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오세훈 티 나는 대권 행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17 14:26:44
  • 호수 1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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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의혹 발목 잡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실상 대선 행보가 시작됐다. 오 시장은 각종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주장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의 향방에 따라 오 시장의 대권 행보 향방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선 ‘조기 대선’이란 말이 금기어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도 조기 대선을 공식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강경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는 경선서 선출하는데 ‘배신자’ 인상을 주면, 경선서 미끄러진다.

자제한다지만…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들은 조기 대선 관련 질문을 받으면, 묘한 답변을 내놓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서 “내 입장은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만에 하나’라는 단서를 붙여 “대선이 열리면 당이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개헌 등 차기 구상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4일, 신년 외신 기자간담회서 조기 대선 관련 질문을 받자 “현직 시장으로서 시정에 전념하는 입장이라 대선 출마 언급은 자제하는 편”이라면서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 상황을 봐서 명확하게 답하겠다”고 답변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서도 같은 질문을 받고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라며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답변으로 드린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5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패널들로부터 “대선 출마 의사가 100%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웃기만 했다.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고 있다.


대신 오 시장은 간접적인 언행으로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오 시장은 평소와는 달리 다양한 분야의 각종 현안에 대해 언론 인터뷰·각종 행사 참석·페이스북 게시글 게재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신년 외신 기자간담회서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서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했다. 평소 오 시장의 성향대로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오 시장도 “구체적 사안에 대해 제가 다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니, 이 자리서 더 깊이 있는 말을 드리는 건 자제하겠다”면서도 “일각서 나오고 있는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회복력이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찬성과 반대 모두 아우르는 이른바 ‘아전인수’식의 애매한 답변이었다.

각종 현안에 적극 주장
평소와 다른 이슈 대응

지난 7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 이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같은 날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은 “이재명 분신의 범죄는 곧 이재명의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김 전 부원장을 일컬어 ‘내 분신’이라고 했다”며 “이재명 분신에 의해 오간 불법 자금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엔 ‘이재명’이란 이름이 130차례나 등장한다”며 “사건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보다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주장한 이 대표를 다시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 대표의 주장을 일컬어 “극성 지지자를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개헌 논의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 대표 홀로 개헌 논의에 귀를 막고 있다”며 “2년 반 전, 87년 체제를 바꾸기 위해 국회 헌법개정특위 설치까지 제안하셨던 분은 어디로 갔느냐”고 비판했다.

하루 전인 지난 9일엔 페이스북에 “한·미·일 외교는 윤석열정부가 옳았다”며 “저는 계엄 선포에 즉시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기조엔 예나 지금이나 적극 찬성하고 동의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한일관계를 회복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망친 한미관계를 완벽히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외교정책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반대 견해를 드러내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인기 속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견해도 제시했다. 지난 6일엔 페이스북에 “최근 중증 외상 전문의 양성을 담당했던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국회 예산 심사 과정서 지원 예산 9억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에 5억원을 긴급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 시장의 거짓 선동”이라며 “9억원은 기획재정부서 깎인 것이고, 정부여당이 증액 협상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지난 10일 다시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감액 예산안을 처리하는 최악의 예산 폭주를 저질러 9억원 지원이 무산됐던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국회서 개최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개헌을 통한 지방분권 개헌을 강조했다. 현장엔 오 시장의 지지자들이 다수 모였고, 권영세 비대위원장 등 국민의힘 의원 48명도 참석했다.

“껍질 벗겨주겠다”
잔뜩 벼르는 명태균

떠들썩한 분위기를 놓고,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 같다”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오 시장은 이날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한 ‘5대 강소국 체제’를 주장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4개의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어 메가시티화한 후 권한을 위임하자”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여권 대선후보 중 오 시장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25.1%)·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11.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10.3%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 견해를 밝혔고, 모나지 않은 평소 언행으로 인해 “중도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내 대선주자로서 ▲유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과 함께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일각에선 오 시장의 경쟁력을 경계한다. 우상호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오 시장을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후보로 지목했다. 우 전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서 이재명 후보가 0.74%포인트 차로 패배했던 원인은 서울”이라며 “서울서 이겨야만 이번 대선도 승리할 수 있는데, 오 시장이 여권서 제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 6당은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까지 명태균 게이트로 가장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됐던 정치인은 오 시장이었다. 명씨 측도 같은 날 특검법 발의를 환영하면서 “나를 고발한 오세훈·홍준표를 특검 대상에 넣어달라. 이 자들의 민낯이 드러나게 하겠다. 껍질을 벗겨주겠다”던 명씨의 반응을 소개했다.

오 시장도 토론회서 명씨 질문을 받자 “그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다”며 “검찰의 빠른 수사를 촉구한다”고 받아쳤다.

커진 목소리

조기 대선이 실제로 진행되면 민주당과 명씨의 공세가 더욱 거칠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은 지난 2004년 이후 국회를 떠난 지 오래돼 당내 기반이 약해 ‘오세훈계’ 중엔 현역 의원이 없다. 민주당과 명씨의 공세를 적극적 방어할 기반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당에선 강경보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중도 확장성이 있는 후보가 오 시장만 있는 것도 아니다. 유창하면서도 뚜렷한 의견 제시를 자제하는 평소 언행이 당내 경선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오 시장이 활짝 기지개를 켤지 여부는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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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