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64)두더지 굴 속 박쥐새끼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8.11 04:02:27
  • 호수 1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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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런데 입술만은 좀 예외였다. 운은 그 입술에 교묘하게 연지를 칠한 줄 알았다. 그것은 소녀 입처럼 작은 것이 분홍빛이었다. 유독 그 부분만은 화장품을 쓴 흔적이 없었다. 그 불그스레한 입술로 여인은 자주 담배를 피워댔다. 방금 껐는가 하면 금세 또 그 꽁초를 물고 있는 것이었다.

셋방살이

영감님은 별 말도 없이 조용히 면벽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성질이 무던한 듯하기도 한데 드물게 와병중인 사람답지 않게 칼칼한 음성으로 입을 여는 것이었다.

“이 뱀 같은 계집아! 사람이 이렇게 죽어가는데 편하게는 못 해줄망정 그렇게 뽀꼼뽀꼼 담배 연기를 피워대서 즐거울 게 뭐가 있니, 응?”

그러면 여인은 슬픔이 사라지지 않은 목소리로 타령하듯 대꾸하는 것이었다.


“애구~ 우리 영감…… 죽기는 왜 죽노. 머리털이 파뿌리 되도록 같이 살자던 그 가약을 잊지 않으면 일어나겠지. 암, 일어나고 말고. 내일이나 모레면 일어날 테니 걱정마시우…….”
그러면 영감은 끙 하고 신음을 흘리고는 두 번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여인이 사는 아랫방의 정돈 상태는 운을 감탄케 하기에 족했다. 하지만 그 감탄도 어쩌면 일종의 선망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작고 약냄새가 진동하는 그 방에 실제로 오래도록 살아 본다면 그런 느낌도 변할 수 있을 터였다. 운은 여인이 하루에 적어도 세 번은 걸레질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운이 식사 때 들여다보면 그랬다. 그러므로 실제로 걸레질은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은 충분히 예상되었다. 덕분에 영감의 병석이 차지한 반을 제외한 방바닥은 마치 정갈한 소녀가 가지고 논 가을 감의 표면처럼 빛을 냈다. 벽의 한 면에 자그마한 구식 화장대와 고물 라디오가 놓여 있고 구석 쪽에 천으로 된 간이옷장이 단정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비해 그 옆방은 아주 대조적이었다. 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는 어떤 아줌마가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사는데, 물론 바쁘기도 해서 그렇겠지만 마치 마구간처럼 어질러놓고 살았다. 그래도 제법 흑백 텔레비에 선풍기까지 있었다. 마호가니 옷장이 있는데도 이것저것 울긋불긋한 옷가지를 사방 벽에다 잔뜩 걸어놓고 방바닥에까지 어질러놓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은 성격 나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좁은 데서 부엌까지 공동 사용해야 하고 보면 성격이 딴판인 늙고 젊은 두 여자 사이에 알력이 안 생길 수도 없었다. 그러나 상대방 면전에서는 노부인이 항상 고분고분했다. 옷장수 여자의 뚝배기를 깨는 듯한 소리 아래서 노부인의 가느다란 목소리는 처연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뚝배기 아줌마가 나가 버리고 나면, 돌변해서 고로롱거리는 영감이나 운을 상대로 혹은 독백으로 울화를 터뜨리곤 하는 것이었다.

“흥, 제년은 뭐 셋방살이 신세가 아닌감. 걸레 같은 년!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할머니 부엌 좀 깨끗이 사용하자구요? 흥, 제년은 뭐 빛깔나는 이팔청춘인가, 꼭 부엉이 상판을 해 가지고. 그러니 고따위로 사내가 객지를 떠돌지.”

집안에서 뚝배기 아줌마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동네에서도 애고 어른이고, 남자고 여자고, 강아지고 쥐새끼고 간에 그곳에 사는 것 중에서 자기 기분에 거슬리는 것에 대해서는 마치 꾀꼬리가 두더지를 볼 때처럼 눈살을 잔뜩 찌푸리곤 들으란 듯이 말했다. 때로 어디서 술이라도 한잔 얻어먹은 날엔 더했다.


“이 여편네야, 나물을 그렇게 슬렁슬렁 씻어먹는 법이 어딨노. 하나씩 정성스레 다듬어야지. 원 저것, 벌레새끼가 굼실굼실 기어다니는구먼!”

뚝배기 아줌마와 다투면…
불쌍 가련 여성 신세한탄

그것은 동네 입구에 있는 공동 우물가에 쪼그려앉아 한 소리였다. 밤늦게 술먹고 싸움하는 자들에게도 한소리쳤다.

“저런 소갈머리를 못 버리고 있으니 이런 두더지 굴속 같은 데서 박쥐새끼처럼 찍찍거리기나 하고 살아가지. 남 탓할 것도 없다구. 정작 정승을 시켜줘도 못할 녀석들이…….”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런 핀잔이나 비판을 받은 사람들이 맞대거리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듣고 넘겨 버린다는 사실이었다. 언젠가 스피츠 한 마리가 그녀를 좀 우습게 알았는지 왈왈 짖다 꼬리가 홀랑 타 버린 일도 있었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 거슬리는 몇 가지 일을 제외하곤 그 여인은 어디까지나 그곳의 어려움을 잘 참고 살아가는 한 주민일 따름이었다.

그런 어느 날, 운이 그 골방에 산 지 보름쯤 되는 날 해그름녘이었다. 가까운 만화방에 들렀다가 골목을 걸어가는데 실비식당 좌판에 여인이 소주병과 고추졸임을 앞에 놓고 혼자 우두머니 앉아 있었다.
“웬일이세요?”

대답 대신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처량한 미소를 짓곤 술잔을 들어 쭉 들이켠 뒤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라, 운아, 니 우리 양아들 할끼제? 그라믄 여기 앉아 이 불쌍 가련한 년의 신세 타령 좀 들어보거라. 씁쓸한 술 한잔은 따라줘야 해. 자, 여기 한잔 가득 채우거라잉.”

운이 엉겁결에 의자에 걸터앉아 술병을 들고 보니 이미 거의 비어 있었다. 그래서 여인의 기분을 절제케 하려는 듯 좀 덤덤한 어조로 권했다.

“이것 한잔만 드시고 집으로 가시죠.”

그러자 그녀는 크고 처량스런 눈을 가늘게 만들더니 순간적으로 본래보다 더욱 크게 떴다.

“그럴까?…… 흠…… 그러나 우리 늙은 애…… 그, 그놈의 골골거리는 영감탱이가 보기 싫어 못 가겠구나. 내가 자기를 얼마나 뒷갈망했는데 그런 몹쓸 소리를…… 아, 나두 내 몸으로 이쁜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아이구, 서럽고 원통해라…….”


여인은 소주를 쭉 들이키더니 탁자 가장자리에 이마를 괴고 어린애처럼 훌쩍훌쩍 울어댔다. 그러더니 한순간 울음 사이사이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습이 처량쿠나…….’

감상의 파도

운은 코를 훌쩍거리며 짐짓 감탄해보였다. 그러자 여인은 자기가 예전엔 인기있는 가수였노라고 정색하며 말했다. 운이 궁금해하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쳐다보며 그 물기 어린 눈을 반짝거리게 하고, 꽃잎 같은 분홍색 입술로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심한 감상(感傷)의 파도가 가슴을 치는 양 얼굴을 찡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져 꽁초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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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