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최악 퍼포먼스’ 나경원의 착각

하다 하다…드럼통에 빠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어느 덧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압축적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선거판의 출렁임도 크고 빠르며, 특히 선거판을 주도하려는 출마자들의 촌극도 다양하다.

지난 15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드럼통 안에 들어간 사진을 게시하며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퍼포먼스는 정치권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서 급속도로 확산하며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급속도 확산
적잖은 논란

하지만 역대 대선 캠페인 이미지 중 단연 ‘최악’이었다. 맥락도, 개연성도 없이 그냥 막 던진다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촌극이 아닐 수 없다. 후보 본인이 직접 등장해 품위를 내려놓은 건 ‘덤’이다.

드럼통 퍼포먼스 사진이 공개된 이후 정치적 상징성과 메시지 해석을 둘러싸고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나 의원은 이 퍼포먼스를 통해 “‘진실을 외치는 목소리’가 탄압받는 사회를 상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지만, 그 배경에 자리한 밈의 기원과 표현 수위 문제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파장을 낳았다.

이 발언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이 전 대표의 주변 인물들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등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조롱하는 ‘드럼통 밈’이 생성됐고, 나 의원의 퍼포먼스는 해당 밈을 정치적으로 빌린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순한 SNS 퍼포먼스를 넘어서 정치적 메시지 전략이자 대선 국면에서 극단적인 상징의 사용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드럼통’이라는 상징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다. 이 표현은 일베와 같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전 대표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2013년 영화 <신세계> 등에서 조직폭력배들이 시신을 처리할 때 드럼통을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했고,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겠다는 의미로 드럼통 이미지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선거판 주도용 후보들 다양한 촌극
“무슨 의미냐?” 나 의원 단연 압권

특히 특정 인물을 향한 공격적인 패러디 이미지나 짧은 방송에 자주 활용되며 극우 성향 이용자들의 공공연한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나 의원이 드럼통에 몸을 넣고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상징이나 비유를 넘어서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이를 통해 나 의원이 정치적 희생자 또는 진실을 말하는 피해자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고 분석하지만, 밈의 뿌리가 가진 혐오성과 배제성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정치적 행위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민주당은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에 대해 즉각 비판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드럼통에 사람 하나 묻는다고 진실까지 묻을 수는 없다”는 나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해당 표현이 마치 야당 인사를 억압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공포를 조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를 ‘공포 마케팅’ ‘공포 정치’로 명명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의 수준을 넘는 악의적 이미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내란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위법한 계엄령에 맞서 한겨울 국회로 달려간 시민과 함께 장갑차를 막았어야 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연계한 비판도 이어갔다.

넘길 수 없는
정치적 행위

민주당은 나 의원의 일련의 메시지와 퍼포먼스가 전형적인 ‘야당 악마화’ 전략이라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반민주 세력의 이미지 구축 시도라고 분석한다.

온라인상에서도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확산했고, 커뮤니티마다 상반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보수 성향 누리꾼들은 “진실을 외치다가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나 의원의 퍼포먼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일베 밈을 정치인이 직접 빌린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정치인이 대중문화 밈을 잘못 인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다수 등장했다.

SNS에서는 “대중 정치인은 은유를 사용할 때는 기원이 어떤 배경으로부터 나왔는지 반드시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부 이용자들은 나 의원이 해당 밈의 출처를 몰랐을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같은 날 그녀의 보좌진이 단톡방에 일베식 그림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치적 상징으로 드럼통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정치 언어의 품격과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나 의원은 각종 방송 출연과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방송에 출연한 나 의원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이재명 전 대표가 드럼통으로 불린다”고 주장하며 “공포 정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였다”고 강조했지만, 극우 커뮤니티서 사용하는 밈을 그대로 빌린 것에 대한 해명은 명확하게 내놓지 않았다.

각종 해석
붙고 붙고

특히, 나 의원 측 관계자가 국민임대주택을 조롱하는 드럼통 이미지도 기자단 단톡방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이 외에도 나 의원은 같은 날 시진핑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며 서울대 캠퍼스를 방문했고, 연세대 차하얼 학회 문제를 언급하는 등 외교 및 국가 안보에 관련된 발언도 연이어 내놨다.


이날 일련의 움직임은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극우 상징의 반복 사용은 중도층 유권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정치인의 상징적 퍼포먼스는 늘 존재해 왔다. 하지만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그 기원이 대중 영화나 밈을 넘어 혐오와 비하의 상징으로 발전한 콘텐츠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그의 주장과 퍼포먼스는 본인의 결기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표현 수단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조롱적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인터넷 밈과 은유의 정치적 차용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것이 가진 문화적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활용됐을 때 부작용은 커진다. 이번 논란은 대선 국면에서 정치인이 어떤 언어와 상징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어떤 프레임이 형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극우 커뮤니티서 사용되는 상징과 표현이 주류 정치 담론으로 확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도 함께 남는다.

정치인의 언어·행동·이미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지만, 정치인에게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특히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언어와 상징의 출처, 파급력, 사회적 맥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상징이 전달하는 감정적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지만, 그 출처가 논란의 중심이 된 점은 정치 의사소통의 경계에 대한 중요한 경고로 작용한다.

정치인은 단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넘어,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남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이들이다. 나 의원의 퍼포먼스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많은 사람에게 위협, 조롱, 배제의 상징으로 읽혔다면,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대선 정국에 앞서 상징 정치의 양날의 검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이는 단순한 논쟁을 넘어, 정치 언어에 대한 성찰의 시작이 돼야 할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온라인 밈과 유행어를 빌리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그것이 갖는 기원과 맥락을 무시한 채 사용하는 것은 큰 위험을 동반한다. 일베 밈을 포함한 특정 커뮤니티 언어는 종종 사회적 갈등과 혐오를 기반으로 확산하며, 정치인이 이를 빌리면 대중은 해당 정치인의 세계관과 지향을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그 경계를 명확히 드러낸 사건이다.

정치는 단지 표현이 아니라,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담보해야 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 상징 하나의 선택이 가져오는 파급력을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밈을 사용하는 정치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때로는 그 대가가 크다는 사실이 이번 논란을 통해 재확인됐다.

막 갖다
쓰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웃음거리나 SNS 퍼포먼스를 넘어 정치인의 언어와 이미지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2025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메시지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과 상징, 그리고 그 배경까지도 함께 보고 판단하고 있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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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