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방송인 이경규(65)가 약물 복용 운전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경찰에 정식 입건됐다. 이경규는 경찰 조사에 출석해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한 것은 자신의 부주의였다며 혐의를 시인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4일 이경규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소환해 약물 복용 경위와 운전 당시 상황 등을 조사했다. 이날 오후 9시께 시작된 조사는 약 1시간45분간 진행됐다.
앞서 이경규는 지난 8일 논현동 소재 골프연습장에서 약물을 복용한 채 타인의 차량을 운전하다가 적발됐다. 차량 절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약물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이후 국과수 검사에서도 양성 판정을 받아 피의자로 전환됐다.
이날 경찰 조사를 마친 이경규는 취재진들에게 “공황장애 약을 먹고 몸이 아플 때는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먹는 약 중에서 그런 계통의 약이 있다면 운전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말씀을 드리고, 저도 주의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동석한 변호인은 “이경규가 10년간 공황장애를 앓아왔으며, 사건 당일에도 처방약을 복용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직접 가기 위해 운전을 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주의”라고 해명했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술에 취한 상태 외에도 질병이나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이경규의 진술과 약물 검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처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경규는 과거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고백해 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일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갓경규'에서 공황장애 투병 사실을 상세히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KBS 2TV <남자의 자격> 호주 퍼스 횡단 여행을 하다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겪었다”며 “하루에 10시간씩 달리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니 불안감이 밀려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갑자기 눈물이 나고, 울면서 차에 쓰러졌다. 가슴이 답답하고 죽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병원 검사를 받았는데 몸은 건강했다. 지인의 권유로 정신과를 찾았고, 처방받은 약을 먹으니 편안해졌다”며 10년째 공황장애 약을 복용 중임을 밝혔다.
공황장애는 예기치 않은 공황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증상이 없을 때도 발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정신질환이다.
전문가들은 공황장애, ADHD, 우울증 등 치료에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 두뇌의 신경 전달 물질에 영향을 미치므로 복용 중 운전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한 정신의학과 교수는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졸음과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복용량을 평소보다 늘리는 경우, 졸리거나 술에 취한 것과 비슷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여파로 이경규가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결방을 결정했다. 채널A <성공 비법을 찾아라–보스 어택>과 TV조선 <모던 인물사 – 미스터.리> 측은 모두 “방송사 사정으로 결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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