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안철수 의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8.18 10:05:39
  • 호수 1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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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 신망을 받는 외부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작성한 백서가 국민의힘 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장 시절 제시한 인적 쇄신안을 굉장히 곤란해했다”며 “직접 혁신안을 만들어 실행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과 혁신위원장 포기 등 인적 쇄신 관련 갈등을 겪은 후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안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16%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하면서 “대선 패배 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에 대해 진단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주류는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을 좌절시켰다. 안철수 의원이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던 이유는?

▲국민의힘은 대선 직후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크게 실망했다. 반드시 혁신해야 한다. 혁신위원회는 실행안을 만들 뿐, 실행하는 기구가 아니다. 비대위에서 승인해야 실행할 수 있다. 당시 저는 ‘혁신은 필요하니, 나라도 혁신위원장을 맡자’고 생각했다.

비대위엔 혁신안을 발표하겠다고 미리 알려줬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미리 알아야 발표 후 자연스럽게 비대위가 통과시켜서 혁신위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제가 준비한 첫 혁신안은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인적 쇄신안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질 때 인적 쇄신안을 발표하면 그들이 깜짝 놀라서, 그 다음부터는 굉장히 수월하게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 비대위원장은 굉장히 곤란해했고, 협상도 실패했다. 결국 실패한 혁신위가 될 수밖에 없었고, 제가 맡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혁신안을 만들기만 할 뿐, 처분만 바라는 수동적인 혁신위원장을 맡을 게 아니라,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직접 혁신안을 만들어 실행하는 당 대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선 패배 이후 백서 작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토대로 인적 쇄신안을 만들고, 공천 심사 기초 자료로 삼겠다고 했다. 지난해 총선 백서는 꽤 신랄했지만, 사실상 실천된 건 없었다. 백서 작성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기억은 휘발성이 있기도 하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왜 패배했는지 다 아는데, 백서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씀하신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도 1~2년이 지나면 다 잊는다.

지난해 총선 백서는 내부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계파 논쟁 등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저는 당 밖에서 국민의 신망을 받는 전문가들에게 백서 작성을 맡기려고 했다. 사실을 토대로 객관적인 백서를 만든 후, 사과할 분은 사과하고, 징계가 필요한 분들은 인사위원회에 조치를 맡기는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단 생각을 했다.

-모든 선거는 조직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안 의원은 당내 기반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리를 위한 공식은?

▲혁신 반대 진영의 주장은 곧 전한길씨 중심의 계엄 옹호론이다. 계엄 옹호는 헌법에 맞지 않는다. 보수 정당의 핵심 가치는 법치주의인데 이를 거부하면서 위헌을 옹호하면 우리와 함께하기 힘들다.


“지지율 16%…바꾸려 나왔다”
“합리적 보수 세력 중심 재건”

어떤 분들은 “전씨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통합해야 숫자가 많아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착각이다. 당 안에서 법치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과 거부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계속 이어지면, 힘이 분산된다. 또 합리적 보수 세력이 떨어져 나가서 당이 쪼그라든다.

계엄에 반대하는 분들은 각종 여론조사서 약 70%로 확인된다. 남은 30%를 기반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민심을 따라야 하고,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야 한다.

최근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16%에 불과하단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우리 당원조차도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단 의미다. 등 돌린 사람들이 다시 우리를 바라보게 하고, 신뢰를 얻으려면 우리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원래 갖고 있던 유능함·품격·헌신을 토대로 다시 이미지를 구축하면, 합리적인 보수 성향의 우리 당원들이 다시 우리를 바라보고, 세력도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백서 작성에 따른 인적 쇄신·새로운 인재 영입·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등 혁신안을 발표한 것이다.

아울러 청년 공천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려고 한다. 청년에게 제대로 일하고, 교육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당헌·당규를 고쳐야 한다.

-국민의힘은 2016년부터 총선서 3연속 패배했고, 수도권서 많은 후보가 낙선했다. 이 때문에 일명 ‘언더 찐윤’으로 알려진 주류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졌단 분석도 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도권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 당 의원 중 약 100명은 영남의 목소리를 내고, 10명 정도만 수도권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수도권의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의원총회서도 수도권의 목소리가 거의 안 나온다. 대체로 수도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당시, 저는 수도권 위기론을 얘기했다. 그러자 저에게 “그런 얘기할 거면 배에서 내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남 출신 의원들은 지금 수도권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전혀 모르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수도권의 민심을 많은 의원에게 전파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고 있다.

-“국민의힘의 내년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많다. 패배 시 당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의 전세 역전 비법은?

▲국민의힘은 대선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지지율도 떨어졌다. 새 대표는 실제로 개혁해야 한다. 개혁하면 조금씩 국민의 믿음을 얻을 것이다. 좋은 메시지를 내더라도 메신저가 신뢰를 못 얻으면 의미가 없다. 메신저가 관심과 믿음을 얻는 개혁부터 하겠다.

어느 정도 믿음을 얻으면, 현 정부의 잘못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지적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밖에 믿을 게 없다. 국회서도 소수고,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도 없다.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언더 찐윤이 또 혁신을 방해할 수도 있다.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1명씩 만나서 “내년 지방선거는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할 것이다. 모든 국회의원은 지방 의원을 1명이라도 더 당선시키기 위해 목을 건다. 그 공감대는 있다.

-국민의힘에선 계파 갈등이 모든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는 건강한 것 같다. 이념적으로 같은 비전·가치관을 가지고 모이는 것은 구태여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활발하게 대화·토론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문제는 특정인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인데 그런 계파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인적 쇄신은 총선 공천권을 통해 실현된다. 총선까진 약 3년여가 남았다. 새 당 대표는 어떻게 인적 쇄신을 할 수 있겠는가?

▲제가 주장하는 인적 쇄신은 사과 및 윤리위 제소 후 징계 처분 정도의 선을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을 영입해 그 공백을 메우고, 당의 규모를 키우겠다.


-일명 ‘쌍권’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만 정리하면, 인적 쇄신이 완료되는 건가?

▲혁신위원장 시절 상징적으로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두 분을 지목했다. 당 대표가 되면, 시간이 좀 더 있을 것이다. 급하게 혁신안을 발표할 필요는 없다. 외부에 백서 제작팀을 따로 만들고, 가능하면 빨리 백서 내용에 따라서 순서대로 처리하려고 한다.

“수도권 위기론 얘기하니
‘그럴 거면 나가라’ 비난”

-특검 3개(내란·김건희·채 상병)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당 대표가 되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특검은 수사 기간 연장을 하면 안 된다. 내년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이는 곧 선거 개입이 된다. 국민의힘은 범죄 성립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선 협조하고,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그것까지 다 막으면, 결국 빌미가 돼서 수사 기간을 연장할 핑계로 삼을 것이다. 다만 범죄 혐의가 없는데도 정치 탄압 목적으로 수사하면, 거기엔 절대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란 특검은 저부터 소환했는데 ‘우리 당을 내란 정당으로 만드는 밑바닥을 깔기 위해 저를 불렀다’고 생각했다. 저만큼 깨끗한 사람이 없으니까, 오히려 저를 불러내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정치 탄압’ 방향으로 가려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협조를 거부했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그 사실만으로도 국민께선 ‘당이 바뀌고, 개혁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를 많이 하실 것이다. 저는 당 대표를 4번(새정치민주연합·국민의당 2번·바른미래당)이나 경험했다. 그 경험을 잘 살려서 당을 제대로 운영하겠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이 일본 자유민주당 의원들처럼 지역구를 세습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가능한 일인가?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다. 민주당에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숭문당 대표가 지역구 경기 의정부갑을 세습하려다가 실패했다. 이 문제는 ‘전문 경영인과 세습 경영인 중 누가 괜찮냐’는 것과 같다. 실력으로 겨뤄서, 더 실력 있는 사람이 답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선전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가?

▲극우 세력과 따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 옛 통합진보당이 진보당으로 부활하는 등 진보 정당이 여러 개 있다. 이들이 극좌를 맡으면서 민주당은 자유롭게 중도로 뻗어 나간다. 우리도 극우 정당이 따로 있는 게 낫다. 그러면 우리는 자유롭게 중도로 뻗어 나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선언했다.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는가?

▲이 대통령은 말로만 ‘중도 보수’라고 하고, 실제 정책은 ‘돈 나눠주기’부터 시작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그저 정치적 수사일 뿐, 실제와 다르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민주당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30번이 넘는 탄핵소추를 하면서 국정 발목 잡기만 했다. 이 대통령도 정권을 잡은 후엔 범죄 혐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재판을 다 미루더니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 이게 어떻게 ‘중도 보수’인가.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일부 국회의원의 갑질 문제가 세간에 알려졌다. 당 대표 후보 겸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저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 우선 갑질 피해를 본 보좌진에게 격려와 응원의 뜻을 전하고 싶다. 당 대표가 된다면 의원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새 지침을 만들 것이다. 만약 지침을 어긴 의원이 나온다면, 윤리위 등을 통한 적합한 조치가 진행되도록 상세한 기준을 만들 예정이다.

-이재명정부 2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부 출범 후 3개월 정도는 아무 지적도 안 하려고 했는데 각종 인사 실패 논란 등 문제가 너무 많다. 이재명정부 인사는 성남파(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인맥)가 주도했다. 그래서 인재풀이 너무 적다. 제가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지역구이기 때문에 잘 안다. 또 경제 성장 정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돈 나눠주기’부터 했으며 그 다음이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은 “기업이 배당금을 줄이고, 사내 유보금을 쌓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내 유보금을 배당금으로 다 주면, 그때만 반짝 주가가 오를 뿐, 금방 떨어져서 똑같은 위기를 겪는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는데, 이정부와 민주당은 ‘돈 나눠주기’만 한다. 그건 단기 투자자의 시각밖에 안 된다.

이런 경제 정책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서 국민·당원·<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여당도 제 역할을 잘하고, 대한민국이 번창하면서 국민도 잘 산다. 저희가 내부 정리가 덜 끝나 아무 역할도 못해서 많은 분께서 실망하셨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16%에 불과하단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저는 이걸 바꾸려고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제가 대표가 되면, 약속드린 대로 제대로 혁신해서, 제 역할을 다하는 야당을 만들겠다. 여당의 잘못은 비판하고, 잘한 점은 인정하는 야당을 만들어 국민 생활 향상에 기여하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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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 3인방 수사 ‘증거인멸’ 정황들

문고리 3인방 수사 ‘증거인멸’ 정황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V0’가 구속되면서 김건희 특검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일부 혐의에 관해 재판부 설득에도 성공했다. 일단 수사의 첫 단추는 잘 끼운 셈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다. 김건희씨의 최측근들이 핸드폰을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확인되면서 특검팀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하다. “신병 확보에 성공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 관계자의 말이다. 김건희씨 구속에 성공한 건 특검팀의 첫 성과다. 김씨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이 결정타였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통일교·명태균씨 등 여러 의혹에 거미줄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우려 왜? 서울중앙지법 정재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오후 11시58분경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특검팀은 7일 김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정치자금법 위반(명씨 공천 개입),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통일교 청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10분경 시작된 심문은 점심시간 없이 오후 3시까지 4시간 넘게 동안 진행됐다. 특검팀에선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나와 김씨의 범죄 혐의와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사유를 오후 1시경까지 설명했다. 이날 특검팀은 “김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불구속 상태로 조사하면 관련자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김씨가 착용한 6000만원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서희건설 측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한 자수서와 실물 진품 목걸이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목걸이 모조품이 증거인멸을 위해 갖다 놓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였다. 김씨는 처음 목걸이를 분실했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오빠 김진우씨 장모 자택에서 물품이 발견되자 “김씨(오빠)가 가져갔다”고 말을 바꿨다. 이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특검팀은 증거인멸 우려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판단하고 이를 이날 법원 심사 때 언급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또 김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기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초기화했고 탄핵 이후에는 휴대폰을 교체한 뒤 압수한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사실을 제시했다. 여기에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유경옥·정지원·조연경 전 대통령실 행정관 역시 특검 수사 전후로 휴대폰을 초기화한 점까지 종합해 구속 사유를 뒷받침했다고 한다. ‘집사’ 김예성 신병 확보…판도라 열리나 최측근 유경옥·정지원·조연경 잇단 소환 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를 근거로 범죄 사실이 상당 부분 규명됐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할 때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 범죄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김씨는 약 1분간의 최후 진술에서 “결혼 전의 문제들까지 지금 계속 거론돼 속상하다. 잘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 김씨는 호송차를 타고 오후 4시경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도착한 뒤 결과를 기다리다가 이곳에 수감됐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목걸이 진품을 확보한 경위를 법원에 설명하고, 김씨 오빠 인척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가품과 진품 목걸이 실물 2점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 순방 때 착용한 것이 명백히 진품임에도 특검 수사 당시 김씨는 이를 20년 전 홍콩에서 구입한 가품이라고 주장했다”며 “김씨와 관련자들의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정황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이 김씨의 구속 기한을 연장할 방법은 많다. 그만큼 수사해야 할 건이 산더미다. 우선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8억1144만원 시세차익 ▲블랙펄인베스트먼트(블랙펄) 40% 수익 배분 약속 ▲1차 주포 이정필씨에게 지급된 손실보전금 4700만원 등을 특정했다. 최근에는 김씨가 2011년 8월 당시 코바나컨텐츠 이사였던 김범수 전 아나운서의 주식 계좌에 3억원을 입금한 뒤 같은 날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거기로 3억원 넣었다. 내가 차명으로 하는 것이니 알고 있으면 된다”고 말한 녹취 파일도 확보했다. 휴대폰 초기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키맨은 최근 구속된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컨트롤 타워였다.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 김씨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에 사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이미 검찰에서 수사를 상당 부분 정리했다. 이 외에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 이씨로부터 2022년 6월∼2023년 2월 25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을 받고 그가 형사재판에서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고 말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이씨에게 “김 여사나 VIP(윤석열)에게 얘기해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김씨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선물 등을 받고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윤석열정부 초기 통일교 2인자로 알려진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김씨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2000만원 상당의 샤넬 백 2개 ▲2022년 6∼8월 6000만원대의 영국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2022년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다가 김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과 전씨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도 연루됐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씨가 윤 전 본부장과 함께 통일교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켜, 통일교 현안 해결과 윤석열 부부에게 접근 등을 목적으로 권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지원하려 했다는 게 골자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특검팀 출범 직후 가장 먼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측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여 부당 이득을 봤다고 보고 있다. 시세조종 과정에 김씨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 게 특검팀의 목표다. 이 전 대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도 등장한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멋쟁 해병’이라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지인들에게 “내일 삼부 체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삼부토건 주가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상한가를 기록했다. 구속 연장 혐의 충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다. 원 전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할 당시 삼부토건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원 전 장관이 행사에 참석하기 전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삼부토건 임원들과 따로 면담하기도 했다. 다만 특검팀은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김씨나 원 전 장관의 이름은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력형 비리 사건의 경우, 수사 전략상 공범 피의 사실을 고의로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은 지난 2022년에도 우크라이나 재건 MOU를 체결했다며 거짓 보도자료를 냈다가 유라시아경제인협회로부터 항의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회장 등의 승낙을 얻어 협회에 3000만원씩 후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항의를 무마했던 걸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이 176억여원, 조성옥 전 회장이 193억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의심 중이다. 특검팀은 위 사건들과 김씨의 문고리 3인방이 연관돼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각종 민원 창구이자 김씨에게 닿는 통로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유 전 행정관은 지난 4월 샤넬백 청탁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받던 도중 핸드폰을 초기화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그는 전씨가 통일교 측에서 받은 샤넬백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당사자다. 당시 검찰은 유 전 행정관을 범죄수익은닉 혐의 피의자로도 입건한 이후 ‘샤넬백 등은 김씨 범죄수익’으로 규정한 수사보고서를 특검팀에 이첩했다. 유 전 행정관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제외 진술거부권·부인 “측근들 협조 못 얻으면 꽝” 유 전 행정관은 샤넬백을 교환할 당시 매장에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의 부인 조모씨와 동행했다. 조씨는 2022년 7월 샤넬백을 다른 가방 2개로 교환할 당시 차액을 자신의 카드로 결제했는데 특검팀은 이를 대통령 집무실·관저 공사 수주 특혜를 위한 뇌물성 자금으로 의심한 것이다. 조씨가 당시 결제한 차액은 추가 조사 결과 200여만원이 아닌 300여만원에 달한다. 유 전 행정관이 김씨 보좌를 총괄했다면 정 전 행정관은 심부름을 주로 해 왔다. 전씨의 휴대전화에 ‘건희2’로 저장된 연락처의 실제 사용자가 정 전 행정관이다. 정 전 행정관은 전씨 처남 김모씨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과 전씨 처남이 김씨와 전씨 간 소통을 대리해 왔다고 의심한다. 조 전 행정관은 대통령실 안팎에서 ‘조 과장’으로 불리며 김씨에 대한 민원 등과 관련해 민간 부문과 정부 기관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했다. 옛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실의 보좌진 출신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 전 행정관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수주 청탁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의 문고리 3인방 중 특검팀에 가장 많이 협조한 인물은 조 전 행정관이다. 타 행정관들처럼 핸드폰을 교체하긴 했으나 2022년 6월 김씨가 윤 전 대통령과 NATO 순방에 동행했을 당시 착용한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재산 신고 내역에 누락된 점에 관해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행정관은 2022년 9월 재미 동포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 백을 건넸을 때도 등장했던 인물이다. 최 목사가 명품 가방 사진과 함께 김씨 면담을 요청하자 유 전 행정관이 일정을 조율했고, 조 전 행정관은 최 목사 민원을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고리 열어야… 김씨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이들 문고리는 빠지지 않았다. 이들의 핸드폰이 핵심 물적 증거였던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남은 수사가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핸드폰을 확보해도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하면 더 큰 문제다. 김건희를 둘러싼 의혹들에 항상 등장했던 게 최측근 문고리들인데 이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다시 수사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