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를 만나다> ‘여의도 서태지’ 한동훈 시대 교체론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21 10:17:30
  • 호수 1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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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기 위한 선택 믿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지금은 시대 교체를 해야 할 때”라면서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등장했던 서태지에 자신을 비유했다.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면 3년 안에 개헌하고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거론하면서 “시대 교체를 위해 처음부터 약속드린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을 저지하려고 했던 자신의 노력을 대통령으로 당선돼야 하는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무소속 대선 출마설에 대해선 “우리 당의 경선을 평가절하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한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 10일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서태지를 언급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BTS·아이유·블랙핑크를 언급하면서 “올드하다”고 비판했다. 서태지를 언급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시대 교체는 어느 한순간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그 직전까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서태지가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중 앞에 등장했던 1992년이 그랬다. 저는 당시 92학번, 대학교 1학년이었다. 평론가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중파 데뷔 무대서 “저게 무슨 음악이냐”면서 혹평하기 바빴다. 하지만 서태지는 문화 대통령이 되면서 대중음악의 시대를 바꿨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세대 갈등이 첨예하다. 서태지에 열광했던 세대는 현재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에 비판적이어서 논쟁이 불거진 것 같은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고 민주주의를 이루게 한 87체제는 30번의 줄 탄핵과 계엄이 보여주듯이 ‘절제’가 무너지면서 수명을 다했음을 드러냈다. 지금이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 교체’를 해야 할 때다.

물론 시대 교체가 이뤄지는 순간이 오기 직전까지도 “저게 무슨 음악이냐”고 혹평했던 평론가들처럼 구시대에 머물러 있으려는 사람과 집단은 언제나 존재한다. 마지막까지 제법 강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래도 시대 교체는 이뤄지기 마련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출마 선언 당시 에너지 영역과 관련해 과도한 PC주의를 언급한 이유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운 PC주의는 오늘날 환경주의까지 포괄하고 있다. 청정 에너지에 과도할 정도로 기울어져 화석연료를 배척하는 에너지 정책 노선은 PC주의 흐름과 맥이 닿아있다. 기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저해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재생에너지 정책을 지칭한 것인지?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재생에너지 위주 정책은 우리 여건에 맞지 않다. 단적으로 우리나라는 국토가 동서로 좁고 일조량이 많지 않아서 태양광발전과 맞지 않는다. 원전을 태양광으로 모두 대체하려면, 서울 면적 5배의 부지가 필요하다.

문정부는 “2034년까지 태양광발전을 3배 이상, 풍력발전을 14배 가까이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런 식으론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에 필요한 전력 수급도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에너지 영역서의 과도한 PC주의를 걷어내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고,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이 또 검사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겠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본선에 진출하면, 이에 대한 야권의 공격도 예상된다.

▲우선 저는 “안 의원님의 출마를 응원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른바 ‘검사 정치’를 말씀하시는 분들은 상명하복·줄 세우기 등을 생각하시는 것 같다. 제가 상명하복 방식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민께서 익히 봐오셨다.

대통령 배우자가 가방을 받은 문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문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이 ‘회칼 발언’을 한 문제, 의대 정원 문제, 이른바 ‘한남동 라인’으로 불려온 인사 문제, 명태균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제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면서 공개적으로 직언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나.

-“줄 세우기 정치를 지양하겠다”는 약속으로 반박하겠다는 것인지?

▲상명하복식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으니 지난해 12월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당시에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는 입장을 즉각 밝힌 것이다. 이어 앞장서서 동료 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달려가 계엄을 저지했다. 제 밑으로 줄 세우는 식의 정치를 했으면 그 후 당 대표직서 쫓겨났겠는가?

-지난해 7월 당 대표 당선 당시엔 약 63%를 득표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도 당시와 비슷하겠나? 의원들이 주도하는 조직표 형태로 움직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저에 대한 선거인단 투표(당심) 지지율은 62.65%였고, 일반 국민여론조사(민심) 지지율은 63.46%였다. 거의 일치했다. 당시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은 약 84만명이었다. 이 정도 숫자는 “국회의원들이 ‘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당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투표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계엄 옹호? 저지한 당 돼야”
“한 대망론은 해당·배신행위”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난해 7월 전당대회의 일반 국민 여론의 반영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이번엔 50%다. 겸손하면서도 절박한 자세로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모아가면, 이기기 위한 선택을 반드시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확정·대통령 당선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의 관계 설정 방향은?

▲윤 전 대통령은 이제 역사의 일부가 됐다. 이른바 ‘친윤(친 윤석열)계’라고 불리는 분들에 대해 말씀드릴 부분이 있다. 민주적인 정당에선 다양한 생각이 공존한다. 따라서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민주적으로 설득하고 설득되면서 함께 정치할 수 있다.

물론 계엄을 옹호하는 분들의 그 생각 자체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계엄을 저지한 당이 돼야지,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이 돼선 안 된다. 실제로도 계엄을 막았다. 물론 “제가 동의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함께 정치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대선 출마와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추론해서 말씀드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우리 당의 국회의원들이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당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은 분의 무소속 출마를 부추기는 것은 우리 당의 경선을 평가절하시키는 것”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당의 경선주자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해당 행위일 뿐만 아니라, 당과 당원의 신뢰에 대한 근본적인 배신이다. 특정 정치인이 마치 부전승처럼 대진표의 한쪽에 미리 올라가는 것을 국민께서 공정하다고 생각하실 리도 없다. 당원과 국민께서 이런 점들을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안 의원과 함께 중도 확장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이끌고 올 방법은?

▲이번 대선은 계엄으로 인해 앞당겨진 것이다. 계엄에 대해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헌법재판관 8명이 파면한 사람은 윤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줄 탄핵을 일삼은 ‘이재명 민주당’의 전횡도 한목소리로 준엄하게 꾸짖었다.

-계엄 저지·반대를 위한 노력을 강조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 설득하겠단 것인가?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전횡을 지적하려면, 계엄에 대한 올바른 입장을 가진 후보가 당의 대표선수가 돼야 한다. 그래야 “계엄을 한 당과 그 당의 후보가 아니냐”는 공격을 받아도 “제가 계엄을 막기 위해 앞장서서 동료 의원들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당신은 숲에 숨어있지 않았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또 “계엄을 한 대통령이 파면됐다고 해서, 그 자리를 30번이나 줄 탄핵을 한 야당 대표로 바꾸는 것은 공수교대에 불과하다”고 역공할 수 있다. 대선의 균형추를 맞춰 승부를 겨루는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3자 구도 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10% 이상 득표할 가능성이 있단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 후보와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함께 경선을 치를 우리 국민의힘 동료 정치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섰는데, 그런 말을 하면 되겠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 당의 후보로 선출된 후 생각해보겠다.

“개헌, 이재명과 현격한 차이”
“대선 균형추 맞춰 승부해야”

-법원이 명태균씨를 보석으로 석방했다. 명씨 리스트 연루 의혹은 대체로 친윤계 의원들을 상대로 제기됐다. 야권은 계속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저는 명씨를 모른다. 명씨 같은 정치 브로커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당 대표 재임 당시 여론조사 개선 TF도 발족했다. 명씨 같은 정치 브로커와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분들은 모두 국민 앞에 정직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재임 중 3년은 거대 야권과 마주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야권과의 관계 설정을 원활히 풀어가지 못하다가 비상계엄·탄핵소추·파면으로 이어졌다. 야권은 어떻게 상대할 생각인가?

▲이번 선거는 단순한 선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전쟁’ 같은 선거가 끝나면 ‘정치’를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도 결국 “정치의 문제는 정치로 풀라”는 것이다. 저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를 복원할 것이고, 협치에 최선을 다하겠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후 3년 안에 개헌하고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시대 교체를 위해 처음부터 약속드린 부분이었다.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을 통한 개헌은 정치 복원과 협치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제가 당선되면, 민주당은 5년 후 대선보단 3년 후 다시 기회를 얻기를 원할 것이다.

당연히 개헌에 찬성하는 게 유리하다. 수명을 다한 87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개헌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 지점서부터 여야의 대화도 복원되고, ‘정치’가 되살아날 수 있다.

-개헌하려면 야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야당이 원하는 개헌 방향을 일부라도 수용할 가능성은 있는지?

▲개헌은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다. 일단 국회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이들 잊고 있지만, 개헌을 확정하는 것은 국민이다. 헌법 제130조 제2항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여야 합의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폭넓은 숙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서 개헌에 관한 다양한 시각들이 자연스럽게 수렴될 것이다. 또 야당이 거론했던 개헌 구상 중 대통령 4년 중임제·분권형 대통령제 등에 대해선 여러 공통분모도 있다. 그러나 개헌 약속 실천 의지는 저와 다른 후보들, 특히 이 전 대표와는 매우 현격한 차이가 있다.

-윤 전 대통령 재임 중 특별감찰관 임명을 강하게 요구했다. 대통령 당선 후, 가족과 친인척은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지?

▲특별감찰관 임명은 지난 정부도 약속드린 사항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제가 당 대표 시절에도 특별감찰관에 관해선 “국민께 약속드린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기본값”이라고 말씀드렸다.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그때 드린 말씀 그대로 할 것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야당도 즉시 특별감찰관을 추천하지 않겠나?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면서 시대 교체를 말씀드렸다. 그러나 시대 교체도 정치가 본래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치가 국민을 보듬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극단적 대립에 빠진 정치를 걱정하게 만들어왔다. 시대 교체를 통해 그런 정치를 끝내고, 국민이 먼저인 나라,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정치가 국민 한 분 한 분의 평화로운 ‘아주 보통의 하루’를 지켜드릴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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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