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국민의힘, 제1야당 자격 있나?

4일, ‘국정 대토론의 장’이 돼야 할 국회 시정연설 자리가 거대한 공백으로 점철됐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도 새해예산안과 민생·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찾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국회 제1야당인 이들은 ‘야당 탄압’이라는 명분 아래, 보이콧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선택한 것이다.

이 같은 선택이 과연 국민을 위한 야당의 책임 있는 모습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국민의힘이 전날 의원총회를 통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데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은 마스크와 손팻말을 들고 ‘야당 탄압’ ‘불법 특검’ 등 구호를 외쳤다. 물론 그런 식의 행동이 그들 나름대로의 저항 방식일 수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 시정연설이라는 국가 의사소통 채널을 스스로 거부한 선택은 여러 면에서 정치적 자해이자 직무유기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정부예산안 시정연설은 정부가 앞으로 1년간의 국정 방향을 국민과 국회에 설명하고, 입법 및 예산 논의를 촉발하는 중요한 제도적 절차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불참함으로써 그 절차적 의미가 반쪽으로 왜곡되고 말았다.


실제 연설장 뒷자리가 텅 비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야당이 정당한 이유를 갖고 반대하더라도 ‘그 자리에 앉아 듣고 논점 제기하기’가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보이콧은 아예 논쟁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정당이 국민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최소한의 플랫폼을 포기한 것은 책임정치의 퇴행이다.

어이없게도 국민의힘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이유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야당 탄압이자 정치적 보복”이라고도 주장했다.

앞서 지난 3일,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국회 본회의 표결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날 추 전 원내대표가 12·3 계엄 당일,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변경해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당이라면 야당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하겠으나 국민에게 어떤 선택지를 보여주는가를 정도는 고려해야 한다. 물론 국회 의석을 비우고 피켓을 드는 것도 일종의 저항 방식이지만, 정작 연설을 듣고 반론을 제기하거나 토론하지 않는 것은 대안 제시가 아니라 방임에 가깝다.

게다가 이번 시정연설 보이콧은 정치적 흥밋거리로 소비될 위험성도 크다. 현장에서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꺼져라” “범죄자” 등의 고성을 내며 응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야당이 정치 무대 위에서 소극적 저항을 넘어 감정적 대립으로 정부를 파트너가 아닌 정쟁 상대로 보고 있다는 비판을 동반하게 된다.

국민은 더 이상 ‘누가 더 크게 항의했는가’ ‘왜 보이콧해야만 했는가’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을 놓고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를 보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이번 선택을 숙고된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번 보이콧을 통해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존재감은 비움으로써 드러난 것이 아니라, 참여함으로써 보여질 때 강해진다. 국정의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고립시킨 정당은 결국 목소리를 잃고 만다.

예산안과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감시하는 것은 야당의 본질이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시와 대안 제시는 ‘그 자리에 머물러 듣고 싸우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연설장의 의석이 비워졌을 때 국민은 “이들이 정말 준비된 대안 정당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더욱이 국민의 삶을 위한 재정·정책 논의가 펼쳐지는 국회에서 야당이 자리를 비우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신호등이 꺼진 듯한 인상마저 준다.

결국 이번 보이콧은 야당 스스로의 자산을 갉아먹는 선택이 되고 말았다. 여당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을 넘어, 국민과의 소통을 포기하면 정치는 자기 증명력을 잃는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면, 자리로 돌아와 연설을 듣고 질문하고, 때로는 협력하되 필요할 때는 단호히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보이콧이 아닌 ‘책임 있는 반대’가 된다.

정치권에선 늘 ‘끝까지 앉아 있다가 일어서는’ 사람들이 기억된다. 그들은 반대할 때도, 비판할 때도, 자기 자리에서 목소리를 냈다. 반면 미리 자리를 비우는 것은 항의처럼 보이지만, 그 자리에서 지켜야 할 것은 논쟁이 아닌 책임이다. 이번 사태에서 국민의힘이 택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철수였다.

국민은 “다음에는 왜 앉아있다가 떠나느냐?”고 묻는다.

국회가 다시 숙의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야당이든 여당이든 모든 의원이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자리로부터 시작되는 논쟁만이 국민을 향한 약속이고 책임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다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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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