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63)갈월동 굴집의 양자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8.04 04:48:30
  • 호수 1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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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후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 사리 날에 탈출자가 더러 생겼지만 선감원 측에서도 만반의 대비를 했으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요행을 바라고 탈출하다가 총에 맞아 죽거나 붙잡혀 반병신이 되도록 두드려맞는 아이들이 있었다.

한동안 피크를 이루던 탈출 시도는 그 뒤로부터 목숨을 걸지 않으면 불가능한 짓으로 인식되었다.

늙은 꽃

수용소에 얽매인 신세인 용운의 머릿속엔 자주 그 박꽃 같던 누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취침 나팔이 분 뒤에 용운은 벽을 향해 누워 다른 아이들이 듣지 못하게 한숨을 쉬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이젠 보고 싶어도 찾아가 볼 수도 없었다.

때로는 그 박꽃 같은 얼굴 위에 다른 한 여인의 얼굴이 겹치기도 했다. 바로 엄마의 정겨운 얼굴이었다. 그 얼굴은 문득 또 다른 얼굴로 바뀌기도 했다.

한때 양어머니였던 진달래라는 이름의 그 노부인이었다. 서로 얼굴도 다르고 나이도 많은 차이가 났지만, 어딘지 슬픔이 어린 모습에서 유사점을 느끼게끔 되었는지도 몰랐다.

그 갈월동 굴집에 양자가 되어 들어간 용운의 생활은 좀 특이한 것이었다.

다락방엔 어떤 괴짜 청년이 미리 살고 있었다.

그는 양엄마의 먼 친척뻘이었는데, 하루 종일 어둑한 방구석에 엎드려 소설인지 뭔지를 끄적거리고 있었다.

그 다락방에서 함께 뒹군 지 보름쯤 지난 어느 날 밤에 그 괴짜 청년이 노트에 깨알같이 쓴 글을 내밀며 말했다.


“야, 이런 명작을 처음으로 읽게 된 너는 행운아야, 임마. 더구나 여기엔 너도 주인공은 아니지만 조연으로 나온단 말야. 내가 그동안 여기 살면서 본 것에 천재적인 상상력을 보태 쓴 거니까 어서 읽어 봐.”

용운은 그가 담배를 피우는 동안 좀 읽어 내려가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야, 왜 그래?”

“별로 재미가 없어요.”

“얌마, 명작을 재미로만 읽니? 여주인공의 삶 속엔 우리 민족의 한스런 역사가 녹아 있으니 제대로 읽어 봐라. 너나 나나 남자새끼지만, 조선 땅 대부분의 남자새끼들은 거의 다 도둑놈에 사기꾼을 섞은 기생충 같은 놈들이야. 특히 정치판의 근엄하신 분들은 삼류 연극판의 일개 피에로보다 더 천박한 모리배들이지. 흐흥! 제 나라, 제 여자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무지렁이 같은 놈들이 잘난 체하기는…… 얌마, 너도 정신 바짝 차려!”

“괜히 나한테 화풀이네.”

투덜거리던 용운은 예전에 고향 집에서 산수 숙제를 푸는 기분으로 <늙은 꽃>이란 제목이 붙은 그 ‘명작’을 억지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숙인의 기분을 상해 봤자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용운의 말마따나 이 꽁트는 취향에 따라서는 사족일 수도 있고, 선감도 이야기 줄기와 큰 상관이 없으므로 바쁜 독자님은 슬쩍 건너뛰어도 된다. 작자로서도 빼 버릴까 하고 고민을 거듭하던 중 얼마 전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곤 결국 놔두기로 했다. 요즘 동대문이나 청계천 등지에서 60~70여 세의 노파들마저 생활고로 인해 매춘을 한다는 쇼킹한 기사였다. 그 늙은 밤의 꽃을 사는 손님은 의외로 젊은 사내들이었으며, 또한 그 가련한 노파들을 등쳐먹는 날건달도 있음이 언급되었다-지은이 주)

괴짜 청년의 소설
세파에 시달린 궁핍

늙었음에도 그 여인은 아직 미색을 간직하고 있었다. 좀 섬짓한 느낌이 들어 망설이던 운은 그냥 재미삼아 입양 계약을 맺게 되었다.

운이 쓰게 된 방은 사실은 방이 아니라 하나의 좁고 낮은 다락에 지나지 않았으나, 아쉬운 대로 한 사람이 기거할 수는 있어 보였다.

방 두 개에 좁은 부엌과 다락이 하나씩 딸린 집은 그 외에도 그곳에 대여섯 채 가량 더 있었다.


일종의 연립주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겉모양만 그렇게 생겼을 뿐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낡고, 우중충하고, 음침한 가난뱅이들의 굴이라는 편이 알맞았다.

이를테면 주택이라기보다 무덤에 더 가까운 것들이 검은 물이 질척거리는 울퉁불퉁한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 몇 채씩 옹색하게 마주보고 늘어서 있었다.

누가 특별히 못난 것도 잘난 것도 없이 비슷비슷한 그 빈민굴의 방들엔 서너 명 이상의 사람이 비비적대며 살았는데, 그것도 일가족만의 것이라면 괜찮은 편이었고 어떤 경우엔 두 가족이 한 부엌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운이 들어간 집도 두 가구가 살았는데, 그 늙은 여인은 자기도 곁방살이인 터에 세를 놓게 된 것이었다.

출입은 그 여인의 방을 통해야 했다. 운은 처음 한동안 오줌도 꾹꾹 참아 되도록 횟수를 줄였다.


하나뿐인 추잡하고 악취 지독한 공동 화장실이 싫어서이기도 했다.

그 여인은 얼굴의 윤곽과 목소리만으로 판단하건대 마흔 살이 넘어 뵈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연령은 예순이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허연 화장기 밑의 주름살, 한땐 제법 눈을 끌었겠지만 우울하게 굵어져 버린 허리, 정수리의 허연 머리칼, 특히 거칠은 손등이 그 여인의 내면에 잠긴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도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날마다 습관적으로 화장을 하고 때때로 머리에 염색을 하고, 웃음 속에 생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마치 운명을 거역하려는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운이 자기네 다락방에 살게 된 것도 운명이라 했다. 왜냐하면 영감님이 늘그막에 병치레를 하여 궁상을 가속화시켰기 때문이며, 또한 운명이 자기네들에게 자식을 주지 않은 탓이라 했다.

그녀의 영감님은 가래를 고르릉거리며 한쪽 벽을 향해 누워 있었다. 깨끗한 런닝 셔츠에 낡았지만 흰 잠옷바지 차림으로 늘 등을 보이고 있어서 운은 아직 인사도 못하고 그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때때로 신음 소리를 들어보면 퍽 병약한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여인은 ‘우리 가엾은 영감, 내 낭군’ 하며 베개를 고쳐 베이든가 미음을 떠먹이곤 했다.

두 사람이 부부인데 일견 대조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아마 체구일 터였다. 남편은 누워 있긴 해도 키가 커 보이고 몸피도 쑬쑬한 것이 한창 땐 제법 덩치로 날렸을 법했다.

운명과 궁상

그에 비해 여인은 아무래도 좀 작은 편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아담하여 외간 남자들로부터 귀여운 여자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이제 좋았던 시절은 흘러가고 세파에 시달린 위에 궁핍에 찌든 옷가지를 걸쳤으니 가련해 보이기만 했다. 분가루로 인해 허연 그 얼굴과 목도 서글픔보다 더 나은 느낌을 자아내진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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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