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국힘 전대’에 바라는 네 가지

그 나물에 그 밥 목소리도 뻔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더불어 몰락해 가고 있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통해 변화를 만들려 하지만 앞날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 상황에서 현재까지도 윤석열을 버리지 못하고 극우 정당으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 속에서 아예 보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최약체 야당
존폐갈림길

그간 한국의 보수 세력은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자유민주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미래한국당 등 10여 차례 당명을 고치면서 나름 한쪽 진영의 위치를 지켜왔고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꿔 윤석열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지난 22대 총선 대패, 여소야대의 정국을 이룬 가운데 21대 대통령선거에 연이어 패배하면서 건국 이래 가장 약체화된 야당으로 전락,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여당인 국민의힘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이들의 상황 대처 방식도 비상 계엄 조치에 못지않게 열등했다. 당면한 위기 상황을 차원 높고 슬기롭게 대처해 위기를 극복하는 대신, 불법 계엄을 옹호하며 정권 포기의 길을 택했다.

국민이 맡겨준 5년 임기의 정권을 3년 만에 포기해 버린 것이다.


한국 보수 세력의 법통을 승계한 국민의힘은 선진화된 국가를 제대로 끌어나갈 집권 철학을 세우고 국가를 시대정신에 맞도록 운영한다는 책임을 감당해야 하지만 불행히도 정국이 여소야대 상황으로 바뀐 불리한 상황을 극복, 돌파하는 데 필수적인 내부 결속과 효율적인 당정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여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펼치는 특검 공세를 극복하는 데 절실히 요구되는 대응 선전 역량도 너무 취약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만 의존하다가 정권 수호에 꼭 필요한 거당적 단합과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지도 못했다.

불법 비상계엄 전 윤석열의 집권 여당이 무위무능의 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21세기 한국의 국력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에 상당한 집권 철학의 부재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남의 나라를 모방하면서 따라잡던 전술 국가를 넘어서서 다른 나라가 우리를 모방하면서 따라오게 만드는 전략 국가적 비전을 집권 철학으로 정립하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번 8·22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변화를 끌어내려 하지만 대표 출마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앞으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나올 법한 목소리가 너무도 뻔한 만큼 큰 기대는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최근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방향을 얘기하는 (혁신안) 1호 안도 통과되지 않고 전당대회를 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고 탄식했다. 윤 위원장이 내놓은 1호 안은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반영하자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당한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과 지난 대선을 통해 법적·정치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그렇다면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공당으로서 계엄과 탄핵 사태를 사과해야 마땅한데 그 문제로 지금까지도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할 말을 잊게 한다.

윤석열 버리지 못하고 극우 정당으로
‘이러다 와르르’ 보수 붕괴 걱정도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당 대표 후보 등이 보수 재건을 위한 비전 경쟁을 펼쳐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장악한 당의 기류는 정반대다. 윤희숙 혁신위가 마련한 쇄신책이든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의 출당 문제든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자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니 갓 입당한 전씨가 “추종자 약 10만명이 이미 입당했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당 대표로 만들겠다”면서 활개를 칠 수 있다. 극우 유튜버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당이 한국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나?

친윤 세력 청산의 기치를 내걸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대표는 “퇴행 세력들이 ‘극우의 스크럼’을 짠다면 우리는 ‘희망의 개혁연대’를 만들어 전진해야 한다”면서 혁신을 표방한 조경태·안철수 의원 등과 연대할 뜻을 비쳤다. 가뜩이나 국민의 외면을 받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 전 대표의 불출마로 관심도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전당대회 이후 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는커녕 다수 국민의 부아만 더 돋우는 게 아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대진표가 확정됐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른바 ‘반탄(탄핵 반대)파’와 ‘찬탄(탄핵 찬성)파’ 간 대립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극우 논란 등 당 정체성 이슈와 인적 쇄신 범위에 대한 논란까지 맞물리며 이들 간 노선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인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철수·장동혁·조경태·주진우 의원 등 5명이다. 아직 뚜렷한 1강 주자는 없지만, 김 전 장관이 여론 조사상 가장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 후보자라는 역량으로 등판한 것이고 안철수 의원은 상시 출마자로 정치적 인지도가 상당하나 당의 세력이 없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조경태 의원은 선수는 많으나 인지도도 낮고 지지 세력도 없으며 역대 의원 생활 동안 권력자의 옆에 있었지, 앞장서서 무엇을 해본 적은 없는 인물이다.

장동혁 의원은 1.5선, 주진우 의원은 초선으로 중량감이 다소 떨어진다.

한 불출마
그 여파는?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양일간 무선 100% 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벌인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4.9%가 김문수 전 장관을 차기 당 대표로 가장 적합하다고 답했다.


장동혁 의원은 19.8%, 조경태 의원이 11.0%로 뒤를 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에서는 김문수 전 장관이 26.7%로 가장 높았고 조경태 12.6%, 장동혁 12.3%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조경태 의원이 23.5%로 1위에 올랐다. 김문수 전 장관은 16.8%, 안철수 의원은 10.7%를 기록했다. 민심과 당심이 상반된 결과를 보였지만 본경선에서는 당원투표가 80%에 달하는 만큼 지지층에서 1위를 차지한 김문수 전 장관이 본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이 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에 네 자리가 걸린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 제외) 선거도 총 15명이 출마해 달아오르고 있다.

최고위원 다선을 자랑하는 김재원 전 최고를 비롯해, ‘안철수의 오른팔’에서 윤석열로 갈아타려 했으나 버림당해야 했던 김근식 당협위원장, 그리고 정치권의 싸움닭 김소연 변호사, 강서구의 불사조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김민수 전 대변인, 손범규 당협위원장이 출마했다.

인지도 측면에서는 김재원·김근식 후보가 가장 높은 편이지만 김 전 강서구청장과 김소연 변호사는 극우 애국 세력들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 이번 전당대회에서 소정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강서구청장은 계엄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지켜드리자”라며 탄핵 반대 여론전에 나섰던 인사다. 2023년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집행유예형이 확정돼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특별사면된 뒤 10월 보궐선거에 재차 강서구청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해 윤석열정부의 결정적 실책으로 지목됐던 인사다.


김민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시 경기도 과천 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보낸 것을 두고 “과천 상륙작전”으로 치켜세우며 “계엄으로 한 방을 보여줬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김소연 변호사도 부정선거 음모론 진영에서 활약하며 계엄 직후 페이스북에 “구국의 결단,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적극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다.

신천지
개입설

손범규 인천 남동갑 당협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류여해 전 최고위원과 함운경 당협위원장,  장영하 변호사도 출마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1명의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해 총 6명으로 구성된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오는 인물들도 전혀 신선하지 않다.

이렇듯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중 개혁적으로 국민의힘을 쇄신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후보들이 이런데 어떤 기대를 할 것인가?

국민의힘의 운명을 가를 전당대회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에 대한 흥행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고, 새로운 인물의 부재는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의 쇄신과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요한 기로에서, 과연 어떤 인물들이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이끌어갈까?

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며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부가 ‘신천지 개입설’을 둘러싼 진실공방 논란으로도 혼란에 빠졌다. 논란의 중심엔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권성동 의원이 있다.

홍 전 시장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를 앞섰음에도 당원투표에서 참패한 배경에 대해 “신천지·통일교 소속 수십만 명이 책임 당원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윤 캠프 본부장이었던 권 의원을 겨냥했다. 권 의원은 이를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홍 전 시장은 이에 반박하며 2022년 8월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를 직접 만났고, 이씨로부터 “경선 당시 신도 10만명이 책임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자해극”이라며, 당의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 같은 종교 단체의 정치 개입 가능성이 과거부터 제기돼왔다. 이번 신천지 개입설은 전당대회와 맞물리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당내 쇄신은 지지부진하다.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자진 사퇴했고, 윤희숙 의원이 제안한 쇄신안도 사실상 묵살됐다.

지지율 상승 컨벤션 효과? ‘관심 뚝’
‘반탄 VS 찬탄’ 노선 경쟁 격화 예고

한편,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윤 어게인(Yoon Again)’ 운동과 전씨의 입당 움직임이 당의 또 다른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반탄파 후보들은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추고 있으며, 장동혁 의원은 전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 예정이며 김 전 장관도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7월 17%까지 추락해, 전국지표조사(NBS)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3%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지지율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혁신을 거부하는 당내 구주류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선거 국면이 되면 이재명정부에 반대하는 국민이 국민의힘 외에 어디 갈 곳이 있겠냐는 생각이라면 큰 착각이다. 민심이 외면해 사라져 간 정당을 꼽자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영남 자민련’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한 후에야 혁신한다고 나설 텐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보수의 재건을 꾀하려면 첫째, 당의 쇄신과 혁신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국민의힘이 과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시대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당의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 낮은 지지율은 전당대회의 흥행을 저해하고, 내년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진솔하게 소통하고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기존 정치권의 틀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물을 발굴하고 육성해 당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전당대회의 흥행을 이끌고, 당의 미래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당내 화합과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당내 갈등과 분열은 국민의 실망감을 자아내고, 당의 쇄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당내 화합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당원들의 단결을 끌어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당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진솔한 노력이 필요하다.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부는 당원들과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달려 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단순한 당내 경쟁의 장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 쇄신
왜 막나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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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