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오세훈 티 나는 대권 행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17 14:26:44
  • 호수 1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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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의혹 발목 잡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실상 대선 행보가 시작됐다. 오 시장은 각종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주장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의 향방에 따라 오 시장의 대권 행보 향방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선 ‘조기 대선’이란 말이 금기어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도 조기 대선을 공식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강경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는 경선서 선출하는데 ‘배신자’ 인상을 주면, 경선서 미끄러진다.

자제한다지만…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들은 조기 대선 관련 질문을 받으면, 묘한 답변을 내놓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서 “내 입장은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만에 하나’라는 단서를 붙여 “대선이 열리면 당이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개헌 등 차기 구상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4일, 신년 외신 기자간담회서 조기 대선 관련 질문을 받자 “현직 시장으로서 시정에 전념하는 입장이라 대선 출마 언급은 자제하는 편”이라면서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 상황을 봐서 명확하게 답하겠다”고 답변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서도 같은 질문을 받고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라며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답변으로 드린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5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패널들로부터 “대선 출마 의사가 100%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웃기만 했다.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고 있다.


대신 오 시장은 간접적인 언행으로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오 시장은 평소와는 달리 다양한 분야의 각종 현안에 대해 언론 인터뷰·각종 행사 참석·페이스북 게시글 게재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신년 외신 기자간담회서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서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했다. 평소 오 시장의 성향대로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오 시장도 “구체적 사안에 대해 제가 다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니, 이 자리서 더 깊이 있는 말을 드리는 건 자제하겠다”면서도 “일각서 나오고 있는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회복력이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찬성과 반대 모두 아우르는 이른바 ‘아전인수’식의 애매한 답변이었다.

각종 현안에 적극 주장
평소와 다른 이슈 대응

지난 7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 이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같은 날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은 “이재명 분신의 범죄는 곧 이재명의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김 전 부원장을 일컬어 ‘내 분신’이라고 했다”며 “이재명 분신에 의해 오간 불법 자금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엔 ‘이재명’이란 이름이 130차례나 등장한다”며 “사건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보다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주장한 이 대표를 다시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 대표의 주장을 일컬어 “극성 지지자를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개헌 논의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 대표 홀로 개헌 논의에 귀를 막고 있다”며 “2년 반 전, 87년 체제를 바꾸기 위해 국회 헌법개정특위 설치까지 제안하셨던 분은 어디로 갔느냐”고 비판했다.

하루 전인 지난 9일엔 페이스북에 “한·미·일 외교는 윤석열정부가 옳았다”며 “저는 계엄 선포에 즉시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기조엔 예나 지금이나 적극 찬성하고 동의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한일관계를 회복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망친 한미관계를 완벽히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외교정책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반대 견해를 드러내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인기 속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견해도 제시했다. 지난 6일엔 페이스북에 “최근 중증 외상 전문의 양성을 담당했던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국회 예산 심사 과정서 지원 예산 9억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에 5억원을 긴급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 시장의 거짓 선동”이라며 “9억원은 기획재정부서 깎인 것이고, 정부여당이 증액 협상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지난 10일 다시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감액 예산안을 처리하는 최악의 예산 폭주를 저질러 9억원 지원이 무산됐던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국회서 개최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개헌을 통한 지방분권 개헌을 강조했다. 현장엔 오 시장의 지지자들이 다수 모였고, 권영세 비대위원장 등 국민의힘 의원 48명도 참석했다.

“껍질 벗겨주겠다”
잔뜩 벼르는 명태균

떠들썩한 분위기를 놓고,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 같다”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오 시장은 이날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한 ‘5대 강소국 체제’를 주장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4개의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어 메가시티화한 후 권한을 위임하자”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여권 대선후보 중 오 시장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25.1%)·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11.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10.3%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 견해를 밝혔고, 모나지 않은 평소 언행으로 인해 “중도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내 대선주자로서 ▲유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과 함께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일각에선 오 시장의 경쟁력을 경계한다. 우상호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오 시장을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후보로 지목했다. 우 전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서 이재명 후보가 0.74%포인트 차로 패배했던 원인은 서울”이라며 “서울서 이겨야만 이번 대선도 승리할 수 있는데, 오 시장이 여권서 제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 6당은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까지 명태균 게이트로 가장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됐던 정치인은 오 시장이었다. 명씨 측도 같은 날 특검법 발의를 환영하면서 “나를 고발한 오세훈·홍준표를 특검 대상에 넣어달라. 이 자들의 민낯이 드러나게 하겠다. 껍질을 벗겨주겠다”던 명씨의 반응을 소개했다.

오 시장도 토론회서 명씨 질문을 받자 “그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다”며 “검찰의 빠른 수사를 촉구한다”고 받아쳤다.

커진 목소리

조기 대선이 실제로 진행되면 민주당과 명씨의 공세가 더욱 거칠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은 지난 2004년 이후 국회를 떠난 지 오래돼 당내 기반이 약해 ‘오세훈계’ 중엔 현역 의원이 없다. 민주당과 명씨의 공세를 적극적 방어할 기반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당에선 강경보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중도 확장성이 있는 후보가 오 시장만 있는 것도 아니다. 유창하면서도 뚜렷한 의견 제시를 자제하는 평소 언행이 당내 경선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오 시장이 활짝 기지개를 켤지 여부는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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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