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데뷔 20주년 슈퍼주니어

지지고 볶고 싸워도 ‘끝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그룹 슈퍼주니어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2005년, 정규 1집 <슈퍼주니어05>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이들은 어느덧 데뷔 20년 차의 ‘레전드 아이돌’이 됐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팀의 이름을 지켜온 슈퍼주니어는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정규 12집 <Super Junior25(슈퍼주니어 이오)>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새롭게 컴백했다.

어느덧 20년
컴백한 슈주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소속사 인터뷰를 통해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리더 이특은 “슈퍼주니어가 20년을 함께했다. 저 역시 너무나 놀라운 시간이었는데,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욱 더 놀라운 시간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전했고, 이어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싶지만 그래도 20주년이라는 건 대단한 의미다. 데뷔 초에는 한 해, 한 해가 버티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매 순간이 감사하다”고 감격을 표했다.

예성은 “아직 신인 시절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20주년에 정규 12집 가수가 되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그런데 여전히 무대에 서면 긴장되고 설렌다”며 초심을 되새겼다. 시원은 “믿기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이었다”며 “지금까지 함께해준 멤버들, 스태프들, 그리고 무엇보다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팬분들 덕분에 이 앨범이 더욱 의미 있게 완성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동해는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슈퍼주니어라는 팀에 대한 마음이다. 멤버들 모두 팀을 함께 지키려는 생각들이 더 깊어졌고,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은 팬덤 ‘엘프(E.L.F)’를 향한 사랑”이라며 팀과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희철은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나의 외모다.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다이어트도 했는데, 그래도 나이는 속일 수 없더라”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멤버들과 있으면 마음만큼은 20대 같다. 그게 슈퍼주니어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성은 “정신연령? 우리는 아직 20대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동해는 “엘프가 없었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꽃이 예뻐도 햇빛과 물이 없으면 시드는 것처럼, 우리는 엘프가 없으면 내일 당장 시들어 버릴 것”이라며 팬들에게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시원은 “이번 앨범은 단순한 앨범이 아니라, 저희가 걸어온 20년의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여정이 누군가에겐 시작점의 작은 용기나 희망이 되고, 후배들에게는 ‘이렇게 꾸준히, 진심으로 해 나가면 가능하구나’라는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특은 “한결같이 우리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엘프! 이제는 우리가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늘 고맙고 사랑한다”며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12집 앨범명 <Super Junior25>는 데뷔 앨범이었던 <슈퍼주니어05>에서 착안해 지은 것으로, 데뷔 시절의 초심과 함께 여전히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을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타이틀곡 ‘Express Mode(익스프레스 모드)’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댄서블한 사운드가 특징인 업템포 클럽 팝으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겠다는 슈퍼주니어의 포부가 담겼다.

끊이지 않은 불화설
20년 변함없는 우정

컴백과 동시에 슈퍼주니어는 다시 한번 흥행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서클 주간 차트에서 <Super Junior25>가 6리테일 앨범 차트 1위, 타이틀곡 ‘Express Mode’는 다운로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2관왕에 올랐다. 한터 차트 기준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은 30만9959장을 돌파, 슈퍼주니어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대만 최대 음악 플랫폼 KKBOX의 실시간 차트, K팝 신곡 일간 차트, K팝 싱글 일간 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고,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도 전 세계 20개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QQ뮤직과 쿠고우뮤직 디지털 앨범 판매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음악 방송에서도 슈퍼주니어는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Mnet <엠카운트다운>,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를 비롯한 주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랜만에 뭉친 멤버들의 호흡과 노련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특히 ‘Express Mode’의 강렬한 퍼포먼스는 데뷔 20주년이라는 시간을 무색하게 할 만큼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넘쳤다. 신동은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예전처럼 체력으로 밀어붙이기는 힘들었지만, 디테일한 표현과 팀워크에 더 집중했다”며 준비 과정의 노력을 전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의 끈끈한 유대감은 우여곡절 끝에 생겼다. 이렇게 돈독해 보이는 슈퍼주니어도 한때 불화설에 휩싸이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최근 슈퍼주니어는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해 20주년을 맞은 소감과 함께 과거 팀 내 불화설과 관련한 비하인드를 솔직하게 풀어놓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방송에서 이수근은 슈퍼주니어에게 “솔직히 20주년까지 올 거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며 감탄을 표했고, 이에 은혁은 “우리는 어떻게 보면 여기까지 순탄하게 왔다기보다 꾸역꾸역 왔다”며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데뷔할 때만 해도 ‘슈퍼주니어05’라고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멤버가 바뀌거나 졸업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돌아온
레전드

이특은 ‘변화’를 키워드로 팀의 과거를 회상하며 “20~30대에는 다툼이나 신경전이 생기면 주먹이 먼저 나갔다”고 말했다. 강호동 역시 “<스타킹>이나 강심장 녹화 때 보면 슈퍼주니어의 싸움 일화가 토크의 3분의 1을 차지했다”며 거들었다.

은혁도 “정말 어느 정도까지 싸웠냐면 해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며 당시의 심각했던 상황을 고백했다. 특히 그는 “특이 형(이특)이 진짜 미쳤나 싶었다”며 농담 섞인 회상을 덧붙였다.


이특은 과거 불화설에 대해 “사전 녹화를 끝내고 잠깐 쉬려고 빨간 이불을 덮었는데, 물이 두 번 떨어졌다. 장난인 걸 알고 참다 참다 ‘그만해’라고 했는데, 세 번째로 물을 뿌린 친구가 규현이었다”면서 “나는 은혁인 줄 알았고, 앞에서 웃고 있던 은혁의 뒷통수를 때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은혁이 억울해하며 아니라고 소리쳤고, 그때 식탁 밑에 있던 규현이 ‘형, 전데요’라고 해서 규현이도 때렸다”며 “규현이가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며 섭섭해했다. 그래도 규현이와는 금방 풀었는데, 은혁이랑은 풀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특은 화해의 제스처로 은혁에게 “만약 1위를 하면 수상 소감을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은혁은 화가 안 풀린 채로 무대에 올라 ‘SM 감사하고 함께한 가수분들께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은 ‘은혁 왕따설’ ‘슈퍼주니어 불화설’ 등의 검색어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신동은 당시를 떠올리며 “싸우더라도 무대에서는 티를 내면 안 되는데, 그게 잘 안 됐다”며 아쉬움을 전했고, 규현은 “대기실에 돌아가서 신동이 화가 나서 음료수가 담긴 박스를 찼는데, 그게 예성에게 터지면서 둘이 또 싸웠다”며 설명했다.

그날의 감정은 결국 과거 인기 예능이었던 <출발 드림팀> 녹화까지 이어졌다. 이특은 “싸운 상태로 강원도에 갔는데, 그때 ‘슈퍼주니어 팀 대 드림팀’ 구도로 대결을 펼쳤다”며 “우리끼리 어색한 분위기였는데 경기하면서 은혁의 손을 잡고 ‘너라면 할 수 있다’고 했고, 은혁도 ‘형 내가 꼭 성공할게’라고 했다. 결국 우리가 이겼고, 그 자리에서 우리끼리 부둥켜안고 울면서 풀었다”고 회상했다.

첫 한류
아이돌


은혁 역시 “진짜 올림픽 금메달 딴 것처럼 부둥켜 안고 울었다”며 그날의 감정을 되새겼다.

이날 방송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실세가 려욱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특은 “SM과 재계약할 때 려욱은 조건 없이 슈퍼주니어의 단체 활동 보장과 앨범 발매를 요청했다”며 그룹에 대한 려욱의 애정을 전했다. 이에 은혁은 “려욱이 리더가 되면 우리 개인 스케줄은 다 없어질 것”이라며 농담했고, 려욱은 “나는 단체 활동만 했으면 좋겠다”며 팀 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밝혔다.

슈퍼주니어는 2005년 ‘아시아의 등용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다. 첫 무대부터 무려 1000명이 넘는 팬들이 SBS 등촌동 공개홀 뒤뜰에 몰려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본래 팀의 이름은 ‘주니어’였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멤버들의 출중한 개인기와 실력을 보고 “그냥 주니어가 아니다, 슈퍼주니어다”라고 이름 앞에 ‘Super’를 붙이며 슈퍼주니어라는 팀명이 탄생했다.

당초 슈퍼주니어는 매년 멤버를 교체하는 로테이션 그룹, ‘Super Junior05’로 기획됐다.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데뷔와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은 멤버들과 팬들은 매년 멤버를 교체하는 방식을 반대했고, 결국 SM은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로테이션 시스템을 폐기하고 마지막으로 규현을 영입,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으로 확정했다. 이렇게 규현의 합류와 함께 슈퍼주니어는 완전체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데뷔 초 슈퍼주니어는 ‘Twins(Knock Out)’ ‘돈 돈!(Don't Don)’ 등 SMP(에스엠뮤직 퍼포먼스) 장르의 곡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쌓으려 했지만,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2009년, 후크송 열풍 속에서 발표한 ‘Sorry, Sorry’가 그야말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슈퍼주니어의 이름을 국·내외에 각인시켰다.

‘Sorry, Sorry’는 칼군무와 중독적인 멜로디, 그리고 특유의 세련된 퍼포먼스로 슈퍼주니어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한 곡이었으며, 이후 ‘Mr. Simple’ ‘U’ ‘너라고 (It’s You)’ ‘미인아(BONAMANA)’ ‘너 같은 사람 또 없어(No Other)’ 등으로 히트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후 슈퍼주니어는 ‘SJ Funky’라는 장르를 통해 중독성 강한 후크송을 꾸준히 선보이며 대중성과 팀워크를 앞세운 콘셉트로 입지를 다졌다. 멤버가 많은 그룹 특성상 각자의 개성을 살리기보다는 팀의 합과 칼군무가 더욱 강조됐다. 하지만 수록곡은 발라드, 미디엄 템포, R&B,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멤버들의 개성을 드러냈다.

2005년 1집 <슈퍼주니어05> 데뷔
멤버 탈퇴·사건 사고로 해체 위기

전성기를 지나며 슈퍼주니어는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스페셜 앨범 <Devil>에서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8집 <PLAY>에서는 타이틀곡 ‘Black Suit’와 동해의 자작곡이자 서브 타이틀곡 ‘비처럼 가지마요(One More Chance)’로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또 ‘REPLAY’와 ‘One More Time’에서는 라틴팝에 도전하며 K팝 최초로 빌보드 라틴 차트에 입성했고, 9집 <Time_Slip>과 리패키지 <TIMELESS>에서는 뉴트로와 힙합 등 음악 스펙트럼을 넓혔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인기는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슈퍼주니어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까지 진출하며 한류 열풍의 선봉에 섰다.

특히 월드투어 <SUPER SHOW>는 2019년 기준 140회 이상의 공연, 통산 200만명 이상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콘서트 날 도로 통제령이 내려질 정도였고, 대만에서는 ‘미인아’가 100주 넘게 차트 1위를 지키는 등 각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는 슈퍼주니어의 해외 성과가 저평가되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 동안 해외 상을 6개나 받아도 보도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SM엔터테인먼트조차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아 멤버들이 라디오에서 직접 언급해야 할 정도였다.

슈퍼주니어의 13인 완전체는 한경의 탈퇴, 강인의 자진 탈퇴, 기범과 성민의 활동 중단 등으로 점차 축소됐고, 현재는 이특, 희철, 예성, 신동, 은혁, 동해, 시원, 려욱, 규현 등 9명이 공식 활동 멤버로 자리 잡았다.

비록 완전체는 아니지만, 슈퍼주니어는 다양한 유닛 활동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T의 ‘로꾸거!!!’ 해피 바이러스 유닛 슈퍼주니어-Happy의 ‘요리왕 (Cooking? Cooking!)’ 슈퍼주니어-D&E의 ‘떴다 오빠(Oppa, Oppa)’ 등 유닛 활동도 꾸준히 사랑받았다.

슈퍼주니어의 강점 중 하나는 탄탄한 보컬 라인이다. 예성, 려욱, 규현으로 이어지는 메인보컬 라인은 KBS-2TV <불후의 명곡>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증명했고, MBC <복면가왕>에서도 활약했다. 슈퍼주니어가 퍼포먼스 그룹이 아닌 진짜 실력자들이라는 평가는 받는 이유다.

슈퍼주니어는 한때 ‘동방신기 데뷔 후 SM이 2군 정리용으로 만든 그룹’이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지금은 한류의 최초이자 상징인 그룹이 됐다. 슈퍼주니어가 쌓아온 끈끈한 팀워크와 인내력, 그리고 팬덤 엘프와의 유대도 여전히 견고하다. 2006년 창단된 팬클럽 엘프 역시 16년 넘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다.

비하인드
대방출

슈퍼주니어는 데뷔 20주년인 지금까지도 새로운 유닛, 새로운 콘셉트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인 아이돌 콘셉트의 슈퍼주니어-L.S.S.를 선보이며 여전히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온 지금은 예능에서 활약 중이다. 무엇보다 슈퍼주니어의 매력은 예능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스스로를 ‘케이팝 최고의 비글돌’로 지칭하며 현재는 각자 예능에서 재치 있는 입담과 예능감을 보여주며 사랑받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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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