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돈 안 드는 정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에 묻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15 13:32:15
  • 호수 1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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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내란…이제 지루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선거 문화를 비판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돈 안 들이고 정치할 수 있단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말장난을 많이 한다”며 “국민이 오롯이 진실 그대로 알 수 있게 하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개혁신당 지방의원 후보들이 300만원 내 비용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일요시사>는 이 대표를 만나 개혁신당의 지방선거 전략과 현 정국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기초·광역의원 후보들이 300만원 내 비용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을 한 계기는?

▲선거공영제가 시행되면서 도덕적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가 15% 이상 득표한 후보자들의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해주니, 정치인이나 관련 업자들이 서로 가격을 뻥튀기한다. 제 정치적 지향점 중 하나는 돈 안 들이고 정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거는 일종의 산업이 됐다. 비용 절감 시도가 성공하면, 개혁신당이 관계자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는데 선거비 절감을 통해 실질적 보탬이 되는 게 중요하다. 그분들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부가 이익까지 챙길 여력은 없다. 사회의 모든 영역이 경쟁화·효율화되고 있다. 선거·정치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은 중앙당·지역당·부설 연구소를 포함해 당직자 약 250명을 두고 있다.


그런데 개혁신당의 관련 인력은 9명이다. 개혁신당으로선 극대화된 AI 활용과 자동화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저희에겐 언젠가 정치권 전체를 대체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개혁신당은 대선이란 총력전을 먼저 진행한 후 지방선거에 대비해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우리 당의 규모는 2배로 늘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당원 기반을 확실히 늘려야 한다. 선거에 출마하려는 당원도 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훈련된 정치인이 아니다. 그래서 비결을 하나하나 전수하면서 이들이 효율적으로 기동하게 해야 한다.

만약 제가 컨설팅 업체 관계자라면 10명 남짓 고객만 상대하면서 챙기면 된다. 그런데 다수의 후보에게 비결을 전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전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구축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쓰고 있다. 기초는 금방 배울 수 있다. 선거도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런데 기초조차 모르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 개혁신당은 후보들에게 최대한의 기초 교육을 하려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통·반 단위까지 세분해서 관리해야 하고, 그만큼 관심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개혁신당이 가장 취약한 부분인 고령 유권자의 영향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건가?

▲고령 유권자 중엔 보수의 단순 의의 속에서 살아오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그분들은 “6뭉치면 이긴다”는 식의 단순한 정치 논점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그렇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 이제 보수는 소수 진영이다.


따라서 새로움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국민의힘처럼 비상계엄·탄핵에 책임이 있는 기성 정당이 아니라 새 주체가 그 새로움을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적 우위를 통한 보수의 집권은 영구히 멀어진다.

-개혁신당은 대학가 위주로 지방선거 전략 지역을 설정했다. 대학가에선 대학 기숙사 건립 문제가 예민하다. 세대 갈등이 일어나는 결정적 지점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일각에선 청년 주택이 들어오면 교통·주차 등 주변 환경이 나빠진단 인식을 하는 것 같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에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 재생이 늦어지고 있고, 신규 공급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주택 소유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재건축·재개발 촉진을 통해 도시를 재생해서, 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해야 한다.

-민주당은 재건축·재개발에 소극적이지 않은가?

▲제가 살던 상계동 5층 아파트는 재건축이 완료된 후 민주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표심이 완전히 뒤집혔다. 그래서 민주당은 “도시 재생 등 성과가 거둬지면, 우리의 표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주택은 주기가 있다. 그 주기에 맞춰 적절하게 새 형태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

그게 지연되면, 젊은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편의시설이 잘 구축된 신축 아파트들은 과부족 상태에 이른다. 민주당도 “동네가 발전하면 우리가 불리하다”는 식의 이기적인 논리를 거두고, 도시 재생의 주기에 맞춰 전략을 짜길 바란다.

-민주당은 광주·전북 등에서 복합쇼핑몰·대형마트 유치가 유치되는 것을 반대했다. 기성 정당에 ‘텃밭’의 발전을 등한시하는 기류가 있는가?

▲당원 민주주의가 굳어지면, 지역을 오래 지키는 소상공인 위주로 당원이 편성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상공인도 잘 생각해야 한다. 한 지역의 상권은 인구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광주의 젊은 세대가 광주를 많이 떠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젊은 세대는 경험하고 싶은 하는 문화·필수 시설이 없어서 떠난 것이다.

“선거비 뻥튀기 문화 바꿔야”
“업자들 이익 챙길 여력 없어”

광주엔 아직도 5성급 호텔이 없다. 굉장히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광주가 전라도 최대 도시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복합쇼핑몰·대형 마트가 필요하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파이는 계속 작아지고, 소상공인의 삶은 더 어려워진다.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서 과학고 유치가 무산됐다. 그 이유는?

▲화성시엔 과학고를 유치하기 좋은 부지가 많다. 그래서 굉장히 유리했다. 그런데 화성시는 가장 좋은 부지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주당이 경기도의회·화성시의회를 장악한 특성이 많이 작용했다. 그들이 과학고 선정 주체인 경기도 교육감에게 과학고 기반 영재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 같다. 


교육청에서도 “국회의원이 저렇게 열성적으로 유치하려고 하는데, 시청·지방의원들이 왜 시큰둥하냐”면서 의아해한 것 같다.

민주당은 이념 때문에 영재 교육에 반대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AI를 활용한 교육에 열성적이다.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이다.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선 아주 좋은 수준의 특수목적 고등학교가 곳곳에 있어야 한다.

-화성 지역 언론은 “우리 시 학생만 입학하는 것이 아닌 과학고를 유치하는 것보다 종합 예술고 유치·과밀 학급 해소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과학고를 유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반 고교가 개교하는 게 아니다. 종합예술고가 개교한다고 해서 화성 학생들만 가는 것도 아니다. 전혀 다른 영역이다. 저도 처음엔 웃어넘겼던 주장이었다. 그런데 화성에 잘못된 판단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

지역 유지들이 만들어낸 주장 같다. 화성은 여전히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다. 교육 환경을 대폭 개선하려면, 교육에 무한 투자를 해야 한다. 화성에 있는 우수 학생들이 경기 수원에 있는 경기과학고에 가지 못하면, 의정부에 있는 경기북과학고까지 가야 한다.

이건 “과학고에 가지 말라”는 얘기다. 당파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 과학고가 생기면, 주변 교육 환경이 실질적으로 좋아진다. 화성엔 교육 기회가 배제된 우수 학생들이 많아서 과학고를 유치해야 했다. 유치 실패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화성 지역 언론은 이준석 대표를 많이 비판한다. 지역 언론과의 관계는 어떤가?

▲화성에선 지금까지 민주당이 일당 독재했다. 저는 그 속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분들에 대해선 굉장히 비판적이다. 저는 화성의 발전을 위해 과학고 유치 등 공약을 밝혔고, 주민들도 그 때문에 저를 선택하셨다. 민주당의 이념에 경도돼 이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자체가 화성시민들이 지금까지 무시당했단 증거다. 저는 그들의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평소에 “커뮤니티 정치를 한다”는 지적을 많이 듣는다. 빠르고 공격적인 말투로 타인을 거론하는 것 때문인 듯하다. 이게 고령 유권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아닐까?

▲결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또 지하철에서 시위한다. 제가 처음에 “전장연의 시위 방식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을 때, 제게 “싸가지가 없다”거나 “장애인을 혐오한다”고 말씀하셨던 분들이 지금에 이르러 저렇게 번진 사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

“개혁신당 언젠가 정치권 대체할 것”
“한동훈의 재보궐 용기·배짱 의문”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준석이 지금까지 지적했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등 문제도 지금에 와서야 민주당·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한다. 개혁신당은 이미 적시에 관련 제안을 하면서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가져오자”고 주장했다. 그들은 선거 유불리를 따지면서 그 주장을 무조건 혐오로 몰았다.

기성세대는 젠더·장애인 문제 등과 관련해 너무 과거의 관성에 따라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우리의 고정관념 중 하나는 “강자는 악, 약자는 선”이란 것인데…

▲어떤 집단을 싸잡는 순간부터 굉장한 충돌이 일어난다. 그래서 개개인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민주’ 등 ‘민’이란 글자가 들어간 것을 소수의 상징으로 인식한다. 그들은 현재 수적 우위를 가졌다. 그런데도 본인들을 약자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수단은 목적을 위해 정당화된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건 나치 철학 아닌가?

▲그렇다. 그래서 굉장히 우려된다. 저들은 요즘 아무 때나 ‘내란’을 갖다 붙이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적폐 청산’이란 말로 먹고 살려고 했던 것과 같다. 이분들이 합리적인 토론의 장으로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된다.

-4050 남성에 대한 2030 남성의 비판·조롱이 굉장히 거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20대 초·중반에 형성된 정치관에 따라 살아간다. 우리 세대의 20대 초·중반 시절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극한 대립을 했다.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최근 진보 진영 내 일부 사람들은 “이준석 대표와 지지자들은 극우”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반박하겠는가?

▲극우는 다른 사람과의 공존을 거부하고, 독존하기 위해 폭력성까지 용인하는 집단이다.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은 “2찍(국민의힘 지지자)은 한 날 한 시에 모아 한번에 생매장하면,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도약한다”고 말했다. 이거야말로 극우적 발상의 극한이다.

최 전 의원과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야말로 극우의 사전적 정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 조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또 정치적 능력이 검증되기 전에 급하게 창당해서 현재의 입지를 확보해서 그런지, 정치적으로 미숙한 점을 보이는 것 같다.

-유권자가 절대선은 아니다. 유권자가 잘못된 선택을 할 때, 정치인은 어떡해야 하는가?

▲정치인은 솔직해져야 한다. 이재명정부는 언어유희에 가까운 말장난을 많이 한다. 미국에서 국민 300여명이 추방 형식으로 쫓겨왔는데, 정부는 ‘추방’ 대신 ‘석방’이란 표현을 쓰면서 ‘석방 교섭’이란 표현을 만들었다. 뭔가 달라질 것 같이 얘기하는 것이다.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도 예산·통계 기능을 기획재정부로부터 빼서 운영한다고 한다. 예산 기능은 ‘돈 퍼주기’로 연결될 것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구축하려는 것 같다. 그런 기술적인 잔머리를 안 부렸으면 좋겠다. 국민이 오롯이 진실 그대로 알 수 있게 해야 하는데도 기교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실재가 무엇이냐”보다 “어떻게 믿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이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보는지?

▲장 대표는 굉장한 용꿈을 꿀 것 같다. 그래서 초기엔 전선을 많이 만들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에 대한 적대감은 상당히 드러낼 수도 있다. 그를 대표해 각종 방송에 출연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정치인이 한 전 대표를 적대시하고 있다. 우리 정치에선 “상대를 미끄러트려야 내가 잘 된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있다. 대표적으로 친한(친 한동훈)계가 거론된다.

-한 전 대표 측은 “1985년생인 이준석 대표가 1973년생인 한 전 대표를 제치고, 스스로 보수의 적자가 되고자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제가 한 전 대표에게 “50대는 옛날 같으면 손주 볼 나이”라고 했던 것이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한 게 아니다. “한 전 대표에겐 다른 역할이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한 전 대표 측은 아직도 ‘젊은 나이’에 집착하는 것 같다.

제가 한 전 대표라면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것 같다. 그 방법 외엔 굉장히 피동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정도 배짱과 용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엔 정당해산심판을 언급하고, 이준석 대표에겐 제명을 언급한다. 당사자로서 할 말이 있다면?

▲민주당은 문정부 시절에도 많은 의석수를 믿고 기고만장해서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만약 협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아 서로의 의견이 절반씩 버무려진 안을 선택하면, 대통령이 홀로 정치적 책임을 질 필요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최근에도 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 결국 똑같은 실패를 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엔 의원 171명이 있다. 의원의 자질을 일일이 조율하기 쉽지 않다. 민주당으로선 비상계엄·탄핵 국면을 통해 상대를 절멸시킬 기회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다. 국민도 그런 의도는 다 알고 있다.

-개혁신당은 이재명정부에서 어떤 야당이 돼야 하겠는가?

▲개혁신당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여러 얘기를 했다. 나중엔 “개혁신당이 옳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앞으로도 항상 옳은 얘기를 하려고 노력하겠다. 정치가 젊어지고,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가는 데 있어서 저희가 할 일이 있다면 할 것이고, 그게 바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보일 개혁신당의 시스템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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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