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건희 집 매입한 강나연

41세 여성 사업가 무슨 돈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소유했던 ‘이태원 단독주택’의 새 주인이 나타나 화제다. 거래 금액은 무려 228억원. 그것도 전액 현금 지불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주택은 강나연 태화홀딩스 회장이 22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12일 잔금을 지급하며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됐다. 매매는 강 회장과 2014년생인 11살의 자녀 공동명의로 진행됐다. 지분은 강 회장과 자녀 각각 900분의 765(85%), 900분의 135(15%)씩 나눠 보유했으며, 거래는 근저당권 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가 주택
대단한 가치

이 집이 매물로 나오게 된 이유는 상속세 때문이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이후 삼성 일가는 대규모 상속세를 납부해야 했다. 국세청은 이건희 전 회장의 유산에 대해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산정했으며, 삼성 일가는 이를 6년 동안 분할납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종 납부기한은 2026년 4월이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는 금융자산과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일부도 처분해야 했다. 이태원 자택 역시 이 과정에서 매각 대상으로 포함됐다. 상속세 납부로 이 주택도 보유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삼성 일가는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택은 오랫동안 삼성가의 상징적인 주택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이태원동 언덕에 자리한 단독주택으로, 대지면적은 1073㎡(약 325평)에 이른다. 건물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 구조로 지어졌으며, 준공 연도는 1976년으로 기록돼있다.

일반적인 단독주택과 달리 두 동이 연결된 형태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A동은 건축면적 215㎡, 연면적 488㎡, B동은 건축면적 150㎡, 연면적 327㎡, 전체 연면적은 496.92㎡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택은 위치적 특성으로 특별한 가치가 있다. 이태원 언덕은 한강과 남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구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삼성 일가의 다른 주택들과도 인접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집의 인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자택이 있고, 리움미술관까지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이 때문에 이 일대는 흔히 ‘삼성 가족 타운’으로 불려왔다. 삼성 일가의 생활 거점이 밀집된 구역이라는 점이 이 집이 특별한 이유다.

이 건물의 소유권이 삼성가로 넘어온 것은 2010년이었다. 원래 소유주는 범삼성가 계열사였던 새한미디어였다. 같은 해 9월, 이건희 전 회장이 새한미디어로부터 82억8470만원에 매입하면서 소유권이 이전됐다. 당시에도 상당한 거래 금액이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0년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이 주택은 95억2000만원으로 책정돼 전국 단독주택 가운데 가장 비싼 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최고가 단독주택’이라는 명칭이 꾸준히 따라다녔다.

이태원 호화 주택 228억 매입
‘삼성가족타운’ 한복판 입성

2010년대 중반을 거치며 공시가격은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였다. 2015년 무렵에는 이미 100억원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았다. 2021년에는 공시가격이 154억6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주택이 매물로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매물로 나왔을 때 희망가는 약 210억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시가격과 비교했을 때 약 60억원이 높은 수준이었다. 면적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당 약 6500만원에 달하는 값이었다. 이 같은 가격 때문인지 쉽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삼성 일가는 공동명의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2020년 10월 이건희 전 회장이 별세한 뒤 상속 절차가 진행되면서 지분은 네 사람 몫으로 나눠졌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9분의 3, 세 자녀인 이재용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씩을 상속받았다.

계속해서 거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이 집을 누가, 언제 매수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보통 주택 거래가 성사될 경우 공시가보다 높은 금액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공시가격이 매년 오르는 가운데, 해당 주택으로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경우 전국 단독주택 가운데 최고가로 거래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다가 드디어 주인이 나타났다. 이번 228억원이라는 매각 금액은 공시가격보다 높은 수준이었고, 매물로 나왔던 210억원보다도 큰 금액이었다.

평당 단가 역시 2010년 약 2500만원에서 2025년 70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상당히 드문 수준의 상승폭이다. 2010년 82억원에 매입한 주택이 15년 만에 228억원에 매각되면서 약 145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공시가격 변동만 따져봐도 이 집의 가치가 얼마나 꾸준히 상승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95억2000만원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154억6000만원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공시가는 150억원대 이상을 유지했다. 매물가와 실제 거래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인 228억원에 이뤄졌으니 대단히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228억원을 현금으로 낼 정도의 재력가인 강나연 회장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1984년생인 강 회장은 올해 41세로, 젊은 나이에 국내 자원 트레이딩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여성 CEO다. 충청남도 금산과 연고가 있으며, 외조부는 지역에서 활동했던 길기상 박사로 알려져 있다.

성장 과정에서 일찍 해외 유학길에 올랐고, 영국 코밤홀스쿨을 거쳐 런던의 리젠트 비즈니스 스쿨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유학 시절 습득한 글로벌 감각과 언어 능력이 사업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어와 불어는 물론 러시아어에도 능통하다는 점은 특히 러시아 자원 시장 거래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강 회장은 프랑스인 배우자 니콜라 셰노와 가정을 꾸렸고, 현재 슬하에 11세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 부자
젊은 CEO

강 회장이 2013년 창업한 태화홀딩스는 에너지·철강 원자재를 다루는 트레이딩 전문 기업이다. 설립 당시부터 러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석탄·펫코크·합금철 등을 들여와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을 주력 사업으로 삼았다.

불과 10명 남짓한 소규모 조직으로 시작했지만, 매출 규모는 이미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2022년 2733억원, 2023년 3376억원, 2024년 4055억원으로 3년 연속 매출이 크게 늘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원자재 가격 변동 속에서도 매출 곡선을 우상향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초고효율 무역 구조”라고 평가했다.

주요 거래처 역시 국내 대표적 대기업들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그리고 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한 발전사들이 태화홀딩스의 주요 고객사로 꼽힌다.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면서 회사는 꾸준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트레이딩 업계는 환율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정에 취약한 구조지만, 태화홀딩스는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강 회장은 언어 능력과 국제 감각을 무기로 직접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왔다. 러시아 원자재 시장과의 거래 확대에는 러시아어 구사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강 회장이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활동은 ‘인천 F1 그랑프리’ 유치다. F1은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힌다. 매년 20여개국을 돌며 개최되고, 전 세계 250여개 방송국에서 중계가 이뤄진다. 경기마다 수십만명이 현장을 찾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하다.

국내에서는 과거 전남 영암에서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열렸지만, 교통 문제와 숙박 인프라 부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한국에서 F1은 자취를 감췄다. 이런 상황에서 강 회장이 다시 F1 유치전에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가 F1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가족과 관련이 있다. 프랑스인 남편 니콜라 셰노의 집안은 모터 스포츠 분야와 깊은 관계가 있었다. 시아버지 고(故) 앙리 셰노는 생전 F1팀 구단주였던 플라비오 브리아토레와 가까운 사이였고, 이 인연을 통해 강 회장 역시 F1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었다.

강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대형 이벤트는 이미 2030년대 중반까지 개최지가 확정돼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한국이 유치할 수 있는 세계적 이벤트는 F1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F1을 인천에서 열어 국익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처럼 메인 이벤트 공백기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F1을 이르면 2026년 또는 2027년 인천광역시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성장세
트레이딩 전문

강 회장이 유치 장소로 인천을 택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세계적 접근성을 갖춘 도시다. 이미 2014년 아시안게임과 2015년 프레지던츠컵 골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도 있다. 대규모 이벤트를 치를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지역이라는 판단이었다.

특히 인천에서 추진되는 F1은 전용 서킷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도심 레이스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장을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도심을 배경으로 한 레이스는 그 자체로 흥행 요소가 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모나코 같은 도시형 F1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강 회장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첫 F1 그랑프리에는 3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고, 경제적 효과는 1조6000억원에 달했다”며 “인천 역시 접근성과 인프라를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F1 유치에 강 회장이 앞장선 것은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목표 때문이었다. 그는 F1 그룹과 인천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여러 차례 협의를 주선했다. 스테파노 도미니칼리 F1 그룹 CEO와 인천시 관계자들의 만남을 연결했고, 루이스 영 F1 프로모션 이사, 아르노 자펠리 드로모 CEO 등을 초청해 현장을 둘러보도록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사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F1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국익과 연결되는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화홀딩스의 수익과 직접 연결되는 일은 아니지만, ‘인천에서 F1을 유치한 기업인’이라는 타이틀은 장기적으로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익과 기업 이미지 제고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 스페인 등 여러 도시가 F1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과 관광 산업의 이해가 맞물려 있는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강 회장은 한국이 자동차 생산 세계 3위 국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자녀와 공동명의…전액 현금으로
화제의 ‘태화홀딩스’ 어떤 회사?

그는 “한국은 글로벌 3위 자동차 생산국이며, 자동차 산업 강국에서 국제 모터 스포츠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나라에서 국제 모터스포츠인 F1을 성공적으로 유치해 국가 위상을 드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강 회장은 F1 유치를 통해 인천의 도시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한국이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 회장은 경영 활동 외에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기업의 성장은 사회적 가치와 함께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의리’와 ‘정직’을 핵심 조직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강 회장은 기업의 성장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왔다. 창립 이후 경영 활동과 더불어 의료, 교육, 복지 등 여러 영역에서 꾸준히 기부와 후원을 이어왔다.

특히 국내 주요 의료기관에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023년 태화홀딩스는 서울대학교병원에 3억원을 기부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병원 발전기금으로 쓰였으며, 상당액은 저소득층 환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해당 기부는 당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됐으나, 이후 뒤늦게 알려지면서 더 주목받았다. 강 회장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기부를 결심했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듬해인 2024년 11월에는 서울아산병원에 총 3억원을 기부했다. 불우 환자 지원 기금 2억원과 병원 발전기금 1억원(소아치과 지원 5000만원 포함)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기부가 환자 치료와 병원 발전에 실질적 도움을 줄 것이라며 강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강 회장 또한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육 분야에도 공헌했다. 2023년 12월, 인천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한 ‘2023 인천 장학人의 밤’ 행사에서 태화홀딩스는 1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는 지역 장학사업 발전과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기부였다.

지난 8월에는 강 회장의 연고지인 충청남도 금산군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구체적으로 (재)금산교육사랑장학재단에 2000만원을, 금산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000만원을 기부하며 교육과 복지를 동시에 지원했다.

금산은 강 회장의 외조부인 길기상 박사의 고향으로, 이 같은 연고가 기부의 배경이 됐다. 금산군은 이번 기부금이 지역 내 교육 발전과 청소년 인재 육성, 복지 문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책임
선한 영향력

강 회장은 자연재해 상황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충청남도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 태화홀딩스는 피해 복구와 수재민 지원을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충남도청을 통해 전달됐고, 수해 지역주민들의 생계 지원과 주거 복구 등에 쓰였다.

강 회장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을 보며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