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지난 20일, 제21대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한 심정으로 국민의힘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 치러진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맞상대였던 이미지를 활용해 당권 도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동혁 전 최고위원도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후보자는 이제 이미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조경태·주진우 의원, 그리고 김 전 장관으로 5명이 확정된 상태다. 출마 여부가 거론되던 나경원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후보들은 탄핵 찬성과 반대 두 부류로 나뉘게 됐다.
반탄(윤석열 탄핵 반대)파는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찬탄(윤석열 탄핵 찬성)파는 안철수·조경태 후보로 양분돼 이른바 ‘탄핵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탄파에는 전한길 한국사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 큰 이슈로 작용하고 있어 후보 별로 그의 지지를 누가 받느냐가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전한길 또한 자신을 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될 것이라 이야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찬탄파에서는 한 전 대표의 출마에 가장 큰 변수였지만 한 전 대표는 24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대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많은 동료 시민, 당원과 함께 정치를 쇄신하고 우리 당(국민의힘)을 재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당의 주인인 당원을 속이고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을 실망하게 하는 기득권 다툼 대신, 현장에서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택한 건 당 대표로 선출돼도 당 운영의 키를 잡고 가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 이유가 크다. 6·3 대선 패배 이후에도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되던 의원들이 여전히 당내 주류로 굳건하기 때문이다.
찬탄파 측은 국민의힘이 극우나 윤 어게인,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당이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과의 단절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감대가 향후 전당대회에서 양측의 연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김문수 후보 측은 전한길 후보와의 만남을 이어가며 연대를 모색하는 듯 보인다. 혁신은 없고 아직도 윤석열에 끌려가는 당의 모습에 정치권의 반응은 여전히 좋지 않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을 향해 “친윤·친한(친 한동훈) 인사를 모두 축출하고 당을 자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혁신의 핵심은 그 당(국민의힘)이 자발적으로 해산하고 당 재산을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 전 시장은 “과거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차떼기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 재산을 모두 국가에 헌납하고 천막 당사에서 국민에게 호소해 당을 살리고 보수 진영은 재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앞의 경우보다 더욱 엄중하고 심각한 사태인데도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들은 또 한 번 사기 경선을 획책하다가 이재명 후보에게 정권을 헌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스스로 잘못으로 난파선이 됐는데, 지금 난파선 선장이라도 되겠다고 몸부림치는 군상들을 보면 참 가엾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울러 “앞으로 특검이 내란 선전, 선동 동조자로 당의 현역 의원 수십 명을 소환할 것이고 정청래 의원이 민주당 대표가 되면 정당해산 청구 및 국고보조금을 끊고 패스트트랙 사건처럼 의원 수십 명이 기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홍 전 시장의 발언이 근거 없는 엄포나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상황을 그들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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