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22 10:57:38
  • 호수 1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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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정은 외화내빈…그저 특이할 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민연금은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은 지나친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사 부족 문제에 대해선 “공공의료사관학교를 설립해 의사를 군인처럼 복무시킬 수도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에 대한 유튜버 겸 방송인 김어준씨의 영향력 논란에 대해선 “인상 비평”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의대 증원 문제 최일선에 서 있고, 민주당의 검찰개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박 의원을 만나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가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몇 배로 불려서 노년에 연금으로 돌려준다”거나 “기금을 풀어서 연금을 지급한다”는 오해가 있다.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국민연금은 보험료·기금 운용 수익·국가의 재정 보조로 운용되는데, 국가 재정 보조가 지금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모수개혁을 하면서 국가의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취지의 문구를 집어넣었다. “국민께서 연금을 못 받으실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게 이재명정부의 목표이자, 법의 정신이다.

따라서 “내가 낸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은 지나친 걸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다른 투자 수단에 비해 수익률이 상당히 높다(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은 15%). 이 상황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일각에선 고갈 가능성을 지적하고, 반대편에선 “기금 고갈 공포는 잘못된 선동”이라고 주장한다.


▲기금이 소진되면, 적립금·투입된 국가 재정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물론 기금이 전혀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료율 조정·연금 일부 조정·수익률 개선 등 방법으로 기금 고갈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은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신·구 연금 분리를 주장한다. 이에 민주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신·구 연금 분리는 ‘사회 연대성’이란 연금의 기본 원칙과 정신을 훼손한다. 자동조정장치는 현재 모수개혁의 일부가 됐다. 적절한 모수개혁을 진행하지 않은 채 자동조정장치를 붙이면, 지급 연금을 줄이는 수단으로만 사용될 수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대부분의 국민은 연금을 거의 유일한 노후보장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조정장치를 붙여 대책 없이 지급액만 줄이면, 노인 빈곤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포함되는 만 18세를 국민연금에 자동 가입시키는 방안이 발의됐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은 폰지인데, 어린 학생을 강제로 가입시키느냐”고 반발하는데…

▲연금에 가입된 기간이 길수록 나중에 받는 연금이 늘어난다. 고3 학생을 무조건 가입시킨다기보단 적절한 지원을 해서 가입을 유도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국민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입하면, 기금 전체가 커지고 수익률도 높아진다. ‘윈윈’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그런 고민이 나온 것 같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빌미로 약탈한다”는 인식도 있다.


▲반대로 “용돈 연금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실제 납부액보다 받는 연금이 더 많다. 물론 받는 돈 자체가 적은 측면은 있다. 그래서 구조개혁과 수익률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도입해 개선할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에 가려져 있지만, 간호 인력 증원 문제도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간호사들은 “간호사 1인당 맡는 환자 수를 명확하게 정한 후 그에 맞춰 간호 인력을 충원하자”고 요구한다. 반대로 병원에선 “여러 이유로 상황이 어려운데, 어떻게 그 기준을 또 맞추겠느냐”고 반박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의료 수가인 것 같다. 그렇다고 건강보험료를 올리면, 국민적 반발이 있을 것 같은데…

▲어느 나라든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 의료비가 많이 늘어난다.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잘사는 나라에선 의료비가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결국 “늘어나는 의료비를 어떻게 통제하면서,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느냐”는 것이 전 세계적인 과제다.

“신·구연금 분리는 사회연대 훼손”
“간병 문제는 사회·국가 연대책임”

이 과제들을 풀 방법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민이 양호한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AI에 의한 진단·처방·로봇 수술 등 새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의료비를 늘리지 않으면서 현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제네릭(합성의약품) 등을 잘 생산해서 약값도 하락시키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의 생산 능력도 많이 향상됐고, 디지털 헬스 케어 등 기술도 경쟁력이 있다. 이를 실생활과 접목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신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어서 이용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많다. 건강보험이 조금 더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새 기술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 여부는 항상 논란이 된다. 비용 대비 효율을 따져서 판단해야 할 텐데, 그 과정은 매우 민감하고 어렵다. 항상 신속하게 결정해야 해서 많은 행정력이 필요한 만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는 아예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여러 환경을 조성하고, 새 기술을 빨리 의료 현장과 접목시키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고민한다.

-원칙상 간병도 간호사가 맡아야 한다. 그런데 간호 인력 부족이 구조화돼 “간병은 가족이 맡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간호사가 간병까지 맡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있지만, 정작 중증 환자는 이용할 수 없다. 해법이 있다면?

▲‘간병 파산’이란 말이 유행한다. “간병하다가 살인을 한다”는 말도 나온다. 간병은 굉장히 힘들어서 개인에게 맡기긴 어렵다. 그래서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지만, 결국 돈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누굴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지 논의가 분분하다.


물론 간병은 사회·국가가 연대해서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1인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많은 국민 앞에서 드러내놓고 토론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부 환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 ‘환자’에 언제 자신이 포함될지 모른다. 국가가 간병 문제에 개입하려면, 결국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서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정치권은 이 논의를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간병을 국가·사회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빠르게 가고 있다. 그래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토론·논의하면서,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연대해 책임질 것인지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병원 의사 부족 문제 대안으로 지역의사제가 거론된다. 그런데 의무복무기간이 끝나면, 다시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옮기려는 의사들이 많을 것 같다. 현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 같은데…

▲일본 등에선 지역에 필요한 의사를 공급하기 위해 의대 재학생이 국가와 계약하도록 한 후 학비 보조 등 혜택을 준다. 의사가 된 이후엔 일정 기간 동안 지정한 장소에서 근무한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역에서 시험 삼아 진행하고 있다.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데, 제도를 더 치밀하게 설계해야 할 것 같다. 관련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고 있다.

-일부 의사들이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지역에 가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생활 여건이 안 좋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의사들은 상위 그룹과 같은 수준의 삶을 유지하길 원한다. 지역에 있으면, 그런 기회를 얻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래서 “지역에 오래 있을수록 의사로서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단순히 급여를 많이 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수련하면서 기술을 연마할 기회를 주거나, 수시로 부수적인 보완책을 제공하는 방향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 서울·수도권 소재 의사들이 1주에 1~2일은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등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의료 인력 부족 문제 대안으로 비의료인의 병원 개설 허용·한의사 대상 추가 교육 후 의료 현장 투입·주치의 제도 도입 등을 거론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제도들을 혼용할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면, 궁극적으론 좋은 제도들을 종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공공의료사관학교를 만들어서, 이 학교를 졸업한 의사들은 군인처럼 복무시키는 방법도 있다.

-한의사를 의료 현장에 투입시키는 방안은 의사협회에서 강하게 반발할 것 같다.

▲일부 의사들은 의사·한의사 면허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한의사를 따로 양성하지 말고 통합해서 관리하자”는 뜻이다. 여러 의견이 있다.

-민주당의 검찰개혁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추구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가능하다. 기소 검사도 직접 수사하지 않더라도 수사 단계부터 사건 관련 교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수사를 계속 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는 사실상 다른 작용이다. 그래서 각각 다른 검사가 맡아도 된다.

“김어준? 그 주장대로 결정된 게 있나?”
“오 시장, 서울에 애정·관심 없어 보여”

물론 수사·기소를 같은 검사가 맡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같이 맡았을 때의 폐해가 계속 이어졌다. 기소의 기능 중 하나는 수사 검토다. 기소를 하려면, 잘 진행된 수사인지 살펴봐야 한다.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확인할 수 있다. 공소청 검사도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수사 착수 여부를 확인하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국가수사위원회가 권력의 외압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통제하면서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괜찮다는 건가? 법무부 장관은 해도 되고,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는 위원회는 안 되는 건가? 말이 안 된다. 독임제 장관 휘하일 때와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는 위원회 산하일 때는 구조가 다르다.

위원회의 수사 개입이 더 어렵다.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께는 “예전처럼 장관이 수사를 지휘하는 건 괜찮겠느냐”고 묻고 싶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권까지 갖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개입이 훨씬 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갖는다. 그런데 검찰은 중수청·공수청으로 분리된다. 공수처가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가져야 하는 이유는?

▲공수처의 수사·기소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공수처는 인원이 너무 적어서 분리하기 어려운 거다. 물론 여기엔 여러 이론이 있을 순 있다. 누군가는 “공수처는 한정된 대상을 상대로 특별한 범죄만을 수사하니까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반대로 누군가는 “공수처의 수사·기소도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공수처의 수사·기소도 분리 담론 안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공수처 내부에선 이미 분리하고 있었다.

-일선 재판에선 이따금씩 검사가 관계자 진술을 왜곡·곡해해 조서를 작성한 사례가 더러 밝혀진다. 이에 대해선 어떤 고민을 하는가?

▲그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수사·기소는 분리해야 한다. 기소하기 위해 수사 결과를 왜곡·과장하는 것이다. 기소라는 ‘골’을 무조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기소 단계에서 수사 내용을 점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왜곡·과장하진 않을 것이다.

-일각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선 수사 업무가 너무 많아 기피하고, 검찰에선 검사가 칼퇴근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반박하겠는가?

▲검경 수사권 조정은 2회 진행됐다. 하지만 수사·기소는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았다. 이 애매함 때문에 도돌이표가 찍혔다. 그런 부분을 깔끔하기 정리하려고 수사·기소를 분리하려는 것이다. 기관 분리를 9월 내에 끝낸다면, 기관 간 업무 방식은 절차법으로 규정할 것이고, 관련 통제 규정은 그때 입법하면 된다.

-최근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공개 갈등하다가 봉합됐다. 공개적으로 갈등한 이유는?

▲둘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고, 뭘 공유했는진 알 수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방송인 김어준씨가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진보 언론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제가 봤을 땐 인상 비평이었다. 김씨의 의사대로 결정된 게 뭐가 있는가? 예를 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총선을 치를 때, 김씨는 계속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 “김씨가 민주당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김씨의 말대로 결정된 것을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서 진짜로 김씨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일치한 건지 다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영남 지역 선전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전략은?

▲부산·경남은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해양수산부 이전 공약을 이행하려는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이재명정부를 신뢰하시는 것 같다. 다만 대구·경북에선 여전히 아쉽다. 저희가 경제·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해야 한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에 어떤 문제 의식을 느끼는가?

▲오 시장은 시정에 별 뜻이 없고,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강남·송파 내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했다가 한 달 후 다시 지정했고, 지난 2023년엔 서부간선도로 평면화·친환경공간 조성사업을 착공했다가 지난 8일 중단했다.

시정의 구조·방향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일정이 정해져 있고, 민원이 들어오면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한다. 정책을 내놓기만 할 뿐, 진행되는 것도 별로 없다. 그래서 산으로 가고 있다. 오 시장의 시정은 외화내빈이다. 한강 수상택시 사업도 서울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특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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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