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한겨울 쫓겨나는 판자촌 사람들

“대책이라…얼어 죽을 수밖에요”

[일요시사 취재 1팀] 김철준 기자 = 서울 곳곳에 남아있던 판자촌과 달동네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위해 개발하려 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삶의 터전을 갑자기 빼앗긴 주민들의 원성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무허가 건축물이라 낮은 보상금에 개발 이후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점에 주민들은 눈물 흘리고 있지만 서울시는 물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17년 서울에 있는 모든 판자촌 개발계획을 세운 후 첫 삽 뜨기를 앞두고 있다. 서울 곳곳에 남아있던 판자촌의 재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계획이 수립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거주민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이주·철거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 최대 판자촌’이라 불리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최고 25층, 3520세대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곳은 2011년 서울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개발 방식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다 2016년에서야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최근 가구 수를 늘린 변경안을 확정했다.

시는 올해 말까지 이주·철거 작업을 마치고 내년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도 최고 20층 1600세대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한다. 성뒤마을은 당초 최고 7층에 813세대 아파트 단지로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서울시는 토지 활용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용적률을 높였다. 시는 내년 착공에 돌입해 2028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노원구 중계동의 ‘백사마을’은 최고 20층, 2437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신을 앞두고 있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후반 청계천 일대 서울 도심 개발 여파로 철거민들이 이주하며 형성된 주거지다.

백사마을은 2008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고 이듬해 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손을 떼며 사업이 멈춰 섰다. 그러던 중 SH공사가 사업시행자로 변경되며 사업은 다시 본궤도에 올랐고, 내년 착공 및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성북구 정릉동 정릉골은 1411세대 규모 고급형 테라스 하우스로 재탄생할 계획으로 내년 하반기 착공에 돌입한다. 아울러 서대문구는 홍제동에 있는 낙후지역인 ‘개미마을’ ‘홍제4재개발 해제구역’ ‘문화마을’ 일대를 묶어 신속통합기획 재개발로 추진하기로 했다.

개발계획은 수립됐지만 지자체 및 정부와 거주민들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구룡마을, 성뒤마을, 개미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6일 성북구 최대 판자촌이라 불리는 성뒤마을을 찾았다. 도로변에 있는 고물상을 지나치고서야 도착한 윗성뒤마을은 개미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적막함 속에 비 내리는 날씨와 더불어 각목 등으로 막힌 대문과 찢어진 현수막이 분위기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2017년 개발계획 따라 첫 삽 임박
끝나지 않은 갈등…낮은 보상금 고수

가벽으로 이뤄진 집들은 대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문에는 “기존 거주자의 이주에 의해 공가 폐쇄된 주택으로서 무단침입, 점유, 사용 또는 훼손 시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및 제366조(재물손괴)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서울주택공사의 안내문만이 붙어있었다.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아랫성뒤마을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몇몇 가구는 이주를 마쳐 윗성뒤마을과 마찬가지로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70~80대 노인들 뿐이었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주민은 “이주해야 한다는 안내는 서울주택공사에서 2년 전부터 받아왔다”며 “하지만 그들이 지급한다는 이주비로는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정년이 지난 사람들로 폐지를 줍거나 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갖고 있는 목돈도 없어 주택단지가 건설된 이후에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준다고 해도 다시 들어올 수도 없는 상황인데도 서울주택공사는 내년 초부터 공사를 시작해야 하니 여기(성뒤마을)를 떠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서울주택공사의 보상금 대부분은 토지주에게 몰렸다”며 “실제로 성뒤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 적은 보상을 받았다. 때문에 적은 보상금에 60년 넘은 삶의 터전을 버리고 지방으로 가게 됐다”고 토로했다.

성뒤마을 입구 대로변부터 이어져있는 고물상 단지는 성뒤마을 재개발에 더욱 격노하고 있다. 사당역 1번 출구서 지도를 따라 성뒤마을주택단지로 향하면서 볼 수 있는 현수막은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성뒤마을상인연합회는 남부순환로(8차로)를 따라 설치한 펜스에 ‘SH는 들어라! 현실적 보상 안 하면 죽어도 이주 못한다!’ ‘서울시와 SH는 우리 소상공인들을 다 불태워 죽일 셈이냐!’라고 적힌 새빨간 현수막을 내걸고 서울주택공사의 제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상인연합회 소속 업주들은 서울주택공사가 토지주들에게는 보상을 제대로 해줬지만 20~30년 넘게 땅을 임차해 장사하던 상인들에게는 최소 수천만원서 최대 2억원 정도의 헐값 보상안을 내밀었다고 토로한다. 서울주택공사가 지장물 조사를 마친 후 이들이 생업에 활용하던 기계 등 물품을 실제 가치보다 낮게 금액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고물상
부지는?

이들은 낮은 보상금을 받기보다 인근에 고물상·석재상 등 지금 운영하고 있는 사업을 운영할 부지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고물상 업주는 “1960~1970년대 강남 개발로 이곳으로 이주해 온 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땅을 임차해 고물상 사업을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쭉 해오던 사업을 그만두라고 나가라면서 정원형 주택단지가 들어온다는 부지 주변에 벤츠 사업장, 버스 및 택시 회사에 넘기며 기만하고 있다”며 “택시·버스가 공익 목적 사업장이라 부지를 마련해줬다고 하는데 벤츠와 가스충전소도 공익 목적 사업장이라고 판단해 부지를 마련한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격분했다.

이어 “서초구와 강남권서 하루에만 280~320톤가량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우리도 공익성을 띈 환경미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우리에게 대체 부지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성뒤마을 고물상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게다가 현행법에 따라 고물상들에게 이전비와 영업손실 명목의 배상안을 충분히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성뒤마을은 자진 이주 기간이다. 상인회와 서울주택공사는 명도소송도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명도소송 기간이 6개월서 8개월가량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성뒤마을 주민과 상인들은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마을을 비울 수밖에 없다. 60년가량 살던 집터와 생업에 대한 마땅한 대책도 없이 쫓겨나게 되는 셈이다.

명도소송은 부동산 인도명령 신청 기간이 지나거나 채무자·소유자 또는 점유자 등 인도명령을 받는 사람 이외의 사람이 해당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 매수인이 그 부동산을 점유하기 위해 넘겨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명도소송 판결이 나고 집행문이 발효되면 강제집행해 해당 부동산을 점유할 수 있다.

강남 최대 규모의 판자촌인 구룡마을과 지자체, 서울주택공사의 갈등은 더 심하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10m 망루를 세우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분양권용
농성 아냐”

지난달 23일 강남구청서 거주 사실 확인서 발급을 거절하자 구룡마을 주민들이 망루를 설치하고 그 위에 올라 농성을 펼치다가 6명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의 농성은 거주 사실을 인정받고 분양권을 획득하기 위한 과열된 투기꾼들의 모습처럼 비쳐졌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지난달 26일 직접 가본 구룡마을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구룡마을은 단순히 분양권 등 돈이 목적이라기보다 목숨을 건 사투 직전의 모습 같았다.


<일요시사>는 마을 망루 앞에서 구룡마을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인 유귀범씨를 만났다. 유씨는 “구룡마을은 1986년 아시안게임 때 생겨나기 시작해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주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며 “36년 동안 이곳을 지키고 있었고 정부도 주민들을 30년 넘게 방치해 왔다”고 일침했다.

이어 “방관만 일삼던 정부가 도시개발법에 의해서 땅을 강제 수용하고 개발한다고 하며 우리를 거주민으로 취급도 안 하고 있다”며 “지금 강남구청에서는 구룡마을이 주거지가 아니라 간이공작물로 사람이 아닌 가축 등을 키우는 곳으로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양재대로 478(개포동)’이라는 주소에 등록됐고 주민세도 내고 있는데 갑자기 주민으로 인정을 안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토지보상법)에 따르면 무허가 판잣집 건축물 거주자는 토지보상을 못 받지만 예외적으로 1989년 1월24일 이전부터 실거주가 확인되면 토지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분양권을 원한다고 보고 있지만 이들은 그저 간이공작물에 사는 가축이 아니라 사람 대우를 받고 싶은 것으로 보였다. 더 나아가 이들은 구룡마을 단지에 주민 주택타운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씨는 “사람들은 거주민들이 거주 사실을 인정받고 분양권을 받기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분양권을 받게 되더라도 주변 부동산 시세를 고려하면 개발이 완료된 이후 다시 구룡마을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차라리 현대화된 구룡마을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간이공작물은 거주 인정 안 돼”
“편법 아닌 현행법 따라 해달라”

2020년도 국토부 훈령을 보면 도시개발지구에 사는 거주민에게는 토지를 조성 원가로 매매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해당 훈령은 지난 5월에 법제화됐다. 유씨는 “간이공작물로 거주 사실 자체를 인정 못 받고 있으니 거주 사실을 인정받은 후 법에 따라 개발지구의 땅을 사는 것이 지금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많은 건설사와 협의를 통해 땅을 살 수 있게 되면 건설사가 땅을 사고 건물을 지은 후 해당 건물을 담보로 건설사에 공사대금을 납부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평균 10평의 집을 생각했을 때 지금 구룡마을 개발계획에 있는 용적률(250%)로는 약 800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거주민 주택타운 건립이 가능하다”며 “평수를 낮추거나 용적률을 올리면 지금 거주하는 약 1000세대 모두 수용할 수 있게 된다”고 부연했다.

유씨는 이제야 노인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주니 더욱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열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는 “6개월 동안 강남구청에 시위를 해도 관심이 없다가 망루를 설치하니 여기저기서 인터뷰 등 취재하러 왔다”며 “우리가 편법으로 하자는 게 아니고 현재 행정상 거주가 등록돼있고 현행법상 토지를 조성 원가에 사겠다는 게 우리 행동의 핵심임이 널리 알려지고 지자체서도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갈등의 또 다른 불씨도 존재한다. 다수의 주민들은 위원회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분양권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한 구룡마을 주민은 “분양권을 위해 수년 전부터 협상을 해왔는데 갑작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하는 주민들(위원회)이 생겨났다”며 “지금 시위에 참석하는 주민들은 거주 사실이 인정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 사람들 때문에 거주 사실이 인정된 사람도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룡마을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위원회 소속 한 주민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곳에 찾아오기 전까지는 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위원회 외 주민들도 힙을 합쳐 서울시에 우리 요구를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는 판자촌과 달동네를 비교하기 위해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개미마을도 찾았다. 앞서 방문한 판자촌들과 달리 개미마을은 패널과 나무, 가벽 등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아닌 벽돌로 지어졌지만 무허가인 건물들이 언덕에 줄지어 있었다. 

달동네
사정은?

한 개미마을 주민은 “1950년대 6·25전쟁 후 피난민과 실향민들이 이곳 인왕산 자락에 천막을 치고 거주하기 시작한 이 마을은 토지 구분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토지 소유권도 불분명하다”며 “지난 2010년대부터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고, 서대문구청장이 개미마을 내 들어설 공동전원주택인 타운하우스에 원주민들이 살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입주에 필요한 돈이 없어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주민들 모두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삶의 터전서 강제로 떠나게 된 점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개발 속도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 넘게 살아온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오랜 과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