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데뷔 20주년 슈퍼주니어

지지고 볶고 싸워도 ‘끝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그룹 슈퍼주니어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2005년, 정규 1집 <슈퍼주니어05>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이들은 어느덧 데뷔 20년 차의 ‘레전드 아이돌’이 됐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팀의 이름을 지켜온 슈퍼주니어는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정규 12집 <Super Junior25(슈퍼주니어 이오)>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새롭게 컴백했다.

어느덧 20년
컴백한 슈주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소속사 인터뷰를 통해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리더 이특은 “슈퍼주니어가 20년을 함께했다. 저 역시 너무나 놀라운 시간이었는데,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욱 더 놀라운 시간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전했고, 이어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싶지만 그래도 20주년이라는 건 대단한 의미다. 데뷔 초에는 한 해, 한 해가 버티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매 순간이 감사하다”고 감격을 표했다.

예성은 “아직 신인 시절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20주년에 정규 12집 가수가 되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그런데 여전히 무대에 서면 긴장되고 설렌다”며 초심을 되새겼다. 시원은 “믿기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이었다”며 “지금까지 함께해준 멤버들, 스태프들, 그리고 무엇보다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팬분들 덕분에 이 앨범이 더욱 의미 있게 완성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동해는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슈퍼주니어라는 팀에 대한 마음이다. 멤버들 모두 팀을 함께 지키려는 생각들이 더 깊어졌고,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은 팬덤 ‘엘프(E.L.F)’를 향한 사랑”이라며 팀과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희철은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나의 외모다.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다이어트도 했는데, 그래도 나이는 속일 수 없더라”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멤버들과 있으면 마음만큼은 20대 같다. 그게 슈퍼주니어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성은 “정신연령? 우리는 아직 20대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동해는 “엘프가 없었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꽃이 예뻐도 햇빛과 물이 없으면 시드는 것처럼, 우리는 엘프가 없으면 내일 당장 시들어 버릴 것”이라며 팬들에게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시원은 “이번 앨범은 단순한 앨범이 아니라, 저희가 걸어온 20년의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여정이 누군가에겐 시작점의 작은 용기나 희망이 되고, 후배들에게는 ‘이렇게 꾸준히, 진심으로 해 나가면 가능하구나’라는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특은 “한결같이 우리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엘프! 이제는 우리가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늘 고맙고 사랑한다”며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12집 앨범명 <Super Junior25>는 데뷔 앨범이었던 <슈퍼주니어05>에서 착안해 지은 것으로, 데뷔 시절의 초심과 함께 여전히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을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타이틀곡 ‘Express Mode(익스프레스 모드)’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댄서블한 사운드가 특징인 업템포 클럽 팝으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겠다는 슈퍼주니어의 포부가 담겼다.

끊이지 않은 불화설
20년 변함없는 우정

컴백과 동시에 슈퍼주니어는 다시 한번 흥행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서클 주간 차트에서 <Super Junior25>가 6리테일 앨범 차트 1위, 타이틀곡 ‘Express Mode’는 다운로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2관왕에 올랐다. 한터 차트 기준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은 30만9959장을 돌파, 슈퍼주니어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대만 최대 음악 플랫폼 KKBOX의 실시간 차트, K팝 신곡 일간 차트, K팝 싱글 일간 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고,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도 전 세계 20개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QQ뮤직과 쿠고우뮤직 디지털 앨범 판매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음악 방송에서도 슈퍼주니어는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Mnet <엠카운트다운>,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를 비롯한 주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랜만에 뭉친 멤버들의 호흡과 노련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특히 ‘Express Mode’의 강렬한 퍼포먼스는 데뷔 20주년이라는 시간을 무색하게 할 만큼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넘쳤다. 신동은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예전처럼 체력으로 밀어붙이기는 힘들었지만, 디테일한 표현과 팀워크에 더 집중했다”며 준비 과정의 노력을 전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의 끈끈한 유대감은 우여곡절 끝에 생겼다. 이렇게 돈독해 보이는 슈퍼주니어도 한때 불화설에 휩싸이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최근 슈퍼주니어는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해 20주년을 맞은 소감과 함께 과거 팀 내 불화설과 관련한 비하인드를 솔직하게 풀어놓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방송에서 이수근은 슈퍼주니어에게 “솔직히 20주년까지 올 거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며 감탄을 표했고, 이에 은혁은 “우리는 어떻게 보면 여기까지 순탄하게 왔다기보다 꾸역꾸역 왔다”며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데뷔할 때만 해도 ‘슈퍼주니어05’라고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멤버가 바뀌거나 졸업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돌아온
레전드

이특은 ‘변화’를 키워드로 팀의 과거를 회상하며 “20~30대에는 다툼이나 신경전이 생기면 주먹이 먼저 나갔다”고 말했다. 강호동 역시 “<스타킹>이나 강심장 녹화 때 보면 슈퍼주니어의 싸움 일화가 토크의 3분의 1을 차지했다”며 거들었다.

은혁도 “정말 어느 정도까지 싸웠냐면 해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며 당시의 심각했던 상황을 고백했다. 특히 그는 “특이 형(이특)이 진짜 미쳤나 싶었다”며 농담 섞인 회상을 덧붙였다.


이특은 과거 불화설에 대해 “사전 녹화를 끝내고 잠깐 쉬려고 빨간 이불을 덮었는데, 물이 두 번 떨어졌다. 장난인 걸 알고 참다 참다 ‘그만해’라고 했는데, 세 번째로 물을 뿌린 친구가 규현이었다”면서 “나는 은혁인 줄 알았고, 앞에서 웃고 있던 은혁의 뒷통수를 때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은혁이 억울해하며 아니라고 소리쳤고, 그때 식탁 밑에 있던 규현이 ‘형, 전데요’라고 해서 규현이도 때렸다”며 “규현이가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며 섭섭해했다. 그래도 규현이와는 금방 풀었는데, 은혁이랑은 풀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특은 화해의 제스처로 은혁에게 “만약 1위를 하면 수상 소감을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은혁은 화가 안 풀린 채로 무대에 올라 ‘SM 감사하고 함께한 가수분들께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은 ‘은혁 왕따설’ ‘슈퍼주니어 불화설’ 등의 검색어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신동은 당시를 떠올리며 “싸우더라도 무대에서는 티를 내면 안 되는데, 그게 잘 안 됐다”며 아쉬움을 전했고, 규현은 “대기실에 돌아가서 신동이 화가 나서 음료수가 담긴 박스를 찼는데, 그게 예성에게 터지면서 둘이 또 싸웠다”며 설명했다.

그날의 감정은 결국 과거 인기 예능이었던 <출발 드림팀> 녹화까지 이어졌다. 이특은 “싸운 상태로 강원도에 갔는데, 그때 ‘슈퍼주니어 팀 대 드림팀’ 구도로 대결을 펼쳤다”며 “우리끼리 어색한 분위기였는데 경기하면서 은혁의 손을 잡고 ‘너라면 할 수 있다’고 했고, 은혁도 ‘형 내가 꼭 성공할게’라고 했다. 결국 우리가 이겼고, 그 자리에서 우리끼리 부둥켜안고 울면서 풀었다”고 회상했다.

첫 한류
아이돌


은혁 역시 “진짜 올림픽 금메달 딴 것처럼 부둥켜 안고 울었다”며 그날의 감정을 되새겼다.

이날 방송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실세가 려욱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특은 “SM과 재계약할 때 려욱은 조건 없이 슈퍼주니어의 단체 활동 보장과 앨범 발매를 요청했다”며 그룹에 대한 려욱의 애정을 전했다. 이에 은혁은 “려욱이 리더가 되면 우리 개인 스케줄은 다 없어질 것”이라며 농담했고, 려욱은 “나는 단체 활동만 했으면 좋겠다”며 팀 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밝혔다.

슈퍼주니어는 2005년 ‘아시아의 등용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다. 첫 무대부터 무려 1000명이 넘는 팬들이 SBS 등촌동 공개홀 뒤뜰에 몰려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본래 팀의 이름은 ‘주니어’였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멤버들의 출중한 개인기와 실력을 보고 “그냥 주니어가 아니다, 슈퍼주니어다”라고 이름 앞에 ‘Super’를 붙이며 슈퍼주니어라는 팀명이 탄생했다.

당초 슈퍼주니어는 매년 멤버를 교체하는 로테이션 그룹, ‘Super Junior05’로 기획됐다.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데뷔와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은 멤버들과 팬들은 매년 멤버를 교체하는 방식을 반대했고, 결국 SM은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로테이션 시스템을 폐기하고 마지막으로 규현을 영입,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으로 확정했다. 이렇게 규현의 합류와 함께 슈퍼주니어는 완전체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데뷔 초 슈퍼주니어는 ‘Twins(Knock Out)’ ‘돈 돈!(Don't Don)’ 등 SMP(에스엠뮤직 퍼포먼스) 장르의 곡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쌓으려 했지만,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2009년, 후크송 열풍 속에서 발표한 ‘Sorry, Sorry’가 그야말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슈퍼주니어의 이름을 국·내외에 각인시켰다.

‘Sorry, Sorry’는 칼군무와 중독적인 멜로디, 그리고 특유의 세련된 퍼포먼스로 슈퍼주니어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한 곡이었으며, 이후 ‘Mr. Simple’ ‘U’ ‘너라고 (It’s You)’ ‘미인아(BONAMANA)’ ‘너 같은 사람 또 없어(No Other)’ 등으로 히트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후 슈퍼주니어는 ‘SJ Funky’라는 장르를 통해 중독성 강한 후크송을 꾸준히 선보이며 대중성과 팀워크를 앞세운 콘셉트로 입지를 다졌다. 멤버가 많은 그룹 특성상 각자의 개성을 살리기보다는 팀의 합과 칼군무가 더욱 강조됐다. 하지만 수록곡은 발라드, 미디엄 템포, R&B,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멤버들의 개성을 드러냈다.

2005년 1집 <슈퍼주니어05> 데뷔
멤버 탈퇴·사건 사고로 해체 위기

전성기를 지나며 슈퍼주니어는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스페셜 앨범 <Devil>에서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8집 <PLAY>에서는 타이틀곡 ‘Black Suit’와 동해의 자작곡이자 서브 타이틀곡 ‘비처럼 가지마요(One More Chance)’로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또 ‘REPLAY’와 ‘One More Time’에서는 라틴팝에 도전하며 K팝 최초로 빌보드 라틴 차트에 입성했고, 9집 <Time_Slip>과 리패키지 <TIMELESS>에서는 뉴트로와 힙합 등 음악 스펙트럼을 넓혔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인기는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슈퍼주니어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까지 진출하며 한류 열풍의 선봉에 섰다.

특히 월드투어 <SUPER SHOW>는 2019년 기준 140회 이상의 공연, 통산 200만명 이상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콘서트 날 도로 통제령이 내려질 정도였고, 대만에서는 ‘미인아’가 100주 넘게 차트 1위를 지키는 등 각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는 슈퍼주니어의 해외 성과가 저평가되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 동안 해외 상을 6개나 받아도 보도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SM엔터테인먼트조차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아 멤버들이 라디오에서 직접 언급해야 할 정도였다.

슈퍼주니어의 13인 완전체는 한경의 탈퇴, 강인의 자진 탈퇴, 기범과 성민의 활동 중단 등으로 점차 축소됐고, 현재는 이특, 희철, 예성, 신동, 은혁, 동해, 시원, 려욱, 규현 등 9명이 공식 활동 멤버로 자리 잡았다.

비록 완전체는 아니지만, 슈퍼주니어는 다양한 유닛 활동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T의 ‘로꾸거!!!’ 해피 바이러스 유닛 슈퍼주니어-Happy의 ‘요리왕 (Cooking? Cooking!)’ 슈퍼주니어-D&E의 ‘떴다 오빠(Oppa, Oppa)’ 등 유닛 활동도 꾸준히 사랑받았다.

슈퍼주니어의 강점 중 하나는 탄탄한 보컬 라인이다. 예성, 려욱, 규현으로 이어지는 메인보컬 라인은 KBS-2TV <불후의 명곡>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증명했고, MBC <복면가왕>에서도 활약했다. 슈퍼주니어가 퍼포먼스 그룹이 아닌 진짜 실력자들이라는 평가는 받는 이유다.

슈퍼주니어는 한때 ‘동방신기 데뷔 후 SM이 2군 정리용으로 만든 그룹’이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지금은 한류의 최초이자 상징인 그룹이 됐다. 슈퍼주니어가 쌓아온 끈끈한 팀워크와 인내력, 그리고 팬덤 엘프와의 유대도 여전히 견고하다. 2006년 창단된 팬클럽 엘프 역시 16년 넘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다.

비하인드
대방출

슈퍼주니어는 데뷔 20주년인 지금까지도 새로운 유닛, 새로운 콘셉트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인 아이돌 콘셉트의 슈퍼주니어-L.S.S.를 선보이며 여전히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온 지금은 예능에서 활약 중이다. 무엇보다 슈퍼주니어의 매력은 예능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스스로를 ‘케이팝 최고의 비글돌’로 지칭하며 현재는 각자 예능에서 재치 있는 입담과 예능감을 보여주며 사랑받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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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