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외면해 온 가장 현실적인 틈바구니다.

AI 시대 플랫폼의 편리함과 그림자 = AI 시대의 산물인 플랫폼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그 편리함은 누군가의 밤과 건강, 시간과 감정을 잘라 만든 결과다. 버튼 하나로 새벽에 음식이 도착하고, 클릭 한 번이면 이튿날 아침 택배가 문 앞에 놓인다. 그러나 그 뒤편에서 누군가는 영하 10도의 냉동창고에서 손끝이 얼어붙도록 배송할 물품을 분류하고, 누군가는 비 오는 밤 화물차 안에서 졸음을 참으며 달린다.

플랫폼은 인간을 돕는 기술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노동을 보이지 않도록 숨기는 기술이기도 하다. 택배 기사와 배달 라이더는 ‘개인사업자’라는 이름표 아래 4대 보험도, 정년도, 기본 휴식도 보장받지 못한다. 앱을 끄는 순간 소득도 사라진다.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면서 동시에 자유도 없다. 노동과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데, 비용과 위험 역시 그들의 몫이다.

수도권 물류센터에서 심야에 사람보다 로봇이 먼저 움직인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끝단의 분류 작업은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는데, 그 손은 흔히 데이터나 AI라는 단어 속에서 지워진다. 강의실에선 50대 남성이 다시 엑셀과 코딩을 배우고, 한편에선 편의점·콜센터·배달 일자리가 중년의 새로운 노동시장으로 재편된다.

퇴근 후 퀵커머스를 뛰는 직장인, 낮에는 회사원이지만 밤에는 플랫폼 노동자로 사는 이들이 늘어났다. 기술이 만들어준 건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쪼개진 생계다.

댓글 창에서는 사람이 사라지고 맥락 없는 말들만 떠다닌다. 얼굴 없는 분노는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된다. 플랫폼은 소통을 확장하지만, 오히려 이해와 존중을 감소시킨다. 누군가의 불행이 클릭 수를 만들고, 타인의 상처가 조회수가 된다.


‘좋아요’와 ‘싫어요’가 인간을 평가하는 점수처럼 작동한다. AI는 감정을 계산하지만, 인간은 그 계산된 감정에 부서진다.

정치는 왜 간극을 못 메우나 = AI 시대의 정치는 기술과 인간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기술보다 더 느리다. 그리고 사람의 고통 대신 여론의 속도만 읽는다. 국회는 전자투표조차 완전히 도입하지 못했지만 ‘AI 국가 전략’을 말한다. 공무원 사회는 여전히 구두 보고를 하고 있지만, 외부에선 ‘디지털 대전환’을 외친다.

정치는 늘 미래를 말하지만, 정작 현재의 고통을 설계하지는 않는다.

필자는 AI 시대에 정치가 실패하는 주요 이유를 세 가지로 본다.

정치는
더 느리다

첫째, 기술을 경제 성장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AI를 수출품이나 산업 전략으로 말하지만, 노동자의 삶이나 지역 공동체와 연결하려 하지는 않는다.

둘째, 정치가 기술의 속도나 인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지만, 국회는 법안을 두고 다투고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노동자’ ‘존엄’ ‘불안’ 언급 없어
한국 사회가 마주한 본질적 고민

셋째, 한국 정치의 언어가 ‘갈등을 조정하는 기술’보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술’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정치, 팬덤 정치, 분노 마케팅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키워 정치적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엔 분명히 미래 전략이 담겼으나 빠진 것도 있었다. “누가, 어떤 조건에서 그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기술만 말하고 사람을 언급하지 않는 정치는 결국 사람을 미래 밖으로 밀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외국은 기술과 사람의 속도를 함께 설계했나 = 기술의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지만, 그 속도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기술을 경제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설계’의 일부로 다뤄왔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선언하면서 동시에 노동자를 위한 ‘직업 재설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자동화로 사라질 일자리를 예측하고, 노동자의 기존 기술을 디지털 산업에 맞게 재배치했다. 단순 교육이 아니라 ‘기계와 일할 사람이 어떻게 존중받을 것인가’를 정책의 전제로 삼았다.


덴마크는 ‘유연 안정성’이라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기업은 필요하면 해고할 수 있지만, 국가는 해고된 노동자가 재교육 뒤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직이 곧 파탄이 되지 않는 구조다. 기술 변화는 곧 기회가 되고, 정부는 이를 관리하는 ‘신뢰의 중개자’가 된다.

핀란드는 기본소득 실험을 통해 기술 자동화 시대의 삶을 실험했다. 일정 소득을 국가가 보장하자, 오히려 사람들이 더 과감하게 창업하고 재교육에 뛰어들었다. 기술이 삶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재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기술은 빠르지만 사람을 위한 시스템은 느리다. AI 고속도로는 이미 설계됐지만, 그 길에서 넘어진 사람을 일으킬 안전망은 아직 공사 중이다. 기술은 국가 전략이 됐지만, 기술 때문에 뒤처진 사람은 각자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기술 진화보다 사회의 체력이 더 중요 = 기술은 앞으로도 인간보다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진짜로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사회의 체력이다. 미래는 발명이 아니라 버텨낸 시간 위에서 만들어진다.

우리가 지금 묻지 않으면 안 되는 질문은 “기술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 아니면 더 빨리 소모되게 만드는가” “AI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가, 아니면 인간의 존엄을 밀어내는가” 그리고 “국가의 역할은 기술을 설계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것인가”이다.

기술의 속도보다 중요한 건 그 속도를 사람이 견딜 수 있는가다. 이를 위해선 ▲잠시 멈춰 숨 쉴 수 있는 권리와 제도 ▲실패 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교육과 복귀의 기회 ▲기술보다 사람의 존엄을 먼저 생각하는 존중의 문화 등을 잘 설계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없다면 기술은 결국 인간을 소모품으로 만들 것이고, 그런 미래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1970년대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필자가 다녔던 중학교 과학 선생님은 “언젠가 문명의 이기가 사람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막연한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AI 기술이 그 서막을 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간은 지혜로우니 이를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인간이 버틸 수 있을 때가 진짜 미래 = 기술은 우리에게 가능한 미래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미래를 실제로 살아가는 주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로봇은 밥을 나를 수 있지만,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지 못한다. AI는 노래를 만들 수 있지만, 그 노래에 담긴 추억과 감정을 대신 느껴주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의 역할은 분명하다. 기술이 미래를 설계한다면, 정치는 오늘을 지켜야 한다. 이재명정부가 진짜 미래를 원한다면 기술의 속도보다 사람의 속도를 먼저 살펴야 한다. AI 고속도로 위에 설 사람들의 호흡, 체력, 존엄을 지키는 것이 정치다.

기술은 성공하고, 인간은 실패하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 미래는 인간이 견딜 수 있을 때만 진짜 미래가 된다.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AI 강국이라는 미래 비전을 밝힌 게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AI 고속도로를 걸어가야 할 사람 이야기가 빠져서 안타까웠을 뿐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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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