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섯 번째 피소 박은수

사기로 얼룩진 일용이 인생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원일기> ‘일용이’가 또 사기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벌써 다섯 번째다. 과거 사기 혐의에 대해 부인해왔듯,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기 사건 연루에 대중들은 그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 드라마로 불리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서 ‘일용이’역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박은수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14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연예기획사 대표 A씨로부터 박은수를 상대로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2500만원
안 갚았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박은수에게 2500만원을 빌려줬으며, 박은수가 이를 갚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은수가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4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전적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실형 선고까지 받았다.

2008년, 박은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영화기획사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한 뒤 공사비 8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한 인테리어 업체 이사는 박은수가 영화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계약을 체결했고, 시공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은수가 사무실 임차 시점부터 수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고, 재산도 없었던 점을 들어 공사비 지급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0년 박은수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은수는 해당 판결에 대해 “동업자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했고, 나는 이름만 빌려준 입장”이라고 해명했으며, 이후 tvN, eNEWS와의 인터뷰서 “사기 혐의로 기사화되며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2009년에 발생한 연예인 지망생 사기 사건이다. 박은수는 지인에게 “당신의 아들을 내가 지도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게 도와주겠다”며, 영화사 설립을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은수가 당시 영화사 설립을 준비하며 인테리어 공사와 사무실 비용 등을 이유로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에서는 박은수의 편취 수법, 금액, 피해 변상 여부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은수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전액을 변제하고 합의한 점,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1개월간 구금돼있던 동안 반성의 기회를 가진 점을 참작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16년에는 또 다른 사기 혐의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전원주택 분양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경기 안성시 일대에 전원주택을 개발하던 한 업체는 박은수의 연예인 인지도를 활용해 분양 희망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고자 했다.

박은수는 2015년 7월, 분양 사무실서 고소인을 직접 만나 “나도 인근 주택을 10억원에 매입했고, 현재 12억원까지 올랐다”고 발언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고소인은 이를 믿고 2억7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박은수가 실제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돈 빌리고 안 갚아” 기획사 대표 고소
“공연 출연료일 뿐” 발끈…맞고소 예고

박은수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며, “나는 실제로 5개월간 거주했으며,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은수는 이후 예술인 공동체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또 다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2016년 경, 그는 예술인 타운 프로젝트 설명회에 참석했고, 설명회 직후 일부 분양 희망자에게 “돈은 나중에 달라”며 전원주택 계약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분양 사업은 무산됐고, 분양자 일부는 박은수를 고소했다. 박은수는 이 역시 “고마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한 것이며, 계약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방송서 “그땐 여관에 살고 있었고, 동생뻘 되는 지인이 하자기에 도움을 준 것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박은수는 이 4건의 사기 사건 중, 2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밖에도 박은수는 분실 카드 사용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2024년, 박은수는 경기도 소재의 한 주유소서 누군가가 잃어버린 카드를 습득해 이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해당 카드 습득 장면을 확보했고, 사용 내역과 사용 시점 등을 조사했다. 이 사건에 대해 박은수는 “아내의 카드인 줄 알고 사용했으며, 이후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경찰에 자진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사용한 금액은 전액 변제됐고, 경찰도 상황의 경중을 고려해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서 “남편은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고, 습득과 신고는 내가 했다”고 밝혀 박은수의 해명과는 다소 다른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밤중에 회를 사러 갔다가 횟집 마당서 카드를 주운 후 경찰에 신고했다”며 “애초에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이 바로 신고했고, 이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남편이 잘못 이해하고 말을 전달한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80억 날리고
지하방 전전

박은수의 인생은 드라마 속 캐릭터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서 그는 ‘일용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김수미, 김혜정과 함께한 가족 연기는 당시 한국 농촌 가정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서민적이고 정감 넘치던 모습과 달리, 현실의 박은수는 여러 번의 사기 사건에 휘말려 사기꾼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박은수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과거 사기 혐의에 대해 입을 열었다.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박은수가 돼지농장서 일하며 살아가는 최근 근황과 과거 사기 사건으로 인한 고통을 털어놓았다. 당시 방송서 박은수는 자신이 연루됐던 여러 건의 사기 사건을 떠올리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죄가 됐다. 악의는 없었는데 지인의 제안을 그냥 믿고 수락했던 게 큰 화가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인테리어 사업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그는 “술집 운영 당시 이미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 인테리어 사업 제안을 거절했지만, 결국은 지인의 말만 믿고 시작하게 됐다”며 “50억 넘게 손해를 봤고, 1년도 안 돼 모든 걸 잃고 여관 생활까지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업이 망하고 돈이 없어지자 지인이 인테리어를 해주고 돈은 나중에 달라고 했는데, 결국 그 일로 고소를 당했다”고 말했다.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기죄로 고소당했고, 그는 “1억도 안 되는 돈이 없어서 인생이 망가졌다”고 자책했다.


이어 예술인 타운 추진 등 일련의 사건들을 언급하며 “설명회에 갔다가 전원주택을 보여주며 돈은 나중에 달라고 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건에 연루돼있었다”고 전했다. 자신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심경을 덧붙였다.

 사건 때마다
“그런 적 없다”

연예인 지망생 관련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박은수는 “받은 돈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당했다. 세상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사기 사건 이후 몇 차례 드라마 섭외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는 박은수는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는 상황서 드라마를 찍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를 하겠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막일도 하면서 스스로 반성했고, 내 자존심으로는 그 10년이 금방 가더라. 그런데 처자식한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나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아내가 갑상선 암을 앓았고, 처자식이 많이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기 사건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며 여관, 지하방을 전전했다고도 했다. 당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머물던 집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은수는 “며느리가 베트남으로 가기 전 내 기초 생활수급 신청을 대신 해줬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온몸이 멀쩡한 데가 없는데도 병원 갈 때마다 정부서 병원비를 다 내준다.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딸과 밥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며 딸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1000만원짜리 통장을 만들어 전달한 일화도 전했다.

박은수는 “딸이 5000원 이상 되는 옷은 사지도 않는다”면서 “어느 날 딸이 1000만원짜리 통장을 건네줬다. 걔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박은수가 돼지농장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0년 넘게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서 일용이로 사랑받던 그는 무거운 사료 포대를 옮기며 일당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20kg짜리 사료 포대를 옮기다 지쳐 주저앉은 그는 “운동할 땐 50kg도 들었는데, 이젠 20kg도 버겁다”며 토로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나이 차도 커서 금세 기진맥진한 그에게 농장 일은 쉽지 않았다.

4건 동종 전과 이어 이번에 또…
<전원일기> 종영 후 사건 반복

방송을 통해 근황이 알려지면서 박은수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며 “그동안 괜히 바보처럼 혼자 숨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그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자 “이제는 나 혼자 침묵할 일이 아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후 박은수는 돼지농장서의 근무는 방송 이후 사장에게 누가 될까 우려돼 그만두기로 했다.

“면역력이 약한 돼지들이 혹시라도 사람들 발길 때문에 전멸할까 걱정된다”며 조용히 일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많은 걸 배웠고 일을 하며 안정이 됐다”며 “식구들에겐 미안했지만, 그 시간도 나에겐 소중한 시간이었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은수는 돼지농장서 나와 지인이 운영하는 술 공장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송서 “내가 했던 잘못은 반성한다. 이젠 거짓 없이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박은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돼지농장에 일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클레먹타임’에 출연한 박은수는 자신이 겪은 경제적 상황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영상서 그는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믿고 무턱대고 시작한 일들이 있었다”며, “그렇게 70억, 80억, 100억 가까운 돈이 한순간에 날아갔다”고 고백했다. 실제로는 약 80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며, 이로 인해 집도 절도 없이 여관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장으로서 장모까지 모시고 있었던 그는 “오갈 데 없는 상황서 농장을 크게 운영하던 동생뻘 지인이 ‘우리 농장에 와서 계시라’고 말해 그곳에 머무르게 됐다”고 밝혔다.

박은수는 자신을 둘러싼 ‘사기’ 의혹에 대해 억울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내가 사기를 쳤다는 말이 돌았지만 내가 일일이 ‘나는 아니다’라고 해봐야 말이 먹히겠냐”며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방송서 사실을 조목조목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찰나에 MBN <특종세상> 제작진의 연락을 받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세상에 제대로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걸 찍는 바람에 다 커버가 됐다”며 “가장 미안한 건 가족, 처자식이었다.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면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나에겐 ‘하루빨리 잘돼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출연료 일부”
 억울함 호소

한편, 박은수는 현재 자신의 사기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즉각 반박하며 한 매체와의 전화 통화서 고소인 A씨에 대해 “A씨가 공연을 기획하면서 출연을 부탁했고, 나는 출연에 응한 것뿐”이라며, “출연료로 일부 금액을 지급받았지만, 공연이 적자를 보자 모든 돈을 다시 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용증명을 받기 전까지는 연락도 없었고,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오히려 나는 무고 혐의로 맞고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와 박은수를 각각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예정이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전원일기’ 일용이는?

‘양촌리 청년회장’으로 나왔던 일용이는 전형적인 시골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원래는 잠깐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현실감 있는 성격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끝까지 출연하게 됐다.

작품 속 일용이는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특히 아내와 다툴 때는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본인은 어머니 말을 잘 듣지 않으면서도 아내가 시어머니를 조금만 덜 챙기는 듯하면 금방 화를 내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까지 답답하게 만들곤 했다.

이는 예전 한국 사회서 흔히 볼 수 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예전에는 여자 친구도 많았던 것으로 묘사되며, 가끔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집스럽고 꾸준한 성격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환경서 시작했다.

원래 양촌리에 살던 친구들과 달리, 어머니와 함께 외지에서 들어와 땅도 없이 남의 밭을 빌려 일하며 살아갔다.

그러다 조금씩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땅을 사면서 자리를 잡아간다.

일용이의 이야기는 시골서 고생하며 살아가는 많은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며 공감을 얻었다.

일용이는 고집 센 성격에 옛날식이지만, 농약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는 항상 “사람이 먹는 건 건드리면 안 된다”며 원칙을 지키는 인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몇 년마다 농약 관련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용이는 그때마다 바른 소리를 하며 양심적인 농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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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