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국힘 전대’에 바라는 네 가지

그 나물에 그 밥 목소리도 뻔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더불어 몰락해 가고 있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통해 변화를 만들려 하지만 앞날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 상황에서 현재까지도 윤석열을 버리지 못하고 극우 정당으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 속에서 아예 보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최약체 야당
존폐갈림길

그간 한국의 보수 세력은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자유민주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미래한국당 등 10여 차례 당명을 고치면서 나름 한쪽 진영의 위치를 지켜왔고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꿔 윤석열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지난 22대 총선 대패, 여소야대의 정국을 이룬 가운데 21대 대통령선거에 연이어 패배하면서 건국 이래 가장 약체화된 야당으로 전락,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여당인 국민의힘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이들의 상황 대처 방식도 비상 계엄 조치에 못지않게 열등했다. 당면한 위기 상황을 차원 높고 슬기롭게 대처해 위기를 극복하는 대신, 불법 계엄을 옹호하며 정권 포기의 길을 택했다.

국민이 맡겨준 5년 임기의 정권을 3년 만에 포기해 버린 것이다.

한국 보수 세력의 법통을 승계한 국민의힘은 선진화된 국가를 제대로 끌어나갈 집권 철학을 세우고 국가를 시대정신에 맞도록 운영한다는 책임을 감당해야 하지만 불행히도 정국이 여소야대 상황으로 바뀐 불리한 상황을 극복, 돌파하는 데 필수적인 내부 결속과 효율적인 당정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여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펼치는 특검 공세를 극복하는 데 절실히 요구되는 대응 선전 역량도 너무 취약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만 의존하다가 정권 수호에 꼭 필요한 거당적 단합과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지도 못했다.

불법 비상계엄 전 윤석열의 집권 여당이 무위무능의 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21세기 한국의 국력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에 상당한 집권 철학의 부재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남의 나라를 모방하면서 따라잡던 전술 국가를 넘어서서 다른 나라가 우리를 모방하면서 따라오게 만드는 전략 국가적 비전을 집권 철학으로 정립하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번 8·22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변화를 끌어내려 하지만 대표 출마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앞으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나올 법한 목소리가 너무도 뻔한 만큼 큰 기대는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최근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방향을 얘기하는 (혁신안) 1호 안도 통과되지 않고 전당대회를 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고 탄식했다. 윤 위원장이 내놓은 1호 안은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반영하자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당한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과 지난 대선을 통해 법적·정치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그렇다면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공당으로서 계엄과 탄핵 사태를 사과해야 마땅한데 그 문제로 지금까지도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할 말을 잊게 한다.

윤석열 버리지 못하고 극우 정당으로
‘이러다 와르르’ 보수 붕괴 걱정도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당 대표 후보 등이 보수 재건을 위한 비전 경쟁을 펼쳐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장악한 당의 기류는 정반대다. 윤희숙 혁신위가 마련한 쇄신책이든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의 출당 문제든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자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니 갓 입당한 전씨가 “추종자 약 10만명이 이미 입당했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당 대표로 만들겠다”면서 활개를 칠 수 있다. 극우 유튜버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당이 한국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나?

친윤 세력 청산의 기치를 내걸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대표는 “퇴행 세력들이 ‘극우의 스크럼’을 짠다면 우리는 ‘희망의 개혁연대’를 만들어 전진해야 한다”면서 혁신을 표방한 조경태·안철수 의원 등과 연대할 뜻을 비쳤다. 가뜩이나 국민의 외면을 받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 전 대표의 불출마로 관심도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전당대회 이후 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는커녕 다수 국민의 부아만 더 돋우는 게 아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대진표가 확정됐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른바 ‘반탄(탄핵 반대)파’와 ‘찬탄(탄핵 찬성)파’ 간 대립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극우 논란 등 당 정체성 이슈와 인적 쇄신 범위에 대한 논란까지 맞물리며 이들 간 노선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인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철수·장동혁·조경태·주진우 의원 등 5명이다. 아직 뚜렷한 1강 주자는 없지만, 김 전 장관이 여론 조사상 가장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 후보자라는 역량으로 등판한 것이고 안철수 의원은 상시 출마자로 정치적 인지도가 상당하나 당의 세력이 없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조경태 의원은 선수는 많으나 인지도도 낮고 지지 세력도 없으며 역대 의원 생활 동안 권력자의 옆에 있었지, 앞장서서 무엇을 해본 적은 없는 인물이다.

장동혁 의원은 1.5선, 주진우 의원은 초선으로 중량감이 다소 떨어진다.

한 불출마
그 여파는?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양일간 무선 100% 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벌인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4.9%가 김문수 전 장관을 차기 당 대표로 가장 적합하다고 답했다.

장동혁 의원은 19.8%, 조경태 의원이 11.0%로 뒤를 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에서는 김문수 전 장관이 26.7%로 가장 높았고 조경태 12.6%, 장동혁 12.3%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조경태 의원이 23.5%로 1위에 올랐다. 김문수 전 장관은 16.8%, 안철수 의원은 10.7%를 기록했다. 민심과 당심이 상반된 결과를 보였지만 본경선에서는 당원투표가 80%에 달하는 만큼 지지층에서 1위를 차지한 김문수 전 장관이 본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이 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에 네 자리가 걸린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 제외) 선거도 총 15명이 출마해 달아오르고 있다.

최고위원 다선을 자랑하는 김재원 전 최고를 비롯해, ‘안철수의 오른팔’에서 윤석열로 갈아타려 했으나 버림당해야 했던 김근식 당협위원장, 그리고 정치권의 싸움닭 김소연 변호사, 강서구의 불사조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김민수 전 대변인, 손범규 당협위원장이 출마했다.

인지도 측면에서는 김재원·김근식 후보가 가장 높은 편이지만 김 전 강서구청장과 김소연 변호사는 극우 애국 세력들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 이번 전당대회에서 소정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강서구청장은 계엄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지켜드리자”라며 탄핵 반대 여론전에 나섰던 인사다. 2023년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집행유예형이 확정돼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특별사면된 뒤 10월 보궐선거에 재차 강서구청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해 윤석열정부의 결정적 실책으로 지목됐던 인사다.

김민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시 경기도 과천 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보낸 것을 두고 “과천 상륙작전”으로 치켜세우며 “계엄으로 한 방을 보여줬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김소연 변호사도 부정선거 음모론 진영에서 활약하며 계엄 직후 페이스북에 “구국의 결단,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적극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다.

신천지
개입설

손범규 인천 남동갑 당협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류여해 전 최고위원과 함운경 당협위원장,  장영하 변호사도 출마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1명의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해 총 6명으로 구성된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오는 인물들도 전혀 신선하지 않다.

이렇듯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중 개혁적으로 국민의힘을 쇄신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후보들이 이런데 어떤 기대를 할 것인가?

국민의힘의 운명을 가를 전당대회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에 대한 흥행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고, 새로운 인물의 부재는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의 쇄신과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요한 기로에서, 과연 어떤 인물들이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이끌어갈까?

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며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부가 ‘신천지 개입설’을 둘러싼 진실공방 논란으로도 혼란에 빠졌다. 논란의 중심엔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권성동 의원이 있다.

홍 전 시장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를 앞섰음에도 당원투표에서 참패한 배경에 대해 “신천지·통일교 소속 수십만 명이 책임 당원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윤 캠프 본부장이었던 권 의원을 겨냥했다. 권 의원은 이를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홍 전 시장은 이에 반박하며 2022년 8월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를 직접 만났고, 이씨로부터 “경선 당시 신도 10만명이 책임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자해극”이라며, 당의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 같은 종교 단체의 정치 개입 가능성이 과거부터 제기돼 왔다. 이번 신천지 개입설은 전당대회와 맞물리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당내 쇄신은 지지부진하다.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자진 사퇴했고, 윤희숙 의원이 제안한 쇄신안도 사실상 묵살됐다.

지지율 상승 컨벤션 효과? ‘관심 뚝’
‘반탄 VS 찬탄’ 노선 경쟁 격화 예고

한편,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윤 어게인(Yoon Again)’ 운동과 전씨의 입당 움직임이 당의 또 다른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반탄파 후보들은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추고 있으며, 장동혁 의원은 전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 예정이며 김 전 장관도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7월 17%까지 추락해, 전국지표조사(NBS)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3%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지지율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혁신을 거부하는 당내 구주류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선거 국면이 되면 이재명정부에 반대하는 국민이 국민의힘 외에 어디 갈 곳이 있겠냐는 생각이라면 큰 착각이다. 민심이 외면해 사라져 간 정당을 꼽자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영남 자민련’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한 후에야 혁신한다고 나설 텐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보수의 재건을 꾀하려면 첫째, 당의 쇄신과 혁신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국민의힘이 과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시대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당의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 낮은 지지율은 전당대회의 흥행을 저해하고, 내년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진솔하게 소통하고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기존 정치권의 틀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물을 발굴하고 육성해 당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전당대회의 흥행을 이끌고, 당의 미래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당내 화합과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당내 갈등과 분열은 국민의 실망감을 자아내고, 당의 쇄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당내 화합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당원들의 단결을 끌어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당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진솔한 노력이 필요하다.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부는 당원들과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달려 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단순한 당내 경쟁의 장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 쇄신
왜 막나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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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