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최악 퍼포먼스’ 나경원의 착각

하다 하다…드럼통에 빠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어느 덧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압축적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선거판의 출렁임도 크고 빠르며, 특히 선거판을 주도하려는 출마자들의 촌극도 다양하다.

지난 15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드럼통 안에 들어간 사진을 게시하며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퍼포먼스는 정치권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서 급속도로 확산하며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급속도 확산
적잖은 논란

하지만 역대 대선 캠페인 이미지 중 단연 ‘최악’이었다. 맥락도, 개연성도 없이 그냥 막 던진다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촌극이 아닐 수 없다. 후보 본인이 직접 등장해 품위를 내려놓은 건 ‘덤’이다.

드럼통 퍼포먼스 사진이 공개된 이후 정치적 상징성과 메시지 해석을 둘러싸고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나 의원은 이 퍼포먼스를 통해 “‘진실을 외치는 목소리’가 탄압받는 사회를 상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지만, 그 배경에 자리한 밈의 기원과 표현 수위 문제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파장을 낳았다.

이 발언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이 전 대표의 주변 인물들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등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조롱하는 ‘드럼통 밈’이 생성됐고, 나 의원의 퍼포먼스는 해당 밈을 정치적으로 빌린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순한 SNS 퍼포먼스를 넘어서 정치적 메시지 전략이자 대선 국면에서 극단적인 상징의 사용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드럼통’이라는 상징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다. 이 표현은 일베와 같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전 대표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2013년 영화 <신세계> 등에서 조직폭력배들이 시신을 처리할 때 드럼통을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했고,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겠다는 의미로 드럼통 이미지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선거판 주도용 후보들 다양한 촌극
“무슨 의미냐?” 나 의원 단연 압권

특히 특정 인물을 향한 공격적인 패러디 이미지나 짧은 방송에 자주 활용되며 극우 성향 이용자들의 공공연한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나 의원이 드럼통에 몸을 넣고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상징이나 비유를 넘어서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이를 통해 나 의원이 정치적 희생자 또는 진실을 말하는 피해자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고 분석하지만, 밈의 뿌리가 가진 혐오성과 배제성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정치적 행위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민주당은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에 대해 즉각 비판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드럼통에 사람 하나 묻는다고 진실까지 묻을 수는 없다”는 나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해당 표현이 마치 야당 인사를 억압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공포를 조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를 ‘공포 마케팅’ ‘공포 정치’로 명명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의 수준을 넘는 악의적 이미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내란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위법한 계엄령에 맞서 한겨울 국회로 달려간 시민과 함께 장갑차를 막았어야 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연계한 비판도 이어갔다.

넘길 수 없는
정치적 행위

민주당은 나 의원의 일련의 메시지와 퍼포먼스가 전형적인 ‘야당 악마화’ 전략이라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반민주 세력의 이미지 구축 시도라고 분석한다.

온라인상에서도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확산했고, 커뮤니티마다 상반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보수 성향 누리꾼들은 “진실을 외치다가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나 의원의 퍼포먼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일베 밈을 정치인이 직접 빌린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정치인이 대중문화 밈을 잘못 인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다수 등장했다.

SNS에서는 “대중 정치인은 은유를 사용할 때는 기원이 어떤 배경으로부터 나왔는지 반드시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부 이용자들은 나 의원이 해당 밈의 출처를 몰랐을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같은 날 그녀의 보좌진이 단톡방에 일베식 그림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치적 상징으로 드럼통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정치 언어의 품격과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나 의원은 각종 방송 출연과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방송에 출연한 나 의원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이재명 전 대표가 드럼통으로 불린다”고 주장하며 “공포 정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였다”고 강조했지만, 극우 커뮤니티서 사용하는 밈을 그대로 빌린 것에 대한 해명은 명확하게 내놓지 않았다.

각종 해석
붙고 붙고

특히, 나 의원 측 관계자가 국민임대주택을 조롱하는 드럼통 이미지도 기자단 단톡방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이 외에도 나 의원은 같은 날 시진핑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며 서울대 캠퍼스를 방문했고, 연세대 차하얼 학회 문제를 언급하는 등 외교 및 국가 안보에 관련된 발언도 연이어 내놨다.


이날 일련의 움직임은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극우 상징의 반복 사용은 중도층 유권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정치인의 상징적 퍼포먼스는 늘 존재해 왔다. 하지만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그 기원이 대중 영화나 밈을 넘어 혐오와 비하의 상징으로 발전한 콘텐츠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그의 주장과 퍼포먼스는 본인의 결기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표현 수단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조롱적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인터넷 밈과 은유의 정치적 차용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것이 가진 문화적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활용됐을 때 부작용은 커진다. 이번 논란은 대선 국면에서 정치인이 어떤 언어와 상징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어떤 프레임이 형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극우 커뮤니티서 사용되는 상징과 표현이 주류 정치 담론으로 확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도 함께 남는다.

정치인의 언어·행동·이미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지만, 정치인에게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특히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언어와 상징의 출처, 파급력, 사회적 맥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상징이 전달하는 감정적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지만, 그 출처가 논란의 중심이 된 점은 정치 의사소통의 경계에 대한 중요한 경고로 작용한다.

정치인은 단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넘어,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남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이들이다. 나 의원의 퍼포먼스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많은 사람에게 위협, 조롱, 배제의 상징으로 읽혔다면,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대선 정국에 앞서 상징 정치의 양날의 검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이는 단순한 논쟁을 넘어, 정치 언어에 대한 성찰의 시작이 돼야 할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온라인 밈과 유행어를 빌리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그것이 갖는 기원과 맥락을 무시한 채 사용하는 것은 큰 위험을 동반한다. 일베 밈을 포함한 특정 커뮤니티 언어는 종종 사회적 갈등과 혐오를 기반으로 확산하며, 정치인이 이를 빌리면 대중은 해당 정치인의 세계관과 지향을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그 경계를 명확히 드러낸 사건이다.

정치는 단지 표현이 아니라,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담보해야 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 상징 하나의 선택이 가져오는 파급력을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밈을 사용하는 정치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때로는 그 대가가 크다는 사실이 이번 논란을 통해 재확인됐다.

막 갖다
쓰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웃음거리나 SNS 퍼포먼스를 넘어 정치인의 언어와 이미지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2025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메시지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과 상징, 그리고 그 배경까지도 함께 보고 판단하고 있다.

<hntn1188@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