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일은 엄청나게 많지만 아무도 나를 배려해주지 않아 숨이 막힐 것 같고, 무엇 하나 내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없다. 죽을 힘을 다해 버티지만 마음은 삭아가고, 자꾸만 내 존재감이 덜한 곳으로 사라지고 싶어진다. 청년기의 우울은 무언가가 되어보려고, 그것도 아주 크게 되어보려고 하다가 좌절될 때 오지만, 중년기의 우울은 이미 많은 걸 성취했는데도 발생한다.
호르몬 문제, 스트레스, 번아웃, 불안과 배신감 등의 폭주하는 감정들… 이러한 내·외부로부터의 위기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저자는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건너온 삶의 시간 동안 우리가 분명히 알게 된 것은,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지금껏 늘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달려왔을 테니 이제부터는 결과에 덜 연연해하면서 좀 무심하게도 살아보자. 능력이 좀 부족한 것 같으면 어떤가. 운이 따르지 않는다 싶으면 어떤가. 잘나갈 때도 나고 못 나갈 때도 나다. 내가 어떤 일을 잘하는 것(기능 자아)과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인 것(존재 자아)은 절대 동격이 아니다.”
“개미의 속도로 살다가 지쳤음이 분명하니 잠시 베짱이나 나무늘보같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내보자. 당신이 속도를 줄이는 동안 옆의 사람이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 듯이 보여도 ‘부럽네’ 하고 담백하게 한번 인정하고 담담하게 그의 운을 빌어주자.”
그러면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은 개선하며 또한 무엇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지, 삶을 전환하는 법에 대해서도 저자는 들려준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행복해지는 데 별 효과가 없거나 그다지 유익하지 않았던 짐들을 털어내고 중반기 인생을 업데이트하는 법을 하나하나 상세히 소개한다.
저자는 인생은 좀 잘나가거나 배움의 시간일 뿐이지, 조금 안 풀린다고 다이어리에 ‘망했다’라고 너무 일찍 적을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안 풀리면 고개 숙이고 조심조심 걸으면서 ‘무얼 놓쳤을까. 이번에는 무얼 배워야 할까’ 하면 되었을 텐데, 그랬으면 마음고생으로 너무 기력을 뺏기지 않고 어김없이 다시 오는 좋은 시기를 더 즐겁게 맞이했을 텐데, 그걸 몰라 더 춥고 어두운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며, 독자에게 개인적인 경험담과 전문가로서의 성찰, 상담 사례들을 모두 응축해 들려주며 위안한다.
인생의 우기를 피할 수는 없지만, 우산을 써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필요하다. 때로는 엉엉 울고 싶고 때로는 분노가 치밀며 또 때로는 좌절감에 휩싸여 앞이 안 보이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헤쳐나가다 보면 그 끝에 예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길이 당신을 반드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믿기 바란다.
학력, 경제력, 체력, 과거의 성공 경험과 관계 없이, 오로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내 인생 끝까지 내가 사랑하고 책임진다는 마음만 있다면, 호두같이 단단하게 영글어가는 심력과 함께 근사한 인생의 오후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고 저자는 분명하고도 따스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 책에 당신 인생의 마스터키를 단단하게 제련하고 벼리는 방법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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