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최악 퍼포먼스’ 나경원의 착각

하다 하다…드럼통에 빠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어느 덧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압축적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선거판의 출렁임도 크고 빠르며, 특히 선거판을 주도하려는 출마자들의 촌극도 다양하다.

지난 15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드럼통 안에 들어간 사진을 게시하며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퍼포먼스는 정치권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서 급속도로 확산하며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급속도 확산
적잖은 논란

하지만 역대 대선 캠페인 이미지 중 단연 ‘최악’이었다. 맥락도, 개연성도 없이 그냥 막 던진다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촌극이 아닐 수 없다. 후보 본인이 직접 등장해 품위를 내려놓은 건 ‘덤’이다.

드럼통 퍼포먼스 사진이 공개된 이후 정치적 상징성과 메시지 해석을 둘러싸고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나 의원은 이 퍼포먼스를 통해 “‘진실을 외치는 목소리’가 탄압받는 사회를 상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지만, 그 배경에 자리한 밈의 기원과 표현 수위 문제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파장을 낳았다.

이 발언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이 전 대표의 주변 인물들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등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조롱하는 ‘드럼통 밈’이 생성됐고, 나 의원의 퍼포먼스는 해당 밈을 정치적으로 빌린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순한 SNS 퍼포먼스를 넘어서 정치적 메시지 전략이자 대선 국면에서 극단적인 상징의 사용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드럼통’이라는 상징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다. 이 표현은 일베와 같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전 대표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2013년 영화 <신세계> 등에서 조직폭력배들이 시신을 처리할 때 드럼통을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했고,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겠다는 의미로 드럼통 이미지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선거판 주도용 후보들 다양한 촌극
“무슨 의미냐?” 나 의원 단연 압권

특히 특정 인물을 향한 공격적인 패러디 이미지나 짧은 방송에 자주 활용되며 극우 성향 이용자들의 공공연한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나 의원이 드럼통에 몸을 넣고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상징이나 비유를 넘어서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이를 통해 나 의원이 정치적 희생자 또는 진실을 말하는 피해자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고 분석하지만, 밈의 뿌리가 가진 혐오성과 배제성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정치적 행위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민주당은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에 대해 즉각 비판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드럼통에 사람 하나 묻는다고 진실까지 묻을 수는 없다”는 나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해당 표현이 마치 야당 인사를 억압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공포를 조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를 ‘공포 마케팅’ ‘공포 정치’로 명명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의 수준을 넘는 악의적 이미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내란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위법한 계엄령에 맞서 한겨울 국회로 달려간 시민과 함께 장갑차를 막았어야 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연계한 비판도 이어갔다.

넘길 수 없는
정치적 행위

민주당은 나 의원의 일련의 메시지와 퍼포먼스가 전형적인 ‘야당 악마화’ 전략이라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반민주 세력의 이미지 구축 시도라고 분석한다.

온라인상에서도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확산했고, 커뮤니티마다 상반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보수 성향 누리꾼들은 “진실을 외치다가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나 의원의 퍼포먼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일베 밈을 정치인이 직접 빌린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정치인이 대중문화 밈을 잘못 인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다수 등장했다.

SNS에서는 “대중 정치인은 은유를 사용할 때는 기원이 어떤 배경으로부터 나왔는지 반드시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부 이용자들은 나 의원이 해당 밈의 출처를 몰랐을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같은 날 그녀의 보좌진이 단톡방에 일베식 그림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치적 상징으로 드럼통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정치 언어의 품격과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나 의원은 각종 방송 출연과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방송에 출연한 나 의원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이재명 전 대표가 드럼통으로 불린다”고 주장하며 “공포 정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였다”고 강조했지만, 극우 커뮤니티서 사용하는 밈을 그대로 빌린 것에 대한 해명은 명확하게 내놓지 않았다.

각종 해석
붙고 붙고

특히, 나 의원 측 관계자가 국민임대주택을 조롱하는 드럼통 이미지도 기자단 단톡방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이 외에도 나 의원은 같은 날 시진핑 자료실 폐쇄를 촉구하며 서울대 캠퍼스를 방문했고, 연세대 차하얼 학회 문제를 언급하는 등 외교 및 국가 안보에 관련된 발언도 연이어 내놨다.

이날 일련의 움직임은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극우 상징의 반복 사용은 중도층 유권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정치인의 상징적 퍼포먼스는 늘 존재해 왔다. 하지만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그 기원이 대중 영화나 밈을 넘어 혐오와 비하의 상징으로 발전한 콘텐츠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그의 주장과 퍼포먼스는 본인의 결기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표현 수단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조롱적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인터넷 밈과 은유의 정치적 차용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것이 가진 문화적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활용됐을 때 부작용은 커진다. 이번 논란은 대선 국면에서 정치인이 어떤 언어와 상징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어떤 프레임이 형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극우 커뮤니티서 사용되는 상징과 표현이 주류 정치 담론으로 확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도 함께 남는다.

정치인의 언어·행동·이미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지만, 정치인에게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특히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언어와 상징의 출처, 파급력, 사회적 맥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상징이 전달하는 감정적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지만, 그 출처가 논란의 중심이 된 점은 정치 의사소통의 경계에 대한 중요한 경고로 작용한다.

정치인은 단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넘어,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남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이들이다. 나 의원의 퍼포먼스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많은 사람에게 위협, 조롱, 배제의 상징으로 읽혔다면,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대선 정국에 앞서 상징 정치의 양날의 검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이는 단순한 논쟁을 넘어, 정치 언어에 대한 성찰의 시작이 돼야 할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온라인 밈과 유행어를 빌리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그것이 갖는 기원과 맥락을 무시한 채 사용하는 것은 큰 위험을 동반한다. 일베 밈을 포함한 특정 커뮤니티 언어는 종종 사회적 갈등과 혐오를 기반으로 확산하며, 정치인이 이를 빌리면 대중은 해당 정치인의 세계관과 지향을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나 의원의 드럼통 퍼포먼스는 그 경계를 명확히 드러낸 사건이다.

정치는 단지 표현이 아니라,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담보해야 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 상징 하나의 선택이 가져오는 파급력을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밈을 사용하는 정치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때로는 그 대가가 크다는 사실이 이번 논란을 통해 재확인됐다.

막 갖다
쓰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웃음거리나 SNS 퍼포먼스를 넘어 정치인의 언어와 이미지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2025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메시지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과 상징, 그리고 그 배경까지도 함께 보고 판단하고 있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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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