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풀어야 할 중도 방정식

품긴 품어야 하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치권에서는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을 뭉뚱그려 중도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중도층은 세밀하고 촘촘하게 나뉜다. 이들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넓은 선거 연합을 구축해 가동 범위를 최대치로 늘려야 한다. 차기 집권여당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몸집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최대 난제였던 친명(친 이재명)과 친문(친 문재인) 간의 갈등이 일부 사그라드는 추세다. 지난 총선서 친명계가 대거 당선되면서 당의 주도권을 쥐었는데,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탄생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해 친문계의 활동 반경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평이다.

“내 탓이오”
갈등 봉합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서 당시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검찰 총장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이 윤정부 탄생의 가장 단초가 되는 일이기에 후회가 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에 대해)지지하고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고 반대하는 의견이 소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대 의견이 수적으로는 작아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 내가 보기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과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들을 챙긴다는 것 등이 반대 이유로 거론됐다고 말했다.

친명과 친문은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오랫동안 공방을 벌여왔다. 친명계에서는 문재인정부 심판론을 원인으로 꼽았고 비명계는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부족하단 점을 부각했다.

진보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MBN <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 “대선이 끝나고 우리가 왜 졌는지 성찰하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는데, 당 차원서 백서를 안 낸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가 후보였기 때문에 후보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다”고 말해 아픈 곳을 꼬집었다.

다만 “여러 가지 것들이 종합적인 게 아니겠나”라며 “당시 정부가 했던 것 중에서 부동산 정책 같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이고 종합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대표 친문인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도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대선 패배 원인은 문 전 대통령이 아닌 이 대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친명인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SNS에 “2022년 지방선거 때 (남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다”며 “가장 많이 들었던 욕은 ‘대통령·지방선거·총선까지 몰아줬는데 민주당은 뭐했나’ ‘부동산 가격 폭등에 세금은 천정부지, 표 달란 염치가 있느냐’였다. 그나마 이재명 후보라 0.73%포인트 석패였다”고 반박했다.

양문석 의원도 비명계를 겨냥해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 출신들의 사유물인가”라고 비판했다.

“윤정부 탄생은 내 책임” 명-문 정당 탄생?
통합 속도 내는 이…초일회·새미래는 아직

문 전 대통령의 인터뷰가 공개된 시기는 이 같은 계파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이다. 여기에 이 대표 역시 바로 이튿날 “대선 패배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히면서 양측 모두 총구를 거둬 들였다.

지난 13일 이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회동하면서 통합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회동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김 전 지사가 당의 통합을 위해 ‘당에서 마음에 상처 입은 분들을 보듬어 줄 때가 됐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표도 공감해 ‘통 크게 통합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번째로 김 전 지사는 ‘민주당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온라인을 비롯한 오프라인서 당원들이 당원 중심으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참여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이에 공감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민주당이 원외 비명계 조직인 초일회와 새미래민주당(구 새로운미래·이하 새미래)까지 전선을 넓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의 간사 양기대 전 의원은 “이 대표가 가진 기득권을 어느 시점에서는 내려놓고 누구든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대선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통합력과 포용력을 갖춘 유능한 민주 정당으로 다시 한번 환골탈태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새미래 역시 이 대표 1극 체제를 거칠게 비판했다. 새미래 전병헌 대표는 창당 1주년 기자회견서 “가짜 민주당을 확실하게 대체해 정권 창출의 선봉에 나서겠다”며 “‘반 이재명’ ‘이재명 집권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 이것이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의 시대정신을 받드는 일이고 새 질서, 새 나라로 가는 위대한 관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일회와 새미래가 빅텐트를 구축해 이 대표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 대표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남서 “초일회가 가짜 민주당의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는 결단을 한다면 대환영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함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날아오는
견제구

지난 4·10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내세워 제3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관계도 주목된다. 호남서 태풍을 일으킨 혁신당이 후보 단일화에 긍정적으로 답해 든든한 우군으로 조기 대선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이 경우 중도보다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나머지 민주당 지지층 표를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앞서 혁신당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과 시민사회에 내란 종식과 헌법수호를 위한 원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극우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단단하게 연합해 압도적 승리로 집권해야 한다”며 “그래야 극우 파시즘을 발아 단계서 제거하고 반헌법 내란 세력을 권력 근처로부터 몰아내고 비로소 국민을 통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정 수호, 민주 공화정을 믿는 모든 이들이 ‘새로운 다수 연합’으로 연대해야 한다”며 “혁신당은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름은 무엇이든 좋다”고 말했다.

원탁회의서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을 비롯한 정치개혁 토대와 평등한 정책 연대 추진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역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다수파 연합을 만든 뒤 원탁회의를 거쳐 정책연합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며 “선거 구도는 ‘민주헌정수호 세력’과 ‘내란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다. 다수파 연합을 만들어 진보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도 있는 논의를 제시한 혁신당이 조기 대선서 민주당과 연대를 할지, 독자적 노선을 걸을지는 불투명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당은 대권주자 배출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국 전 대표가 부재인 상황서 새로운 대선주자를 세우자니 마땅한 인물이 없을뿐더러 당의 동력도 이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황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실제로 후보를 낼 수 있을지는 당원들과 의원들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도 “제3당으로서 후보를 낸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연합, 또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당을 지속 가능케 하는 안정적인 방법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상황에 휩쓸려 조급하게 후보를 내기보다 조 전 대표의 복귀를 기다리고, 대신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럴 경우 “대놓고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 당내 갈등이 불거질 위험이 있다.

아직 노선을 정하지 못한 혁신당은 민주당과 건강한 경쟁을 강조하는 동시에 비판의 날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혁신당은 이 대표가 띄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제안에 공감하면서도 “이미 논의된 정치개혁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교섭단체 조건 완화 등이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서 새 약속은 진정성을 의심받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혁신당은 “민주헌정수호세력이 힘을 모아 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의 바탕 위에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과제”라며 다시 한번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리저리
꺾이는 핸들

여의도를 벗어난 광장·시민사회·노동계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중도 민심이 잘 드러나는 집단으로 민주당이 가장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응원봉 불빛이 국회대로를 메우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광장 민심을 확인한 여당 일부가 이탈하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이후에도 한남동 관저와 남태령 고개 등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집회가 이어졌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촛불을 든 시민들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광장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근혜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시민단체 ‘퇴진행동’은 지난 2017년 10월 “촛불이 밝혀진 지 1년이 다 됐고 정권이 교체된 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해결된 과제는 2%에 불과하다”며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 진척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과제는 52%로 나타났다. 적폐 청산을 위해 내세웠던 100대 과제들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뼈아픈 경험을 한 민주당은 정책소통플랫폼을 개설해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은 시민의 질문에 의원이 직접 답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공론 플랫폼 ‘모두의질문Q’를 공개했다. 이는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산하의 플랫폼으로 결과물은 ‘녹서’로 발간된다.

이 대표는 모두의질문Q 출범식서 “광장의 에너지가 정치에 직접 반영돼야 한다”며 “직접 민주주의가 작동해 국민 집단지성이 정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하나가 이 녹서다. 국민이 묻게 해야 한다. 민주당도 그걸 알고 안고 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에너지가 일상적으로 정치에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정부의 문제가 심각한데 국민을 주체로, 주권자로 인정하지도 않고 이때까지 우리가 수십 년간 쌓아왔던 온갖 성취를 다 망가뜨리고 있는데 왜 우리 국민들은 나서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약간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경험 때문”이라며 “박근혜정부를 끌어내렸는데 결과는 무엇인지, 그 후 나의 삶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이 사회는 얼마나 변했는지 (국민들은)그런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호불호’ 강한 이재명표 경제 정책
연타하는 좌·우클릭…커지는 고민

민주당은 광장 민심 포용에 나섰지만 노동·경제 부분에 있어서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성장’을 28차례 언급하며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었는데,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이 대두된다. 52시간제 예외 인정과 주4일제 도입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잠시 주춤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라며 “이를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서도 유독 주52시간제 적용 예외를 요구해 온 삼성전자를 위한 특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추진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국노총은 “이 대표의 노동 유연화가 ‘필요에 따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윤정부의 노동 유연화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입장 철회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는 최근 ‘우클릭’으로 표현되는 여러 얘기를 하고 결국 내놓은 반도체특별법이나 국가미래 먹거리 산업 특별법 등 정책은 전혀 전향적 노선이 안 보인다”며 “깜빡이는 오른쪽으로 켰는데 왼쪽으로 돌아가는 그런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주장해 온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도 여당의 먹잇감이 됐다. 민주당은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 등을 위해 총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는데 여권에서는 “대한민국을 배네수엘라처럼 만들겠다는 것” “뒷일은 생각 않고 당장 눈앞에 놓인 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한 야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경제정책은 딜레마의 연속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 대표는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 시도하는 것 같다”며 “문제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는 새로운 가치로 ‘잘사니즘’을 내걸었는데, 중도층을 끌어올만한 구체적인 비전이 아직 뒷받침되지 않아 국민 피부에 잘 와닿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선을 긋고 있지만 산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마리 토끼
몽땅 한 편으로

박성민 정치컨설팅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이 대표의 우클릭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선거가 가까워지면 진보는 우클릭, 보수는 좌클릭하게 되는데, 지금은 양쪽이 똑같이 우클릭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외면하고 우측으로 치우치면서 민주당이 그 빈 공간을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후방에 대한 걱정이 없는 반면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며 후방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후방 걱정 없이 쭉 우클릭을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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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