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섯 번째 피소 박은수

사기로 얼룩진 일용이 인생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원일기> ‘일용이’가 또 사기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벌써 다섯 번째다. 과거 사기 혐의에 대해 부인해왔듯,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기 사건 연루에 대중들은 그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 드라마로 불리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서 ‘일용이’역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박은수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14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연예기획사 대표 A씨로부터 박은수를 상대로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2500만원
안 갚았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박은수에게 2500만원을 빌려줬으며, 박은수가 이를 갚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은수가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4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전적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실형 선고까지 받았다.

2008년, 박은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영화기획사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한 뒤 공사비 8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한 인테리어 업체 이사는 박은수가 영화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계약을 체결했고, 시공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은수가 사무실 임차 시점부터 수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고, 재산도 없었던 점을 들어 공사비 지급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0년 박은수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은수는 해당 판결에 대해 “동업자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했고, 나는 이름만 빌려준 입장”이라고 해명했으며, 이후 tvN, eNEWS와의 인터뷰서 “사기 혐의로 기사화되며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2009년에 발생한 연예인 지망생 사기 사건이다. 박은수는 지인에게 “당신의 아들을 내가 지도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게 도와주겠다”며, 영화사 설립을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은수가 당시 영화사 설립을 준비하며 인테리어 공사와 사무실 비용 등을 이유로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에서는 박은수의 편취 수법, 금액, 피해 변상 여부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은수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전액을 변제하고 합의한 점,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1개월간 구금돼있던 동안 반성의 기회를 가진 점을 참작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16년에는 또 다른 사기 혐의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전원주택 분양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경기 안성시 일대에 전원주택을 개발하던 한 업체는 박은수의 연예인 인지도를 활용해 분양 희망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고자 했다.

박은수는 2015년 7월, 분양 사무실서 고소인을 직접 만나 “나도 인근 주택을 10억원에 매입했고, 현재 12억원까지 올랐다”고 발언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고소인은 이를 믿고 2억7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박은수가 실제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돈 빌리고 안 갚아” 기획사 대표 고소
“공연 출연료일 뿐” 발끈…맞고소 예고

박은수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며, “나는 실제로 5개월간 거주했으며,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은수는 이후 예술인 공동체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또 다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2016년 경, 그는 예술인 타운 프로젝트 설명회에 참석했고, 설명회 직후 일부 분양 희망자에게 “돈은 나중에 달라”며 전원주택 계약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분양 사업은 무산됐고, 분양자 일부는 박은수를 고소했다. 박은수는 이 역시 “고마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한 것이며, 계약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방송서 “그땐 여관에 살고 있었고, 동생뻘 되는 지인이 하자기에 도움을 준 것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박은수는 이 4건의 사기 사건 중, 2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밖에도 박은수는 분실 카드 사용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2024년, 박은수는 경기도 소재의 한 주유소서 누군가가 잃어버린 카드를 습득해 이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해당 카드 습득 장면을 확보했고, 사용 내역과 사용 시점 등을 조사했다. 이 사건에 대해 박은수는 “아내의 카드인 줄 알고 사용했으며, 이후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경찰에 자진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사용한 금액은 전액 변제됐고, 경찰도 상황의 경중을 고려해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서 “남편은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고, 습득과 신고는 내가 했다”고 밝혀 박은수의 해명과는 다소 다른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밤중에 회를 사러 갔다가 횟집 마당서 카드를 주운 후 경찰에 신고했다”며 “애초에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이 바로 신고했고, 이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남편이 잘못 이해하고 말을 전달한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80억 날리고
지하방 전전

박은수의 인생은 드라마 속 캐릭터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서 그는 ‘일용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김수미, 김혜정과 함께한 가족 연기는 당시 한국 농촌 가정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서민적이고 정감 넘치던 모습과 달리, 현실의 박은수는 여러 번의 사기 사건에 휘말려 사기꾼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박은수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과거 사기 혐의에 대해 입을 열었다.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박은수가 돼지농장서 일하며 살아가는 최근 근황과 과거 사기 사건으로 인한 고통을 털어놓았다. 당시 방송서 박은수는 자신이 연루됐던 여러 건의 사기 사건을 떠올리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죄가 됐다. 악의는 없었는데 지인의 제안을 그냥 믿고 수락했던 게 큰 화가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인테리어 사업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그는 “술집 운영 당시 이미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 인테리어 사업 제안을 거절했지만, 결국은 지인의 말만 믿고 시작하게 됐다”며 “50억 넘게 손해를 봤고, 1년도 안 돼 모든 걸 잃고 여관 생활까지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업이 망하고 돈이 없어지자 지인이 인테리어를 해주고 돈은 나중에 달라고 했는데, 결국 그 일로 고소를 당했다”고 말했다.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기죄로 고소당했고, 그는 “1억도 안 되는 돈이 없어서 인생이 망가졌다”고 자책했다.


이어 예술인 타운 추진 등 일련의 사건들을 언급하며 “설명회에 갔다가 전원주택을 보여주며 돈은 나중에 달라고 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건에 연루돼있었다”고 전했다. 자신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심경을 덧붙였다.

 사건 때마다
“그런 적 없다”

연예인 지망생 관련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박은수는 “받은 돈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당했다. 세상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사기 사건 이후 몇 차례 드라마 섭외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는 박은수는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는 상황서 드라마를 찍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를 하겠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막일도 하면서 스스로 반성했고, 내 자존심으로는 그 10년이 금방 가더라. 그런데 처자식한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나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아내가 갑상선 암을 앓았고, 처자식이 많이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기 사건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며 여관, 지하방을 전전했다고도 했다. 당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머물던 집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은수는 “며느리가 베트남으로 가기 전 내 기초 생활수급 신청을 대신 해줬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온몸이 멀쩡한 데가 없는데도 병원 갈 때마다 정부서 병원비를 다 내준다.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딸과 밥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며 딸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1000만원짜리 통장을 만들어 전달한 일화도 전했다.

박은수는 “딸이 5000원 이상 되는 옷은 사지도 않는다”면서 “어느 날 딸이 1000만원짜리 통장을 건네줬다. 걔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박은수가 돼지농장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0년 넘게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서 일용이로 사랑받던 그는 무거운 사료 포대를 옮기며 일당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20kg짜리 사료 포대를 옮기다 지쳐 주저앉은 그는 “운동할 땐 50kg도 들었는데, 이젠 20kg도 버겁다”며 토로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나이 차도 커서 금세 기진맥진한 그에게 농장 일은 쉽지 않았다.

4건 동종 전과 이어 이번에 또…
<전원일기> 종영 후 사건 반복

방송을 통해 근황이 알려지면서 박은수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며 “그동안 괜히 바보처럼 혼자 숨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그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자 “이제는 나 혼자 침묵할 일이 아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후 박은수는 돼지농장서의 근무는 방송 이후 사장에게 누가 될까 우려돼 그만두기로 했다.

“면역력이 약한 돼지들이 혹시라도 사람들 발길 때문에 전멸할까 걱정된다”며 조용히 일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많은 걸 배웠고 일을 하며 안정이 됐다”며 “식구들에겐 미안했지만, 그 시간도 나에겐 소중한 시간이었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은수는 돼지농장서 나와 지인이 운영하는 술 공장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송서 “내가 했던 잘못은 반성한다. 이젠 거짓 없이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박은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돼지농장에 일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클레먹타임’에 출연한 박은수는 자신이 겪은 경제적 상황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영상서 그는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믿고 무턱대고 시작한 일들이 있었다”며, “그렇게 70억, 80억, 100억 가까운 돈이 한순간에 날아갔다”고 고백했다. 실제로는 약 80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며, 이로 인해 집도 절도 없이 여관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장으로서 장모까지 모시고 있었던 그는 “오갈 데 없는 상황서 농장을 크게 운영하던 동생뻘 지인이 ‘우리 농장에 와서 계시라’고 말해 그곳에 머무르게 됐다”고 밝혔다.

박은수는 자신을 둘러싼 ‘사기’ 의혹에 대해 억울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내가 사기를 쳤다는 말이 돌았지만 내가 일일이 ‘나는 아니다’라고 해봐야 말이 먹히겠냐”며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방송서 사실을 조목조목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찰나에 MBN <특종세상> 제작진의 연락을 받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세상에 제대로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걸 찍는 바람에 다 커버가 됐다”며 “가장 미안한 건 가족, 처자식이었다.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면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나에겐 ‘하루빨리 잘돼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출연료 일부”
 억울함 호소

한편, 박은수는 현재 자신의 사기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즉각 반박하며 한 매체와의 전화 통화서 고소인 A씨에 대해 “A씨가 공연을 기획하면서 출연을 부탁했고, 나는 출연에 응한 것뿐”이라며, “출연료로 일부 금액을 지급받았지만, 공연이 적자를 보자 모든 돈을 다시 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용증명을 받기 전까지는 연락도 없었고,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오히려 나는 무고 혐의로 맞고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와 박은수를 각각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예정이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전원일기’ 일용이는?

‘양촌리 청년회장’으로 나왔던 일용이는 전형적인 시골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원래는 잠깐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현실감 있는 성격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끝까지 출연하게 됐다.

작품 속 일용이는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특히 아내와 다툴 때는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본인은 어머니 말을 잘 듣지 않으면서도 아내가 시어머니를 조금만 덜 챙기는 듯하면 금방 화를 내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까지 답답하게 만들곤 했다.

이는 예전 한국 사회서 흔히 볼 수 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예전에는 여자 친구도 많았던 것으로 묘사되며, 가끔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집스럽고 꾸준한 성격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환경서 시작했다.

원래 양촌리에 살던 친구들과 달리, 어머니와 함께 외지에서 들어와 땅도 없이 남의 밭을 빌려 일하며 살아갔다.

그러다 조금씩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땅을 사면서 자리를 잡아간다.

일용이의 이야기는 시골서 고생하며 살아가는 많은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며 공감을 얻었다.

일용이는 고집 센 성격에 옛날식이지만, 농약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는 항상 “사람이 먹는 건 건드리면 안 된다”며 원칙을 지키는 인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몇 년마다 농약 관련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용이는 그때마다 바른 소리를 하며 양심적인 농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