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풀어야 할 중도 방정식

품긴 품어야 하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치권에서는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을 뭉뚱그려 중도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중도층은 세밀하고 촘촘하게 나뉜다. 이들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넓은 선거 연합을 구축해 가동 범위를 최대치로 늘려야 한다. 차기 집권여당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몸집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최대 난제였던 친명(친 이재명)과 친문(친 문재인) 간의 갈등이 일부 사그라드는 추세다. 지난 총선서 친명계가 대거 당선되면서 당의 주도권을 쥐었는데,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탄생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해 친문계의 활동 반경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평이다.

“내 탓이오”
갈등 봉합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서 당시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검찰 총장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이 윤정부 탄생의 가장 단초가 되는 일이기에 후회가 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에 대해)지지하고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고 반대하는 의견이 소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대 의견이 수적으로는 작아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 내가 보기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과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들을 챙긴다는 것 등이 반대 이유로 거론됐다고 말했다.

친명과 친문은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오랫동안 공방을 벌여왔다. 친명계에서는 문재인정부 심판론을 원인으로 꼽았고 비명계는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부족하단 점을 부각했다.


진보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MBN <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 “대선이 끝나고 우리가 왜 졌는지 성찰하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는데, 당 차원서 백서를 안 낸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가 후보였기 때문에 후보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다”고 말해 아픈 곳을 꼬집었다.

다만 “여러 가지 것들이 종합적인 게 아니겠나”라며 “당시 정부가 했던 것 중에서 부동산 정책 같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이고 종합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대표 친문인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도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대선 패배 원인은 문 전 대통령이 아닌 이 대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친명인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SNS에 “2022년 지방선거 때 (남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다”며 “가장 많이 들었던 욕은 ‘대통령·지방선거·총선까지 몰아줬는데 민주당은 뭐했나’ ‘부동산 가격 폭등에 세금은 천정부지, 표 달란 염치가 있느냐’였다. 그나마 이재명 후보라 0.73%포인트 석패였다”고 반박했다.

양문석 의원도 비명계를 겨냥해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 출신들의 사유물인가”라고 비판했다.

“윤정부 탄생은 내 책임” 명-문 정당 탄생?
통합 속도 내는 이…초일회·새미래는 아직

문 전 대통령의 인터뷰가 공개된 시기는 이 같은 계파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이다. 여기에 이 대표 역시 바로 이튿날 “대선 패배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히면서 양측 모두 총구를 거둬 들였다.


지난 13일 이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회동하면서 통합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회동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김 전 지사가 당의 통합을 위해 ‘당에서 마음에 상처 입은 분들을 보듬어 줄 때가 됐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표도 공감해 ‘통 크게 통합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번째로 김 전 지사는 ‘민주당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온라인을 비롯한 오프라인서 당원들이 당원 중심으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참여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이에 공감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민주당이 원외 비명계 조직인 초일회와 새미래민주당(구 새로운미래·이하 새미래)까지 전선을 넓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의 간사 양기대 전 의원은 “이 대표가 가진 기득권을 어느 시점에서는 내려놓고 누구든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대선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통합력과 포용력을 갖춘 유능한 민주 정당으로 다시 한번 환골탈태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새미래 역시 이 대표 1극 체제를 거칠게 비판했다. 새미래 전병헌 대표는 창당 1주년 기자회견서 “가짜 민주당을 확실하게 대체해 정권 창출의 선봉에 나서겠다”며 “‘반 이재명’ ‘이재명 집권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 이것이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의 시대정신을 받드는 일이고 새 질서, 새 나라로 가는 위대한 관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일회와 새미래가 빅텐트를 구축해 이 대표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 대표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남서 “초일회가 가짜 민주당의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는 결단을 한다면 대환영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함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날아오는
견제구

지난 4·10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내세워 제3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관계도 주목된다. 호남서 태풍을 일으킨 혁신당이 후보 단일화에 긍정적으로 답해 든든한 우군으로 조기 대선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이 경우 중도보다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나머지 민주당 지지층 표를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앞서 혁신당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과 시민사회에 내란 종식과 헌법수호를 위한 원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극우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단단하게 연합해 압도적 승리로 집권해야 한다”며 “그래야 극우 파시즘을 발아 단계서 제거하고 반헌법 내란 세력을 권력 근처로부터 몰아내고 비로소 국민을 통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정 수호, 민주 공화정을 믿는 모든 이들이 ‘새로운 다수 연합’으로 연대해야 한다”며 “혁신당은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름은 무엇이든 좋다”고 말했다.

원탁회의서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을 비롯한 정치개혁 토대와 평등한 정책 연대 추진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역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다수파 연합을 만든 뒤 원탁회의를 거쳐 정책연합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며 “선거 구도는 ‘민주헌정수호 세력’과 ‘내란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다. 다수파 연합을 만들어 진보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도 있는 논의를 제시한 혁신당이 조기 대선서 민주당과 연대를 할지, 독자적 노선을 걸을지는 불투명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당은 대권주자 배출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국 전 대표가 부재인 상황서 새로운 대선주자를 세우자니 마땅한 인물이 없을뿐더러 당의 동력도 이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황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실제로 후보를 낼 수 있을지는 당원들과 의원들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도 “제3당으로서 후보를 낸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연합, 또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당을 지속 가능케 하는 안정적인 방법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상황에 휩쓸려 조급하게 후보를 내기보다 조 전 대표의 복귀를 기다리고, 대신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럴 경우 “대놓고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 당내 갈등이 불거질 위험이 있다.

아직 노선을 정하지 못한 혁신당은 민주당과 건강한 경쟁을 강조하는 동시에 비판의 날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혁신당은 이 대표가 띄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제안에 공감하면서도 “이미 논의된 정치개혁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교섭단체 조건 완화 등이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서 새 약속은 진정성을 의심받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혁신당은 “민주헌정수호세력이 힘을 모아 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의 바탕 위에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과제”라며 다시 한번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리저리
꺾이는 핸들

여의도를 벗어난 광장·시민사회·노동계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중도 민심이 잘 드러나는 집단으로 민주당이 가장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응원봉 불빛이 국회대로를 메우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광장 민심을 확인한 여당 일부가 이탈하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이후에도 한남동 관저와 남태령 고개 등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집회가 이어졌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촛불을 든 시민들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광장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근혜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시민단체 ‘퇴진행동’은 지난 2017년 10월 “촛불이 밝혀진 지 1년이 다 됐고 정권이 교체된 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해결된 과제는 2%에 불과하다”며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 진척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과제는 52%로 나타났다. 적폐 청산을 위해 내세웠던 100대 과제들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뼈아픈 경험을 한 민주당은 정책소통플랫폼을 개설해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은 시민의 질문에 의원이 직접 답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공론 플랫폼 ‘모두의질문Q’를 공개했다. 이는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산하의 플랫폼으로 결과물은 ‘녹서’로 발간된다.

이 대표는 모두의질문Q 출범식서 “광장의 에너지가 정치에 직접 반영돼야 한다”며 “직접 민주주의가 작동해 국민 집단지성이 정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하나가 이 녹서다. 국민이 묻게 해야 한다. 민주당도 그걸 알고 안고 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에너지가 일상적으로 정치에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정부의 문제가 심각한데 국민을 주체로, 주권자로 인정하지도 않고 이때까지 우리가 수십 년간 쌓아왔던 온갖 성취를 다 망가뜨리고 있는데 왜 우리 국민들은 나서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약간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경험 때문”이라며 “박근혜정부를 끌어내렸는데 결과는 무엇인지, 그 후 나의 삶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이 사회는 얼마나 변했는지 (국민들은)그런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호불호’ 강한 이재명표 경제 정책
연타하는 좌·우클릭…커지는 고민

민주당은 광장 민심 포용에 나섰지만 노동·경제 부분에 있어서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성장’을 28차례 언급하며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었는데,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이 대두된다. 52시간제 예외 인정과 주4일제 도입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잠시 주춤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라며 “이를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서도 유독 주52시간제 적용 예외를 요구해 온 삼성전자를 위한 특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추진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국노총은 “이 대표의 노동 유연화가 ‘필요에 따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윤정부의 노동 유연화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입장 철회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는 최근 ‘우클릭’으로 표현되는 여러 얘기를 하고 결국 내놓은 반도체특별법이나 국가미래 먹거리 산업 특별법 등 정책은 전혀 전향적 노선이 안 보인다”며 “깜빡이는 오른쪽으로 켰는데 왼쪽으로 돌아가는 그런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주장해 온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도 여당의 먹잇감이 됐다. 민주당은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 등을 위해 총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는데 여권에서는 “대한민국을 배네수엘라처럼 만들겠다는 것” “뒷일은 생각 않고 당장 눈앞에 놓인 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한 야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경제정책은 딜레마의 연속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 대표는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 시도하는 것 같다”며 “문제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는 새로운 가치로 ‘잘사니즘’을 내걸었는데, 중도층을 끌어올만한 구체적인 비전이 아직 뒷받침되지 않아 국민 피부에 잘 와닿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선을 긋고 있지만 산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마리 토끼
몽땅 한 편으로

박성민 정치컨설팅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이 대표의 우클릭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선거가 가까워지면 진보는 우클릭, 보수는 좌클릭하게 되는데, 지금은 양쪽이 똑같이 우클릭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외면하고 우측으로 치우치면서 민주당이 그 빈 공간을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후방에 대한 걱정이 없는 반면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며 후방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후방 걱정 없이 쭉 우클릭을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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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