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건희 집 매입한 강나연

41세 여성 사업가 무슨 돈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소유했던 ‘이태원 단독주택’의 새 주인이 나타나 화제다. 거래 금액은 무려 228억원. 그것도 전액 현금 지불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주택은 강나연 태화홀딩스 회장이 22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12일 잔금을 지급하며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됐다. 매매는 강 회장과 2014년생인 11살의 자녀 공동명의로 진행됐다. 지분은 강 회장과 자녀 각각 900분의 765(85%), 900분의 135(15%)씩 나눠 보유했으며, 거래는 근저당권 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가 주택
대단한 가치

이 집이 매물로 나오게 된 이유는 상속세 때문이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이후 삼성 일가는 대규모 상속세를 납부해야 했다. 국세청은 이건희 전 회장의 유산에 대해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산정했으며, 삼성 일가는 이를 6년 동안 분할납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종 납부기한은 2026년 4월이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는 금융자산과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일부도 처분해야 했다. 이태원 자택 역시 이 과정에서 매각 대상으로 포함됐다. 상속세 납부로 이 주택도 보유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삼성 일가는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택은 오랫동안 삼성가의 상징적인 주택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이태원동 언덕에 자리한 단독주택으로, 대지면적은 1073㎡(약 325평)에 이른다. 건물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 구조로 지어졌으며, 준공 연도는 1976년으로 기록돼있다.


일반적인 단독주택과 달리 두 동이 연결된 형태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A동은 건축면적 215㎡, 연면적 488㎡, B동은 건축면적 150㎡, 연면적 327㎡, 전체 연면적은 496.92㎡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택은 위치적 특성으로 특별한 가치가 있다. 이태원 언덕은 한강과 남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구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삼성 일가의 다른 주택들과도 인접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집의 인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자택이 있고, 리움미술관까지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이 때문에 이 일대는 흔히 ‘삼성 가족 타운’으로 불려왔다. 삼성 일가의 생활 거점이 밀집된 구역이라는 점이 이 집이 특별한 이유다.

이 건물의 소유권이 삼성가로 넘어온 것은 2010년이었다. 원래 소유주는 범삼성가 계열사였던 새한미디어였다. 같은 해 9월, 이건희 전 회장이 새한미디어로부터 82억8470만원에 매입하면서 소유권이 이전됐다. 당시에도 상당한 거래 금액이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0년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이 주택은 95억2000만원으로 책정돼 전국 단독주택 가운데 가장 비싼 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최고가 단독주택’이라는 명칭이 꾸준히 따라다녔다.

이태원 호화 주택 228억 매입
‘삼성가족타운’ 한복판 입성

2010년대 중반을 거치며 공시가격은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였다. 2015년 무렵에는 이미 100억원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았다. 2021년에는 공시가격이 154억6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주택이 매물로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매물로 나왔을 때 희망가는 약 210억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시가격과 비교했을 때 약 60억원이 높은 수준이었다. 면적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당 약 6500만원에 달하는 값이었다. 이 같은 가격 때문인지 쉽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삼성 일가는 공동명의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2020년 10월 이건희 전 회장이 별세한 뒤 상속 절차가 진행되면서 지분은 네 사람 몫으로 나눠졌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9분의 3, 세 자녀인 이재용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씩을 상속받았다.

계속해서 거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이 집을 누가, 언제 매수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보통 주택 거래가 성사될 경우 공시가보다 높은 금액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공시가격이 매년 오르는 가운데, 해당 주택으로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경우 전국 단독주택 가운데 최고가로 거래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다가 드디어 주인이 나타났다. 이번 228억원이라는 매각 금액은 공시가격보다 높은 수준이었고, 매물로 나왔던 210억원보다도 큰 금액이었다.

평당 단가 역시 2010년 약 2500만원에서 2025년 70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상당히 드문 수준의 상승폭이다. 2010년 82억원에 매입한 주택이 15년 만에 228억원에 매각되면서 약 145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공시가격 변동만 따져봐도 이 집의 가치가 얼마나 꾸준히 상승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95억2000만원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154억6000만원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공시가는 150억원대 이상을 유지했다. 매물가와 실제 거래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인 228억원에 이뤄졌으니 대단히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228억원을 현금으로 낼 정도의 재력가인 강나연 회장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1984년생인 강 회장은 올해 41세로, 젊은 나이에 국내 자원 트레이딩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여성 CEO다. 충청남도 금산과 연고가 있으며, 외조부는 지역에서 활동했던 길기상 박사로 알려져 있다.

성장 과정에서 일찍 해외 유학길에 올랐고, 영국 코밤홀스쿨을 거쳐 런던의 리젠트 비즈니스 스쿨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유학 시절 습득한 글로벌 감각과 언어 능력이 사업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어와 불어는 물론 러시아어에도 능통하다는 점은 특히 러시아 자원 시장 거래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강 회장은 프랑스인 배우자 니콜라 셰노와 가정을 꾸렸고, 현재 슬하에 11세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 부자
젊은 CEO

강 회장이 2013년 창업한 태화홀딩스는 에너지·철강 원자재를 다루는 트레이딩 전문 기업이다. 설립 당시부터 러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석탄·펫코크·합금철 등을 들여와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을 주력 사업으로 삼았다.

불과 10명 남짓한 소규모 조직으로 시작했지만, 매출 규모는 이미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2022년 2733억원, 2023년 3376억원, 2024년 4055억원으로 3년 연속 매출이 크게 늘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원자재 가격 변동 속에서도 매출 곡선을 우상향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초고효율 무역 구조”라고 평가했다.

주요 거래처 역시 국내 대표적 대기업들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그리고 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한 발전사들이 태화홀딩스의 주요 고객사로 꼽힌다.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면서 회사는 꾸준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트레이딩 업계는 환율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정에 취약한 구조지만, 태화홀딩스는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강 회장은 언어 능력과 국제 감각을 무기로 직접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왔다. 러시아 원자재 시장과의 거래 확대에는 러시아어 구사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강 회장이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활동은 ‘인천 F1 그랑프리’ 유치다. F1은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힌다. 매년 20여개국을 돌며 개최되고, 전 세계 250여개 방송국에서 중계가 이뤄진다. 경기마다 수십만명이 현장을 찾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하다.

국내에서는 과거 전남 영암에서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열렸지만, 교통 문제와 숙박 인프라 부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한국에서 F1은 자취를 감췄다. 이런 상황에서 강 회장이 다시 F1 유치전에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가 F1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가족과 관련이 있다. 프랑스인 남편 니콜라 셰노의 집안은 모터 스포츠 분야와 깊은 관계가 있었다. 시아버지 고(故) 앙리 셰노는 생전 F1팀 구단주였던 플라비오 브리아토레와 가까운 사이였고, 이 인연을 통해 강 회장 역시 F1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었다.


강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대형 이벤트는 이미 2030년대 중반까지 개최지가 확정돼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한국이 유치할 수 있는 세계적 이벤트는 F1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F1을 인천에서 열어 국익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처럼 메인 이벤트 공백기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F1을 이르면 2026년 또는 2027년 인천광역시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성장세
트레이딩 전문

강 회장이 유치 장소로 인천을 택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세계적 접근성을 갖춘 도시다. 이미 2014년 아시안게임과 2015년 프레지던츠컵 골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도 있다. 대규모 이벤트를 치를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지역이라는 판단이었다.

특히 인천에서 추진되는 F1은 전용 서킷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도심 레이스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장을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도심을 배경으로 한 레이스는 그 자체로 흥행 요소가 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모나코 같은 도시형 F1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강 회장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첫 F1 그랑프리에는 3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고, 경제적 효과는 1조6000억원에 달했다”며 “인천 역시 접근성과 인프라를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F1 유치에 강 회장이 앞장선 것은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목표 때문이었다. 그는 F1 그룹과 인천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여러 차례 협의를 주선했다. 스테파노 도미니칼리 F1 그룹 CEO와 인천시 관계자들의 만남을 연결했고, 루이스 영 F1 프로모션 이사, 아르노 자펠리 드로모 CEO 등을 초청해 현장을 둘러보도록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사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F1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국익과 연결되는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화홀딩스의 수익과 직접 연결되는 일은 아니지만, ‘인천에서 F1을 유치한 기업인’이라는 타이틀은 장기적으로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익과 기업 이미지 제고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 스페인 등 여러 도시가 F1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과 관광 산업의 이해가 맞물려 있는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강 회장은 한국이 자동차 생산 세계 3위 국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자녀와 공동명의…전액 현금으로
화제의 ‘태화홀딩스’ 어떤 회사?

그는 “한국은 글로벌 3위 자동차 생산국이며, 자동차 산업 강국에서 국제 모터 스포츠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나라에서 국제 모터스포츠인 F1을 성공적으로 유치해 국가 위상을 드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강 회장은 F1 유치를 통해 인천의 도시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한국이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 회장은 경영 활동 외에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기업의 성장은 사회적 가치와 함께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의리’와 ‘정직’을 핵심 조직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강 회장은 기업의 성장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왔다. 창립 이후 경영 활동과 더불어 의료, 교육, 복지 등 여러 영역에서 꾸준히 기부와 후원을 이어왔다.

특히 국내 주요 의료기관에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023년 태화홀딩스는 서울대학교병원에 3억원을 기부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병원 발전기금으로 쓰였으며, 상당액은 저소득층 환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해당 기부는 당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됐으나, 이후 뒤늦게 알려지면서 더 주목받았다. 강 회장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기부를 결심했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듬해인 2024년 11월에는 서울아산병원에 총 3억원을 기부했다. 불우 환자 지원 기금 2억원과 병원 발전기금 1억원(소아치과 지원 5000만원 포함)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기부가 환자 치료와 병원 발전에 실질적 도움을 줄 것이라며 강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강 회장 또한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육 분야에도 공헌했다. 2023년 12월, 인천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한 ‘2023 인천 장학人의 밤’ 행사에서 태화홀딩스는 1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는 지역 장학사업 발전과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기부였다.

지난 8월에는 강 회장의 연고지인 충청남도 금산군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구체적으로 (재)금산교육사랑장학재단에 2000만원을, 금산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000만원을 기부하며 교육과 복지를 동시에 지원했다.

금산은 강 회장의 외조부인 길기상 박사의 고향으로, 이 같은 연고가 기부의 배경이 됐다. 금산군은 이번 기부금이 지역 내 교육 발전과 청소년 인재 육성, 복지 문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책임
선한 영향력

강 회장은 자연재해 상황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충청남도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 태화홀딩스는 피해 복구와 수재민 지원을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충남도청을 통해 전달됐고, 수해 지역주민들의 생계 지원과 주거 복구 등에 쓰였다.

강 회장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을 보며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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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